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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8/24 13:08:08
Name 라라 안티포바
Subject [일반] [바둑] 라라의 바둑이야기 22
[1]
저번에 겜게에 워3 이야기 쓰면서,
제가 연재하듯 꾸준히 쓰는 이야기들은 한번 시리즈로 엮어볼까 했는데,
벌써 바둑이야기가 22번째더군요...덜덜;;
검색해보니, 자게에 쓴 글 중 1개빼고 전부 바둑이야기였습니다.

[2]
사실 요번 글을 써야지, 써야지 했는데 기회가 잘 나지 않았습니다.
바둑은 예전만큼 보는 것 같은데, 소통욕구가 줄었다고 해야할까요.
예전에는 바둑을 보다가 '아, 이건 꼭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라는 심정이었는데,
요새는 그냥 혼자 재미를 느끼는 걸로 충분한 경지(?)에 이르러서...
바둑 접었던 친구에게 다시 바둑두자고 권유한 것도 그만둔지 오랩니다.
그래도 이번주에 삼성화재배 본선, 그리고 다음주 일요일, 이세돌 vs 구리 10번기 7국이 진행되니
그때까지 있었던 바둑 소식들을 한번씩 짚고 넘어갈겸 이 글을 씁니다.

[3]
2014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가 8일부터 13일까지 전라남도 강진·영암·신안군 일대에서 열렸습니다.
국수산맥 국제바둑대회는 올해 처음 시행되는 단기 국제기전으로, 한국의 국수 계보를 잇는 김인·조훈현·이세돌 9단을 배출한 강진군·영암군·신안군과 전라남도가 공동 주최한다고 합니다. 단 5일인데 총 상금은 9억원;; 역시 바둑 스케일이...

한중 단체바둑 대항전과 국제페어 바둑대회, 한중 어린이 바둑대축제가 열리는데, 뭐 제일 꽃은 역시 한중 단체바둑 대항전이겠죠.
국제페어 바둑대회는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이 풀리그 형식으로 치뤄집니다. 페어바둑은 남녀혼성으로 번갈아가면서 두는데,
아무래도 서로 팀워크가 많이 중요하고, 또 여자기사 다음 남자기사가 두는 백이 유리해 일반적인 바둑보다 덤이 적습니다.
국내 페어바둑대회의 경우, 덤을 경매로 해서 더 적은 덤을 낸 쪽이 그 덤으로 백을 잡는 룰로 진행됩니다.
여튼 국제페어 바둑대회는 일본의 3패, 나머지 한국, 중국, 대만이 각각 2승 1패로 공동우승을 차지합니다.

[4]
한중 단체바둑 대항전의 경우, 3일에 걸쳐 각국 5명의 대표선수들이 에이스 결정전 없는 프로리그처럼 5전제를 치룹니다.
15경기 중 8경기 이상을 차지하면 승리하는 식이죠. 우승 1억, 준우승 4천만원이지만, 선수들이 5명이나 되니 개개인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그리 크지 않죠. 일정이 매우 짧다는게 매력이랄까요?

한국대표는 박정환, 이세돌, 강동윤, 김승재, 김현찬 5명이고, 이 중 박정환 선수가 랭킹시드, 이세돌 선수가 후원사 시드인걸로 알고 있으며
나머지는 예선을 통과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강동윤 선수는 국수산맥배 이전까지 15연승을 달리며, 최근 부진을 확실하게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고, 김승재 선수는 속기전에 강한, 철저히 국내용의 기사여서 랭킹에 비해 국제기전 성적이 안 좋은 기사입니다. 김현찬 선수는 예선에서 박영훈 선수를 이기고 올라와 이변을 일으켰던 선수였구요. 중국은 천야오예, 퉈자시, 탕웨이싱, 추쥔, 탄샤오 5명이 출전합니다.

첫날은 3:2로 한국이 승리합니다. 한국의 두 에이스 박정환, 이세돌이 각각 천야오예, 퉈자시에게 무너졌지만, 나머지 세 선수가 승리하였습니다.  둘째날도 3:2로 한국이 승리하는데, 박정환, 이세돌이 똑같은 상대를 만나 설욕에 성공합니다. 마지막날 한국은 2승만 하면 우승을 하는 상황.

