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헬스장은 수건이 샤워실 라커룸 외부에 운동복들 있는 곳에 같이 있다. 즉 운동을 마치고 샤워실에 들어올 때 수건을 가지고 들어와야지 그냥 들어와서 운동복을 훌러덩 다 벗고 빨래 통에 집어넣어 버린 후엔 난감한 상황이 올 수가 있다.
오늘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끝낸 후 옷을 다 갈아입었는데 한 외국인이 샤워실로 들어왔다. 그는 들어오자마자 운동복을 훌러덩 훌러덩 벗어젖히더니 라커를 열고 세면도구를 챙겨서 당당하게 샤워실로 들어간다...하지만 3초나 지났을까?...당황한 표정의 외국인이 샤워실을 나오더니 라커룸 이곳저곳을 두리번거린다.
확률은 100%...오늘 처음 등록해서 운동하러 온 친구다...“여보게, 친구...이곳은 아무리 둘러봐도 수건 같은 건 없다네...아까 들어올 때 집어 들고 왔었어야지...”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는 데 그 외국인의 눈과 내 눈이 마주친다...
"Towel..."
외국인이 나를 보고 말꼬리를 흐리면 수건을 애타게 부른다. 그게 찾는다고 찾아지랴...
"They are outside..."
나의 차가운 이 한마디에 그 외국인의 얼굴은 똥 씹은 표정이 된다. 여기는 수건만 없는 게 아니다. 운동복도 없다. 아까 입었던 운동복은 이미 빨래 통으로 골인했고 우리 헬스장의 빨래 통은 세탁실로 바로 연결되는 구조로 되어있어서 일단 집어넣으면 다시 수거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당황해 하는 그 외국인에게 한 마디 했다...
"I’ll get you some towels..."
그리고 나가서 수건 3장을 집어서 그 친구에게 갖다 주었다...
"캄사합니다!..."
덩치도 산만한 그 친구가 고맙다면 고개를 꾸벅 숙인다...별 것도 아닌 친절이지만 괜히 나까지 기분이 좋아진다...
기분 좋을 일이 별로 없는 요즘...이런 작은 친절이라도 서로 주고받으며 살아야지 않겠나 싶다...
(솔직히 내 물건과 극적으로 대비되는 그 외국인의 실한 물건에 기분이 상해서 그냥 모른 척 나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질 않아서 다행이다...--;;;)
(세월호 사고로 희생되신 모든 분들의 명목을 빕니다. 유가족 분들에게도 마음의 평안이 찾아오기를, 또 무엇보다도 유가족 분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 일이 풀리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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