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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9/29 14:40:04
Name 헥스밤
Subject [일반] [창작] 장민국의 딸딸이에 대하여


장민국의 딸딸이에 대하여.




딱히 대단한 악의가 있어 장민국이 국통에 자위를 하려고 마음먹었던 것은 아니다. 일병 장민국에게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고 물어보았더라면 그는 이렇게 대답했을 것이다. ‘글쎄, 딱히 이유가 있는 건 아니었는데.’ 이를테면 구타 같은 것이다. 대단한 악의가 없어도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때릴 수 있는 것이다. 세상의 그 모든 악행을 악의로 설명하자면 우리는 이 세상이 대단한 악의로 가득 차 있다는 서글픈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지 않은가.

“아, 맞다.”

그는 국자로 대구탕을 휘저으며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 했었나? 일병 때 취사 지원을 나간 적이 있어. 주말이면 헌병이건 포병이건 몇 명씩 뽑아다 취사병 일을 돕게 했거든. 취사병 일손이 모자란다나 뭐라나. 아니 대체, 군대에서 남아도는 일손이 어디 있냐. 우리 부대도 삽질하기 바빴는데, 취사병이 삽질을 지원하러 온 기억은 없거든. 아무튼, 나는 국통에 재료를 집어넣는 일을 도왔어. 어마어마하게 큰 국통에 야채와 조미료와 뭐 그런 것들을 넣는 거야. 그 때 처음 느낀 것 같아. 아, 자위하고 싶다. 커다란 국통에. 곧바로 생각이 좀 구체화되더라. 계란탕을 끓이는 국통에 자위하고 싶다고. 그냥 그 때부터, 계속 그 생각이 났어.

장민국에게 대단히 특별한 성적 취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입대하기 전의 그는 단 한 번도 거대한 국통 혹은 계란에 성욕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누군가의 입안에 정액을 넣는 일에는 약간 성적 관심이 있었으나 그러한 관심은 주로 여성의 입안에 한정되어 있었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은 그러했다. 고된 군 생활로 잠깐 대가리가 맛이 갔던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딱히 그런 징후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구타 같은 것이다. 악의를 가지고 있다거나 대단히 가학적이거나 대가리가 맛이 간 상태가 아니어도 사람을 때린다거나 국통에 자위를 할 수 있다. 여기 대구탕은 제법 맛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나는 장민국의 이야기를 기다렸다.

안타깝게도 기회가 없더라. 취사 지원을 나갈 때마다 된장찌개라거나 카레 같은 것만 끓이게 되더라고. 계란탕을 끓어야 하는데. 여기 대구탕 진짜 맛있네. 아무튼, 계란탕이어야 했거든. 왜 하필 계란탕이었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정액이 계란 흰자랑 비슷한 느낌이잖아. 아니면 계란이 커다란 난자로 보여서 그랬을지도 모르겠고. 역시 계란탕에 싸면 완전 범죄에 성공할 수 있을 거 같아서가 아니었을까 하는 게 제일 큰 이유였던 것 같기도 한데. 군대에서 나오는 국이라는 게 건더기도 별로 없고 다 밍밍하고 그렇잖아. 정액이 들어가면 티가 날지도 모른다고.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멍청하네. 사실 그 큰 국통에 정액 좀 들어간다고 티가 날 리가 없는데. 그냥 된장찌개나 아무 데나 하는 거였는데. 오줌은 액체잖아. 냄새도 심하고. 근데 정액은 단백질이니 어차피 굳어서 아무도 몰랐을 건데 말이지.

그런가. 되는 대로 국자를 퍼올렸다. 뻘건 국물과 허연 살점들과 풀 죽은 야채들이 올라왔다. 봐. 저거 고니잖아. 생선 정액. 삶으면 이렇게 굳는다니까. 나는 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고니가 아니라 이리일 것이며, 이리도 생선의 정액이 아니라 정소라고 정정해주었다. 고니인지 이리인지 알 게 뭐야. 그는 자기 이야기를 이어갔다. 계란탕과 정액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그의 군 생활 이야기는 대부분의 군대 이야기처럼 지루했다. 그 모든 군대의 이야기처럼 고참들은 정신병자였고 후임들은 머저리였다. 간부들은 쓰레기였고 겨울은 추운 평범한 장삼이사의 군대 이야기. 군대에서 대구탕이 나오던가. 생선은 손질 귀찮아서 잘 안 했던 거 같은데. 소주병 하나를 다 비울 즈음 장민국은 이병 장민국 시절로 돌아가, 정신병자들에게 두드려 맞던 이야기를 마쳤다. 두 병째 소주에 일병 장민국의 똘똘한 군 생활이 시작되었고, 세 병째 소주에 적당히 취한 상병 장민국의 ‘편안한 군 생활을 위한 지침’에 대한 강의가 시작되었다. 마침내 네 병 째 소주를 주문할 때 장민국은 작대기 네 개가 그어진 병장이 되어 제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제대 전날 서러워서 잠이 안 오더라고. 눈물이 날 정도였어. 국통에 자위를 못 하고 제대하는구나. 내가 사회 나가서 언제 큰 국통에 든 계란탕에 자위를 해볼 수 있겠어. 진짜 진지하게 중국집 요리사 일을 해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었어. 왜, 그 24시간 배달전문 중국집 같은 데엔 엄청 큰 통도 있을 거고 계란탕도 끓일 거 아냐.

