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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6/16 20:50
드라마는 일단 작가(들)이 거기서 거기인데다가, 요즘 처럼 공장형 쪽대본으로 드라마찍는 상황에서는 온갖 오마주에 표절급 대사에 드립이 난문하지만 아무도 그것을 예술작품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그냥 유야무야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예능 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플랫폼이 상당히 유사할 경우 표절 논란이 종종 생기기도 합니다만.. 일단 대중들에게는 드라마에 있어 드라마는 소비 대상이지, 가치를 exclusively 보존해야 하는 표절로 부터 보호받아야 된다는 대상이라는 개념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15/06/16 20:54
사실 제가 보았을 때에도 신경숙의 글의 재미는 예전 작품이 훨씬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풍금이 있던 자리나, 외딴 방 같은 것이요. 최..근작이라고 해봐야 리진? 정도까지는 볼만 하더군요.
15/06/16 20:58
풍금이 있던 자리, 외딴 방,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등이 저도 좋아하는 작품이었는데, 이 작품들도 표절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니 좀 허무해지네요.
15/06/16 20:49
이 글에 나온 바대로라면 , 신경숙씨의 행위는 분명 표절입니다. 반박할 수가 없을 정도로요. 물론 문학계라는 것이 참 고여있고, 문제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 싫어하는 쪽이라서 조용히 있을 것 같긴 합니다..22
15/06/16 20:51
이번에도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조금씩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진 젊은 작가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15/06/16 20:53
무협지는 하도 온갖 오마주에 닳고 닳은 의성어에 의태어야 주인공 이름까지 똑같은 경우도 많고, 실제 지명과 문파들까지 똑같은 경우가 많아서, 그냥 스킵하렵니다..
15/06/16 20:57
동감입니다. 더구나 미시마 유키오는 대표적인 일본의 군국주의기반 작가인데, 표절해도 하필 그런 작가의 그런 작품을 표절하다니요...
15/06/16 21:07
문학 작품의 스펙트럼이 넓어 보일지는 모르겠는데, 그의 삶 자체가 극우중에서도 극단적인 덴노주의자인데다가 사설 군조직까지 만들고 운영하는 등의 행위를 보면 문학 작품의 큰 주제의식에는 군국주의가 스며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음마저도 자위대 본부에 난입하여 쿠데타를 선동하는 등의 연설 후에 행한 할복이었잖습니까.
15/06/16 21:10
음 제가 알기로는 오히려 미시마 유키오의 일부, 특히 초기 문학 스펙트럼은 굉장히 반제국주의적, 반군국주의적 색채가 강한 작가였다고 알고 있는데 아닌가요?? 결국 그러한 내면적인 미의식에 대한 탐구의 실패로 인해 반동적으로 군국주의에 휩쓸리게 되었다.. 요렇게 풀이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던데..
15/06/16 21:13
그게 좀 여러 설이 있는 것이, 성인이 되기 전의 미시마는 병약한 체질이라 (심지어 2차대전 때 신검에서 탈락할 정도로...), 군에 몸담고 싶어도 담을 수 없는 처지를 비관하여 그것의 안티테제를 신봉하다가 (그래서 내면의 아름다움에 초점을 맞추고 탐미주의에 빠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금각사 같은 작품들이 그렇죠), 몸을 좀 만들고 나서는 (보디빌딩?) 완전히 극우주의자로 돌아섰죠. 그런 전후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15/06/16 21:15
아하.. 그렇게 보면 어쩌면 미시마 유키오란 인물의 기저 의식에는 결국 언제나 제국주의적 가치관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15/06/16 21:18
평생 천황을 위해 자결하지 못한 것을 천추의 한으로 삼을 정도였으니까요. 그 사람의 삶 자체만 놓고 보면 정말 흠좀무가 따로 없습니다.
15/06/16 21:19
2차대전 신검은 사실 본인이 구라쳐서 빠진 거였고, 나중에 군국주의로 사상이 경도되면서 본인이 거기에 대한 컴플렉스가 어마어마했었죠.
보디빌딩을 통해 몸을 불리기 이전의 미시마 유키오의 문학세계와, 그 이후의 문학세계는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여겨질 정도로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 상황이라 사실 금각사나 가면의 고백 같은 초,중기 작품은 문학적인 의미도 크고 조명할 가치도 있다고 봅니다. 일본 사회에 BDSM의 가치를 전파한 건 덤으로 치고요 크크
15/06/16 21:33
구라를 쳤든지 집안의 백을 썼든지, 하여튼 면제 자체가 그에게는 일생에 있어 컴플렉스로 작용했을 것이라 봅니다. 보디빌딩 전후 확실히 작품 세계가 달라져서 모르는 사람이 보면 서로 다른 작가라 오해할 정도라고들 하죠. 병약했던 시절에 썼던 '파도소리'를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만, 그 이후의 작품도 주제 의식만 빼놓고 보면 표현의 유려함, 인물에 대한 극도로 세밀한 묘사, 플롯을 이끌고 가는 묵직한 힘은 문학적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15/06/16 20:59
다른 소설들은 읽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읽고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떠올리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처음에 읽었을 땐 표절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와 패트릭 모디아노의 위상을 생각해보면 그걸 대놓고 베끼는 간 큰 짓(?)을 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마쥬의 느낌이 오히려 더 강하다고 봅니다. 저도 '기차는 7시에 떠나네'를 읽고 꽤 실망해서 '엄마를 부탁해'를 읽기 전까지 꽤 오랫동안 신경숙 작가작품을 읽지 않았었네요. '외딴방'이랑 '깊은 슬픔'읽고 참 좋았어서 정말 몇 번을 읽었는지 셀 수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말이죠.
