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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9/11 23:01:04
Name 스테비아
File #2 movie_image.jpg (124.2 KB), Download : 12
Subject [일반] 나를 알아주는 사람


(오글오글한 글이지만... 그냥 피지알러분들 모두를 응원한다는 마음으로 올려 봅니다)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좀 지난 영화이기도 하고, 영화 중후반의 이야기만 빌렸습니다)


주인공 동식(송새벽)은 보험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눈치없는 게 이 영화 주인공의 특기입니다(...)
고객의 기분을 맞춰 주는 것. 아부와 접대가 일에서 가장 중요합니다.
동식의 성격상 그런 업무는 쉽지가 않습니다. 다행히 사무직이기에 엄청난 영업 스킬을 필요로 하진 않죠.


동식의 아버지는 은퇴를 앞둔 교감 선생님입니다. 만년 교감이죠.
어머니는 동식의 아버지가 교장선생님이 되지 못하는 이유가 그놈의 청렴함과 성실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식의 아버지는 교장으로 진급하게 됩니다.
다들 재단에 잘 보이려고 난리가 날 때도 한번도 목을 굽히지 않았다던 아버지는,
그런 대쪽 같은 마음으로도 교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다음 날, 동식은 보험회사 사무직에서 영업직으로 좌천됩니다.
사무직임에도 불구하고 눈치가 없어 큰 고객과의 거래를 날려먹었거든요..
이제는 성격이고 뭐고 영업직에서 살아남아야 하지만... 동식에게는 그럴 마음이 없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집이 난장판입니다. 사채업자들이 들이닥쳤다 나갔습니다.
알고 보니, 어머니가 아버지 교장 만들려고 교육청과 이사회 사모들에게 뒷돈을 썼다네요.
곗돈 타서 갚을랬는데 계주는 도망... 빚은 2억 3천(!!)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아버지. 늘어나는 사채빚.
혹시나 해서 산 로또는, 사채 사실은 전혀 모르는 아버지가 찢어버립니다.









동식은 영업직으로 어떻게든 살아남겠다고 다짐하고, 영업직 첫 출근을 합니다.
우리가 천국 가야 할 준비를 하지 않냐고 신부님도 찾아가보고...
지인영업.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판매를 해 보려 하지만, 그게 될리가...







그러던 중, 억대 연봉을 받는 팀장님의 비법서를 보게 됩니다. 그 비법서의 지은이인 '혀고수'를 찾기 시작합니다.
어떻게 찾게 된 혀고수. 우여곡절 끝에 혀고수의 제자로 들어가 영업비법을 전수받습니다.








"아침에 거울은 보니? 혹시 자존심이란 놈이 널 따라 나오는지 잘 보라고.
우리 그 자존심이란 놈을 잠시 냉장고에 넣어두자. 버리지는 말고.
언젠가는 그 자존심이란 놈을 꼭 쓸 날이 올 거야."









이렇게 자존심도 뼈도 다 내려놓는 영업비법을 전수받은 동식은 엄청난 영업왕이 됩니다.
이대로라면 사채 빚도 매달 갚을 수 있는데, 한 달 내로 갚으라는 독촉은 멈추지 않고...





결국 큰 건 하나를 하기 위해 전수받은 비법을 모조리 활용합니다.
인간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들 만큼 모욕적인 일들을 겪어 가면서도,
아버지 몰래 빚을 갚겠다는 마음으로 모든 일들을 감당합니다.




점점 자존심이란 놈은 나와 다른 세상에 있는 것 같은 일상이 반복되고, 오해로 인해 진탕 얻어맞기까지 하고 들어온 어느 날.
동식은 아버지가 학교를 그만뒀다는 청천벽력같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여전히 대쪽 같은 아버지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습니다.











뒷이야기는 영화를 보시고..흐흐


사실 저는 이 영화의 주인공들에 감정이입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주인공은 보험영업맨입니다. 지인영업도 보기 싫은데, 그마저도 정말 못하니(;;) 한심하게만 보입니다.
주인공 어머니는, 아버지가 평생 쌓은 단 한 가지 가치인 청렴결백을 사채와 교환할 만큼 무가치하게 여깁니다.
주인공 아버지는, 가족들이 어떤 마음고생을 하고 사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그러다 동식이 아버지에게 저 이야기를 할 때, 그제서야 조금 답답한 마음이 풀렸습니다.
그리고... 그 뒤 아버지의 대사에서 다시 한 번 망치로 꽝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포스트잇에 써서 제 방 벽에 붙여 둔 글귀 중에 하나가 생각이 납니다.

