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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04/02 10:06:37
Name 동지
Subject [일반] 병먹금을 앞으로 충실히 지킬테다.

저도 얼마 전 까지는 몰랐습니다. 병먹금이 무슨 뜻이길래, 커뮤니티에 종종 병먹금 병먹금 하는 댓글이 달리는 것인지.

그 뜻을 알게 된 이후로 - 사실 모종의 사태가 큰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 내심 너무 심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수가 그 사람의 주장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해서 조롱하거나, 피드백 없이 무시하는 건 썩 좋은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언젠가 제가 pgr 이든, 혹은 기타 다른 커뮤니티에서 다수의 생각과 배치되는 주장을 할지도 모르는데, 그 때 '먹이를 주지 마시오' 식의 댓글을 접하면 굉장히 기분이 상할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이 생각이 산산조각나는 일이 어젯밤 있었습니다.


저는 블루레이를 수집합니다. 사실 블루레이를 수집한다기 보단, 영화를 수집한다고 보는 편이 맞겠죠. 최근 저장매체가 DVD 에서 블루레이로 빠르게 넘어가면서 저 역시 DVD 를 접고 블루레이로 넘어왔습니다. 그 전엔 비디오 테이프 - CD 였으니까요.

여느 취미생활이 그렇듯이 고약한 상술은 존재합니다. 소위 '한정판', '리미티드 에디션' '콜렉터스 에디션' 등의 마법의 단어들인데요, 사실 상술이라고 마냥 디스만 할 것도 아닌 것이, 그만큼 풍성한 구성으로 그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족시킵니다. 때문에, 저 역시도 좋아하는 영화라면 일반판으로 소장하고 감상해도 될 것일진데 한정판, 초회판 등등 뭔가 특별한 이름이 붙은 것을 찾아헤매게 되더랍니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사실 수많은 제목들이 머릿속을 스쳐가지만, 어렸을 때 보고 충격을 받았던 <그랑 블루>, <모던 타임즈>, <위대한 독재자> 를 비롯해 <피아니스트>, <쇼생크 탈출>, <타이타닉> 등등이 있겠네요. 위 영화들은 비록 한정판이 아닌 것도 있지만 나름 소장가치가 있는 판본들로 손에 넣었구요.


그 중에.. (이제 중요합니다.)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영화 팬들과 평론가에게 상당한 호평을 받았던, 영상미가 아주 훌륭한 영화입니다. 물론, 큰 관심이 없는 분들도 몇 번 이름은 들어보셨을 영화이기도 합니다.

큰 기대 없이 이 영화를 전 극장에서 보았고, 거침없이 제 인생영화 반열에 올렸죠. 여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됩니다.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은 3가지 판본으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북미판, 정발 일반판, 정발 소장판 으로요. 북미판은 정말 구하기 쉽습니다. 검색 몇번 두들기고 구매하기 누르면 거침없이 되거든요. 다만 한글 자막이 없고, 정말 심플한 구성입니다. 케이스와 타이틀. 끝이죠.

정발 일반판은 북미판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다만 한글 자막이 들어있다는 게 다를까요..

정발 소장판은 조금 다릅니다. '노바미디어' 에서 출시한 이 패키지는 슬프게도 1000 장을 한정으로 찍어냈고, 저는 손에 넣지 못했습니다. 거기서부터 비극이 시작된거죠. 이 영화가 상당히 팬층이 두터운 영화다 보니, 매물이 쉽사리 안나옵니다. 예를 들면, 더 적은 수량을 한정 판매했던 <제로 다크 서티> 라던지,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러스트 앤 본> 같은 영화는 종종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하거든요.

가격은 점차 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구성도 상당히 좋기 때문에 원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거든요. 3만 3천원에 정발된 해당 제품은 4만원 - 5만원 식으로 점점 오르더니, 급기야 8만원, 9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판매자가 나오지 않습니다. (사실 저 역시 판매자가 있기만 하다면야 10만원도 거침없이 쓰리라 자기 최면을 걸고 있었죠.) 물론, 대놓고 구입 가격 - 10만원 쓰면 영화 애호가 분들의 지탄의 대상이 되니 (사실 저도 저런 식으로 글을 작성하면 과도한 인플레를 조장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일정 P 고려하고 있다, 꼭 연락 주시라. 라고 덧붙이기는 합니다.


그렇게 한달이 되고, 두달이 되고, 석달이 되었는데 항상 눈 앞에서 놓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출장 가느라 운전중이었을 때 하필 판매글이 올라오는 일은 예사고, 그날 따라 컨디션이 안좋아서 일찍 잤는데 잠들자마자 글이 올라왔었다거나 등등이죠. 그래도 짧게는 30분, 길게는 1시간 차이로 놓치다 보니 그러려니 했습니다. 허허. 아직 내가 덕이 쌓이지 못한 게로구나.