15/06/16 21:03
패트릭 모디아노의 경우 오마쥬로 볼 수도 있겠지만, 동시대 동료인 윤대녕 작품 표절에 관한 의혹은 여전히 좀 걸립니다. 모디아노 역시 비평에 따라서는 충분히 표절로 볼 수도 있고요.
15/06/16 21:09
동의합니다. 원작에 대한 표절만큼이나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이 번역된 표현, 특히 우리나라말로 옮기기 어려운 부분을 유려하게 옮긴 기가막힌 표현 들에 대한 저작권 정리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15/06/16 21:10
그렇게 볼 수도 있겠습니다만, 문장 배치도 그렇고, 구조도 그렇고, 전체적 맥락도 그렇고, 우연히 여러번 겹쳐서 나올 표현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겠네요.
15/06/16 21:07
저도 좋아하던 작가이긴 하지만 사실 꽤 예전부터 이런저런 얘기가 많긴 했습니다.
외딴방에서도 무단인용 얘기도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15/06/16 21:14
궁금한 부분은, 저렇게 단락채로 베끼는 것은 오마쥬로 거의 인정을 못 받는 것이겠죠?
이 경우, 인용표시를 적절히 한다고 해도, 문단에서 허용될지 미지수네요. 예술 작품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인용 역시 몇몇 대사 정도에서 허용되지 않을까요.
15/06/16 21:17
그 부분이 이응준씨가 가장 걱정하는 부분이 아닌가 합니다. 이미 신경숙씨는 비판의 칼날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성역에 들어간 것일까요?
15/06/16 21:25
성역이라기보단 결국 표절에 제일 민감해야할 계층이 소비층이어야하는데 그 소비계층이 너무 얇은게 문제죠. 그러다보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계층은 더 얇아지고, 언론또한 읽어서 팔리는 기사를 내야하는데 한국문단의 인기란 정말 처참한 수준이니 왕창 기사를 써서 공론화하기도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차라리 무라카미 하루키가 표절했다하면 그게 더 크게 이슈가 될 정도라고 봅니다. 그러다보면 결국 한국 문단에서 신경숙씨가 가지는 파워와 좁디좁은 업계인맥을 생각한다면 심각해져봤자 찻잔 안의 태풍에 그칠지도 모르구요.
15/06/16 21:30
얇은 소비층의 문제에 공감합니다. 소비층도 그렇지만, 문단과 평론가들도 좀 객관적으로 판단할 것은 판단하고 비평할 것은 비평했으면 좋겠는데, 걱정이 먼저 앞서는 것을 보면 이번에도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크네요.
15/06/16 21:16
제 2의 빙의신녀가 나오는 걸까요.
뭐 이수영의 경우는 표절의혹이 제기됐을 때 대처가 정말 어이없는 수준이어서 빙의신녀 라는 닉넴을 얻었지만... 신경숙도 유야무야 넘어가려고 한다면 제 2의 빙의신녀라고 불러도 문제 없겠네요.
15/06/17 00:39
<지상의 노래> 쓴 이승우 씨도 심사평까지 썼던 작품을 도용했다는 표절 논란이 있었지요. 물론 조경란만큼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대담한 표절은 아니고 소설의 5장 중 한 장을 참고한 수준이어서 유야무야 되고 동인문학상까지 받았지만. 저는 작가들이 심사위원을 하면서 패기 있고 젊은작가들을 키워내겠다는 사명감을 갖기보다는 자신들의 아이디어 고갈을 신선한 젊은 작가들의 그것에서 채우려고 한다는 것이 매우 심각한 도의적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혐의를 받는 작가들은 심사위원으로서의 자격이 없으므로 어떤 심사에서도 제외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15/06/16 21:34
신경숙씨가 추구하는 문체 자체가 짧고 간결합입니다. (간혹 꼬이고 꼬인 문장을 쓰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그런 성향의 작가가 저렇게 탐스러운 문장을 보면 욕심이 날법도 합니다. 그래도 창작자로서는 참아야 옳은 것이죠.
15/06/16 21:43
한백림 표절때보면 장면을 통째로 뺏기는 사례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에서 내리는장면전체를 거의 유사하게 뺏겼죠.
물론 자유인바람님이 말씀하시고자하는바는 저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15/06/16 21:36
원래 글이란게 약간 말문이 터지는 거랑 비슷해요.
어떻게 시작해서 어떻게 진행할지가 초반 한두문장 제대로 쓰면 술술 써지는거고 안써진다는 얘긴 그 시작이 안되니깐 으아아아 하면서 고민한단 얘기라... '시작이 반이다'란 말을 떠올리시면 쉽습니다. 저런 식으로 '어떻게 얘기를 풀어갈까'를 쉽게 넘겨버리는 거죠. 시작만 하면 그 페이지, 혹은 단락을 슥슥 써내려가는건 저 정도 경력의 작가에게는 꽤나 쉬운 작업입니다.
15/06/17 00:20
겉보기에는 저 짧은 문장들이 베낀 것의 전부인 듯 보이지만, 실은 작가가 글을 쓸 때 어떤 문장의 결과 정서, 분위기, 톤을 가져가느냐를 결정 짓는 것이 상당히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저런 문장들을 통으로 가져왔다는 것은 실은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의식이나 정서, 적어도 그 문장을 포함한 앞뒤 맥락의 몇 페이지의 톤 정도는 함께 끌어온 것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드러난 것이 저 정도일 뿐, 실은 단순히 몇 문장 참고한 수준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물론 그렇다 할지라도 저렇게 복붙 수준으로 가져다 쓰는 용기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15/06/16 21:46
신경숙급이면 오히려 표절의 피해자가 되어야 정상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본인도 문체에 대한 고민을 거듭한 각고의 노력의 산물을 많이 쏟아 내었구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15/06/17 10:23
문체를 가다듬기 위해 필사를 엄청나게 한 스타일 때문에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거야 왜 그랬을까 좀 이해해보려는 측면에서 생각해볼 법한 이야기고...
