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취업시즌이라 수기들이 올라오길래 저도 한번 탑승해 봅니다.. 만
좀 특이한 케이스라 아무 걱정없이 취업이 된 관계로 구직자님들께 영양가는 없습니다.
일단 제 학력이 정확히는 고졸이 아니고 대학교 중퇴입니다(지방대..).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군대를 간 뒤에 복학을 못했죠.
그리고 현직 개발자 입니다. 이제 8년차네요. 만 7년 8개월쯤 됐습니다. (대학도 IT관련 학부였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2005년 11월.. 푸른 꿈을 안고 군대에서 전역을 했지요.
복학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공장에서 생산직일을 하면서 돈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2교대라 너무 힘들더군요. 한달에 하루 쉬면 많이 쉬는거였습니다. 돈을 쓸 시간이 없어서 돈이 모이는 기적!
6시쯤 일어나서 7시쯤 통근버스를 타고 공장에 도착하면 8시 20분정도 되었죠. 옷을 갈아입고 조회를 하면 8시 40분쯤 됩니다.
이제 12시간을 일합니다. 저녁 9시가 되었으니 퇴근을 하죠. 집에 오면 10시를 훌쩍 넘겨요. 저녁먹고 씻으면 12시. 죽은듯이 자고나면 또 출근시간입니다. 야간조는 완전히 반대죠.. 몸이 작살이 납니다. 일하는 동안 앉을 수가 없거든요. 하루종일 서있는게 진짜 힘듭니다. 한 2주정도 되니까 적응이 좀 되더군요.
어쩄든 이 공장에서 몇달 일해서 정직원이 되었습니다. 호봉이 좀 올라서 기뻤죠.
근데 팔목을 좀 다치고 말았습니다.. 뭐 그렇게 정직원 맛을 좀 본 뒤에 퇴사를 하게 되었죠.
그렇게 2006년 봄이 되었습니다.
뭐 집안 사정이 썩 좋은 편도 아니었고 바로 학교를 복학하기엔 대출이 아니면 답이 없을 것 같아서 복학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친짓..을 좀 했죠..
원래 계획은 이랬습니다. [복학을 하기 전에 전공과 관련된 곳에서 경력을 쌓으며 돈을 좀 벌어두면 졸업한 뒤에 몸값이 뛰겠지!!]
였지요.
일단.. 국비지원 교육을 알아보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유비쿼터스가 대세였어요. 전자+코딩 둘 다 하는 과정이죠.
수업을 들으면 세상에! 고용노동부에서 31만원을 줍니다. 매달 말이죠. 총 6개월 과정이었구요.
(원래 어렸을때부터 컴퓨터는 곧 잘 했습니다. 유일하게 잘한다고 할 정도로요. 애초에 그래서 컴공 갔던거고..)
그렇게 2006년 8월쯤 직업학교에 들어가 6개월을 버텼습니다.
그떄 공부하는 재미가 뭔지 처음 깨달았습니다. 공부가 정말 재미있었어요. 고등학교 다닐때 이렇게 공부했으면 서울대 갔겠다 싶을 정도로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절대 직업학교를 추천하지 않습니다. 자기 하기 나름이기는 한데 학습과정이 극도로 압축된 커리큘럼이라 따라오는 사람이 서너명도 안될 정도입니다. 자신없으면 안가시는게 훨씬 좋습니다.)
그리고 2007년 1월 중순부터 같은 반 사람들과 함께 이력서..를..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직업학교 출신에 대한 취업 특혜가 있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네요. 6개월간 월급의 50%를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제도..
이력서에 그 내용까지 집어넣고 잡코리아에 학력무관으로 되어있는 회사들에 무차별 적으로 이력서를 스팸보내듯이 뿌렸습니다.
포트폴리오는 학원에서 만들었던 자동 주차 시스템..을 들이밀었죠.
몇군데서 연락이 오더군요. 아무래도 희망연봉 자체가 낮고 나라에서 지원도 나오고 하니 소규모 전자회사에서는 콜이 좀 옵니다.