그러던 중, 어제. 급기야 사단이 났습니다.

이곳 PGR 에 제가 장문의 댓글을 달았습니다. 사실 장문이랄 것도 없는 게, 약 5-10 줄 가량이죠. 많은 회원분들이 비웃는 내용이었지만, 평소 관심이 가던 분야기도 했던지라, IMF, OECD 홈페이지를 뒤적거리면서 근거를 찾으려 했습니다. 어쩌면 좋은 토론거리가 될 지도 모르겠다는 순진한 기대를 하고 있었거든요.

그렇게 제가 댓글을 등록한 게 약 19시 34분. 혹시나 싶어 댓글을 추가로 달면서 피드백을 요청한 게 19시 37분입니다.

그 상황에, 제가 항상 지켜보던 - 수시로 새로고침하던 - 장터에 <더 폴 : 오디어스와 환상의 문> 한정판이 2개, 그것도 무려 3만원에 미개봉이 올라왔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19시 33분이었습니다.


그리고 37분에 전 댓글을 이곳 pgr21 에 마저 달고, 그곳 장터로 가서 글이 올라와 있는 걸 보고 가슴이 두근거렸죠. 글을 클릭하는 순간, 불과 약 10여 초 전 판매자의 댓글이 있었습니다. "모두 팔렸습니다~~"


멘탈이 쿠크다스가 된 저는 어제 4시간 동안 괴로워하다가 잠이 들고, 오늘 출근길에도 부스러진 멘탈로 사무실에 앉아있습니다. 잠을 설쳐서인지 매우 피곤하네요. 쩝.

혹시나 기대했던 pgr21 의 댓글에 대한 피드백은 역시나 없고, 제가 너무 순진했나 봅니다. 피로감이 몰려오네요.. 어쩌면 이곳 pgr 에서의 활동도 점차 줄이게 될 듯 합니다.


주저리 주저리 하소연이지만..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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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원짱짱걸
15/04/02 10:13
수정 아이콘
삭제(벌점 4점), 표현을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크로스게이트
15/04/02 10:19
수정 아이콘
회원 저격은 되도록이면 좀 하지않았으면 좋겠네요. 회원간의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졌으면 합니다.
그리고 피지알에서 그런 글들을 논리적으로 논파하는것도 장점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부족한 글에서 훌륭한 댓글로 글을 보완하는 경우도 많아요.
오바마
15/04/02 10:55
수정 아이콘
이리인지 살퀭인지 몰라서 쓰신것도 아닐텐데 왜 이렇게 과격하게 표현해서
그냥 자게 들어온 사람 눈쌀을 찌푸리게 만드시는지 모르겠습니다
15/04/02 14:20
수정 아이콘
뭐하자는 댓글인지 모르겠네요.
동네형
15/04/02 14:34
수정 아이콘
댓글이 이게 뭡니까
15/04/02 10:15
수정 아이콘
좀 웃픈 상황이네요..
전크리넥스만써요
15/04/02 10:18
수정 아이콘
삭제(벌점 4점), 표현을 주의해 주시기 바랍니다
15/04/02 10:22
수정 아이콘
무관심도 무관심이지만...앞으로 댓글도 크게 달지 않으려구요. 저만 피곤하고, 눈팅만 하렵니다... 너무 속상하네요. 정말로요.
선경유치원
15/04/02 10:27
수정 아이콘
인터넷에는 자신만이 세상의 뒷면과 진리를 보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시는 분들이 아주 많죠.
아직 철이 들지 않았거나 현실에서 외롭거나 둘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퐁퐁퐁퐁
15/04/02 10:30
수정 아이콘
아, 정말 안타깝네요 이건 (…)
위추드립니다.
15/04/02 10:33
수정 아이콘
아... 웃긴데 슬픈 상황...ㅠㅠ 저렇게 놓쳐본 기억이 있기에 공감하고 갑니다
뉴욕커다
15/04/02 10:36
수정 아이콘
아..흑흑
피지알 활동을 줄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ㅠㅠ 구매 먼저 하시고 댓글을 다시지 ㅠㅠㅠㅠ 너무 안타깝네요
세츠나
15/04/02 10:36
수정 아이콘
댓글 다셨다는 그 글, 이게 무슨 미친 뻘소리지 하고 읽다가 그래도 몇개 건지 유익한 댓글중 하나나 동지님 댓글이었는데...
그 댓글이 본인에게는 그렇게 쓰라린 아픔을 주었다니 뭐라 위로드려야할지 모르겠네요.
꼭 구하게 되실거에요. 같이 빌어드릴게요.
15/04/02 10:52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 ㅠ_ㅠ 정말 오늘 일도 손에 안잡히네요..
히라사와 유이
15/04/02 10:37
수정 아이콘
역시 수집가는 한정/특전/호화/소장/스페셜 같은 단어에 약한법이죠...ㅠㅠ
Rorschach
15/04/02 10:44
수정 아이콘
더 폴! 저도 못 구했어요... 전 포기했죠 크크 그깟 패키지......

