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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5/04 15:27:30
Name LingTone
Subject [일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들.
아래에 [아바타]와 관련된 글을 보고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써 봅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헐리우드 영화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거장이죠.
카메론 감독의 [아바타][타이타닉]은 각각 27억 달러, 18억 달러로 세계 1, 2위에 해당하는 박스오피스 흥행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아바타는 영화계에 3D 열풍이 불어닥치게 만든 시발점이 되기도 했는데요,
이 아바타라는 영화의 서사 구조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 의견들을 살펴보면 결국 핵심은 하나입니다.

뻔하다, 예전에 봤던 것이다.

그런데 뻔한 이야기이고, 예전에 봤던 이야기라고 해서 평가절하되는 게 과연 맞을까요?
사실 카메론 감독의 주요 작품인 [터미네이터] 시리즈, [타이타닉]도 모두 [아바타]처럼 간결하고 고전적인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시련을 겪고, 마침내 그것을 이겨낸다는 이야기인데 이런 걸 보고 흔히 아크 플롯이라고 부르죠.

카메론 감독의 영화들이 그토록 대흥행을 했다는 것은, 특히 아바타와 타이타닉의 흥행 기록이 지금까지도 감히 범접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것은 결국 승리를 가져다 주는 것은 그런 고전적인 이야기라는 셈이 되겠죠.

또한 가장 고전적인 이야기와 가장 최신의 기술을 섞어 대중성 높은 영화를 만들어 낸다는 점도 카메론 감독의 천부적인 재능입니다. 한마디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들은 단순한 기술 활용뿐만 아니라 관객과의 교감에 있어서도 훌륭하게 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거죠. [다크 나이트] 이후 요즘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쓸데없이 '다크나이트화'되고 있는 마당에 오히려 카메론 감독의 영화들을 보고 있으면 반갑기까지 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터미네이터나 타이타닉, 아바타 같은 영화들이 단순히 화려한 시각효과만 내세운 작품들도 아니고,
면면히 살펴보면 연출 역시 꼼꼼하게 잘 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요즘 헐리우드에서 3D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얼마 전에 봤던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도 아이맥스 3D로 봤는데, 딱히 이게 3D로 나왔어아 할 이유도 못 느꼈을뿐더러
격투씬에선 카메라가 격렬하게 흔들려서 오히려 어지러움증이 배가되더군요.

그에 비하면 아바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격렬하게 흔들지 않고, 부드럽게 움직이면서도 스펙터클한 화면을 잡아내고 있습니다.
같은 3D 연출 부분에서도 아바타는 최상급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아바타 시리즈가 무려 4부작으로 나온다 하니 아직도 세 편이나 남았긴 했지만, 저는 무엇보다도 [총몽]의 영화화가 가장 기대됩니다.
[기술]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있고, 또한 그 기술을 [이야기]와 가장 잘 결합시킬 줄 아는 감독이 제임스 카메론이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부디 오래 사셔서 꼭 총몽 영화판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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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아게하
14/05/04 15:38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사람들은 결국 뻔한 이야기를 또 봐요.
또한 연극이나, 소설 등 기타 서사예술분야와 달리 영화라는 것이 시각기술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잠재력까지 생각해보면,
제임스카메론은 대단한 '영화감독'이라 생각합니다.
영원한초보
14/05/04 15:53
수정 아이콘
안뻔한 영화는 드물게 나오기때문에 안뻔한 영화만 재미있게 본다면 1년에 영화 이야기하려면 손꼽아서 해야 될겁니다.
그렇게 중요한 말은 아닌것 같고요.
제임스 카메론 54년생인데 아바타 3편하고 총몽까지 다 만들 수 있을까요?
LingTone
14/05/04 15:57
수정 아이콘
뭐 80세 넘어서도 감독하는 분들도 계시니 건강만 잘 지키신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가만히 손을 잡으
14/05/04 16:02
수정 아이콘
글쎄요. 제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터미네이터는 놀라운 이야기였고, 타이타닉은 뻔한 스토리임에도 눈을 뗄수 없었지만
아바타는 지루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아바타가 3D 연출에서는 전환비적인 의미를 가지겠지만 저는 그랬습니다.
대체적으로 제임스 카메룬의 영화들을 좋아하고 즐겼지만 아바타는 후회를 했네요. 우주 끝까지 날라가서 인디언이라니...
도리어 제임스의 전작 중 어비스가 전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었네요.
마빠이
14/05/04 16:10
수정 아이콘
에일리언2의 이야기 구조도 가히 교과서 적이라 할수 있습니다. 정석중에 정석이죠

