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aura입니다.
뻔하고 뻔한 소재로 다시 연애소설을 쓰게 됐습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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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거울 속에 비친 내 얼굴을 보자마자 나오는 것은 한숨뿐이다. 떡진 더벅머리는 금방이라도 까치가 날아와 둥지를 틀 것만 같았고, 꾹 눌러쓴 뿔테안경은 나의 찌질함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방 안 거울에 비친 모습을 외면하고 터덜터덜 신발장에 달린 전신 거울로 시선을 옮긴다.
“하아.”
그러나 다른 거울이라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안에 비치는 내가 그대로니까.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이리저리 몸을 틀어 꼼꼼히 나를 관찰한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키와 몸무게는 대한민국 평균이라는 점이다. 나는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거울을 뒤로 한 채 베란다 창문을 열어젖혔다.
동시에 낡은 츄리닝을 뒤적거려 납작하게 눌린 담뱃갑을 꺼낸다. 라이터는 당연히 세트로 담배와 함께 담뱃갑 안에서 뒹굴 거리고 있다. 마치 이 집안에 나처럼.
“후우. 망할.”
주섬주섬 라이터와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빠르게 타들어가는 담배가 처량하게 느껴진다. 내 속도 담배의 그것처럼 타들어갔다. 스멀스멀 번지는 담배연기는 내 앞길을 보는 것만 같이 갑갑하게 나를 조여 온다.
“날씨는 왜 이렇게 더럽게 좋은 거야.”
아파트 베란다 밑으로 내려다보이는 벚꽃나무들은 따스한 햇살 속에서 봄이 왔음을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애석하게도 내게는 이런 좋은 날씨에 만날 사람이라곤 남자들 밖에 없었다. 중학교 때 친구, 고등학교 때 친구. 하하. 그래 나는 남중 출신에 쑥맥 남고생이었이니까. 당연히 이런 날 할 일 이라고는 남자 놈들을 만나서 술을 퍼질러대는 것뿐이지.
그래 그렇다면 기꺼이 녀석들을 만나서 취해버리겠다. 취하고 또 취해서 세상의 모든 커플들을 원망할 테다. 평소에는 그저 비싼 알람시계에 불과한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간만에 제 구실을 시킨다.
성진이 녀석이라면 절대 날 실망시키지 않겠지.
“여보세요?”
- 왜 인마.
“뭐 있겠냐. 낮부터 술이나 한 잔 하자.”
- 아 미안. 오늘 썸녀랑 벚꽃놀이 갈 거야 수고.
뒷골을 망치로 때린 것 같은 충격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 살짝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다. 이럴 수가 이성진 녀석 마저 여자 친구가 생기는 건가? 방금 전까지 남중 남고를 위안거리로 삼았던 내 자신이 한 없이 초라해졌다. 성진이도 같은 남중 남고 출신이었으니까.
짹짹.
야속하리만치 지저귀는 새소리가 가슴을 텅텅 공허하게 한다.
그래 나는 솔로다. 모태 솔로.
그것도 24세의. 마법사가 되기까지는 이제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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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시고 계세요? 사장님.”
“딱 보면 모르냐. 고객 찾고 있지.”
사장은 망원경을 한 쪽 눈에 가져다 대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여사원은 그 모습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러니까 지금 사방이 이렇게 어두운데 뭐하시냐고요. 그냥 맨 눈으로 보는 게 훨씬 낫겠구만.”
“하하. 그런가?”
사장은 여사원의 말에 머쓱하다는 듯 머릴 긁적이더니 이내 망원경을 꾹 눌러 접어 목에 걸고 있던 케이스에 넣었다.
“그냥 한 번 해보고 싶었어. 방금 산 기념으로? 하하.”
사장이 호쾌하게 웃자 여사원은 한심하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고개를 슥슥 저었다.
어쩌다 내가 저런 사장 밑에서 일하게 된 건지. 아니 그 이전에 주 업무가 뭔지도 모를 이 정체불명의 회사에 일하게 된 것부터가 미스테리다. 뭐 어쨌든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니까 상관은 없지만.
“이제 뭐라도 하셔야하는 거 아니에요? 이러다 회사 망하겠어요.”
“월급도 꼬박꼬박 주고 있는데 대리가 이렇게 사장을 핍박해도 되는 거야?”
“그러니까 좀 바가지 긁을 필요 없게 일을 달라고요.”
뾰로통한 여자의 말에 사장은 다시 한 번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이거 직원하나는 잘 뽑았네. 이렇게 일하고 싶어 하다니. 하하하. 걱정 마 안 그래도 이제 곧 본격적으로 일 할 거니까.”
시내 한 복판에서도 거리낌 없이 호방하게 웃어젖히는 이 사장과 함께 다니는 것은 매우 피곤한 일이었다. 단순히 그의 웃음소리가 터무니없이 크기 때문만은 아니다.
“하아.”
여사원은 다시 한 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미쳤지. 진짜 단 1초나마 이런 남자에게 홍조를 띄웠다니.
그렇다. 사장은 잘생겼다. 그것도 아주 많이. 180이 넘는 큰 키에 잘 갖춰 입은 회색빛 슈트는 또 누가 이만큼 소화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고. 30대 초반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얼굴은 동안에 귀티가 흘러넘쳤다.
어디를 가나 여자들의 눈길을 받는 남자. 지금도 그의 옆을 지나치는 여자들이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오오. 최 대리.”
그런 여자들의 시선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장은 어느새 다시 망원경을 꺼내들고 해맑게 실실 웃고 있었다.
“네?”
“락 인. 가자. 고객을 찾았어.”
사장은 어느새 다시 망원경을 집어넣고 긴 다리로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최 대리가 어어 하는 순간 이미 사장은 저만치 멀어지고 있었다.
“아오. 진짜 내가 로또만 되 봐. 사장 따귀 때리고 이 딴 회사 때려 친다.”
최 대리는 씩씩거리며 사장을 쫓았다.
최 대리가 떠난 자리에 남아 있던 주변 남자들은 정신없이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기 바빴다. 몸에 딱 맞아 떨어지는 블라우스에 스커트를 입고 있던 그녀의 뒤태는 그녀의 앞모습만큼이나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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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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