근본적으로는 달라지는게 없고, 이쯤되면 그 동안 읽었던 게 짜깁기가 아닌가 다른 표절은 없는가도 의문이 드는 거죠.
15/06/17 01:14
팬인 정도가 아니라 제 기준에서는 '가장 좋아하는 문장을 쓰는 작가'였고, 무수한 작가들의 글을 보면서 작가가 되고싶다는 열망을 갖고있다가 신경숙의 문장을 보고 '난 죽었다가 깨어나도 이렇게는 못 쓴다'는 생각이 들어 가볍게 전업작가의 꿈을 접게해준 작가였습니다. 다른 작가들은 끌리면 읽었다면 신경숙은 의무적으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거네요.
암스트롱의 약물 이후로 가장 힘드네요. 저에게 힘든 시절을 버티게 해준 두 명의 영웅이 이렇게 스스로의 영광을 무너뜨리며 바스라져 버리다니...
15/06/17 10:31
우연의 일치인지 저도 암스트롱 팬이었다가 약물스캔들에 충격 받아서 한동한 헐~모드로 지냈던 적이 있었죠. pgr에 관련된 글을 올리기도 했었습니다. 신경숙씨는 아직 암스트롱급의 스캔들까지는 아닌 것 같으니, 조금 더 지켜보시고요...
15/06/16 22:15
사실 여부는 더욱 권위있는 분들의 판단으로 남겨야겠지만 일반인인 제가 보기에 의혹의 농도가 짙어보입니다. 본문을 읽어보니 어째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 분위기인 듯 보이기도 하네요. 습작 시절의 실수도 아니고 이름의 무게가 남다른 분으로 알고 있는데 많이 당황스럽고 씁쓸합니다.
15/06/17 00:09
저를 포함해 일반적인 독자들도 아마 비슷한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이응준씨는 작가로서의 文名은 거의 내던지다시피 하면서 비평을 쓰신 것 같습니다. 이응준씨가 방울을 달았다면, 누군가 응답해야겠죠.
15/06/16 22:16
이응준이 순문학에서 벗어나서 요새 좀 대중적 소설쪽이나 영화 관련 일하니 총대맨거죠. 순문학만 하면 아마 당장 밥줄 끊길거에요. 아마 이제 순문학에서 평단의 평가는 반쯤 포기한거 같네요....이런 각오와 용기가 없으면 저격이 불가능한 현실.....
15/06/16 22:20
이응준 소설을 제가 고1때부터 많이 읽었거든요 전역하고 나서는 거의 이응준의 모든 출간된 책을 다볼 정도였는데 내 연애의 모든것 보고 스타일이 확 달라져서 그건 완독못헀어요.. 국가의사생활도요 이 두개는 못 보겠더라고요
15/06/16 22:18
찾아보니 이런 것도 있더군요. 장 자크 아노의 영화로 더 익숙한 뒤라스의 연인에서, 백인 소녀가 망설이는 동양인 남자에게 자신의 처녀성을 가져가 달라고 요구하는 장면이 있죠. 관계가 끝나고 나선남자가 소녀의 몸을 닦아주는. 이 장면을 표절했다는 의혹도 있네요
@ 신경숙의 "딸기밭" 중 : "너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를 사랑한다"고 그 남자는 말한다....(중략)....처녀는 그 남자를 쳐다본다. 자신을 안아보라고 한다. 창고 안으로 들어와서 처음으로 하는 다정한 말이다. 남자는 떨고 있다. 처녀는 스스로 자신의 원피스를 벗어버린다. 손에 들려진 원피스를 흰 종이가 쌓여 있는 어두운 창고 바닥에 던져버린다. 그 남다의 떨고 잇는 손을 끌어다가 원피스 안에 입고 있던 의 면 속치마 끈에 대준다. 그 남자의 손이 스르륵 떨어져 내린다. 그는 울고 있다. 고개를 들지도 못하고 있다....(중략)....처녀는 자신이 그남자를 갈망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거라고.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누구나 하는 일일 뿐이라고. 남자는 눈물을 그치고, "나는 아무래도 못 하겠어." 고개를 떨군다. 처녀는 야전 침대에 무릎을 꿇고 그 남자의 옷을 벗긴다. 셔츠 속에서 드러나는 부드럽고 연한 속살. 그 남자의 얼굴선이 니자치게 접근 금지의 표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반작용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은 어린아이 같은 속살. 열일곱이란 나이로부터 성장이 멈춰버릴 듯한 야윈 몸이 생존 본능처럼 지닌 부드러움. 처녀는 그만 울어버린다....(중략)....아차하며 그들은 쾌락에 젖어든다. 몸에 돋은 가시는 서로의 몸 속으로 들어가 박힌다. 처녀는 자신이 하혈을 하고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제 몸의 가시를 남자의 피부 깊숙이 박고 있다. 피가 묻은 그 남자가 하혈을 닦아주며 처녀를 다시 끌어안는다. @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연인" 중 : 그녀는 그에게 말한다. 차라리 당신이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좋겠어요. 비록 당신이 저를 사랑하더라도 당신은 평소에 다른 여자들에게 했던 것처럼 저에게 그렇게 대해 주셨으면 해요. 그는 겁에 징린 사람처럼 그녀를 쳐다보며 묻는다. 당신이 원하는 게 고작 그거요? 그녀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그는 그 방에서 최초로 괴로워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 점에 관해서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그녀가 자기를 결코 사랑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그가 말하게 내버려둔다. 