어느 기지 교신 두절 > 주인공 파견 > 도착후 기지는 파괴되어 있고 생존자도 없음 > 기지조사 시작 > 생존자 발견 > 괴물등장 > 파견자들 죽기 시작 > 생존자 탈출시작 > 천신만고끝에 탈출로 확보 > 최종보스 등장 > 탈출

이 풀룻은 게임이고 영화고 가리지않고 사용하는 정석입니다. 바이오하자드도 거의 똑같은 이야기 구조인데 이런 정석 가지고도 너무 아동틱 하지 않게 잘 비벼주는게 제임스카메룬이라 봅니다.
LingTone
14/05/04 16:14
수정 아이콘
맞다 에일리언2를 빼먹었네요.
저는 그 퀸 에일리언과의 결투가 너무나도 강렬해서 아직도 기억납니다.
마빠이
14/05/04 16:18
수정 아이콘
시고니위버가 마지막 기계슈트를 타고 퀸에일리언과 싸우는 장면은 후대 영화와 게임에 지대한 영향을 주죠 흐흐
가만히 손을 잡으
14/05/04 16:22
수정 아이콘
너무 좋아하는 스토리라인입니다. 이런 식은 알면서도 무조건 보는 편입니다.
흔한 방식인데도 좋아하는 걸 보면 무언가 매력이 있겠지요. 어떻게 꾸며내느냐 인데 이건 기가 막히게 했죠.
제임스카메룬 영화 중 터미네이터와 함께 제일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마빠이
14/05/04 16:26
수정 아이콘
그렇죠, 뻔한데 재미나요 흐흐
wish buRn
14/05/04 18:29
수정 아이콘
정석이 된다는 건, 그게 가장 효과적이고 재밌기때문이죠.
어느 분야든 기본기에 충실한 괴수는 A급 찍더군요. S급이 되느냐 A급으로 남느냐가 갈리는데
A급으로 남는 것도 엄청 대단한거죠
14/05/04 16:34
수정 아이콘
영화보다보면 등장인물의 행동에 공감이 안가서 몰입이 깨질 때가 있는데 아바타, 타이타닉은 그런게 거의없어요. 개연성이 높게 구성을 하거나, 개연성이 약간 떨어질 듯 싶어도 분위기 조성을 잘해서 어색함을 못느끼게 만들거나.
내가 화면 밖에서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화면 안에서직접 등장인물들을 관찰하고 있는 것과 같은 몰입감을 주는 게 아바타, 타이타닉 흥행 원동력 중 하나라 봅니다.
14/05/04 16:40
수정 아이콘
아바타와 같은 SF 장르로서 반대 케이스라면 리들리 스콧의 프로메테우스가 떠오르는군요. 이야기의 틀은 엄청 흥미롭고 있어보이게 잘 잡았는데 세부적인 개연성이 너무 떨어져서 관객들을 화면 밖의 비판자가 되게 만드는..
王天君
14/05/04 16:54
수정 아이콘
상업영화에서 카메론 감독이 갈등과 위기를 플롯에 어떻게 배치시키고, 또 그것을 어떻게 보여주냐 하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각본의 단순함에서는 별로 변호할 껀덕지가 없는 것 같아요. 아바타가 까이는 건 서사의 전형성이 전작들에 비해 너무 심했기 때문이죠. 심지어 아카데미 수상작인 늑대와 함께 춤을 과 갈등구조 및 주제의식이 너무 비슷했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못받는 게 당연하다고 봅니다. 또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에일리언 2에서는 하이 테크놀로지의 창의성과 스크린 상의 구현이 시대를 앞질러 가는 수준이었는데, 아바타에서는 딱히 그런 감흥은 없었거든요. 한마디로 감독의 전작들은 전혀 뻔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충격적이었죠. 