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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8/05 00:41:12
Name happyend
File #1 조주교.jpg (0 Byte), Download : 291
Subject [일반] 그는 왜 토목과 건축에 빠졌을까


1.

1400년전에 만들어졌다고는 믿기지 않는 완벽한 기술과 아름다움을 간직한 다리, 조주교. 이 아치형 다리는 길이가 50.82미터이고, 너비가 9.6미터에 이르며 아치의 휨도가 37.37미터로서 당시 세계에서 가장 휨도가 큰 돌다리입니다. 아치형 양쪽 윗부분에 각각 두 개의 작은 아치가 있어 돌을 절약하고 다리의 중량을 덜었을 뿐만 아니라 홍수가 일어나 급격하게 흐르던 물살이 갈라지게 함으로써 힘을 분산시키는 역할도 했습니다.

건축가 이춘이 건축했다는 이 다리는 그동안 숱하게 많은 홍수와 전쟁과 지진을 견뎠습니다. 특히 리히터 규모 7.5의 강진이 들이닥쳤지만 다리는 돌과 돌사이 미는 힘을 이용하여 완벽한 내진설계로 만들어져 있었기에 멀쩡했습니다.

건축역사상 비할바 없이 뛰어난 찬사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이 다리는 수나라 때 만들어졌습니다.

당시에 또 하나의 건축물이 만들어졌는데요, 그 놀랍게도 그것은 조립이 가능한 이동식 궁전인 관풍행전이었습니다. 이 건축물을 설계한 우문개는 동도에 나는 신선이라는 동도비선을 만들었는데, 휘장가까이 사람이 다가가면 문이 저절로 열리는 자동문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시대를 중국 역사상 가장 건축물이 뛰어난 시대였다고 말합니다. 그 시대에 대운하가 완성되었고, 이 모든 건축사에 한획을 그을 업적을 남겼지만 훗날 그는 진시황을 능가하는 중국 제일의 폭군으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습니다. 그가 바로 수양제, 양광입니다.

2.

수문제는 중국 역사상 가장 현명하고 덕이 넘치는 황제였습니다.
이강이라는 신하는 수문제의 마음따위는 안중에도 없이 바른말만 해댔고, 문제는 그때마다 이맛살을 찌푸렸지만, 며칠 후에 그를 재상(좌의정격)에 앉혔습니다. 합리적인 황제는 그만큼 자기 자신에게도 엄격하여 절약을 늘 부르짖었습니다. 수레가 고장 나면 고쳐 쓰게 하고, 절대로 새로 만들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흉년이 들었을 때 백성들이 콩가루와 겨를 섞어 먹는 것을 보고는
“내가 나라를 잘 다스리지 못해 이런 것이니 재해를 수습할 때까지 술과 고기를 먹지 않겠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균전제를 실시하고 세금을 균등하게 받았기 때문에 곳간의 쌀은 이후 수나라가 망한 뒤에도 20년이나 남아 있었다고 합니다.
당나라가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한 대국이 된 원인이 수나라의 유산을 거의 손안대고 코풀듯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수문제가 이룬 것이 무엇인지를 짐작하게 하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어느 곳이나 태자에겐 절약해야 할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법인가 봅니다. 방탕한 태자는 부모의 눈밖에 났고, 이를 눈여겨 보던 야심가인 차남 양광은 부모의 마음을 이용하기 위해 거짓으로 청빈한 삶을 연기하기 시작합니다.

수문제가 방문할 때마다 호화롭게 몸단장한 애첩을 숨겨놓고 무명옷을 입은 늙은 여인들만 시중들게 했습니다. 일부러 악기 줄을 끊어 놓고 먼지를 수북히 쌓아놓은 악기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놓아두곤 했습니다. 황제부부는 양광이 여자와 연회를 즐기지 않는다고 좋아했습니다. 위장술의 달인인 양광의 전략은 맞아떨어졌습니다.

