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승부의 세계에는 속임이 없어야 합니다. 승부에 존재하는 규칙이 공정성의 안전장치로 기능하는 하나의 약속이라면, 반칙은 그 약속의 당사자들을 속이는 일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물론 일종의 기만 행위 없이 승부에서 이기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그러려고 했다는 사실이나 그랬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밝혀진 경우, 특히 그런 행위를 통해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던 경우에는, 승부의 결과를 당장 바꿀 수는 없을지라도 승리를 통해 이득을 얻은 집단이 마땅히 사과하고 그에 걸맞는 행동을 취해야 합니다. 그 행위의 동기가 그 승부에서 승리하려는 집단의 의지가 아닌, '개인의 일탈'이었을지라도 말이죠.

저는 개인적으로 선수라는 말을 붙이기도 싫을 만큼 실망하긴 했습니다만, 최진행 선수가 어제 경기력 향상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이 밝혀졌죠. 물론 구단이 약물 복용을 '지시'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올해 한화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데에는 최진행 선수의 지분이 상당히 컸죠. 당장 팀내 OPS가 2위였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인' 약물 복용이 '팀'의 성적에 작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단의 대처가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구단의 입장에서야, 지시를 한 것이 아닌데다가 최진행 선수 본인도 (사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실수였다'라고 하고 있으니 그 정도로 대응을 한 것이겠죠. 리그의 징계가 끝나더라도 올해 안에는 콜업을 하지 않는다는 내부 지침이 있을지도 모르겠구요. 하지만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인 만큼, 최진행 선수가 올해 한화의 성적에 기여했다는 사실은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어찌 되었든 부정 행위의 수혜자가 된 것이 확실하고 최고 수준의 리그 징계도 가볍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최진행 선수의 약물 복용이 구단의 의도가 아니었음을 팬들과 리그에 '공식적으로' 보이는 방법은 '이번 시즌에는 최진행을 쓰지 않겠다'라고 천명하는 길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래서 말합니다. 최진행 선수에게 최소 이번 시즌 잔여 경기 출장 정지에 준하는 징계를 공식적으로 재심의해 주십시오. 만약 이와 관련된 공식적인 조치가 없다면 저는 앞으로 한화라는 구단을 응원하는 것을 그만두려 합니다. 떠난다는 말을 왜 이렇게도 쉽게 하냐구요? 그 암울했던 시절을 버텼는데도요? 오히려 그래서 떠나겠다는 말을 하는 것입니다. 저라고 좋아하고 아꼈던 팀을 저버리고 싶겠습니까. 류현진 선수가 10이닝 1실점을 하고도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던 순간, 한화의 개막 13연패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던 순간, 아시안 게임을 버텨낸 차기 에이스가 속절없이 무너지던 그 순간에도, 잠시 눈은 감았을지언정 고개는 돌리지 않았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요.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떠나지는 않았습니다.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기 시작하면서 정말 기뻤구요. 성적에 대한 시기? 김성근 감독님에 대한 비방? 모두 감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닌 건 아닌 겁니다. 최진행 선수가 밉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는 것은 최진행 선수가 미워서의 문제가 아닙니다. 최진행 선수가 약물을 했다는 것이 밝혀진 순간부터 한화가 얻은 성적은 약물로 얻어낸 성적이 됐습니다. 그것을 인정하고 그에 걸맞는 행동을 하는 것은, 응원하고 말고보다 더 위에 있는, 정의의 문제에요. 정의가 서지 않는 구단의 모습을 보고 리그의 선수들과 팬들은 무엇을 보고 배울 것이며, 하물며 저는 '부도덕한 팀을 응원한다'라는 자괴감 말고 무엇을 갖게 되겠습니까.

여전히, 한화를 응원하고 싶습니다. 결과가 좋지 못해도 어떻게 뒷바라지 하던 고시생 애인이 드디어 빛을 보나 했더니 바람을 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은, 그럼에도 계속해서 붙잡고 싶은, 그런 기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정정당당한 승부를 팬들에게 보여주겠다는 약속을, 그리고 그 약속에 걸맞는 행동을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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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흔한 프로야구팬이자 엘지팬임을 미리 밝혀드립니다. 세컨응원팀은 막내 KT입니다.
저는 이상하게도 프로야구에서 강팀보단 약팀을 응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삼성, 두산, 넥센 같이 계속 잘해오는 팀보다는
롯데, 기아, 한화 같이 계속 성적이 좀 안좋은팀을 응원하는 마음을 가지게 됩니다.

특히, 한화처럼 근래 성적이 계속 너무 안좋았던 팀이 김성근 감독님을 어렵게 선임하여
성적을 잘내고 있는걸 보니 한화팬도 아닌데 왠지 모르게 응원하게 되었습니다.
엘지가 죽쓰고 있어서 그런지 엘지가 못가면 한화가 5강가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길 바랬습니다.
김성근 감독님도 엘지와 인연이 있기때문에, 많은 엘지팬들 역시 그러시겠지만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전 정찬헌 음주운전으로 3개월 징계 먹었을때, 3개월 지나고 나오는게 아니라 2015년 못나왔으면 했습니다.
올시즌 야구경기에서 얼굴 비치지 말고 운동장에서 반성하면서 훈련이나 열심히 했으면 합니다.
아마도 많은 한화팬분들도 같은 마음일거라고 생각됩니다. 오래만에 좋은 성적 나와서 가을야구 할수도 모르는데
최진행선수가 30경기 지나고 바로 경기투입되면 가을야구 의미가 많이 퇴색될꺼 같습니다.


제가 한화팬은 아니지만, 김성근감독님과 한화를 응원하고 프로야구 팬으로서
많은 한화팬들을 위해서 한번 더 신중하게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