그런데 아바타에서는 딱히 그런 충격이 없고 어디서 본 듯한 느낌만 나니 전작의 전율을 기대하던 관객들에게는 딱히 와닿지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흥행이 잘 됐다 - 결국 보편성을 띄고 있다는 소리인데 이게 스토리의 전형성을 커버해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은 3d 기술과 보편성을 이야기하는데, 그게 아바타의 서사에 대한 비판에 유효한 변호 같지는 않네요. 그 장점은 장점이고, 단점은 단점으로 느껴져서요.
14/05/04 17:55
수정 아이콘
동의합니다. 본문의 '평가절하되는 게 옳을까요'에 대한 제 대답 또한 王天君 님 논조와 같아요.
LingTone
14/05/04 18:51
수정 아이콘
서사의 전형성 면에서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가 모두 비슷합니다.
카메론 감독의 전작들이 전혀 뻔하지 않았고, 충격적이었다고 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충격을 느끼셨나요? 터미네이터 2만 봐도 시나리오상에서는 전혀 충격적이라고 뽑을 곳이 딱히 없습니다. 기계와 인간의 교감? 그런 주제는 오래 전부터 주구장창 나왔던 소재고요. 정말 충격적이었던 건 당대 최고의 CG를 동원하여 만들어진 액체합금로봇 T-1000의 모습이었겠지요.
아바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나리오만 놓고 보면 전혀 새로울 게 없지만, CG 기술과 3D 부분에서 엄청난 충격을 안겨다 준거죠.
그리고 본문에서 말했지만, 그 새로울 게 없는 시나리오도 크게 결점이 있는 것 또한 아닙니다. 어차피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예술영화가 아닌 상업영화 감독이고, 따라서 최고의 기술과 그에 맞는 적절한 스토리를 잘 융합시킬 줄 안다는 면에서 카메론 감독의 영화는 전형적이다, 단순하다는 이유로 깎아내리기엔 어려움이 크지 않나 생각합니다.
王天君
14/05/04 18:58
수정 아이콘
하이 테크놀로지의 창의성과 스크린 상의 구현이 충격적이라는 의미였습니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첨단 기술이 그 자체만으로도 기발한 뭔가가 있었는데, 아바타는 그런 게 전혀 없었다는 말이지요. 이 전의 영화가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구나!! 라고 충격을 줬다면 아바타는 이제 이런 수준까지 되는구나 하고 기술에 대한 감탄이 더 크게 느껴졌어요.
카메론 영화를 깎아내린다기보다는, 이런 부분은 단점이다 - 라는 지적이 수긍할만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전 아바타의 서사는 무난한 정도에 못미치는, 범작 살짝 못되는 평이함을 지녔다고 생각해요.
14/05/04 17:24
수정 아이콘
뻔한얘기를 재밌게 푸는것도 능력이죠
내려올
14/05/04 17:32
수정 아이콘
저는 카메론 영화 중에 트루라이즈도 좋아합니다.
과장된 픽션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끝까지 밀어부친 유머러스함이 좋아요. 오히려 트루라이즈를 시리즈로 만들면 꽤 잘 나갈 것 같습니다.