양광은 황제의 자리를 위해 형과 아버지 수문제를 살해하고 왕위에 올랐습니다. 황제의 자리는 그 시작부터 피비린내가 진동했습니다.

혈육의 피냄새에도 눈하나 꿈쩍하지 않은 그에게 백성들의 피와 눈물과 한숨따위야....

3.

수양제는 왜 그토록 토목공사에 열을 올렸을까? 생각해보면 그것은 수문제 때문이기도 한 듯 합니다. 수문제는 중국 역사상 첫손가락안에 꼽힐 첫 번째 후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을 가진 소위 ‘성군’입니다.

그는 최고의 리더쉽으로 400년 혼란기에 허우적거리던 중국을 통일하여 강력한 제국을 건설했습니다. 이 제국은 얼마나 견고했는지 그대로 당나라에게 넘겨질만큼 안정적이었습니다.조금의 균열도 일어나지 않는 단단한 제국을 건설하는데 그가 사용한 시간은 단 ‘20년’이었습니다.

이 엄청난 유산위에 오른 황제에게 할 일이 뭐가 있었을까요? 수문제가 해결하지 못한 마지막 숙제가 두가지가 있었는데, 그 하나가 대운하 건설을 통한 제국의 통합을 시도했으나 백성들이 곤란해하자 즉각 중단한 일이었고, 다른 하나가 난공불락의 우주방어 국가였던 ‘고구려정벌’이었습니다.

수양제는 어쩌면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이 두가지에 도전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왜 수문제가, 그 일을 완성하길 포기했는지를 생각할 만큼 현명하지 못했던 이 황제는 눈앞에서 자신의 권력을 실컷 즐기려고 했지만 어떤 역사도 그걸 허락한 경우는 없었습니다.곳곳에서 고구려 전쟁에 동원되고, 운하건설에 동원되었던 조직들은 반도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고, 이 어지러운 봉기 소식에 가위눌려 잠에 깬 수양제는 거울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중얼거렸습니다.
“참, 이 훌륭한 목을 누가 와서 자를지 모르겠구나.”

잔혹한 임금의 그 훌륭한 목은 잘리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신의 혁대에 목이 졸려 죽었습니다. 그 숨 막히는 순간에 수양제는 자신의 목을 조르는 이들의 이름을 알기나 했을까요?

죽은 뒤 황제는 ‘양제’라는 비아냥꺼리로 전락했고, 그의 무덤은 황릉이라 부르지 않고 ‘양광지묘’라고 불리고 있습니다.('양'은 여색을 좋아하고 예를 무시했으며 하늘의 뜻에 거역하고 백성을 착취했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건축의 시대는 그렇게 비웃음 거리로 전락했으며, 사람들은 그 누구도 아름다운 조주교에서 수양제의 업적을 떠올리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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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8/05 00:47
수정 아이콘
양제는 유적지 겸 관광지라도 남겼네요..

이쪽 나라는 청계천처럼 돈만 계속 안들어가도 다행일듯;;
一切唯心造
09/08/05 00:54
수정 아이콘
선대에 대한 열등감 때문에 나라를 하나 말아먹었죠.
국밥 말아 먹듯이. '양'의 얘깁니다.
멀면 벙커링
09/08/05 00:56
수정 아이콘
더 불안한건 대한민국엔 앞으로도 제 3의 수양제, 제 4의 수양제가 계속 나올 거 같다는 현실이죠. ㅡㅡ;;
박진호
09/08/05 01:00
수정 아이콘
그럼 운하를 해야 하는 건가.
이디어트
09/08/05 01:09
수정 아이콘
수나라의 멸망은 위에서도 나왔지만 크게 두가지 원인에서 그 문제를 찾을수있습니다.
바로 무리한 토목공사와 고구려정벌이었죠.
이 두가지에서 큰 타격을 입은 수나라는 결국 나라를 유지할수 없었구요..