그러나 마지막날, 박정환 선수를 제외한 모든 선수가 패배하면서 1승 4패. 스갤에서 유행한 '1승만 해라 xx들아'가 떠오르는 상황이 펼쳐집니다. ㅠㅠ...이렇게 아쉽게 8:7로 중국에게 패배합니다.

국수산맥배는 올해 첫 기전인데다 단기간에 펼쳐졌지만, 재밌는 장면들이 많았습니다.
일단 강동윤 선수의 연승이 16연승에서 끝났습니다. 첫날 탄샤오 선수를 상대로 승리했지만, 다음날 같은 상대에게 설욕을 당합니다.
생각해보니 둘째날에 같은 매치업은 모조리 설욕에 성공했네요.

최근 6번기를 치룬다 할 정도로 국제기전에서 번번히 만나는 한국랭킹 1위 박정환 선수와, 중국랭킹 2위 천야오예 선수의 대결은 1:1로 무승부가 되었습니다. 이 선수들 LG배 8강, 백령배 8강 등에서도 마주치게 되니, 아무쪼록 박정환 선수가 힘을 내 주었으면 좋겠군요.

이세돌 vs 퉈자시의 3번기가 치뤄졌습니다. 두 선수는 3일 내내 만나게 되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 첫날은 퉈자시 승리, 둘째날은 이세돌 승리, 마지막 대국인 세번째 날에서, 이세돌 선수가 승부를 걸어옵니다.



우중앙 다섯점을 그냥 먹어 계가로 가기엔 좀 재미없는 바둑이 될 생각이 있다는 이세돌 선수, 상변 백집을 부수면서 우중앙 백 다섯점도 잡을 수 있다는 생각에 초강수를 둡니다.



그러나 그 수는 무리수가 되면서...결국 백 돌을 살려나간 퉈자시 선수의 승리. 역시 전성기가 지난 탓인지, 이세돌 선수의 강수가 무리수가 되는 장면은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두 선수의 3번기는 퉈자시 선수가 2:1로 승리합니다. 역시 지난 LG배 우승자의 위엄일까요.

그리고 가장 놀라웠던 것은, 김현찬 선수의 뜻밖의 선전입니다. 김현찬 선수는 국수산맥배 한국대표 선발전 결승에서 한국랭킹 5위 박영훈 선수를 상대로 승리하며 이변을 일으킵니다. 농심배에서도 그렇지만, 국가단체전 대표를 예선으로 선발하면 비교적 무명이었던 선수들이 올라오곤 하는데, 늘 팀의 구멍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작년에 중국이 농심배에서 세계대회 우승자로 도배해 5명을 모두 예선없이 시드로 뽑기도 했고, 고전을 치루고 결국 우승컵을 내준 한국에서는 '한국도 시드 수를 늘려야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죠.

그런데, 김현찬 선수는 첫날에 추쥔 선수를 상대로 승리, 둘째날 전기 삼성화재배 우승자인 탕웨이싱까지 이겨버립니다. 둘째날까지 유일한 2승 선수에, 둘째날까지 스코어가 6:4였던걸 감안하면 파란을 일으킨 셈이죠. 아쉽게도 마지막날 추쥔 선수에게 OME 경기를 선사하며 패배, 한국이 준우승을 차지하면서 파란이 빛을 바래 버렸지만, 한국에서 2승 1패를 거둔 선수는 박정환, 김현찬 선수가 유이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말 잘 해주었다고 말하고 싶네요.

[5]
국수산맥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전 글까지 텀동안 가장 흥미로웠던 바둑일정은 역시 삼성화재배 예선이었습니다.
제가 예전에 유게에 올린 '삼성화재배 미리보기'에 김성룡 해설과 3인이 스타 뒷담화 형식으로 썰을 푼게 있으니,
그걸 먼저 보시면 보다 재밌게 즐기실 수 있습니다. - https://ppt21.com../pb/pb.php?id=humor&no=213772

삼성화재배는 국가시드로 한국 5명, 중국 5명, 일본 2명에, 주최사 시드인 와일드카드까지 총 13명의 시드,
그리고 한, 중, 일, 대만을 제외한 월드조 1명, 여자조 2명, 시니어조 2명, 그리고 나머지 일반조 14명으로
32강 본선으로 진행됩니다.