블루레이 수집하는 분을 만나게 되니 반갑네요
15/04/02 10:51
수정 아이콘
반갑습니다. 사실 <더 폴> 이 마지막 조각이기는 한데, 영 손에 안들어오네요. 전생에 덕을 못쌓은 업보려니 합니다..
사티레브
15/04/02 10:58
수정 아이콘
댓글 단다고 계도당할 사람들도 아니고 댓글 다는 사람들도 계도할 능력도 없는게 대부분인데
그냥 육성으로 비읍시옷크하고 무시하세요

근데 상황은 정말 안타깝네요
피지알 댓글달다가 수강신청 시간을 몇초넘겼다가 패닉왔던 과거도 떠오르고..
호구미
15/04/02 10:59
수정 아이콘
병맥주 먹는 금요일은 참 즐겁죠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ㅠ.ㅠ
15/04/02 11:18
수정 아이콘
네이버 까페 같은 곳은 어플 설치하면 설정한 검색어의 글이 올라오면 알람이 오던데 그 장터는 그런게 불가능한가보죠? 아무튼 저도 사고 싶은 물건 잠복해 본 적이 있어서 공감이 가네요.
python3.x
15/04/02 11:28
수정 아이콘
그 알람 보고 들어갔을 때는 이미 늦었을테니까요ㅠㅠ
15/04/02 11:33
수정 아이콘
병먹금이 뭐죠
병적으로 과도하게 관심을 갈구하는 자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금합니다. 저만 할게 아니라 다 같이 해주세요
이게 맞나요?
그리고또한
15/04/02 11:58
수정 아이콘
병X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의 줄임말입니다.

이건 관심종자가 확실하니 쓸데없이 관심줄 필요 없다, 관심줘서 더 신나게 할 필요없다 뭐 그런 뜻이지요.
15/04/02 11:47
수정 아이콘
그런 글을 올린 것 보다도...대화의 의지가 없는 것이 더 기분나쁘더라구요..
글을 올리고 피드백을 충분히 했다면 이정도의 병먹금 취급을 당하지는 않았으리라 봅니다.
구밀복검
15/04/02 11:56
수정 아이콘
좋은 영화죠. 아동용 동화가 점점 어른의 현실이 되어 나가는 전개하며, 판타지의 미감하며, 결말하며...인도 영화 중 최고라고 봐요.
王天君
15/04/02 14:12
수정 아이콘
헐리웃 영화 아니었나요? 제작 국가는 미국 영국 인도 세개 합작이긴 한데.
토다기
15/04/02 13:08
수정 아이콘
갖고 싶은 물건을 못 산 기분 충분히 이해합니다. 작년에 겨울왕국 김치디비디 렌티큘러 못 샀을 때 얼마나 허탈했던지요. 심심한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마스터충달
15/04/02 13:11
수정 아이콘
그러나 이후 감독의 출시작이 ㅠ,ㅠ
15/04/02 13:14
수정 아이콘
귀신같이...그래도 이번에 나올 Self/less 는 조금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벤 킹슬리를 <셔터 아일랜드> 에서 보고 무척 반했거든요. 크크
15/04/02 13:48
수정 아이콘
눈팅의 계곡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15/04/02 16:20
수정 아이콘
종목은 달라도 한정판에 대한 애증은 어디나 같군요..ㅠㅠ
공고리
15/04/02 16:38
수정 아이콘
PGR에서 블루레이 유저분들 만나니 반갑네요^^
이상하게 제가 산 제품들은 품절이 잘안되고(할인은 잘되더라고요 ㅠ), 나중에 할인되면 사야지 했던 것은 금방 품절이 잘되더라고요.

문득, 모니터 앞에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살 시간 메모해놓고 그 시간에 뭘 했는지 시간 놓치고 못구한 것이 생각납니다.
15/04/02 16:44
수정 아이콘
저도 그 따뜻한 색 블루 때문에 미치겠네요. 판매자한테 어제 입금했는데 밤 늦게 갑자기 환불해주겠다 하더니 몇시간째 연락도 없고...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판매자가 너무 많은 듯 합니다.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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