그녀는 자신도 잘 모르겠노라고 말하고 나서, 잠자코 그의 말을 듣는다. 그는 외롭다고 말한다. 그녀에 대한 사랑으로 사무치게 외롭다고. 그녀는 자신도 외롭기는 마찬가지라고 그에게 말한다. 당신은 어느 누구에게나 그러듯이 이곳까지 나를 따라왔군요. 그녀는 그건 자신도 알 수 없는 일이며, 아직 누구의 방에까지 따라가 본 적은 없다고 대답한다.. 그녀는 말은 필요없고 그가 평소에 그의 방으로 끌어들인 뭇여자들에게 했던 것과 같은 행위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그에게 말한다. 그녀는 제발 다른 사람한테 할 때처럼 해달라고 그에게 애원한다. 그는 원피스를 잡아뜯듯이 거칠게 벗겨내 팽개치고 나서, 흰색 면 속치마를 벗기고....(중략)....그녀는 자기가 하고 싶어라는 짓이니까 내버려두라고 그에게 말한다.....(중략).....그의 살결은 사치스러울 정도로 부드럽다. 몸뚱이. 몸은 말랐고, 근육도 없고, 힘도 없고, 마치 병자이거나 회복기의 환자 같다. 그는 몸에 털도 없고, 남근을 제하고는 남성다운 데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는 몹시 허약해서 어떤 모욕을 당해도 병자처럼 당하고만 있을 것 같다....(중략)....그는 울면서 그 짓을 한다. 처음에는 통증뿐이다. 그리고나서 그 통증은 누그러들면서, 변하여, 천천히 뿌리 뽑히고, 쾌락으로 이어져서 그녀를 감싼다....(중략)...나는 피가 흐르고 있는 것도 모르고 있었다. 그는 내게 아프냐고 묻는다. 나는 아니라고 말한다. 그는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그는 피를 닦고, 나의 것도 닦아준다......
15/06/16 23:52
생생한 느낌은 뒤마원작이 더 강하네요. 신경숙작은 좀 군더더기가 붙은 느낌입니다. 발췌하신 부분 역시 표절의혹을 받을 만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15/06/16 22:20
글 쓰다 보면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의 문체를 저도 모르게 흉내 내는 경우도 생기죠...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항상 정신 차리고 있어야 하는 거고요. 오마주라고 빠져나갈 궁리를 할 것 같네요. 전 장르판, 그중에서도 걸핏하면 표절 문제가 생기는 로맨스 판에서 10년을 있었지만 오마주와 표절의 경계를 짓지 못하겠어요. 비뚤어진 팬심도 있었고요...
15/06/16 23:09
언젠가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다른 사람을 따라하고 있다는 걸 대놓고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패러디고, 은근슬쩍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오마쥬고, 아무도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표절이라고 하더군요 흐흐
15/06/16 23:19
그러게 말이에요. 사실 저 정도로 좋은 문장만 봤다 하면 상습적으로 훔쳐가는 사람 같은 경우는 실제 물건을 훔치는 도벽이랑도 비슷하다고 봐요.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왜 그걸? 싶은 것도 못 견디고 슥슥 품에 넣으니...ㅠ
15/06/16 23:56
대부분 오마쥬와 표절의 경계에서 논란이 생겨나는데, 작가가 생각하는 '은근슬쩍'과 팬덤이 생각하는 '은근슬쩍'과 중립적 독자가 느끼는 '은근슬쩍'이 무척이나 다릅니다. 대부분 팬덤이 쉴드를 치죠. 이건 오마쥬로 보는 것이 맞다. 왜냐하면 우리가 보기에는 '은근슬쩍'이니까. 그렇지만 무작위 독자가 보기에는 그 느낌이 늘 일치하는 것이 아니니...이런 경우는 작가가 나서서 '이것은 오마쥬로 봐줬으면 한다' 정도의 멘트만 날려줘도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데, 신경숙씨는 반대로 표절 의혹에 대해 극구 부인하는데다가, 오히려 문학을 이해못하는 사람들로 취급해 버리니 그간 불만들이 쌓이고 쌓였던 것이죠.
15/06/16 22:23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올라갔음 좋겠습니다.
빈지노도 얼마전에 표절로 걸렸죠. http://m.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167551 이 건을 보면 저작권이 아예 넘어가게 되었죠. 이런거 보면 저작권을 우습게 아는구나 싶습니다.
15/06/16 23:09
원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습니다. 표절은 원작자에게 credit을 돌려준다고 해서 해결 될 문제가 아닙니다. 초판 출간 당시 본인이 무단 도용을 한 시점부터 이미 그것은 표절이고 도둑질인겁니다. 누군가의 돈을 훔쳐서 그 돈으로 장사를 해 자기는 이미 큰 부자가 되어놓고 남들이 자본금의 출처를 캐묻고 그 돈이 실은 훔친 돈이 아니냐고 묻고 나서야 '이제 그 돈 돌려줄테니 된 것 아니냐?' 라고 한다고 그 범죄가 사해진답니까?