시니어조는 한국의 자존심인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선수가 모두 탈락하는 굴욕을 당합니다.
중국 국가대표 감독인 위빈 선수와, 일본의 고토 슌코 선수가 진출하게 됩니다.

여자조는 현재 우리나라 여류기사 중 가장 랭킹이 높은 최정 선수가 중국 루이나이웨이의 후계자라 할 수 있는 위즈잉을 만나서 패배합니다.
정작 위즈잉도 탈락해버렸지만, 위즈잉과 최정은 라이벌이라고 하기엔 상대전적이나, 활약도 측면에서 보았을때 격차가 좀 벌어지지 않아나 싶네요. 중국 국내기전인 신인왕전에서 남자기사를 상대로 우승을 차지했고, 종종 남자기사들을 이기기도 하는 위즈잉 선수에 비하면 최정 선수는 다소 분발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어쨌든 여자조는 살아있는 전설 루이나이웨이 선수, 그리고 우리나라의 김윤영 선수가 진출합니다.

월드조는 마이클 천이라는 미국 아마추어가 진출했는데...이름으로 짐작하면 아마 중국인이나 대만인이 아닐까 싶네요.
사실상 우승후보와는 거리가 가장 먼 본선진출자인 셈인데, 시니어나 여류기사에 TO를 따로 할당하는 것도 그렇고 나름 바둑계의 다양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6]
삼성화재배 예선은 초장부터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로, 혼돈의 서막이었습니다.
박영훈, 구리 등 이름있는 기사들이 초장에 광탈합니다. 구리 선수야 10번기 6국 이후 사실상 극심한 슬럼프를 겪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라
그러려니 하는데, 박영훈 선수의 광탈을 충격이었습니다.

삼성화재배 예선 중 가장 재밌었던 대국은 역시, 나현 vs 미위팅의 삼성화재배 예선 4강이었습니다.
나현 선수는 박정환 선수의 또래로, 한국에서 가장 촉망받는 유망주 중 한명입니다...만, 2010년 삼성화재배 4강 이후 이렇다할 국제성적은
없습니다. 지난 초상부동산배때 2승으로 한국 승리를 견인한 정도?
반면 미위팅 선수는 판팅위 선수의 또래로, 작년 국제기전인 몽백합배 결승에서 구리 선수를 상대로 3:1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한 세계대회 우승자로 중국에서 가장 유망한 선수 중 한명입니다.



제가 대국을 본건 이거보다 조금 더 앞이긴한데, 여기부터 하이라이트라 이부분부터 보여드립니다. 나현 선수가 흑, 미위팅 선수가 백입니다.
미위팅 선수가 상변 흑집을 삭감하러 들어갔다가, 오히려 보태주고 흑만 두텁게 만들어서 딱히 재미 못 본 상황, 미위팅 선수는 중앙 백 다섯점을 움직여 도망가야 하는데, 바로 도망가면 나현 선수가 지금처럼 들여다볼 수 없게 보강을 할테니 그 전에 지나가는 겸 하나 해두겠다는 의도입니다. 그런데...



오잉? 나현 선수는 밖으로 받아 도망치지 못하게 가둬둡니다. 미위팅 선수는 '이 백 돌은 안에서 살 수 있다, 죽지 않는다' 는 것이고, 나현 선수는 '무슨 소리, 이 백돌이 살아나갈 수 없다, 혹은 살게 되면 대신 벽이 생겨 중앙 백돌이 잡힐것이다' 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죠. 이 시점 즈음해서, 미위팅 선수는 시간이 30분이 남았고, 나현 선수는 초읽기에 돌입합니다.

김성룡 해설도 이건 백이 사는 모양이라고, 대신 흑이 두터워지니 이젠 중앙 백 다섯점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여덟점을 잡으러 갈 것이다, 아마 미위팅이나 나현이나 거기서 승부를 볼 것이다' 고 합니다.



