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제 오늘의 강남 분향소 소식을 전합니다.
이게 처음에는 소식지처럼 전하지는 않는다...... 뭐 이렇게 말씀드렸는데, 몇 번 글을 쓰다보니
강남 분향소의 훈훈한 모습을 그냥 놓고 지나가기가 오히려 힘이 들어요.
그래서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한 분도 없을지라도 적어도 제 자기만족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후기를 쓰고 있습니다. ^^
원래 어젯밤에 찍은 사진과 어젯밤 얘기들은 어제 쓰려고 했는데,
밤에 분향소 일을 일단 마치고는 철야 봉사 하시는 분들을 뒤로 하고 아쉽게 이틀만에 집에 택시타고 들어갔더니
집에 들어갔을 때는 거의 쓰러질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아침에 한번에 몰아서 쓰게 되었군요.
처음에는 사진도 많이 찍었는데, 요즘에는 분향소 규모가 커지면서 일도 바빠지고,
어차피 제가 무슨 사진담당도 아니고 고급 사진기가 아닌 제 폰카로 찍는거라서요. ^^
진득하게 서서 사진만 찍고 있을 수는 없죠. ^^;;; 사실 일하다보면 사진찍어야 한다는 생각조차도 까먹게 됩니다.
그래서 사진 수도 많지 않고, 화질도 그닥................
하지만 글 속에서 분향소의 훈훈한 모습과 조문객들의 경건한 마음이 총천연색으로 떠올랐으면 하는 바람이네요.
연일 찾아주시는 조문객들로 인해 강남 분향소는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활기"라는 의미가 좀 가벼워보일 수도 있는데, 그런 가벼운 의미가 아니라
분향소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봐 주시면 되겠습니다.
다녀가시는 분들도 많고 분위기는 영결식날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점점 더 경건해지고 있기 때문에
강남촛불을 비롯한 자원봉사자들도 행동거지에 더더욱 조심하고 있습니다.
전면에 나서서 일을 할 때에는 물론 그러는 일이 없지만, 뒤에서 잠깐 쉬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하면서
혹시라도 풀어진 마음에 잡담하는 언성이 높아지거나 개인적인 대화를 하던 중 너무 심하게 웃는다거나.....
아무튼 무거운 마음 가지고 오신 조문객들이 실망하시거나 얼굴을 찌푸리시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더욱 조심하고 있어요.
"명물이 되었다"라고 말씀드렸던, 저희 대자보가 새끼를 쳤습니다. ^^
오른쪽이 바로 그 "새끼" 입니다. (응? -_-a) 조금 더 예쁘죠?
이건 단순히 그냥 현장의 "명물"이라던가 하는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오래 기다리고 계시는 조문객들에게 드리는 당부말씀이기도 하기 때문에
조문객들의 숫자가 점점 늘어나면서 부득이 이렇게 하나를 더 만들 수 밖에 없었네요.
조문객 인파는 점점 많아지고 있는 듯 합니다.
가장 많을 때는 두 시간씩 기다리셔야 함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자리를 지켰다가 끝내 분향이나 헌화를 하고 가시는
조문객들을 보고, 저희가 생각한 것은 한번에 분향이나 헌화를 하실 수 있는 인원을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사진으로 보셔도 그렇고 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천막 하나 정도의 크기인 강남 분향소는
그렇게 대인원이 한꺼번에 들어가기가 힘이 듭니다. 그래서 보통은 4~6분을 한번에 입장시켜드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는 두 줄, 여덟분 정도씩을 입장하실 수 있게 하고
분향을 마친 후 다시 되돌아 나오시면서 입장하는 분들과 뒤엉키지 않도록 측면으로 퇴장하실 수 있게
자원봉사자들이 신발을 옆으로 일일이 빼 드리기도 했죠.
물론, 조용하게 헌화나 분향을 하고 싶으신 분들은 말씀을 하시면 됩니다.
저희는 강제적으로 현장을 통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보다 많은 분들이 아쉬운 발길 돌리지 않고
뜻하신 대로 고인께 인사를 드릴 수 있게 해 드리고자 함입니다.
강남 분향소의 이야기가 여러번 기사로 나면서 항상 함께 회자되는 얘기가 바로
"노점상들도 자진 철수를 했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이게 그냥 훈훈한 수준에서 끝나는 얘기이면 좋겠지만 일단 노점상 분들의 입장에서는
불법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어쨌건 현실적으로 먹고 살 문제이기 때문에 오히려 저희가 죄송하고
그래서 더더욱 감사하는 마음을 몇 배로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어제 분향이나 헌화를 위해 강남대로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셨던 분들 중에는 바로 그 노점상 분들을 좀 보신 분들도 계실겁니다.
분향소가 며칠 계속되면서 아무래도 생업이시다보니 하나둘 잠깐 다시 나오시기도 했지만,
어제의 경우도 6번 출구 앞 통행이 혼잡해지면서 결국 자체적으로 다시 철수를 결심하셨습니다.
물론 어제 잠깐 나오셨던 노점상 분들 중에는 정장 단정하게 차려입고 좌판을 깔기 전에 조문부터 드리고 간 분들도 계셨고요.
그렇게 다시 돌아가시는 노점상 분들을 보니까 솔직히 마음이 좀 그렇더라구요.
"노점상들도 자진 철수를 해 주셨다"는 강남 분향소만의 훈훈한 일화가 그 분들께 족쇄가 되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혹시 한 두분 나와 있는 모습을 보시더라도, "어? 철수했다더니 왜 있지?"라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일은 없었으면 해요.
그리고 나서 잠시 후에 현장에 트럭 한 대가 도착했습니다.
