아침에 먹은 야키소바. 페앙그라는 인스턴트 야키소바다. 보기엔 저래도 맛이 상당히 괜찮다. 우리나라의 '신라면'같은 일본의 국민적 야키소바 브랜드.
3일째, 아침을 야키소바로 때운 나는 오늘의 일정을 생각했다. 저녁에는 신주쿠 가부키쵸 1번지에서 친구들과의 술자리 약속이 있었기에, 그 전에 가보고 싶은 곳을 생각해 본 것이다. 그리고 결론을 내린곳은 바로 '시모키타자와'. 나를 일본으로 이끌고야 만 '시모키타 선데이즈'라는 드라마의 배경인 그 '시모키타자와'였다. 으으햐 흥분되어라.
숙식을 해결하던 코마자와 역 근처 친구 집 앞의 버스정류장. 아시는 분이 있으려나? 여기서 버스를 타고 시부야로 나가는 것은 꽤 편리한 교통수단이었다.
절대 여고생을 찍은게 아니다. 오해말라. 교복때문에 찍은것도 아니다. 이것은 다 오해입니다 여러분. 저는 그냥 시부야 지하철 역 내부를 찍었을 뿐입니다. 이것이 일본의 지하철 역입니다 여러분. 절대 일본 여고생의 교복사진이 아닙니다. 이것은 다 오해입니다.
시부야에서 지하철을 타고, 나는 홀로 시모키타자와를 향해 달렸다. 같이 갈까 했던 친구는 어제 여자사람과의 미팅에 너무 과음을 해버려서, 오후 4시쯤 시모키타자와 역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나 홀로 떠났던 것이다. 두근두근, 스이카라는 교통카드를 들고 지하철을 타고 조심스레 시모키타자와 방향에 올라탔다. 생각보다 얼마 걸리지 않아 도착한 시모키타자와 역은 굉장히 낡은, 빈티지한 곳이었다.
우리나라 서울 중앙선이나 1호선도 요새 도색도 하고 그래서 저것보다 나은데.. 정말 도색좀 하지. 그래도 저 낡은 느낌 자체가 꽤 맘에 들었다.
시모키타자와는 재미있는 동네다. 홍대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낡은 느낌이 든다. 구제샵과 라이브하우스, 연극 소극장들이 즐비하다. 딱 우리나라 홍대앞에서 프리마켓 공터와 구제숍들, 라이브하우스와 소극장을 뽑아 모아논 듯한 느낌. 녹색 나무들과 오래된 건물의 느낌, 새로운 것과 예전의 것이 조합된, 아날로그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살아있는 거리. 그것이 아마 시모키타자와가 아닐까 싶다.
시모키타자와역의 출구. 교복에 집중하지 말라.
이쯤에서 잠깐 설명할 것이 있다. 시모키타자와는 소극장 연극의 성지와도 같다. 드라마 '시모키타 선데이즈'는 바로 그런 소극장에서 공연을 하는 연극인들의 삶을 재치있게 그려낸 작품. 거리 자체가 구제와 싼 물가, 그리고 가난한 꿈들이 모여사는 곳인 만큼 나는 그런 드라마 속에서 설명된 곳들을 찾고 싶었다. 그리고 정말로, 정말로 금세 눈 앞에 드라마의 풍경이 나타났다.
보이는가? 간판에 적힌 3F의 한자. '시모키타 역앞극장'과 '시모키타 OFF OFF 시어터'
그렇다. 역 앞에 나오자마자 보이는 소극장 두 곳. 이곳이 바로 시모키타자와 소극장의 시작인 것이다.
연극을 보고싶었지만 시간표등을 체크해야하고, 생각보다 싸지 않다(2천엔 정도.). 그래서 아쉬움을 뒤로 사진만 찰칵.
아, 참고로 시모키타자와 소극장에는 '레벨'이 있다. 위 사진에서 본 역앞극장은 갓 데뷔한, 그야말로 정말 작은 소극장이다. 즉, 가장 초보극단이 모여드는 극장이기도 하다. 그 한단계 위가 OFF OFF 시어터이며, 시모키타자와 연극의 매니아층과,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모음으로서 그 위의 극장인 '더 스즈나리'를 목표로 할 수 있다. '더 스즈나리'만 해도 정말 선택받은 극단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극장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극단은 OFFOFF시어터에서 더 이상 오르기가 쉽지않으며, 그런면에서 '더 스즈나리'에서 공연을 하는 극단은 시모키타자와에서 실력과 재미, 인기가 입증된 극단이라 할 수 있겠다.
이곳이 바로 '더 스즈나리' 이다. 딱 봐도 낡은 건물이 연륜을 증명한다. 앞의 게시판에는 공연작 포스터가 부착되어있고, 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연극공연장에 입장할 수 있다.
그러나, '더 스즈나리' 가 끝이 아니다. 연극단의 로망, 마치 루피가 원피스를 찾듯, 롯데가 한국시리즈를 연속으로 가듯, 황신님이 양대리그 우승을 하듯, 여자친구가 생기듯!!!!!!!!!!!!!!!!!!!!!!!!! 과 같은 급의 극장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시모키타자와 소극장 최고의 유명세와 권위를 지닌 '혼다극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곳이 바로, 시모키타자와 연극단들이 누구나 바라는 무대. 최고의 극장 '혼다극장'이다.
이렇듯 시모키타자와는 소극장이 레벨별로 나뉘어져 있다. 아마 일본 관광 어느 책에서도 이렇게 까지 소개되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연극에 관심이 있다면 꼭 한편의 공연을 보기를 바란다. 나는 보지 못해 참으로 아쉬울뿐.