흑집에서 백이 흑을 잡고 도리어 대궐을 내고 살았으니, 흑 입장에서 최악 아닌가? 싶죠. 대신 김성룡 해설이 짚어준 대로, 우변 백 다섯점을 전부 조인 뒤 생긴 흑의 철벽을 바탕으로 중앙 백을 잡으러가는 승부를 걸 수 있습니다. 아마 미위팅도 거기서 버티는 싸움을 하겠다는 의도였을텐데...

갑자기 김성룡 해설이 말합니다. '어 이거 뭡니까? 미위팅 걸렸어요. 나현 선수가 수 냈어요!'





일단 조여주고,



어? 갑자기 살아있던 우하귀 백이 몰살당합니다.
이게 왜 죽었냐구요?



실전 묘수작렬! 너는 이미 죽어있다!
이렇게 미위팅은 시간 30분 남기고 꼼짝도 못한채...다른 곳을 몇수 더 두어가다 결국 돌을 던집니다.

나현 선수 바둑, 참 재밌는게 많더라구요.
나현 선수는 신산(神算) 이창호 선수, 소신산 박영훈 선수에 이은 형세판단과 계가에 등한 '신산라인' 이라고 하는데,
제가 본 나현 선수는 현묘한 묘수의 달인이랄까요? 참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묘수를 내는 바둑을 잘 둡니다.
이세돌 선수는 전투형 묘수를 추구한다면...나현 선수는 당연히 집인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마법을 부리는 법사 스타일이랄까요?
얼마 전 바둑TV에서도 실전 묘수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참 대단하단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기대치에 비해서 성적이 아직 좋지 않고, 이번 예선에서도 미위팅을 이겼으나 예선 결승에서 패배해 아쉽게도 삼성화재배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합니다.

[7]
삼성화재배 예선 중 가장 핫한 대국은 역시 강동윤 vs 장웨이제 의 예선 결승이었습니다.
예선 떼고 결승이라고 해도 믿을만한 대진이죠.

사실 삼성화재배 예선이 국수산맥배보다 빨랐고, 강동윤 선수는 15연승 중이었으니 이미 눈치채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강동윤 선수가 통쾌하게 승리하면서, 최근 부활에 성공한 장웨이제 선수를 다시 바닥으로 추락시킵니다. 그러나...
예선 결승에서 한중전은 12전 3승 9패, 참패하면서 예선에서 한국 선수는 단 5명만이 진출합니다.

삼성화재배 예선전 결과와, 그에 따른 32강 진출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국 : 이세돌 (전기 준우승), 박정환, 김지석, 최철한, 조한승 (국가시드), 이창호 (와일드카드, 후원사시드), 강동윤, 김승재, 이원영, 강승민 (일반조), 김윤영 (여자조)

중국 : 탕웨이싱 (전기 우승), 스웨, 우광야 (전기 4강), 천야오예, 퉈자시 (국가시드), 저우루이양, 렌샤오, 멍타이링, 랴오싱원, 옌환, 판윈뤄, 룽이, 양딩신, 쉬자양 (일반조), 위빈 (시니어조), 루이나이웨이 (여자조)

일본 : 다카오 신지, 무라카와 다이스케 (국가시드), 고토 슌코 (시니어조)

대만 : 샤오정하오 (일반조)

미국 : 마이클 천 (아마추어, 월드조)

중국은 기존 강자들 줄줄이 광탈했는데도, 하나같이 만만한 선수가 없습니다. 가장 핫한 유망주인 양딩신 선수를 비롯해서, 중국 갑조리그에서 활약했으나 그동안 세계기전에서 부진했던 선수들이 대거 본선에 진출했습니다. 최근 한중전을 보면, 마치 로마와 카르타고의 2차 포에니 전쟁을 방불케하죠. 한니발이란 명장에 모든걸 의지하는 카르타고와 같이, 몇몇 스타 플레이어에 의존하는 한국과, 끊임없이 공화국에 헌실한 인재가 쏟아지는 로마공화국과 같이 끝도없는 유망주가 쏟아져 나오는 중국...
최근 한중전의 기세가 다시 한국으로 살짝 넘어왔지만, 그것이 기울어지는 것도 시간문제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건 그렇고 일본은 전관왕인 이야마 유타 선수가 시드를 받지 않았군요. 뭐 전관왕이다보니 국내기전 일정으로만 워낙 바쁜 선수라서...그렇긴 해도 좀 많이 아쉽네요. 한국에 패권을 내준 뒤, 모든 국제기전을 폐지하고 스스로 문을 걸어잠근 일본의 운명을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8]

바둑대회의 대부분은 1시 아니면 7시에 중계가 되는데요, 그러다보니 식사하면서 볼 일이 많습니다.
최근엔 본의아니게 국내기전도 자주 보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한중전이 격렬하고, 세계 바둑의 패권이 점점 중국으로 넘어가는 추세다보니
국내기전은 잘 안 보는 편이었거든요.