[뭔가를 원하면서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사람들. 그들에게는 수천 가지의 실천할 수 없는 이유들이 있다. 하지만 정작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것을 실천해야 하는 단 한 가지 절실한 이유이다.]
「실행이 답이다」中


저는 걱정을 사서 하는 성격입니다.
남들이 하는 말은 좋은 쪽으로 걸러들으면서, 제가 한 말은 두고두고 생각하며 마음졸이는 성격입니다.
나 한 몸 살아가는 데에 아무 문제가 안 되는 일도, 다른 사람이 힘들어지는 일을 보면 견디기가 힘듭니다.
다행히 세상이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지, 아직까지는 크게 당하는 일 없이 살아가고는 있습니다 보살, 생불 이런 소리는 듣지만(기독교인데?)
...어쩌면 당하는지도 모르는 진퉁 호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많은 일들을 겪으며.. 그리고 국가적으로 일어난 슬픈 일들을 보며,
한 개인으로서 이래나저래나 결국은 무너지고 마는 결과들을 보며
도대체 왜 내가 이렇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즈음이었습니다.


정말 나를 알아주는 사람, 그 한 사람이 있다면.
세상에서 볼 때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든, 그 모습 그대로를 인정해주는 그런 한 사람이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포기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다시 도전할 힘은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피지알러분들 모두의 마음에 그런 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가슴 속에 품은 꿈이 무엇이든, 그것을 응원해주는 단 한 사람을 꼭 만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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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매니아
14/09/11 23:11
수정 아이콘
전 저런 아버지를 가지고 있는 게 부럽네요.
마스터충달
14/09/11 23:39
수정 아이콘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을 30년간 관찰한 실험이 있습니다.
처음 실험의 목적은 불우한 환경 속에서 인간이 어떤 성격장애를 갖게 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함이었고
예상대로 아이들은 자라서 알콜 중독, 가정 폭력, 성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죠.
근데 안 그런 아이들의 비율이 생각보다 너무 높았습니다. 착하고 반듯하게 자란 사람이 너무 많은 거에요.
그들을 다시 추적하고 인터뷰한 결과 눈여겨 볼 부분이 있었는데
친구이건, 부모이건, 옆집 할아버지건, 학교 선생님이건
누군가 그 사람을 알아주는 멘토가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정말... 복받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천에서 용나기 힘들다거나 부가 세습되기 시작했다고 하는 얘기들이 많은데
정말 자식에게 물려줄 것은 돈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이 아닌가 싶네요.
저는 자식에게 그런 멘토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조금은 걱정이 되네요.
요들레이히
14/09/12 00:09
수정 아이콘
정말 자식에게 물려줄 것은 돈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이 아닌가 싶네요. 
마음깊이 새겨두겠습니다. 마스터충달님은 자식들에게 꼭 좋은 멘토가 될것입니다. 저 한줄에 이상하게 마음이 찡하네요...

그리고 글 잘 읽었습니다. 잠들기전에 마음이 따뜻해지네요. 내일도 열심히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14/09/12 03:30
수정 아이콘
죄송한데 혹시 출처를 알 수 있을까요?

원 데이터 보고 조금 더 고민해보고 싶은 부분이 있어 부탁드려봅니다.
마스터충달
14/09/12 12:08
수정 아이콘
실험은 카우아이섬 종단연구(The Kauai Longitudinal Study)이고
실험에서 관련 내용을 건져낸 분은 Emmy E. Werner입니다.

제가 늦은밤에 댓글을 쓰다보니 기억이 가물해서 잘못 적은 부분이 있어서 실험에 대해 다시 간략히 소개드립니다.
1954년에 카우아이섬의 임산부를 결혼 여부에 상관없이 싸그리 연구대상으로 삼고
이후 30년이 지나 뱃속의 아기가 성인이 될때까지 관찰한 종단연구이자 전수조사인 사실상 다시는 이루어지기 힘든 관찰을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조사대상이 90%이상 잔존하는 종단연구 치고는 높은 잔존률을 보여줘서
사회과학에서 상당히 의미있는 실험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1971년에 『카우아이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연구결과가 출시되었는데 당시에는 이러한 개념이 확립되지 못했었습니다.
이후에 Emmy Werner가 resilience 개념을 정립하면서 새롭게 해석해서 더 의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Falloutboy
14/09/12 09:19
수정 아이콘
공감이 많이 되네요.
자식들에게 줘야하는건 물고기도 물고기를 잡는 방법도 아니고 네가 원하는걸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마스터충달
14/09/12 12:10
수정 아이콘
맞아요.
우리나라가 학구열이 높은 것도 자식에게 물고기를 줄 수 없는 부모들이 물고기 잡는 법을 주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런데.... 아이가 물고기 말고 다른걸 잡고 싶어한다는 걸 인정하지 않죠;;
낭만토스
14/09/12 01:08
수정 아이콘
기대안하고 티브이에서 봤는데 영화 재밌더군요
루카쿠
14/09/12 10:45
수정 아이콘
비행기에서 재미있게 본 영화네요. 송새벽 씨 개인적으로 더 떴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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