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5/04 18:41:15
Name 콩콩지
Subject [일반] 블랙스완 - 나심 탈레브

                                      

한 동전으로 동전던지기 게임을 한다고 하자. 이 동전을 49번 던졌더니 49번 연속해서 뒷면이 나왔다.
그럼 이 동전을 50번째로 던졌을때 뒷면이 나올 확률은 얼마일까? 과거의 결과와 현재의 게임은 독립시행이므로 1/2일까? '블랙스완'의 저자 나심탈레브는 이러한 학자적이고 플라톤적인 생각을 비웃는다. 현실에서는 49번 연속해서 같은 결과가 나오면 그 동전에 누가 장난을 쳐논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뒷면이 나올확률은? 모르긴 몰라도 1/2보단 훨씬 높을 것이다.


두꺼운 분량의 책에서 나오는 주장들이 도발적이지만 그렇게 충격적이거나 새로운것은 아니다. 익히 알려진 인간의 심리적인 특성중 자기의 마음에 드는것만 보기, 과거를 왜곡해서 해석하기, 위험의 과소평가하기 등을 지적하고, 특히 인간의 미래에 대한 예측능력이 얼마나 형편없는것인가를 말한다. 책 후반부에가서 나오는 표준정규분포에 대한 비판이라든가 경제학과 경제학자들을 거의 모욕하다시피 하는 말들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한국에도 저자의 거의 모든 저작이 번역된 이유는 나심탈레브가 철저히 금융시장에서 살아남았고,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학자적 풍모를 가지고 있지만 그 나름대로의 블랙스완의 철학으로 극도의 안정성과 극도의 불확실성을 동시에 추구하며 헤지펀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권오상의 '파생금융설명서'책을 보면 노벨경제학상과 LTCM펀드의 파산으로 유명한 블랙-숄스와 소프 등과 함께 헤지펀드의 새 지평을 연 3인 중 한명으로평가받고 있기까지하다.


제목 블랙스완은 버트런드러셀이 귀납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풀어놓은 백조의 비유에서 따온것이다. 인간들은 오늘까지의 역사를 해석하며 이런저런 가상의 아이디어, 모델들을 만들어 미래를 예측하지만 그 결과는 형편없는것이고, 오히려 역사나 개인의 삶을 크게 바꾸는 것은 극도로 불확실한 사건들 몇몇개에서 기원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평범의 왕국과 극단의 왕국으로 나뉘어져 있다. 평범의 왕국은 극단적인 관찰값들이 평균적인 규모에서는 상쇄되는 영역이다. 치과에 손님이 하루이틀 조금 몰린다고 큰 부자가 될수는 없다. 반면 극단의 왕국에서는 확률이 작은 한두번의 사건이 큰 파장을 몰고오는 영역이다. 수십편의 쓰레기같은 영화를 찍었더라도, 단한편의 블록버스터로 그는 제2의 김수현이 되어 부와 명예를 한손에 거머쥘 수있다. 이익의 관점에서 볼때는 이렇지만, 위험과 손해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무시무시하다. 한두번 손이 종이에 베이는것과 지진이나 비행기가 추락하는것은 차원이 다른문제이다.


나심탈레브의 주장은 이러한 블랙스완을 적절히 활용하고 대비하는게 핵심이다. 이 주장을 펴며 표준정규분포와 주류경제학 모델을 비판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세계의 불확실성을 파악하는데에 수학의 프랙탈이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표준정규분포는 프랙탈과 대수적 측정값을 갖는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프랙탈은 관찰규모가 달라져도 비율이 동일하다는 자기유사성을 갖는 차이가 있다.  중요한것은 블랙스완적 사건을 예측하는 것이 아니다! 블랙스완은 결코 예측할수없다. 단지 우리가 헤아리지 못하는 위험에 대비해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만들고 대비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한 대비를 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가 알고있는 지식보다는 알고있지 못하는 지식에, 읽은 책보다는 읽지 못한 책에, 그럴법한 사건보다는 절대 일어날것 같지 않은 사건에 신경을 집중해야한다.