그때 나이가 24살이었으니 막내로 부려먹기 좋은 나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첫번째 면접을 봤습니다. 진짜 작은 회사였어요. 사무실이 10평정도 됐을겁니다. 직원은 대리 한명. 끝.
면접은.. 별 내용 없었습니다.
뭐 신변잡기 내용 위주에.. 여친 있냐.. 뭐 이런 질문들이었고 오락 많이 하냐.. 라는 질문이 기억에 남네요.
그렇게 면접을 마치고 1층에서 담배 한대 피우고 전철타러 가는 길에 문자가 오더군요.. 합격이라고..
그렇게 제 첫 취업(생산직 제외)은 한번의 면접으로 끝이 나게 되었습니다..
초봉은 1700 이었습니다. 크크크
이렇게 제 첫 회사는 3인 체제로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사장 - 대리 - 본인.
중간에 과장님이 계시기는 했는데.. 사무실 차려서 나가 있는 형태라 자회사같은 개념이었구요.
중장비 무선컨트롤러를 만들던 회사였는데 사람은 셋이지만 돈은 쏠쏠하게 버는 회사였습니다.
대리님 업무는 거의 생산에 취중되어있었고, 저는 가끔 코딩, 대부분 A/S(출장) 할거 없을떄 생산을 했지요.
그래서 지금도 땜질은 신의 경지에 올라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커뮤니티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어요. 개발자 커뮤니티였죠.
회사가 야근도 거의 없고 널럴한 곳이다 보니 시간이 많이 남아서 커뮤니티에 상주하다 시피 했습니다.
AVR과 관련된 강좌를 쓰면서 네임드로 등극했어요.
(솔직히 강좌를 안썼어도 커뮤니티에 뻘글 올리는 것 만으로도 네임드야 껌이었겠죠.)
그러다가.. 커뮤니티에서 한분이 제게 컨텍을 해오셨습니다.
두둥!
말로만 듣던 스카웃이죠. 인생에 기회가 찾아오는건 정말 한순간이예요.
그 당시 신생 네비 소프트웨어업체로 이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취업 1년째 되는 날 첫 회사를 관두고 두번째 회사로 뿅..
연봉이 많이 오르지는 않았지만 (학력때문에..)
이제 하드웨어에서 손 떼고 완전히 소프트웨어로 전향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직을 해놓고 보니.. 학교로 돌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고졸..
연봉협상때 학력때문에 불이익을 좀 받아.. 방통대에 등록을 했습니다.
(아직도 졸업을 못했습니다 크크크 방통대 졸업 어려워요..)
저를 스카웃 하신 그 분은 1년 뒤에 회사를 관두시고 저 혼자 남아 3년 정도를 버텼습니다.
그리고 2010년 말, 아이폰 출시 이후 발빠르게 아이폰 앱 개발에 뛰어들면서 회사를 관두게 되었습니다.
한 반년정도 아이폰 외주 프리렌서를 뛰면서 돈을 긁어모았습니다.
는 거짓말이고.. 수금이 제때 안되고 프로젝트가 늘어지면서 굶어죽을뻔.. 한 뒤에
제게 러브콜을 보내셨던 그분의 품으로 다시 돌아가 3년을 일한 뒤,
완벽한 풀스텍 개발자..(라 읽고 개발잡부라 부르는) 가 되었습니다. 그나마 도메인은 GIS 개발자 라는 타이틀이 있죠.
(전자회로,C/C++ 부터 C#, java, obj-c, python, js 등등.. 잘하는건 하나도 없지만 못하는 것도 없는 잡부가 되고 말았어요!!)
그리고 올해 6월 말에 퇴사를 하고..
친구와 함께 사업을 하고있습니다..
석달 열흘째 수입이 없어.. 죽을 것 같습니다..
배고파요.. 살려주세요..
p.s 그리고 그 커뮤니티 인맥들은 제발 내 pgr 활동을 페북으로 긁어가지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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