그리고 링크된 본문에서도 나왔듯이 그 부군되시는 분께서 행한 가혹한 표절작가에 대한 응징과 퇴출이 신경숙씨에게만 예외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당신들이 남들에게 적용한 기준대로 당신들도 그 기준의 적용을 받아야죠. 전 오히려 문학계의 일신과 정화를 위해 다소 무리라고 여겨질 수도 있지만 과감하게 퇴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걱정되는 건 그동안 이런 행동을 수차례 행해왔음을 알고도 지속적으로 이런 의혹을 회피하려고 한 신경숙 본인이 도리어 이런 표절에 대해 당당하게 '별거 아니지 않냐'는 염치없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고 이로 인해 의혹을 제기한 고발자가 피해를 당할수도 있다는 점이죠.
15/06/17 00:01
제 글이 약간 오해를 불러 일으켜 드린 것 같습니다. 면죄부를 주자는 의미는 전혀 없었고, 일단 그것을 시인하고 제대로 누구의 글이 었는지 독자들에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었고, 그것은 기본중의 기본이라는 의미에서 의견을 피력한 것이었습니다. 심한 경우라면 민사소송을 해서라도 제대로 금전적인 배상까지 해야겠죠. 비평의 대상에 성역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에는 100% 공감합니다.
15/06/16 23:15
이러니 저러니 해도 표절은 표절이죠.
개인적으로 신경숙의 문학적 가치는 딸과 엄마, 시골의 고전적 한국 어머니상과 도회로 나간 어린 딸이 대비되는 극적지점 그 감수성을 극대화하고 살려낸 자기체험에 있다고 봅니다. 그것이 총집합 된 것이 엄마를 부탁해라는 소설이었고... 어찌보면 표절로 의심되는 부분들, 작품들은 솔직히 말하면 신경숙을 관통하는 큰 주제에서 떨어져있는 것들, 지엽적인 것들이라서 이런 것 때문에 신경숙이라는 작가가 폄훼되어야하는 상황이 참 안타깝긴 하네요. 작가 본인이 밝혔듯이 공장에서 일하며 틈틈히 필사작업을 통해 소설을 배우고 익혔던 그 시간들이 독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헐리웃 키드의 생애처럼 그저 본인안에 각인되어버린 것이 아닌지... 미시마 유키오라는 한 작가에 대해 집중적으로 표절의심이 나오는 것도 그렇고... 그나저나 이건 사실 비밀도 아니었고 엄청 오래된 이야기인데 이제와서 다시 환기되니 신기하긴 하네요. 전설 저건 10년도 훨씬 전에 문제되었던 걸로 아는데...남진우의 감싸기가 오히려 문제를 더 키운 느낌... 386세대의 작가중에서는 특이하게 먹물이 덜 묻었기(묻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 세대 작가들이 일종의 빚의식처럼 끝없이 다루던 광주나 민주화운동 등에서 동떨어져 애틋한 '모녀'간의 관계, 그리고 자격지심 많은 사랑이야기 등 끝없이 자기 안으로 침잠해 들어간, 개인에 집중된 주제를 감수성을 자극하는 문체로 풀어내는 그 특별함이 좋아서 한때 참 좋아했던 작간데... 솔직히 저 전설이라는 작품은 아마 이상문학상 받을때 자기 추천작으로 해서 같이 싣기도 했던 패기가 신기했었.... 덧글 쓰다보니 왠지 모르게 근혜체 수준으로 문장이 이상한데 그냥 유행이니까 안 고치고 올려봅니다.
15/06/17 00:08
글의 의미를 다 이해하였으므로 아직 근혜체를 따라가시려면 10년은 멀었구요 (크크크),
'엄마를 부탁해' 같은 좋은 작품을 남긴 작가가 뭣하러 몇 문장, 몇 단락 베껴서 그나마 자신의 문체와 어울리지도 않는 형식으로 끼워 넣어서, 스스로의 문학성에 해를 입혔는지 의문입니다. 동년배 동시대 문학적 동지들의 직무 유기도 한 몫한다고 봅니다.
15/06/17 00:09
폄훼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외딴방'은 좋아하지만 '깊은 슬픔'읽고 작가의 얇고 뻔한 서정성에 매우 실망했고, 그 뒤로 안보긴 했습니다만.
'전설'뿐 아니라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작품들이 한두작품이 아니던데 이런 것을 두루뭉실 넘기는 데서 오는 해악이 신경숙이라는 작가에 대한 폄훼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미시마 유키오의 군국주의적 성향에 주목해 그의 문장을 베꼈다는 것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충분히 지엽적이지만요. 지적된 사례들을 보니 무의식적으로 각인돼 나올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보이네요. 조사 하나, 문장 하나하나의 호흡까지도 다 계산하면서 쓰는건데.. 이것역시 지엽적인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요. 특히, 신경숙같이 서사 위주가 아닌 문장으로 승부보는 작가는 더욱 그러합니다. 여하간 조경란도 신춘문예 심사작을 베꼈다질 않나... 참내. 김윤식 평론가 표절 문제 제기될 때도 유야무야 넘어가길래 그뒤로는 한국문학에 관심가질 맛이 안났는데 툭하면 노벨문학상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한심합니다.
15/06/17 00:22
아.. 개인적으론 엄마를 부탁해가 매우 전근대적인 사유에서 나온 소설이라 생각해요.
결론이 결국 엄마니까 다 용서하고 자식에게 축복하고 떠난다는 어머니의 신화를 극대화한!!! 그 전부터 알맹이없는 오정희 카피라고 생각했는데 그 소설에서 완전 실망해서 다신 소설 읽은적이 없었죠...
15/06/16 23:19
사실 저는 1, 2 부분만으로는 이것이 표절이라고 단정지을 수 있다고 생각되지가 않는데요..