“안 돼 인마. 그러다 해외토픽에 나온다.”

비슷한 사건들을 해외토픽에서 본 기억이 났다. 하긴, 나라도 아쉬웠을 것이다. 악의없이 저지른 일들을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곳은 유치원과 군대 정도다. 해맑게 웃으며 악의없이 주먹을 휘두르고 물건을 훔치고 물건을 빨아 달라 강요해도 별문제가 되지 않는 행복의 쉼터. 한 번 다녀오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곳에서 그는 그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린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도 약간의 아쉬움을 느꼈다.

제대하는 날 그는 다른 방식으로 자위를 완성하기로 결정했다. 제대식을 마치고 부대를 나오는 길에 장민국은 부대 정문의 헌병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지난주에 나온 계란탕, 맛있지 않았어요? 헌병은 갸우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 그게, 내가 국통에 자위를 했거든요. 헌병은 아무 말이 없었다. 장 일병, 아니 장 병장, 아니 다시 사회인 장민국은 신나서 말을 이어갔다. 왼손을 둥글게 말아 쥐고, 자위를 하는 것 같은 손동작과 함께. 아 그러니까 내가 국통에 딸쳤다고. 너는 내 정액을 먹은 거라고. 헌병은 침착하게, 아주 침착하게 장민국의 귀싸대기를 걷어 올렸다. 찰싹하는 경쾌한 소리. 다른 헌병이 위병소에서 뛰어 나와 그를 제지하였고, 장민국은 낄낄거리며 위병소에 손을 흔들고 터미널로 걸어갔다. 우리는 빈 소주병 네 병과 완전히 비어버린 작은 냄비를 뒤로한 채 계산을 마치고 거리로 흘러나왔다.








-
짧은 소설입니다.
약간의 성적 소재가 등장하는데,
음란(?)의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하여 올립니다만
혹시 규정상 문제가 된다면 조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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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군
14/09/29 14:44
수정 아이콘
우엑..
하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달았겠군요? 흐흐
켈로그김
14/09/29 14:55
수정 아이콘
감정표현을 할 때, 효과적인 전달을 위해 학습에 의한 이미지를 연기하는 경우가 왕왕 있지요..
실제와 허구의 구분은 나 자신에게는 유효하지만, 상대방에겐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진짜로 했느냐 안했느냐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는거..
이미 한 것과 다름없는 반응을 얻어갔으니..

제가 군생활 할 때는 maxim같은거도 없어서 좋은생각 책자의 이나영 샴푸광고가 딸감으로 쓰이는걸 보고
뜻이 있으면 길이 있다는 말이 진짜라는걸 실감했었는데,
장민국씨는 인류를 벗어나서 어류의 나체를 보고 절정에 이르는 업적을 달성할 뻔 했네요... 진짜 아까비..
알카즈네
14/09/29 15:02
수정 아이콘
가게의 남자알바생이 빈 대구탕 냄비와 함께 장민국 씨의 뒷모습을 번갈아 보며 묘한 웃음을 짓기 시작하는데....
헥스밤
14/09/29 15:06
수정 아이콘
오, 이거 좋네요. 왜 이 생각을 못했지 윽. 혹시라도 나중에 다시 손보게 되면 아이디어를 좀 차용하겠습니다..
알카즈네
14/09/29 15:17
수정 아이콘
그냥 별생각 없이 쓴 댓글인데 마음대로 차용하세요..;;
이쥴레이
14/09/29 15:13
수정 아이콘
제가 부대로 전입오기전 정확히 2주일전 취사반원 한명이 사라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저는 부대 전입오자마자 땜빵으로 일주일정도 취사지원을 했고요.

그리고는 그 취사반원 한명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이유가..
그날 계란탕이 나왔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합니다. 다들 이렇게 맛있는 계란탕은 처음이라며 칭찬이 자자했다고 해요.
불행은 맨마지막 경계 근무를 마치고 돌아온 근무자들이 남아 있는 계란탕 바닥을 휘저으면서 식판에 담았을때 쥐꼬리가 나왔다는것이
문제였죠.

그래서 부대에서는 한동안 계란탕이 안나왔고 일병이상 선임병들은 계란탕 거의 먹지 않는걸 1년내내 봤습니다.

그리고는 저는 지금도 그 이야기 덕분인지 계란탕을 먹지 않고 있습니다.
yangjyess
14/09/29 15:18
수정 아이콘
색즉시공에서 나온... 정액으로 만든 계란후라이(?)를 넣은 토스트 먹는 장면이 떠오르네요 크
곧내려갈게요
14/09/29 15:56
수정 아이콘
한손으로는 스마트폰을 들고, 한손으로는 짬뽕을 먹고있습니다. 순간적으로 토할뻔...
14/09/29 16:01
수정 아이콘
제목만 보고 농구선수 장민국 이야긴 줄 알고 깜짝 놀랐네요 크
이렇게 된 이상 오늘 저녁은 계란찜으로 간다?
지니쏠
14/09/29 16:17
수정 아이콘
재미있어요! 흐흐
14/09/29 17:01
수정 아이콘
다이어트에 좋은 글입니다 크
14/09/30 02:09
수정 아이콘
딸딸이는 슬리퍼 사투리 아닌가요??! -_-;;;(부산사람)
직장때문에 대전에 와있는데
슬리퍼 예기할때마다 여자친구가 흠칫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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