경제학원론을 처음배울때 가장의아했던것은 개인의 효용함수가 정확한 수학적 함수의 형태로 표현된다는 것이었다. 한 개인의 효용함수를 제대로 알수가있을까? 자기자신도 잘 모를텐데. 개인의 효용함수를 모아 만든 사회적 효용함수가 현실에서 얼마나 함의를 가질 수 있을지 아직도 의문이다. 나심탈레브는 700페이지에 걸쳐서 플라톤과 플라톤적 모델을 계속해서 깐다. 심하게 깐다. 대학의 학자들이나 금융학자들은 현실에서 이론을 도출하는게 아니라, 맘에드는 이론을 만들고 현실을 거기에 끼워맞추려고 한다는 것이다. 또 재미있게도 역사학자들도 경계하는데, 역사적 사실에서 이러저러한 교훈들을 만드는 게 위험하다는 것이다. 역사가 이렇게 된 이유의 대부분은 그저 우연과 운이다. 과거는 이미 일어난 일들의 집합이다. 여기서 이러저러한 인과관계를 끌어서 교훈을 만들고 이걸통해 미래에 적용하고 예측하다보면 정작 다가오는 중요한 사건을 제대로 마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역사책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주장한다. 역사책을 보라. 역사적 사실들을 꼼꼼하게 관찰하라. 다만 그저 관찰하라! 미래에 나타나는 양상은 과거의 반복이 아니다. 사건을 보고싶거나 봐야하는대로 보지말고 일어나는 대로 보라. 저자의 주장또한 하나의 이야기에 불과하다는 한계를 갖는다. 저자가 스스로 털어놓은 약점이다. 하지만 거짓의 이야기에 맞서싸우려면 블랙스완 이야기라는 새로운 보검을 꺼내들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정도면 훌륭하게 다듬어진 보검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요정 칼괴기
14/05/04 19:03
수정 아이콘
나심 탈레브의 이책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주장 보다는
레바논 기독교 사회에서 비잔티움 제국적 전통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심한 역덕임을 스스로 느꼈죠.
콩콩지
14/05/04 20:22
수정 아이콘
정말 신기하더라고요. 레바논이 지중해국가이고, 기독교,이슬람이 공존하는사회인줄은...
그것보다 할아버지가 국방부장관이고 배경이 대단해서
프랑스어사립학교다니다가 와튼스쿨에 파리대학 금융공학박사까지
아주 박식한 인물인것같아요
요정 칼괴기
14/05/04 20:27
수정 아이콘
레바논 뿐만 아니라 중동 기독교나 유대교 공동체가 쇠퇴하는 이유죠.
잘나가는 사람이 같은 성씨를 보살피는 관습이 있기 때문에
외국에서 뿌리를 내리면 그 이주민들 믿고 자기 고향을 떠버립니다. 나심 탈레브 자신도 그런 케이스구요.