물가정보배는 대표적인 국내 속기전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물가정보배에서 10년만에 최고령 본선 진출자가 나왔습니다. 주인공은 61세의 서봉수 선수입니다. 서봉수 선수는 스타리그 듀얼토너먼트처럼 치뤄지는 물가정보배 16강에서 첫 경기를 반집승을 거두고 승자전에 진출하기도 했지만, 최종전에서 박정환 선수를 만나 초장부터 불리해지면서 완패...ㅠㅠ 안타깝습니다. 박정환 선수가 김승재 선수에게 패배해버리는 바람에...사실 그러지 않았어도 최종전에서 김승재 선수를 만났을테니, 아쉽긴 하지만 노익장을 과시한 서봉수 선수, 아직 승부사의 길을 포기하지 않은 그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또 다른 본선리거 중, 이창호 선수가 부활의 신호탄을 울렸습니다. 대표적인 천적으로 유명한 최철한 선수에게 좋은 내용으로 완승을 거두더니, 상대전적 3:0, 최근 가장 잘 나가는 기사 중 한명인 안성준 선수에게 승리하며 깔끔하게 2승으로 8강에 진출합니다.



이창호 선수가 흑, 안성준 선수가 백. 흑이 중앙 백의 대마의 사활을 추궁합니다. 흑도 물론 미생이긴 하지만, 백에 비하면 주변 응원군이 많고, 하변 패맛도 있는 상황이라 생존이 지장은 없는 상황.



백이 나름 수순을 비틀며 흔들기를 구사하지만...최근 초읽기에 몰리면 잘 흔들리던 이창호 선수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정확한 수순으로 맞받아치며 완승을 거둡니다.

이제 한 5년만 지나면, 이창호 선수도 45세로 시니어 기사가 되겠군요. 지지옥션배 여류 대 시니어 에서의 활약, 그리고 세계기전에서는 시니어 조로 오히려 이창호 선수의 대국을 자주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9]
최근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이 진행되었습니다. 대회 캐치프레이즈는 '오직 한 사람에게만 허락된 자리'
제한시간 각각 2시간으로, 국내기전으로는 드물게 세계기전과 시간이 거의 비슷한 장고바둑입니다.
전기 우승자 최철한 선수가 16강에서 조기탈락을 한 상황에서,
8강에서 한국랭킹 2위 김지석 선수마저 박영훈 선수에게 탈락하면서 고배를 마십니다. 여기서 제 바둑머니 2억 날렸...ㅠㅠ
그리고 이동훈 선수가 강동윤 선수를 상대로 승리하며 4강에 진출합니다.
현재 확정된 4강리거는 박정환, 박영훈, 이동훈 3명에, 이세돌 vs 백홍석 승자가 4강에 진출합니다.
2012년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결승대진이죠. 그당시 백홍석 선수는 비씨카드배에서 위기에 몰린 한국의 영웅이 되며 중국 선수들을 연파하며
우승을 차지했으나, 삼성화재배 우승을 차지한 이세돌 선수와 연말에 명인전 결승에서 만나 역스윕으로 패배하면서 2012년 MVP 상까지 뺏기고 말았습니다. 과연 그 한을 풀 수 있을지...궁금하게 만드는 대진이네요.
참고로 명인전 준우승 직후 군대에 갔던 백홍석 선수가 벌써 병장입니다. 세월이 참 빠르다는걸 느낄 수가 있네요.