이 지역 노점상 연합회 분들이 크고 작은 생수 1천병을 지원해주셨습니다.
이 물은 어제 기다리고 계시는 시민들께 거의 다 나누어 드렸습니다.
물론 온 국민이 하나되는 기간이기는 하지만 분향소 때문에 생업에 지장까지 받으실텐데 물까지 지원해주시고.....
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현장에는 크고 작은 지원 물품들이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소진되는 향이나 초, 물같은 물품들은 이제는 더 이상 지원해주지 않으셔도 충분할 정도로 모였습니다.
사진에 찍혀있던 향합의 크기가 너무 작다고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어느 시민께서 크기가 더 큰 향합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최초의 나무향합은 처음 분향소를 차릴 때 가서 저희가 사 왔던 것이거든요.
사실, 더 큰 향합도 있습니다.
어느 이벤트 회사를 운영하는 시민께서 주고 가셨다고 하는데요
故 정몽헌 회장의 빈소에서도 쓰였던 향합이라고 하는군요...... 쓰지 않을 때는 저희가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진을 굳이 찍기 위해 제가 꺼내놓은 것일 뿐...................
초도 종이컵에 꽂아 시민들이 들고 있을 수 있는 초 뿐 아니라, 빈소에 놓을 굵은 초까지..... 가지각색의 초가 지원되었습니다.
저희가 최초에 준비해서 시작했던 촛대가 현재
이렇게 된 상태............. 이제 얘네들도 좀 쉴 수 있게 되었군요. ^^;;;;
사람들이 많이 모이다보니 쓰레기가 많이 나오는 것도 필연적인 일인데요.
환경미화원 아저씨들께서 쓰레기 봉투를 이따만큼 주고 가셨습니다. 덕분에 쓰레기봉투 값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제가 모르는, 제가 찍지 못한, 제가 없는 사이에 들어온 시민들의 성원과 관심은 당연히 이루말할 수도 없구요. ^^
물품 만큼이나 자원봉사의 손길도 늘어나서,
어제 같은 경우에는 제가 모르는 얼굴들이 더 많을 정도였네요. ^^;;;;
덕분에 1인 다역을 해야했던 강남촛불의 손이 조금 줄었습니다.
물론 쉬라고 한다고 덥썩 쉬고 그런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죠. 일을 만들어서 합니다. ^^;;
자원봉사자가 많아지다보니까 저희끼리 급하게 매뉴얼도 만들어야 했습니다.
이와 같습니다. 자원봉사자에게도 희생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절대......
힘든 일 하시고 도와주시는 분들께서는 더 잘 드시면서 하셔야지요. ^^
제가 저 위, 지원물품 얘기하면서 하나를 빼 먹은게 바로 이 매뉴얼 아래쪽에 있네요 ^^
주변에 있는 중국어학원에서 방명록을 놓을 수 있는 책상을 기꺼이 빌려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분향소를 찾는 조문객들의 수가 많다보니
처음에 비해서 줄을 세우는 자원봉사자들도 많아지고
이렇게 중간중간 "선"도 많이 그어지고 있습니다만............
다시 한 번 말씀드리건대 억지로 통제하고자 함이 아니라 보다 많은 분들의 편의를 위해 협조를 부탁드리는 것이오니
혹시나 나이가 어린 자원봉사 학생들이 하는 협조에 잘 따라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물론, 노파심에서 하는 얘기입니다. 현장에서는 심지어 자원봉사자가 잠시 자리를 비웠음에도
알아서 4줄씩 다섯줄씩 맞춰서 줄을 당겨주시는 시민들의 놀라운 질서의식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방명록도 스무권을 훨씬 넘어갔습니다.
어젯밤에는 주변 문구센터의 방명록 씨가 다 말라서, 스케치북으로 대체하기도 했을 정도예요.
이 방명록은 미리 말씀드린 대로 봉하마을에 소중하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강남 분향소는 29일 새벽 3시까지 운영됩니다.
그래서 아마 오늘 저녁에는 마지막 조문객 인파가 꽃을 피울 것 같군요.
저희 나름대로는 비상입니다.
부디 끝까지 아쉬운 발걸음 없이 모두가 마지막 인사 제대로 드리고 가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추모기간은 국민들을 하나로 만들고 있는 듯 합니다.
꼭 어디가 좋고 어디가 나쁘고를 떠나서
"아닌 건 아니다"라는 공감대로 하나가 되고 있는 듯 하네요.
어제도 "너무 안타까워서 술 한잔 먹었다"고 하시던 어느 신사분께서
"나는 노무현 대통령보다 더한 보수이고 개인적으로 그의 정책이 맘에 안드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아주 싫었지만 그래도 나라를 위해 많은 일을 했고 고심을 했던 대통령임에는 분명하다.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노무현 대통령이 했던 정책에 대해 평가하라면 심하게 비판을 하겠지만
지금 이 기간 만큼은 그런걸 따질 때가 아니다. 정말 열심히 했던 대통령께서 돌아가신거다."
라고 하셨었는데요.
나중에 몇 시간 후 분향소에 가보니 그 분께서도 열심히 일을 도와주고 계시더군요.
개인적으로는 그 분께서 놓고 가신 것이 이런 것이 아닌가 싶어요.
요즘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놓고 여기저기서 말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그렇다 아니다 어느 한 쪽편을 들고자 하는것이 아니라 그 목소리가 너무 높아지는 나머지
바로 이런 모습....... 노무현 대통령의 마지막 메시지까지 덮이는 일만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가 "마지막"인지 "새로운 시작"인지는
남은 사람들에게 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