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릴 때 그룹 과외를 했었다.
선생님은 대학생이었고, 학생들이 선생님집에 찾아가서 과외를 받는 식 이었다.
엄할 땐 엄하지만 가끔 시간이 애매할 때는 직접 궁중 떡볶이를 만들어 주시곤 하셨다. 그 외에도 자주 간식을 먹었었다.
과외받으러 가면 선생님이 머리를 감고 항상 노란수건도아니고 파란수건도 아닌 흰수건으로 촤라랍촵찹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어려서 몰랐지만 지금 그 때 선생님의 이미지와 생김새를 다시 떠올려보면 이민정과 판박이었다.
아...지금 알고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말도안되지만 재밌는 후회를 하는 인생은 재밌다.
2.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남녀 합반을 했고, 그 전까진 초등학교 제외하고 5년을 남자반에서 썩었다.
합반이라서 여자반과 주르르륵 붙어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쉬는시간에 화장실을 가는데 앞에 지나가던 여학생이 티슈를 흘려서 주워서 주었다(고 한다)
나의 친절에 감복하며 여학생에게 "이거 니꺼 맞지?" 라고 물었다(고 한다)
졸업하고 여자사람친구에게 괴이한 사실을 들었다. 인근 여자반 아이들한테 변태로 낙인 찍혔다는 것
학년 내 여자애들과 두루두루 친했고 나름대로 여자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까지는 떨어진 티슈가 생리대인지 알리 만무했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되는 것만큼 재밌는 인생이 또 없다.
3. 또한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귀가하던 중 이었다.
무교동쭈꾸미 가게를 굳건하게 둘러싸고 있는 ㅣ^-^-^-^-^-^ㅣ 이렇게 생긴 뾰족한 나무 디펜서가 있었다.
지름길로 가려면 넘어야했기 때문에 친구들은 하나둘씩 넘어가고 있었다.
그 때 (보다는 좀 많이 지났지만) 야마카시 동영상이 떠돌았고 마침 13구역이라는 영화도 즐겁게 감상했다.
갑자기 그러한 것들이 떠올라서 패기있게 "야마카시"를 외치며 나무디펜서를 뛰어넘었지만 발이걸려 그대로 꽂히고 말았다.
인생에서 정말 "큰일났다" 라고 느낀적이 몇 번 없었는데 그 때 두번 째 정도로 느낀 것같다.
모서리가 다행하게도 고환을 스쳐지나갔지만.
나에겐 사타구니에 남아있는 깊은 흉터와
꼬챙이에 꽂힌 개구리마냥 뾰족기둥에 박혀있는 나를 보며 바닥에서 뒹굴던 친구들과
피를 뚝뚝흘리며 친구집에 들어가 친구어머님의 놀란 표정을 뒤로하고 피를 닦고 찢어진 교복을 갈아입었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아직도 그 때 생각을 하면 오금이 저린다.
생각해보면 난 참 운이 좋다. 지금 생각하면 웃긴 기억이라 가끔 떠올리며 혼자 재밌어한다.
4. 이등병 때 최고참이 특정한 사안에 대해 상병들 대상으로 인원조사를 시켜서 조사를 마친 후 명단을 최고참에게 읊어줘야 할 일이 생겼다.
여기저기 선임들에게 조사를 하러 다닌 후 생활관에 들어와서 최고참에게 명단을 읉어주었다.
"김요한 상병이랑, 최진호 상병이랑, 유정석이랑 박택용 상병입니다."
순간 '내가 뭘 들은거지?' 라는 표정을 한 선임들이 날 일제히 쳐다보았고, 내가 한 말을 되짚어 본 후 나는 사색이되었다.
군생활은 참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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