시모키타자와는 이러한 소극장 말고도 볼 곳이 많다. 이 날 무려 6시간정도는 시모키타자와에 있었음에도 아쉬움이 남았으니 말이다. 이제부터는 소극장이야기에서 벗어나서, 시모키타자와 그 자체를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다.
시모키타자와의 명물 커피숍. '몰디브'이다. 이 곳은 테이크아웃 커피와 로스팅된 커피콩을 파는데, 이 곳의 로스팅 실력은 상당히 좋다. 여기서 구입한 로스팅 된 블루마운틴 200g을 한국에 있는 바리스타 친구에게 선물했더니, 일주일도 안걸려서 싹 갈아마셨다. 굉장히 흡족해 하였는데, 한국에서도 통하는 로스팅 기술이라 할 수 있겠다. 이곳은 꽤 유명하여 여러 가이드 북에도 실려있다.
범프오브치킨과 노브레인이 합연한 라이브 하우스. LOFT이다. 낮이라 공연이 없어서 들어가 보지는 않았다. 한국의 메이저 록 밴드가 이런곳에서도 공연을 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다.
특이한 디자인을 가진 집. 아니 가게? 어떤 곳인지는 모르지만 워낙 독특해서 찍어보았다. 여기서 스포츠 클라이밍이라도 해야 할 기세.
드라마 '시모키타 선데이즈'를 보셨다면 아실만한 곳이다. 바로 '치쿠와목산'이라는 버섯구이 가게가 있던 곳. 아쉽게도 실제로 그런 가게는 없었다. 아마도 드라마 내의 가상로케지였던 듯 하다. 그래도 반가워서 찰칵.
코인 로커 앤 샤워장. 시모키타자와에 사는 연극인이나 음악을 하는 젊은이들 중 집에 샤워장이 없는 사람들이 와서 샤워를 한다던 그 곳이다. 200엔을 넣으면 7분간 샤워를 할 수 있는 곳. 드라마에서는 무려 셋이서 7분을 나눠 쓸 정도였는데.. 실제로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했다.
욘사마와 지우히메가 왜 여기에? 라고 생각했더니 파칭코 홍보물... 우리 욘사마가 파칭코 광고를 찍었나 싶다. 으헝..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가 붙어있는 철길. 저분은 30도의 폭염속에서도 전혀 불친절함 없이 길을 알려주셨다. 너무 고맙고 신기했다. 무뚝뚝하지도 않고.. 좋은 분이었던것 같다.
시모키타자와 아즈마도리.
시모키타자와 1번지. 앞의 생맥주 180엔 간판이 보이는가? 당시 환율로 180엔이면 우리나라에서 500cc에 2500원받는곳보다 훨씬 싸다. 1500원 꼴이라는 뜻. 정말 가서 들이 붓고싶었으나 대낮이라 참았다. 그날 참 더워서 맥주생각이 절실했었는데..
시모키타자와 남쪽거리. 북적북적대는 거리의 모습이 보인다. 굉장히 좁은 골목에 다양한 가게들이 많았다. 빵집, 구제숍. 음식점. DVD,게임 중고 판매점 등등..
시모키타자와 1번지의 또 다른 간판. 주거지와 가게들이 적절히 섞여서 일본스러운 정취를 자아냈다.
시모키타자와의 철길 위에서. 철로 사이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맘에 들었다.
개러지 숍 같은 느낌의 '동양백화점'이라는 가게. 구제, 중고 물품 정말 다양하게 팔더라. 물론 신품도. 이 곳에서 동생에게 사줄 티셔츠를 한장 골랐다. 1000엔에 샀는데 디자인도 좋고, 생각보다 엄청 튼튼하다. 반팔티를 내 동생은 무려 2년째 별로 늘여먹지도 않고 입고있으니.. 또 간다면 잔뜩 사버릴까 생각중이다.
시모키타자와 상점가를 벗어난 주거지의 고요함. 일본의 주거거리란 대체적으로 이런 느낌이다. 그나마 이곳은 건물이 꽤 요즘의 느낌이 드는 것이 시모키타자와 내에서 좀 잘사는 사람들의 동네 같았다.
철로 옆의 거리. 우연히 이 사진을 찍기 직전에 한국인 단체관광객을 만났다. 아는체를 해볼까 하다가 관뒀다. 절대 그들이 여자와 남자가 섞여서 여행해서가 아니다.
시모키타자와 철길위를 지나는 육교. 드라마 시모키타자와 선데이즈에서 우에토아야가 등을 기대고 웃던 그곳이다. 실제로 우에토 아야는 없었지만 아쉬움에 찰칵.
이 외에도 유명한 '빌리지 뱅가드 북 스토어'나 '시카고 중고 옷가게'. 복고풍 잡화들이 넘쳐나는 '모쿠오칸', 재미있고 신기한 장난감이 수두룩한 역사가 깊은 '니초메 산반치'등이 있으나 사진을 못찍었다..
시모키타자와는 상당히 거리가 작다. 그럼에도 볼게 많다. 아기자기하면서도 서민적이고, 사람정취가 물씬난다. 신주쿠나 시부야는 엄청 도시적이고 환락적인 느낌이 있는데, 이곳은 조용하고 소소한 우리의 일상 속 즐거움이 모여있는 기분이다.
아쉽게도 이 정도를 구경하자 오후 4시. 나는 친구와 저녁 술자리 모임을 위해 이동하기로 했다. 목적지는 바로 신주쿠 가부키쵸 1번지!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 생맥주가 엄청나게 끌렸었다. 흐르르르짭짭. 덥디더운 날이었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