[10]
TV 아시아 선수권 대회가 치뤄졌습니다. 이 대회는 마이너 세계기전으로, 세계기전에서는 드물게 속기전입니다. 속기전에 강한 쿵제 선수가 3연패를 달성한 기록도 있지요.
이 대회는 KBS, CCTV, NHK의 한중일 방송사가 공동주최하며, 각각의 국제기전 우승, 준우승자들의 이벤트성 대회입니다.
한국은 KBS 바둑왕전 우승자인 이세돌 선수, 준우승자인 박정환 선수가 출전하며 중국은 리친청, 타오신란 선수가 출전, 그리고 일본은 고도 린과 유키 사토시, 전기 대회 우승자 이야마 유타 선수가 출전하게 됩니다.

첫 토너먼트부터 중국의 두 선수가 광탈하면서 대회는 드물게 2:2 한일전으로 흘러갑니다.
여기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박정환 선수가 고노 린 선수에게 패배합니다. 고노 린 선수는 예전에 LG배였나 어디에서도 판팅위 선수에게 불의의 일격을 날린 기억이 나네요. 한편 이세돌 선수는 이야마 유타 선수를 이기고 결승에 진출, 고노 린 선수까지 물리치며 우승에 성공합니다. 간만에 이세돌 선수의 선전이라 반가웠습니다.

[11]
바둑TV가 20일부터 유료화가 되었습니다. 사실 바둑팬들은 구매력이 있는 중장년층이 대부분이고, 유료화가 부당하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지금 한국 바둑계에 필요한건 젊은층에 바둑보급이 시급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상황에 역행한다는 느낌이 들어 아쉬운건 어쩔 수가 없군요. 집에 바둑TV가 케이블로 나와서 그냥 불편한 정도에 그친다는게 그나마 불행 중 다행입니다.

[12]
16회 농심신라면배 세계바둑최강전 예선전이 마무리되었습니다. 농심배는 한중일이 5명씩 위너스리그 방식으로 진행되는 대표적인 한중일 단체전으로, 우리나라 대표선수들의 경우 예선전을 통해 4명을 선발, 예선전이 끝난 후 탈락자 중 1명을 후원사 시드로 선발합니다.
이세돌 선수는 10번기에 집중할 생각인지 농심배 불참을 선언했는데, 사실 이세돌 선수는 농심배와는 큰 인연이 없지요. 이창호 선수가 이세돌 선수에게 밀린 이후에도 농심배에서는 늘 수호신의 역할을 해왔고, 이세돌 선수는 그러한 이창호 선수에게 편애에 가까운 후원사 시드 부여에 반발하여 농심배 예선에 불참하기도 했습니다.

여하튼 이번 농심배 최종 선발자는 박정환, 강동윤, 변상일, 안성준 4명의 선수가 확정되었습니다. 안성준 선수는 최철한-나현 등 강자들을 연파하며 진출에 성공하였고, 변상일 선수도 예선 결승에서 김지석 선수를 만나 승리했습니다.
후원사 시드가 누구에게 갈것이냐에 대해 관심이 많지요. 변상일 선수 대신 김지석 선수가 진출했다면 이의없이 최철한 선수가 시드를 받을텐데, 김지석 선수가 탈락하는 바람에 애매해졌습니다. 그래도 최근 기세나 이런저런 측면을 따졌을때, 김지석 선수가 시드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보입니다. 농심배 예선도 고사한 이세돌 선수에게 줄리도, 받을리도 없겠고, 최철한 선수는 최근 하락세가 뚜렷하고 있지만, 또 한중전에서는 나름대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아직은 김지석 선수가 받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한편, 강동윤 선수는 지난번에도 예선을 뚫었지만, 별 다른 활약없이 패배하여 '매번 농심배 예선을 뚫을때마다 우승한 기분이 들었지만, 정작 중요한건 본선에서의 활약이란걸 알았기에 이번에는 본선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 며 다짐을 굳혔습니다.

