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월드컵도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3-4위전, 결승전 이렇게 단 2 경기만 남았네요.
결승전은 독일 대 아르헨티나의 세 번째 결승 대결로 압축되었네요.
서로 한번 씩 우승을 주고 받았으니 이제 진검 승부를 펼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 하면 지금은 당장 메시가 떠오르지만 80년대 90년대 초 까지는 마라도나 였죠. 얼마전에 둘 중에 누가 더 위대한 선수인가를 놓고 웓드컵 게시판이 뜨거웠던 적이 있었는데 이 글에서는 그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마라도나와 관련된 사진 얘기를 하려고 합니다. 월드컵에서 활약하는 마라도나를 찍은 사진들 가운데 유명한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선은 86년 잉글랜드하고의 경기에서 그 유명한 "신의 손" 사건을 포착한 아래 사진이 있을 것이고요.





이 사진 말고 또 유명한 사진이 바로 마라도나가 여섯 명의 벨기에 선수들과 맞서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지요. 이 사진은 82년 스페인 월드컵 당시 아르헨티나와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나온 장면입니다. 이 사진을 보면 마라도나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지요. 마라도나 한 명을 막기 위해서 무려 여섯 명의 벨기에 선수들이 그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마치 장판파 다리위에 홀로 버티고 선 장비와 겁먹은 조조 군사들 같은 구도가 되었습니다...마라도나는 등을 보이고 있어서 그의 얼굴 표정을 살펴볼 수는 없지만 벨기에 선수들의 표정은 사진에 잘 나와 있지요. 모두 한결같이 잔뜩 긴장한 표정에 마라도나의 발끝에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습니다. 벨기에 선수들의 얼굴에서 일종의 경외감마저 느낀다면 약간 오버인가요?...그리고 이제 마라도나가 예의 자석처럼 공이 발에 착착 붙는다는 절륜의 드리블로 저 여섯 명의 벨기에 선수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서 슛을 날리게 될까요?




그런데 이 사진은 여러분들에게 다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마라도나를 여섯 명의 벨기에 선수들이 마크하고 있는 장면이 아니라 프리킥 상황에서 아르헨티나 선수가 마라도나 선수에게 공를 짧게 밀어주었고 마라도나가 그 공을 받는 순간을 찍은 것입니다. 저 여섯 명의 벨기에 선수들은 프리킥 당시 벽을 쌓고 있었습니다. 아래의 TV 중계 화면을 캡쳐한 장면을 보시면 상황이 정확하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마라도나와 일직선상에서 사진이 찍혀서 위와 같은 구도가 나온 것이지요.




이렇듯 하나의 사진이 정말 천 마디 말보다 더 큰 울림을 주기도 하지만 이 경우처럼 잘못된 이미지나 정보를 은연중에 전달할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저 사진의 실체는 마라도나의 위대함을 잘 못 전달하고 말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라도나가 위대한 선수가 아닌 것은 아니지요. 86년 월드컵 중계를 직접 본 입장에서 보자면 (물론 추억 보정이 들어가 있겠지만) 마라도나는 정말 대단한 선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