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딸과 장난을 좀 많이 치는 편입니다. 뭐 딸이 잘 받아주니 재밌지요. 하루는 주말 아침에 딸과 제가 같이 쇼파에 누워 있었는데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어 창문을 세차게 때리는 일이 있었습니다. 딸이 제 얼굴을 보더니 눈은 놀랐지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상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 누가 왔나봐! 무서워!”
네.. 딸이 장난을 치고 싶다는 것이었지요. 그래서 저도 바로 응답을 했지요.
“결이야.. 조그만 기다려봐. 숭구리당당 숭당당~ 마법의 힘이 너를 물러나가게 할 것이다!”
바람도 우리이 장난이 재밌었나 봅니다. 제가 마법의 주문을 외우자 창문의 요동이 감쪽같이 멈췄습니다. 저는 딸에게 속삭였습니다.
“결이야, 이제 너도 6살이 되었으니 아빠의 비밀을 알려줄 때가 왔다. 아빠는 원래 과거, 세상이 괴물에게 괴롭힘 당했을 때 세상을 구한 위대한 마법사였어. 그런데 아빠의 마법은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되면 사라지게 되. 그래서 너한테만 알려주는거야. 이 비밀 지킬 수 있지?”
“아빠~ 그럼요!”
저는 이 장난이 잘 먹히고 있나 몇 분 후 엄마를 불러 실험을 했습니다.
“결이야, 오늘 엄마한테는 우리끼리의 비밀을 이야기해주자. 생각해보니 엄마도 알아야겠네.”
“아빠, 괜찮겠어?”
“웅.”
“엄마, 아빠가 옛날에 세상을 구한 마법사였대. 이걸 세상이 알면 마법의 힘이 사라지니까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면 안돼~!”
네.. 장난은 아주 잘 통했습니다. 그런데 며칠 후 저는 이것 때문에 멘붕에 빠지는 사건을 맞이하게 됩니다. 서울에 계시는 결이 할머니와 같이 가족 모임을 할 때였습니다.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때 저는 그때 했던 장난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 점검해 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갑자기 분위기를 잡고 결이에게 말을 했죠.
“결이야~!, 오늘은 주말이라서 그냥 가족끼리 모인 것은 아니야. 결이에게는 아빠와 관련된 큰 비밀이 있지? 그거 할머니에게도 이야기해줘.”
“아빠, 정말 괜찮겠어? 말하기 싫은데..”
“아니야 결이야. 괜찮아. 할머니도 알 때가 됐어. 결이가 얘기해 줘.”
“아빠, 정말 괜찮아? 정말?
“웅.. 편하게 말해도 돼.”
…
“할머니.. 실은… 저.. 아빠…보다.. 엄마가 더 좋아요!!”
...
쿨럭….. —;;
갑자기.. 딸이 아빠 마법사 장난은 까맣게 잊고 자신이 6년 동안 지켜왔던 진짜 비밀을 이야기해 버린 것입니다.
멘붕과 함께 솔직히 갑자기 서운한 감정이.. ㅠㅠ
우리 어머니는 박장대소를 하시며…
“크크크, 그렇지~ 이 나이때는 아빠보다는 그래도 엄마가 더 좋지~ 나중에는 바뀔 수 있으니까 더 노력해라 크크크크”
....
....
겨우 멘붕을 추스리며 집에 가는데 마눌님이 갑자기 할 말이 있다며 귀를 좀 가까이 데라고 했습니다. 결이가 들으면 안되는 내용인가 해서 귀를 가까이 댔죠.
그러더니 하는 말..
...
“결이가 너보다 내가 더 좋데~^^”
아.....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