남편이 문학평론가라고 해도 아내의 표절시비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은 그게 당연하고 오히려 공식입장을 내는 쪽이 더 부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15/06/16 23:58
부분 비교기 때문에 맥락과 주제까지 같이 봐야한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조금 더 문학성에 대한 분석을 더 잘 하는 전문가가 나서줬으면 하는데, 누가 그럴지 일단 의문이네요. 남진우 교수의 그간의 행적을 보면 표절 의혹을 받는 작가들을 대차게 깐 전례가 있습니다. 워낙에 그런쪽으로 잘 하는 분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정작 자신의 아내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우리 나라 문단의 중견 이상급 체급을 가진 작가를 비평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것은 가족을 떠나 좀 공정치 못한 것 같습니다. 물론 팔이 안으로 굽을 테니, 완전히 객관적일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비평가의 의무에서 비평가를 해방시켜주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합니다.
15/06/17 00:13
문단에서 권위를 가진 문학평론가로서 아내의 표절 의혹을 제기하기 어려웠다면 다른 사례에 대해서도 조용히 닥치고 있는 게 그나마 양심적인 일 아니었을까요? 아니, 문학평론하지 말아야죠. 그런 식으로 평론 활동할거면 말이죠.
일례로 입학사정관이나 해당학교 교수가 다른 사람들의 입시 비리에는 불을 켜면서 자기 자식의 부당한 특례 입학에는 입을 다문다면 그게 적절한 일일까요??
15/06/17 01:14
이인화처럼 혼성모방이었다고 주장한다면?
학부시절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를 읽고 뭔가 이상해 부랴부랴 콜린 윌슨의 아웃사이더의 한 구절을 찾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나네요. 그 후로 한달이나 지나서 비평계에 표절 논란이 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한국 문단의 현 주소. 윤대녕의 천지간이 이상 문학상 수상한 이후로는 한국 문학은 박민규..외엔 읽지 않았는데(김언수는 제외...후배라서) 문학판 여전하군요.
15/06/17 05:53
삼미슈퍼스타.. 의 박민규요?
그사람도 표절 작가 아닌가요? 삼미..를 재미있게 읽은 후에 표절의 대상이 된 기사를 알게 되고, 몹시 실망해서 책도 남 줘버렸었는데 이렇게 표절의 반대급부로 비춰지는 뉘앙스의 말씀을 들으니 궁금하네요. 삼미 슈퍼스타즈에 대한 문제 해결이 있었는지요?
15/06/17 09:34
박민규 작가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표절 논란에 관한 내용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굉장히 궁금하네요. 여기서 처음 접한 내용이라서요.
15/06/17 23:11
에구 제가 리플을 이제 확인했네요;
저도 삼미를 재미있게 읽은 만큼 배신감이 심했던지라.. 표절 논란에서 벗어나기 힘든 작가이긴 하죠 ㅠ
15/06/17 02:02
정작 남진우가 시비 걸었다는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 길의 로브그리예 표절 의혹은 장르의 유사성과 작중 의도 정도를 표절이라고 이야기한 어이없는 시비였죠(예컨대 모든 학원폭력물은 비슷한 소재를 다루기에 상호 표절이라는 식의). 그 당시도 변변한 근거를 대지 못한다고 비판을 받았던 남진우의 시비인데 이제 와 기억되는 건 하일지 소설의 표절 논란일 뿐이니 부부가 쌍으로 구린 구석이 있지요. 신경숙 표절이야 예전부터 유명했구요.
그동안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나 하일지의 경마장 가는 길에 들러붙던 표절 의혹은 진짜 가당찮은 수준이지만 신경숙의 경우 표절 맞습니다. 본인이 뒤늦게 밝혀진 후에야 참고했다는 식의 변명을 하기도 했고요(앞서 빙의신녀 이야기 나오던데 표절 의혹에 있어서도 신경숙은 이수영보다 훨씬 선배죠. 이수영이 데뷔할 즈음부터 표절을 시작했으니). 위에 이승우 지상의 노래에 대한 표절 시비를 말씀하시는 분이 있는데 제가 생각하기로 미용실이라는 소재에 대한 성적 접근이란 점에선 유사성이 있으나 어디까지나 소재 차원이기에 말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습니다. 막말로 (별로 그랬을 거 같지 않지만)이승우가 보고 썼다고 한들, 참고면 몰라도 표절이라고 하기는 난감하거든요. 소재와 연상의 유사성은, 무엇보다 전체 소설 중 일부 설정과 구절의 그것은 사실 직접적인 비교관계가 될 수 없는 작품들 사이에서도 곧잘 나타나는 부분이거니와 이미 그 자체가 일종의 클리셰로 고착화된 경우도 빈번하니까요. 허나 그 소재와 연상의 유사성이 구체적인 표현과 어휘, 문장의 차원으로까지 나아가 실현됐다면 표절 시비는 시비가 아니라 표절이 되고 맙니다. 문학은 의도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서 자신의 존재 근거를 증명하는 매체이니 의도와 연상이야 유사한들 그 표현방법/수단에서 차이가 있다면 얼마든지 정당화할 여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표현 방식이 유사하다면 달리 볼 여지가 없죠. 수단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방법론이 문장이며, 가장 구체적이며 즉물적인 영역이기도 하니까요.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은 소재와 주제, 전개 방식 등 여러 측면에서 마르케즈의 백년의 고독을 떠올리게 합니다만(전체 소설의 공통 분모로만 친다면 위의 신경숙과 그녀가 표절한 작품의 작가 이상으로 아옌데와 마르케즈의 그것이 클 겁니다) 누구도 아옌데가 마르케즈를 표절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저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았다고 말할 뿐이고, 딱히 마르케즈가 건드린 지점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게 아쉬움으로 지적될 뿐이고요. 이문열, 하일지 다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이 둘은 자기 나름대로 문학적인 심화와 발전까지 보였으니 평가 차원에서도 아쉬울 게 없지요. 그러나 의도와 연상이 가장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표현과 문장의 차원이라면 달리 말할 여지가 없습니다. 전체 작품이 아니라 특정 문단이라고 해도 마찬가지고요. 표절은 이 작품과 저 작품이 얼마나 유사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유사하냐의 문제이며, 신경숙은 여기에 완벽히 부합합니다.
