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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07/13 11:23:40
Name 터치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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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본격 육아일기


(반말체는 양해해주세요)

어제 밤

불 다 꺼놓고 34개월된 아들(채윤)을 옆에 뉘여놓고 재울려고 자는 척을 했다.(아기 엄마는 공부방에서 일하는 중)

에어컨을 켜달라고 성화라 잠깐 일어나 에어컨을 제일 약하게 켠채로 아기와 같이 한 이불을 덮었다.

그리고 계속 자는 척을 하는데 아기 혼자서 누운채로 책을 이리저리 보다가

내 가슴에 있던 이불을 끌어올려서 턱까지 올려주더라.

쫌 어이가 없어서 계속 자는 체 하는데

내 가슴을 그 조그만 손으로 토닥이며

'자장자장 우리 아빠'

하는게 아닌가... 순간 엄청 웃겨서 미친 듯 웃고 말았다. 그랬더니 뭔가 해냈다는 듯 좋아라 미친듯이 따라 웃고서는

계속 자장자장 우리 아빠를 할려고 하길래 몇 번 반응을 보여주고서는 잠든 척 했다.


10분이나 지났을까 이내 잠들어버린... 아가..


잠든 걸 확인하고 일할 게 생각나서 노트북 앞에 앉았다.

문득 '아빠는 왜 컴퓨터만 해요?' 했던 낮의 일도 생각나고 '자장자장 우리아빠'가 귓가에 맴돌아 울뻔했다..

아직 그 여운이 남아 그 동안 채윤이가 했던 기억에 남던 어록을 기록하고 공개하고자 한다.


한글은 커녕 아직 숫자 읽기도 급급한데 문자를 알면 아가들 상상력이 훼손된다고 해서 채윤이에게 조급하게 가르킬 생각은 없다.

그리고 아직 완전히 말을 자유롭게 구사하기도 애매한 그런 나이(전문용어로 '개월수')라는 걸 참고하자.


1. 태어나서 처음 한 농담(24개월쯤 되었을 때였나..) - 장모님 성함이 조자봉자순자 시다... 조봉순...

회사때문에 자주 외할머니가 보살펴 주셔서 외할머니가 가족들 이름을 가르쳐 주었나 보다.

물어보면 곧잘 대답해서 자랑스러우신 외할머니(장모님)가 친구분들을 모아놓고 물었단다.

'외할머니 이름이 뭐야?'

'조.... 복숭아' 친구분들이 막 웃자 자지러지게 더 크게 웃었다던 채윤이.... 물론 장모님은 많이 부끄러우셨다고 했다.


2. 바다를 보러 갔을 때 '아빠! 파도가 도망을 가요.'

3. 비오는 날 자동차 와이퍼 움직이는 걸 보고 '자동차 눈물을 닦아줘요.'

4. 내가 쉬하는 걸 보더니 '아빠 고추만지면 안돼요-_-;;;'

5. 자동차 열쇠 안가지고 나와서 신발 벗기 싫어서 껑충껑충 식탁위의 열쇠 가지고 나오니 '신발신고 안에 들어가면 안되는데..'

6. 중랑천에서 물고기들이 헤엄치다 튀어오르는 걸 보고 '물고기가 샤워를 해요.'(요건 정말 신선했다......)

7. '할머니 좋은 생각이 있어요.' 라고 이야기 해서 깜짝 놀란 우리 엄마... '좋은 생각이 뭔데?'라고 물으니
'좋은 생각, 좋은 생각'

8. '조기먹을래? 계란먹을래?'하며 밥먹이고 있던 외할머니.. 갑자기 채윤이가 '자 블라스트'했다고 장모님이 나한테 말씀하신다.
????????????????????
그날 저녁 광고 한효주 광고 '아이스크림 먹음 딸기가 먹고싶고'를 같이 보고있는데 마지막에 나오더라 '자 블라스트'하고...
조기를 먹음 계란이 먹고싶고 계란을 먹음 조기가 먹고 싶었던 게냐?????

9. 놀이방 갔다 집에 오면 제일 먼저 엄마 찾으며 하는 말 '자기야 자기야..'







며칠전에 티비에서 결혼하지 않고 사는 독신남들 이야기가 나왔는데 보는 내내 내 머리속엔 오로지 '아가는??' 이였다.

누군가 나에게 100%의지한다는 것. 무조건 주기만 하여야 하는 것은....

"그냥 받는 것보다 더 즐겁다.."

그랬던 아기가 이제 좀 자랐다고...나한테 가끔식 뭔가 주는 감격은

"많이 받는 것보다 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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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손을 잡
09/07/13 11:32
수정 아이콘
10. 길 거리에 낙엽이 날리던 가을 ' 낙엽아~ 낙엽아~ 이리와...'
아직 모든 사물을 의인화 하고 대화를 나누려는 딸 하나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습니다. 흐흐..
가만히 손을 잡
09/07/13 11:33
수정 아이콘
11. 앞선 트럭을 보며 '엄마, 재는 너무 힘들겠다'
가만히 손을 잡
09/07/13 11:35
수정 아이콘
12. 저번 주는 달을 보며 '토끼야~, 나 떡이 너무 먹고 싶어. 떡 조금만 나눠 주면 안될까?'
'어?, 그냥 가네...' 라고 실망하더군요.
항상 느끼는 거지만 아이에 비해 너무 부족한 아빠입니다. 저는...
매일 배우고 있어요. 아이에게...
Humaneer
09/07/13 11:37
수정 아이콘
아기가 그 어떤 시인보다도 더 감수성있는 시를 쓰는군요~ ;)
터치터치
09/07/13 11:37
수정 아이콘
안쓴거 생각나서 들어왔는데 많이 남기셨네요...

