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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26 21:58:53
Name 김신욱
Subject [일반] 고민을 들어준다는 것.
중국 제나라의 환공이 신하 관중과 함께 사냥을 나갔다가, 귀신을 보게 됩니다.
그 후 환공은 사냥에서 돌아온 뒤 온몸이 하얗게 질려 헛소리를 하며 앓아누웠죠.
궐내 명의들을 불러 병이 낫기를 요청하였지만, 명의들은 모두 “기력이 쇠약하여 헛것을 본 것입니다. 곧 회복될 것입니다.” 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환공의 병은 회복은커녕 점점 더 악화되기만 하죠.
며칠 뒤 이 소식을 들은 신하 황자고오가 환공을 찾아가, 환공께서 귀신을 보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사실인지 물었습니다.
환공은 귀신의 모습을 묘사하며 황자고오에게 설명하죠.
황자고오가 귀신의 생김새와 그날 있었던 일을 궁금해하며 자세히 묻자,
환공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귀신을 보았던 날의 이야기를 한나절 늘어놓기 시작했는데, 자신의 병이 나은 것도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환공의 마음에 있던 근심거리가, 누군가에게 입 밖으로 시원하게 털어놓은 게 약이 되었던 것이지요.

흔히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고민을 털어놓곤 합니다.
그리고 진지하게 해법을 알려주곤 하는데, 결국 내가 알려준 조언대로 하지 않을 때는,
“이럴 거면 왜 나한테 말했지?” 하는 생각도 들고,
또 어떤 때에는 진지한 고민상담에 딱히 해줄 말이 없어 미안해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고민이나 근심은 사실 누군가에게 해답이나 조언을 듣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냥 누군가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하네요.
저는 누군가가 이야기를 걸어올 때, “너 알아서 해” 또는, “나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저 귀 기울여 듣고 “참 힘들었겠구나.” 한 마디만 전해 볼까 합니다.
여러분은 요즘 고민이 있으신가요? 저에게 언제든 말씀해주세요! 답은 나오지 않겟지만, 같이 한숨을 쉬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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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트
14/05/26 22:12
수정 아이콘
신욱님 말씀처럼 고민상담은 정말 진짜 고민에 대해서 해결책이 궁금한게 아니라, 내 얘기좀 들어주라 인거 같더라구요.
옛날에 군대있을때 선임,동기,후임 가릴거없이 사랑고민상담 정말 많이 받아 받습니다. 현명한 대답을 해주지 못하지만, 잘 들어줬거든요.
잘된경우도 있고, 결국 헤어져서 그 마음을 넋누리 하는 것도 많이 들어주고.. 그랬었네요.
함정이라면 전 아직도 솔로입니다.
김신욱
14/05/26 22:13
수정 아이콘
저도 잘몰랐는데, 저도 어느샌가 친구들에게 고민을 한껏 털어놔 놓고, 친구들이 조언을 해주려 하면 오히려 귀에 안들어 오더군요-_-;
스웨트
14/05/26 22:18
수정 아이콘
사실 당사자들도 어찌할 것인지 스스로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만약 조언이라고 해준게 맞으면 그걸 할테고,
조언을 해줘도 그게 자기가 생각한 답이 아니면 고민을 할 뿐이지, 결국 그 조언보단 자기가 그전에 생각했던 답으로 가더군요. -_-..
(나중에 너 왜 그렇게 하라니까 안했어.. 라고 해봐야 다 무쓸모..)
문현아
14/05/27 01:45
수정 아이콘
열등감이 많이 쌓여있는 사람입니다
가장 친한 친구들에게도 쌓여있던 몇년 간의 열등감이 폭발해서 친구들사이, 일상생활 벌써 3주간 방황하고 있는데요
결국 혼자서 해결 할 문제가 아닌거같아서
오늘 낮에 보건소에 우울증 상담센터에 상담을 받으러 갑니다.
이번에도 며칠 있으면 괜찮겠지 하고 맘속에 담아뒀다가
결국 20대 내내 이런 생각을 할 거 같더라구요
근데 오늘 낮에 상담을 막상 받으러 가려하니까
또 맘속은 왜이리 복잡할까요 하하...
14/05/27 10:21
수정 아이콘
저는 그래서 요즘 고민상담이라고 누가 말하면 한참 듣고는 니가 하고싶은대로 해. 어차피 인간은 남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대부분의 고민은 이미 결론이 정해져있고 단지 나 맞지? 응원해줘. 용기를 줘. 의 류라고 말해주곤 합니다. 이미 결론은 나있죠. 용기가 없을 뿐. 하하
14/05/27 17:54
수정 아이콘
말글의 기능 중 하나가 주관적이며 불명확한 인상, 감정을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이죠. 표현을 통한 정서적 만족도 대단히 유효하지만, 생각을 말글로 구성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 또한 대단히 유의미하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묘책이나 해결방안을 내놓지 못하더라도,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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