15/06/17 04:23
혹시 <허물>과 <지상의 노래>를 둘다 읽어보셨는지요. 단순히 미용실이라는 성적 접근의 유사성에 대한 논의라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른 해석이 가능하겠으나 두 작품을 다 읽어본 저로서는, 설정이나 표현에서 단순히 유사성으로 넘어가기에는 미심쩍은 부분들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허물>에서 영국 토니앤가이에서 공부하고 온 2000년대의 마사지숍까지 딸린 강남의 미용실을 묘사한 장면이 있는데, 미장원 수준의 영업을 했을 1970년대로 가정되는 <지상의 노래>에서도 시대 고증이 덜 된 듯한, 영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와 마사지숍이 달린 미용실을 운영하는 원장 이야기가 나옵니다. <허물>에서 미용실을 전전하며 기술을 배우는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 미용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데 <지상의 노래>에서도 남자 주인공이 누이를 찾는다는 명목으로 미용실을 전전하다가 예쁘장하게 생긴 남자 미용사를 보고 미용사가 되기로 결심하지요. 그런데 저는 누이를 찾기 위해 전국의 미용실을 돌아다니던 주인공이 갑자기 미용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이 다소 개연성이 없다고 느꼈는데, 왜냐하면 누이를 찾기 위해 전국의 미용실을 돌아다녀야 하는 주인공이 한 장소에 상당히 오래 머물 수밖에 없는 미용사가 되기로 했다는 것이 어딘가 앞뒤가 맞지 않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신경숙의 그것처럼 노골적으로 베낀 수준은 아니기에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겠으나 저는 이 작가가 미용실이라는 공간에 매력을 느끼게 된 계기가 있었으며, 그 공간을 소설 속에 끌어들이고 싶어서 다소 개연성 없는 설정을 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15/06/17 04:27
단순히 미용실을 생각하면 누구나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이자 표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제 관점에서는 앞의 작품을 읽은 것이 어느 정도 뒤의 작품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쪽입니다.
그때 차 선생은 기술이 무르익어가는 경력 4년차의 늘씬한 남자 미용사였다. (중략) 차 선생은 아주 긴 생머리를 커트하고 있었다. 한 섹션마다 수평으로 들어 올려 끝을 조금씩 나칭 기법으로 들어가자 머리끝이 칼날처럼 날카로워지고 가벼워졌다. 손님과 대화를 하며 편안하게 시술하는 모습이 좋았다. 차 선생은 섬세한 질감을 내기 위해 무릎을 구부렸다. 머리칼의 표면을 따라 슬라이스 컷을 하자 얇은 대팻밥이 스프링처럼 말리듯이 머리칼이 가볍게 아래로 떨어졌다. (허물) 젊은 여자의 머리를 다듬고 있는 남자 미용사의 손놀림을 주의 깊게 보고 있었다. 여자처럼 길고 윤기나는 머리카락과 호리호리한 몸매가 언뜻 여자처럼 보였다. (중략) 실제로 뒷모습만 보았을 때 후는, 그럴 가능성을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기 때문에 더 그랬지만, 그가 남자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남자 미용사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후는 그 남자 미용사의 민첩하고 유연한 손의 움직임을 일종의 경이로움을 품고 바라보았다. 그 사람의 손은, 그 능숙한 움직임 때문에 손을 놀리는 주제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손은 그 손이 들고 있는 가위와 동일시되고 성과 무관한, 애초에 성을 가질 리 없는 기계를 연상하게 했다. (지상의 노래) 실내에는 원장이 헤어스타일을 담당했던 영화의 포스터들이 걸려 있었고, 영화 속에 나오는 배우들의 헤어스타일은 클로즈업되어 액자로 장식되어 있었다. 원장은 마법사처럼 군림하며 직원들을 움직였다.(중략) 나는 편하게 앉아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을 봤다. 소파에서 앉아서 직원들을 보자 제일 먼저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운동을 열심히 한 흔적이 느껴지는 늘씬한 허벅지가 힘차게 지나갔다. 군살이 없이 길게 뻗은 하얀 종아리가 천천히 움직였다. 직원들은 눈부시게 하얀 피부 때문에 탄력이 넘치면서 부드러워 보였다. 그녀들의 몸을 똑바로 세워주고 모아주는 것은 뼈가 아니라 피부였다. 지방질이 없는 투명한 피부 때문에 모두 모델 같았다. (중략) 원장은 나를 정면으로 보지 않고 거울 속에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한가할 때 거울을 보고 있으면 언제나 차 선생이 원장님 너무 예쁘다. 하며 웃었다. (허물) 후는 원장실의 푹신한 가죽 소파에 앉아서 조금 전까지 자기가 일하고 있던 유리 벽 너머를 보며 그 분주한 움직임들이 흡사 무성영화의 한 장면 같다고 생각했다. 유리로 칸막이를 해서 밖이 훤히 보이지만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가위를 쥔 동료 미용사들의 능숙한 손놀림은 그 능숙함 때문에 오히려 희극적으로 보였다. 그때 손님의 머리카락을 자르고 있던 남자 미용사가 거울 속에서 그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후는 공연히 놀라 얼른 눈길을 피했다. 그 자리에서 곧바로 미용사가 되겠다고 마음을 정하지는 않았다. (중략) 후는 언뜻 허공을 향해 눈을 들었는데, 무엇 때문인지 미용실 안의 인물들이 줄에 매달려 조종당하는 꼭두각시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론 그 생각은 잠깐 떠올랐다가 곧 사라졌다. (지상의 노래)
15/06/17 04:51
<허물>의 경우 제가 기사로만 접했던 터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이야기했네요. 섣부르게 말씀드린 점 사과드리고요. 말씀하신 부분 듣고 보니, 확실히 둘 사이에 상당히 밀접한 수준의 연관관계를 상정할 수도 있겠구요. 그렇다고 할지라도 이를 두고 (포춘쿠키님께서도 말씀하신대로)표절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이승우 개인에게 도의적인 문제를 제기할 순 있는 것 같습니다.
