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글 읽는 거 지겨웠을테니 좀 더 재밌는 글을 써보도록 하겠다. 읽기전에 나는 Market Infrastructure를 짜는 프로그래머도 아니고 그냥 일개 트레이더일 뿐이니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걸 알아두길 바란다. 그래도 High Frequency Trading 회사에 다니는 사람으로써 일반인들에게 High Frequency Trading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한글로는 고빈도 거래라고 하는데 뭔가 입에 착 안 달라붙는다)
2009년 금융위기때 월스트리트에서 유일하게 FBI에 잡혀간 사람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을 팔아제껴 막대한 손해를 벌이면서 보너스 파티를 벌인 고위이사진이 아니라 세르게이 알레이니코프라는 러시아계 골드만삭스 프로그래머였다. 세르게이의 죄목은 '마켓에 지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골드만삭스에서 빼가서 Teza Technologies라는 High Frequency Trading 회사에 이직하려고 했던것. 이 뉴스가 터지자 많은 사람들은 놀랐다. Teza Technologies가 어떤 회사이길래 골드만삭스의 탑 오브 탑 프로그래머(세르게이는 골드만 삭스의 서버에 관리자로 접속 할 수 있는 단 10명의 프로그래머 중 한명이었다)가 이직하려고 하는건지, 또 High Frequency Trading(이하 HFT)이라는 듣도 보지도 못한 단어가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무도 몰랐다.
사람들이 HFT에 대해 찾아보면 찾아볼수록 놀라운 사실만 밝혀졌다. 미국 주식시장에 60%이상이(현재는 90% 이상) 기계들에 의해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고, 사실 골드만삭스, 모건 스탠리, JP 모건 같은 큰 은행들은 작고 빠른 HFT 회사들에게 상대가 안된다는 사실이었다. 골드만삭스가 트레이딩 부문에서 6000억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을 때, 시카고 기반의 Citadel이라는 헤지펀드의 HFT 디비전은 2조 가까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또 다른 시카고 기반의 Getco라는 회사는 혼자서 미국주식시장의 10%의 거래를 담당하고 있었다. 같은 시카고 기반의 회사인 DRW Trading과 Chicago Trading Company는 유로달러 시장(유로화 환율이 아니라 이자율 상품이다. 시카고 거래소에서 제일 큰 시장은 S&P, 채권, 기름이 아니라 유로달러이다)에서 매년 500억이 넘는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왜 시카고 기반 회사들이 많은지는 다음 편에서 설명하겠다). 네덜란드 기반의 Optiver는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하는 그 일주일에만 300억을 벌어들였다. 중요한 점은 이 회사들은 직원수가 많아봤자 200여명을 넘지 않았다는 점이다(시타델은 1000명 남짓, 참고로 골드만삭스는 20,000명 이상). 공룡같이 거대한 큰 은행들이 현재 트레이딩의 트렌드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을때, 작지만 똑똑한 HFT 회사들은 말 그대로 돈을 쓸어 모으고 있었다. 사람들은 질문했다 "아니 근데 HFT가 뭐길래 듣도보지도 못한 회사들이 미국 주식시장에 이렇게 큰 임팩트를 미치고 있지?"