13. 차타고 저녁시간 쯤 집에 가는데.... 아직 해가 지지 않았는데 나온 달을 보더니 '아빠 달이에요. 깜깜해지면 안보일텐데...'
09/07/13 12:32
수정 아이콘
14. 어제였네요 운전중 와이퍼가 움직일때마다 "올라가요~내려가요","올라가요~내려가요","올라가요~내려가요"........

15. 아들(40개월)이 엎드려 장남감차를 굴리며 놀고 있는데 옆에 엎드려있던 딸(4개월)이 자기손에 오빠 머리가 닿자 머리카락을 잡았습니다
아들이 앉아서 하지 말라는 눈빛으로 딸을 한번 째려보고는 다시 엎드려 노는데 동생이 알 턱이 없죠...다시 머리카락을 잡았네요
화가 난 아들이 벌떡 앉아서 동생에게 뭐라고 한참을 훈계하는데 그 모습이 넘 귀엽더라는...^^


제 아들은 20개월쯤부터 숫자를 알았는데 그게 가르친게 아니라 혼자 독학으로 ;;;;
휴대폰을 종종 갖고 놀았는데 누르면 숫자가 써지고 말도 나오니 그렇게 놀다가 어느날 보니 숫자를 모두 읽더라구요 ;;;
자신이 재밌어 하고 좋아하는건 정말 빨리 익히고 배운다는거 아들을 통해 다시한번 깨닳았네요 ^^
예원아빠
09/07/13 12:53
수정 아이콘
16. 이쁜 딸(18개월)이 아빠와 함게 있는 시간이 부족해서 항상 엄마만 찾아요.
어느날 아기 엄마가 피곤하다고 10분만 잘게 하고 방에 들어가 누웠는데 아기가 엄마 깨우려고 해서
제가 쉿!(그림책에 어딘가 나왔던.. 그 쉿) 하고 엄마 피곤해 그러니까
혼자 자기가 손가락 입에 대고 쉿! 하면서 나중에 엄마 토닥토닥 해주는데 저도 웃음이 나고
애 엄마도 웃음 참다가 마지막으로 지 엄마 입술에 쪽 하고 뽀뽀해 주니까 도저히 못참고 일어나서
한참을 안아주었습니다. ^^ 인생의 진정한 행복을 느낀날 중 하루였어요.
09/07/13 14:15
수정 아이콘
이게 뭔가요... 본격 염장글 ㅜㅠ...

요즘들어 아기들이 너무 귀여워보이는데 정작 여자가 없군요. 흑흑 ㅜㅠ
09/07/13 15:18
수정 아이콘
전 어제 2개월 된 쌍둥이 조카가 집에 왔는데 안으면 뼈가 부러질까봐 못 만질 정도로 작네요...
3개월 일찍 태어나서 병원 인큐베이터에 있었다는데 건강해보여서 다행이었어요.
쌍둥이(둘다 여자)들 언니가 2살인데 자기 안봐준다고 막 우는걸 보니 재밌네요.흐흐
다음 주말에 뵙겠습니다.
09/07/13 15:29
수정 아이콘
어허어 이런 좋은 글에 리플이 이리 적다니

진정 훈훈한 글입니다.
09/07/13 15:33
수정 아이콘
하도 말썽을 피워서 무릎꿇고 손들어 를 오분쯤 했더니..

발이 저린지..

"엄마 , 발이 빤짝빤짝해요.."

남의 아이 얘깁니다..
09/07/13 19:19
수정 아이콘
아직 10개월이 채 안되서 '어므마~' 하며 우는 것 밖에는 못합니다. ^^
제 딸도 곧 재잘재잘 수다를 떨겠죠!!!
웅후후
09/07/13 19:23
수정 아이콘
부럽습니다.
꾹참고한방
09/07/13 22:28
수정 아이콘
채윤 동자님은 사진으로 봤으니 이제 실제로 보는 일만 남았네요.

저도 조카가 다섯명 정도 있는데 (사촌형 아기들) 정말 볼때마다 귀여워 죽겠습니다.

부럽습니다~

주말에 뵐게요! :)
우꼬살자
09/07/14 03:48
수정 아이콘
아...진짜...아기같고싶다는 생각이 절로드는 글이네요...정말 부러워 죽겟어요..^^
여자예비역
09/07/14 16:56
수정 아이콘
우리 조카는 엊그제 드디어 첫 걸음을 뗐습니다.. 아직 말은 멀엇졍..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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