현재 우리나라는..
대운하와 북한에 대한 강경정책

으응??

역사는 괜히 공부하고, 보고, 배우고 하는게 아니죠..
뭐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망할거라고는 생각안하지만..
멀면 벙커링
09/08/05 01:16
수정 아이콘
이디어트님// 그럼 을지문덕 장군은 김정운과 매치를 시켜야 할까요?? 크크크크
기다리다
09/08/05 01:49
수정 아이콘
운하자체만으로 본다면 수양제의 운하는 성공이죠...단, 운하를 만듬으로서 일어난 국민들의 분노, 국고낭비 등을 생각하면 실패작이지고요
땅과자유
09/08/05 02:23
수정 아이콘
참 그런 선군의 아들이 어떻게 저렇게 태어났을까요. 그 강력한 수나라가 순식간에 쫄딱 망한 것 보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이디어트
09/08/05 02:24
수정 아이콘
네 운하는 굉장히 성공적이었을것 같습니다.
아마 한반도를 가로지를 대운하보다는 훨씬 성공일겁니다.
제가 전공이 조선쪽이라서 공부하다가 알게된건데..
대운하를 파고 그 운하를 따라 다니는 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느린 속도로 움직인다더군요
막말로 그냥 물에 화물을 흘려보내는게 더 나을겁니다-_-; 이유는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적긴 좀 그렇네요;;
물론 중국의 운하는 어떤건지 잘 모르지만.. 이렇게 실패할정도의 운하가 저런 다리가 놓여질 시기에 만들어질거같진 않군요..

중요한건 민심을 버린 토목은 결코 성공하지 못한다는겁니다

그 어떤 목적이 있더라도 수단이 비열하다면 결코 정당화 될수없습니다
라고 체게바라가 그랫답니다
-수단이 비열하다면 목적을 정당화시키지 못한다-
어차피 누가 말했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전 이 말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거든요.

토목은 결국 국민이 하는건데.. 솔직히 그 국민과 관련된 수단은..
그닥 깨끗하다고 생각되진 않네요..
윤성민
09/08/05 08:15
수정 아이콘
임이최마판해!!!!! 항상 좋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홍승식
09/08/05 08:42
수정 아이콘
수나라에 대해선 대운하와 고구려침공만 알고 있었는데,
수문제가 저렇게 뛰어난 인물이었군요.

오늘도 재밌는글 잘 읽고 갑니다.

임이최마판해!!(2)
이적집단초전
09/08/05 09:49
수정 아이콘
사실 대운하는 꼭 필요한 사업이었습니다. 중국은 이미 송나라때 강남지방이 경제력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당나라때도, 명나라때도 결국 수도를 중원으로 옮겨야만 했습니다. 바로 북방민족 때문이죠. 군사력의 중심이 북쪽에 위치하다보니 강남의 부를 북으로 옮길 수단이 필요했었고 가장 유용했던게 대운하였습니다. 실제로 유럽에서도 운하는 중요한 물류수단이었습니다. 산업혁명시대마저 해운의 효율성을 육로수송이 따라갈 수가 업었지요.



철도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그런데 2009년 대한민국은 KTX가 다니는 나라란 말입니다.
09/08/05 10:48
수정 아이콘
해피엔드님 글은 참 보기가 좋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백마탄 초인
09/08/05 13:05
수정 아이콘
휴..

이명박이는 역사의 평가가 정말 두렵지 않나 봅니다...
09/08/05 13:43
수정 아이콘
임이최마판해!!(3)
09/08/05 14:00
수정 아이콘
글 읽다가 위로 올려서 글쓴이를 확인해보니 역시 해피엔드님...

매번 좋은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발가락
09/08/06 09:25
수정 아이콘
건축&구조가 업이고 전공인 저로써는.. 다르게 와닿을수도 있었는데..

대한민국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다르게 와닿아야 한다는게 슬프네요.

성군 뒤의 폭군은 항상 반복된 수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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