High Frequency Trading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Trading이 뭔지부터 짚고 가야겠다. 많은 사람들이 Trading이랑 Investing에 대해 헷갈리는데, 둘은 사실 살짝 다른 개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큰 은행 혹은 증권사에서 트레이더로 일하는 것은 엄청난 리서치를 바탕으로 저평가 되어있는 주식을 사서 몇개월 혹은 몇년후 가격이 몇배로 뛰면 처분한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아니면 개미들이 하는거지 증권사들이 하는거랑 거리가 멀다(물론 증권사나 은행 안에서 포지션을 취하는 prop trader 들도 있다). 증권사나 은행이 하는 트레이딩은 기본적으로 market making이다. 즉 거래소에서 살때와 팔때의 가격차이를 이용해서 arbitrage를 추구하는 전략인데 아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헤지펀드 A(혹은 헤지펀드의 브로커)가 증권사의 트레이더에게 전화를 걸어 삼성전자 주식의 마켓을 달라고 요청한다. 증권사의 트레이더가 삼성전자 주식의 가격이 100만원이라고 생각한다면, 99만원 @ 101만원이라고 마켓을 만든다. 이건 자신에게 삼성전자의 주식을 101만원에 당장 살수 있고 99만원에 당장 팔 수 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의 A는 삼성전자 주식이 오를꺼라 생각하고 트레이더에게 10만주의 주식을 101만원에 사간다. 이러면 트레이더는 삼성전자 10만주를 공매도한 셈이 된다. 트레이더는 자신의 삼성전자 주식 마켓을 100만원 @102만원으로 바꾼다. 삼성전자 주식이 떨어질꺼라고 생각하는 다른 헤지펀드 B가 들어와서 삼성전자 주식을 100만원에 10만주를 판다. 결국 트레이더는 삼성전자 10만주를 101만원에 팔고 100만원에 산셈. 포지션을 전부 정리하고 1만원 * 10만주 = 10억원이 공짜로 생겼다.
이런 것을 flow trading, 혹은 sell side trading이라고 한다. 즉 트레이더는 주식이 오를꺼나 내릴꺼라는 예상이 크게 없는 상태(물론 자신이 팔거나 사려는 것의 가치는 잘 알고 있다. 주식의 가치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동등한 수의 buyer와 seller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내가 삼성전자 주식 마켓을 10만원 @12만원으로 만들면, 모두들 나에게 와서 12만원에 삼성전자 주식을 사갈것이다. 그럼 난 엄청난 삼성전자 숏 포지션이 생기게 될것이고, 삼성전자 주식 가격이 오르면 난 말 그대로 x된다)로, 포지션이 거의 없는 상태로 집에 가는게 목표이다. 단지 구매자와 판매자 역할을 동시에 함으로써 마켓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그 대가로 약간의 차익(스프레드)을 챙기는 것이다.
말만 들으면 참 쉬워보이긴 한다. 누군가 나에게 사가면 난 가격을 올려서 더 높은 가격에 사려고(하지만 내가 판 가격보다는 살짝 낮게) 시도하고, 누군가 나에게 팔면 난 가격을 낮춰서 더 낮은 가격에 팔려고(하지만 내가 산 가격보다는 살짝 높게) 시도하면 된다. 하지만 트레이더들, 즉 마켓메이커들과 거래하는 사람도 그렇게 바보들은 아니다. 다 이유가 있으니까 사고 파는 거고, 경험상 스프레드(내가 파는 가격 - 사는 가격)의 존재로 마켓메이커에게 더 승산이 있는 게임이여도 불구하고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높게 파는 것도 그리 쉽지 많은 않다. 왜냐면 나만 세상에 유일한 마켓 메이커가 아니기 때문이다. 99만원 @ 101만원인 마켓에서 누군가 나에게 101만원에 사갔다는 건 그 사람이 다른 마켓메이커의 마켓에서도 101만원에 사갔을 확률이 높고, 그 마켓메이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의 가격을 100만원 @ 102만원으로 높여서 100만원에 삼으로써 101만원에 팔아버린 숏포지션을 없애고 1만원의 이익을 취하기를 시도할 테니까 말이다. 결국 내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상대방보다 빨리 내 마켓을 수정해야 되는 걸 뜻한다. 남들보다 빨리 거래소에 주문을 넣고, 남들보다 빠르게 거래소에서 주문을 수정하고, 무엇이든지 남들 보다 빨리. 바로 여기서 HFT가 탄생했다. 눈 깜빡임보다 1/1000배 빠른 몇 마이크로세컨드를 위해 시카고에서 뉴욕까지 광섬유 케이블에 몇백억을 투자하고, 아예 microwave tower를 구매하는 미친 속도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이런걸 몇백억 주고 산다..>
다음 글에 좀 더 자세하게 HFT에 대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