[13]
중국에서 개최되는 국제기전인 궁륭산병성배 세계여자바둑대회에 한국 대표로 최정, 오유진, 김채영 3명이 선발되었습니다.
최정 선수는 랭킹 시드를 받았고, 오유진 선수는 국가대표 상비군 자체 선발전에서 우승, 김채영 선수는 예선전에서 오정아, 김혜민, 박지은 등 기존의 강자들을 연파하며 출전권을 획득했습니다.
이 3명은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여류기사들이기도 해서, 세대교체인가 싶기도 합니다만...여류 바둑계는 더 심하게 중국으로 기세가 쏠려있어서, 최소 4강에 1명은 진출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14]
이번주는 삼성화재배, 궁륭산병성배가 진행되며 일요일에는 이세돌 vs 구리 10번기 7국으로 화룡점정을 찍습니다. 이번주는 바둑만 봐도 심심할 일은 없을 것 같네요.
다음엔 삼성화재배 32강 리뷰, 이세돌 vs 구리 10번기 7국 리뷰 등과 그동안 진행됐던 세계기전을 점검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바둑 이야기는 워낙 다양해서 특별한 제목을 짓지 못했네요...;; 다음엔 되도록이면 제목을 붙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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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모여재
14/08/24 13:23
수정 아이콘
오오.. 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요새 바빠서 제대로 바둑을 못 챙겨보다보니 라라님 글을 통해서만 소식 접하네요.
Claude Monet
14/08/24 14:19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바둑보는 빈도가 갑자기 줄어버렸는데 넷마블 바둑TV가 유료화가 되버렸네요 ㅠㅠ
설령 결재를 한다고 해도 예전과 다르게 보는 방법도 불편해져 버려서 요즘에는 바둑을 놓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 좋은 글 감사합니다.
14/08/24 16:08
수정 아이콘
조국수님의 선전을 기대했는데 저도 아쉬웠습니다.
레모네이드
14/08/24 16:32
수정 아이콘
바둑tv 유료화는 괜찮은데, 왜 대국실에서나 방송을 볼 수 있게 한건지, 많이 아쉽습니다.
낭만서생
14/08/24 17:15
수정 아이콘
저같은 경우는 티빙으로 바둑tv만 매달 천원씩 결제 해서 보는 편입니다.
라라 안티포바
14/08/25 01:12
수정 아이콘
앗 그런방법이 있었군요...!!
그런데 그 경우에도 다시보기 서비스 제공되나요?
14/08/24 23:27
수정 아이콘
바둑TV는 다 좋은데 불편해졌더군요. 더군다나 여류기전은 다시보기도 없고...
물론 TV로 볼 수 있어서 큰 지장은 없지만 요새는 바둑 보는 경우가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요새 여류기전 분위기는 어떤지 알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 오유진 초단의 바둑을 참 좋아하는데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라라 안티포바
14/08/25 01:14
수정 아이콘
저도 여류기전 보는것이 얼마 없습니다...일단 여류기전 자체가 극히 적고,
예전에 했던 가그린배 여류국수전도 바둑TV에선 방영을 안하더군요. 바둑채널이 바둑TV말고도 하나가 더있는데 아마 거기서 하나봅니다. 저희집에선 안나오구요. ㅠㅠ
제가 보는 여류 나오는 기전은 지지옥션배 여류 vs 시니어, 궁륭산병성배, 황룡사배 3개뿐인데요.
일단 궁륭산병성배는 현재 본선이 진행되지 않았고, 황룡사배도 본지 좀 되었네요.
지지옥션배는 9:5 정도로 여류가 크게 앞서있습니다. 김혜민 3연승, 박태희 4연승, 김나현 2연승으로 시니어 기사들은 조훈현, 유창혁, 서봉수 액기스만 남은 상태죠.
14/08/25 01:19
수정 아이콘
일단 오유진 초단이 출전한다고 하니 궁륭산병성배는 챙겨봐야겠네요. 지지옥션배는 저 3명이 항상 문제였으니 어찌 될지 모르겠고...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견우야
14/08/25 10:3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바둑tv 유료화로 큰 타격을 받은 1인 되겠습니다.

유료화를 통해 바둑에 대한 '홍보'하는 일 혹은 바둑 '복지' 개념으로 확대를 위한 선택이길 바랍니다.
도라귀염
14/08/25 19:05
수정 아이콘
저도 바둑tv유료화로 시간때울 다른방법이 필요하게 됐네요 못본 지난방송보기가 정말아쉽습니다 나현 미위팅 4강전 저도 tv중계로 봤는데 미위팅정도 되는 네임드 잡았길래 나현 올라가나 싶었드만 결국 탈락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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