특히나 레바논 기독교 사회는 프랑스 식민시절에 친불파로 일했기 때문에 프랑스쪽에 많이 이민갔죠.
콩콩지
14/05/04 20:36
수정 아이콘
와 그런 역사가 있었군요... 이런쪽 지식 책같은거 추천해주실만한거 있으신가요 흥미가 가네요
요정 칼괴기
14/05/04 20:37
수정 아이콘
추천할 책은 없고 이게 전공이어서 알고 있었던 뿐예요. 크
콩콩지
14/05/04 20:47
수정 아이콘
새삼 우리가 너무 중동에 대해 단편적으로 인식하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하네요
거기도 우리나라 뺨따구 후릴정도의 역사가 있을텐데 말이죠
endogeneity
14/05/05 20:21
수정 아이콘
레바논 정치를 이해하면 중동정치를 다 이해하게 된다는 말도 있을 정도로 복잡다단한 나라입니다
전파우주인
14/05/04 19:07
수정 아이콘
흠 별 내용 없는 책인줄알았는데 나름 심오한 철학이 담긴 책이었군요. 서평 감사합니다. 꼭읽어봐야겠네요.
콩콩지
14/05/04 20:23
수정 아이콘
그렇더군요 저도 그냥 구호만 요란한줄알았는데 저자가 확률론으로 학계에서도 획기적인 기여를 했더라고요
뭐야 요건!!
14/05/04 20:12
수정 아이콘
이런 내용류의 책 좋아하는데... 추천하실만한 책 좀.. 더 적어주실 수 없나요...
타임트래블
14/05/04 20:57
수정 아이콘
블랙스완을 보면서 수년 전 통계학회에서 어떤 교수님의 발표가 생각나더군요. 미지의 행성에 첫발을 디딘 인류가 한 걸음 한 걸음 뗄 때마다 이전에 보지 못했던 미지의 생물체를 마주칠 확률에 대한 분포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무척 흥미로웠지만 머리가 나빠서 수식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1567 [일반] 편안한 직장생활을 위한 Know-how (2편) [22] 소나비가5181 14/05/06 5181 11
51566 [일반] 피지알러 여러분은 사전투표제도에 대해 알고 계신가요? [17] yoon0674327 14/05/06 4327 8
51565 [일반] [해외축구] 지난 주말의 경기들 [34] 멜라니남편월콧6051 14/05/05 6051 8
51564 [일반] 편안한 직장생활을 위한 Know-how [23] 소나비가7384 14/05/05 7384 17
51563 [일반] 아프가니스탄 최악의 산사태가 일어났습니다. [25] 비토히데요시7857 14/05/05 7857 0
51562 [일반] 해경. 문화재청 첨단 잠수 선박도 투입 거부 [57] 우주모함8624 14/05/05 8624 8
51561 [일반] [K리그] 이번주 챌린지/클래식 결과입니다. [18] 삭제됨3019 14/05/05 3019 2
51560 [일반] 노출 이야기: 당신은 모르는 다양한 노출 [27] Naomi10778 14/05/05 10778 41
51559 [일반] 문재인 의원의 '대통령과 정부에 요청합니다.' [26] 어강됴리7832 14/05/05 7832 3
51558 [일반] [유럽축구] 광범위한 고춧가루가 살포된 라 리가. [14] Rorschach4954 14/05/05 4954 1
51557 [일반] [KBO] 터지지 않은 1지명만 보면 서운해서 써보는 21세기 터진 1픽들. [56] Fin.7685 14/05/05 7685 0
51556 [일반] [삼국지] 유선은 정말 바보였을까? [44] 靑龍10847 14/05/05 10847 1
51555 [일반] [KBO] 21세기, 터지지 않은 1픽들... [34] Ayew6780 14/05/05 6780 0
51554 [일반] [아챔] 내일 아챔 16강전이 열립니다. [17] 삭제됨3293 14/05/05 3293 1
51553 [일반] 정미홍 예비후보 "추모집회 참가자 일당 6만원" 사건 [59] jjohny=쿠마9496 14/05/05 9496 7
51552 [일반] 정도전 34화 [38] 해원맥12734 14/05/05 12734 20
51551 [일반] 전 NBA에 반했습니다.(1) [27] 영웅과몽상가5541 14/05/05 5541 1
51549 [일반] [우주] 지구에서 가장 멀리 있는 인위적 개체, 보이저 1-2호 (3/3) 完 [39] AraTa_Higgs8684 14/05/05 8684 83
51548 [일반] 오늘 한계를 목도합니다. [8] 포포탄5731 14/05/04 5731 2
51547 [일반] 정도전 33화 [52] 해원맥11035 14/05/04 11035 13
51546 [일반]  彼狡童兮(피교동해) ③ 명분 [2] 후추통4846 14/05/04 4846 2
51545 [일반] 저렴이 쇼핑정보. 스파오 2장 5천원 화이트 반팔티 등 [31] 삭제됨8839 14/05/04 8839 2
51544 [일반] 블랙스완 - 나심 탈레브 [11] 콩콩지5789 14/05/04 5789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