15/06/17 09:56
한거면 한거지..참 말 많네. 물론 당사자는 가만있지만요. 그리고 저는 몰랐던 사실인데 여러 작품에서 그러한 점이들 보이는걸로 봐서 상습범인걸로 보이구요. 우리 법에도 가중처벌이란게 있는데. 아무리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다지만 이게 표절이 아니라니..지니어스에서 김구라가 했던 말이 생각나네요. 맛탱이가 갑니다.
15/06/17 10:04
미시마 유키오의 인생은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서 볼 필요성이 있습니다.
피지알에서 자주 까이는 이X박, 김X수, 홍X표 등의 젊은 시절이 어땠는지 고려해보세요. 인간은 늘 일관되게 살아갈 수 있는 존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미시마 유키오가 표절을 잘해서 고작 30대에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된 게 아닙니다.
15/06/17 10:15
미시마 유키오가 노벨문학상을 30대에 수상했다고요? 그는 아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적이 없습니다.
그의 선생인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그의 후배 정도로 볼 수 있는 오에 겐자부로는 수상했죠. 세간에서는 그가 조금 더 오래 살고 작품활동을 꾸준히 했더라면 받았을 것이라 하는 분들이 많지만, 어쨌든 수상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미시마 유키오에 대해서는 표절시비가 있었나요? 미시마 유키오를 본문에서 언급한 이유는 표절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에 참고한 것뿐입니다.
15/06/17 10:30
회사에서 쓰다보니 수상자로 썼네요. 수상자가 아닙니다. 미시마 유키오는 수상후보자입니다.
저 윗쪽 댓글란에서 몇 분이 써 주셨습니다만 훌륭한 재능이었던 것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15/06/17 10:47
그런데 딴 건 몰라도 '기쁨을 아는 몸'은 일본문학에서 꽤나 흔하게 등장하는 단어 조합입니다. 이것만 가지고 표절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판단됩니다.
15/06/17 10:55
요즘 독자들이 얼마나 날카롭고 뛰어난데 안걸릴거라 생각했는지....
훈련소서 리진 읽고 참 좋아라 했던 작가인데 실망이네요...
15/06/17 11:52
그나마 제가 좋아하고 감동받았던 작품들은 보이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이 드는 게 초라하고 서글프네요. 가장 좋아하는 한국 작가 중 한명이었던지라 이번 스캔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15/06/17 17:05
사람은 자기 자신에 관해서 얘기해서는 안됩니다.완전한 이기주의로 보더라도 안됩니다. 왜냐하면 마음을 털어 버리고 나면 우리는 보다 가난하고 보다 고독하게 있게 되는 까닭입니다.사람이 속을 털면 털수록 그 사람과 가까와진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사람과 사람이 가까와지는 데는 침묵 속의 공감이라는 방법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는 것 같습니다
- 루이제 린저 <생의 한가운데> 누군가에게 마음을 털어놓는 일은 가까워지는 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일일 뿐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그때 했던 것도 같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오히려 침묵 속의 공감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112p) - 신경숙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도갤에서 보니 이 것고 그대로 가져왔다고..
15/06/17 17:08
paraphrase 하려고 애써봤지만 처절한 노력뿐인 상처 밖에 안 보이네요. 이거 뭔가 파면 팔 수록 계속 나오는 것이 불안하네요.
15/06/18 08:09
여러 표절 글들을 보고 있자니 영민한 표절 쟁이도 아니었군요.
아이디어를 그대로 차용했네요. "침묵의 공감." 이 표현은 아주 탐이 났던지 그대로 가져왔네요.
15/06/17 18:19
http://www.kyosu.net/news/quickViewArticleView.html?idxno=1587
2001년 기사입니다. 생각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신경숙씨의 표절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어왔네요. 넷째문단 "혐의의 선상에 자주 오르내리는 대표적인 작가가 신경숙이다. 그녀의 ‘딸기밭’에는 타인의 편지글이 그대로 실려 있다. (중략) ‘기차는 7시에 떠나네’는 파트릭 모디아노, '작별인사’는 마루야마 겐지의 ‘물의 가족’의 표절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정문순은 ‘통념의 내면화, 자기 위안의 글쓰기'에서 “95년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에 실린 단편 '전설’은 명백히 일본의 마시마 유키오의 ‘憂國’의 표절작이다” 라고 단언하고 있는 정도이다". 그 시점에 이미 그녀의 예전 작품들중 상당수가 평론가들에게 명백한 표절이라는 평을 듣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15/06/17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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