영화는 사실 전부 개뻥일 뿐이니까요 크크
14/05/04 17:32
수정 아이콘
그냥 영화를 보는 평범한 관객 입장에서 스토리 뻔한데 재밌고 시각 효과가 눈을 사로잡고 음향 효과 빠방하고 군더더기 없는 편집.. 괜히 아카데미 시상식때 "I'm king of the world"라고 한게 아닌것 같아요. 그냥 결점이 안 느껴집니다. 이 분 영화는..
14/05/04 17:53
수정 아이콘
<아바타>가 입체영상 문법을 잘 따랐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기본적으로 횡적인 움직임이 많고, 종적인 움직임은 일부러 와이드하게 잡아서 관객의 시각피로를 잘 조절하지요. 입체영상의 질적인 면에서 <아바타>와 견줄 수 있는 건 <그래비티> 정도가 아닐까 싶네요. 다만 <아바타>의 입체영상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 단독의 공이라기보다 스테레오그래퍼인 빈스 페이스와의 공동업적이라고 봅니다. 어쩌면 빈스 페이스의 공이 훨씬 더 클지도 모르구요.

'결국 승리를 가져다 주는 것은 그런 고전적인 이야기'라고 하셨는데, 관객 수가 곧 승리라는 것은 영화의 상업적인 측면에서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닐까 싶네요. (물론 영화에서 상업성은 무지막지 핵심적인 요소입니다만, 상업성만이 영화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가령 505만 관객이 들었던 <가문의 영광>이 그보다 적은 관객을 동원한 다른 모든 영화에게 '승리'했다고 말하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질적으로는 <아바타>를 상회하지만 상업적으로 큰 이익을 보지 못한 현대영화, 혹은 대중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영화학계에서는 신성한 작품으로 여겨지는 영화도 꽤 있고 말입니다.

앞서 글에서도 비슷한 덧글을 달았습니다만, 저는 <아바타>가 관객 수를 늘리기 위해 일부러 쉬운 서사를 골랐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를 통해 영화계의 판도를 한 스텝 옮겨가려는 의욕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요. 상업영화판은 철저히 자본주의 원리를 따르는 곳이다보니 누군가 '입체영상은 돈이 됩니다!'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고, 제임스 카메론이 벼르고 벼르다가 그걸 제대로 한 방 보여줬고, 그 노림수가 훌륭히 먹혀든 덕에 요즘은 아무 영화나 입체기법을 동원하고 있고, 이런 과열은 결과적으로 영화의 기술적 발전, 그리고 영화 상영 환경의 극적인 변화에 큰 기여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그래비티>가 나올 수 있었던 것도 <아바타>가 멍석을 깔아줬기 때문은 아닐까 싶네요.
LingTone
14/05/04 18:57
수정 아이콘
아바타가 3D 영화의 시초를 닦기 위해 일부러 쉬운 서사를 골랐다는 점은 납득이 갑니다. 아바타 상영 당시에도 그런 의견이 많이 나왔고 말이죠.
다만 위에서 제가 댓글로 언급했듯이, 카메론 감독은 언제나 고전적인 이야기를 최신의 기술과 합하여 영화계의 패러다임을 바꿔 오던 감독이었고, 이건 결코 작게 볼 수 없는 커다란 업적이라는 것이죠. 어차피 카메론 감독은 상업영화 쪽 인물이니까요.
그런데 아바타를 비롯해서 카메론 감독의 영화를 비판하는 의견을 보면 언제나 영화의 다른 건 모조리 제껴두고 '쉬운 서사'에 대해서만 공격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서 써본 글이었습니다.
王天君
14/05/04 19:03
수정 아이콘
글쎄요. 영화계의 패러다임을 바꿔왔나요? 오히려 상업영화의 시장논리를 더 견고하게 했으면 모를까... 스토리텔링에서도 가장 보수적이고 안전한 선택을 했기에 쉬운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요.
LingTone
14/05/04 19:50
수정 아이콘
영화에서 CG가 전면적으로 사용되게 된 기점이 터미네이터 2였고, 영화에서 3D가 활발하게 사용되게 된 기점이 아바타였으니 기술적 패러다임은 카메론 감독이 이끌어왔다고 생각합니다. 어비스에서 사용된 CG 소프트웨어는 오늘날의 포토샵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이어졌구요.
王天君
14/05/04 20:00
수정 아이콘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링톤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서사적인 측면의 결함까지도 눈감아 줄 수 있을만큼 아바타에서도 유의미했는가 한다면...글쎄요. 기술적인 장점을 들어서 아바타의 서사의 단순함을 커버하려는 건 사람마다 의견이 나뉠 수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네요. 좋은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 저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정말 대단한 감독이라고 생각하고, 아바타 역시도 굉장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14/05/05 01:39
수정 아이콘
'제껴두는' 것은 확실히 편향적이겠군요. 공적과 특성, 그리고 그 특성에 따른 한계를 고르게 인정하는 편이 좋겠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완벽한 영화란 없을테니까 말이지요. 사실 저는 내러티브를 워낙 중시하는 사람이라서 <아바타>를 개인적인 best에 넣진 않지만, 충분히 굉장한 영화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래비티>와 더불어 영상기술의 양대 정점이라고 봐요. 부러 일산까지 가서 아이맥스+입체로 본 보람이 있었지요.
김연아
14/05/04 20:44
수정 아이콘
저도 아바타를 굉장히 재밌게 봤고, 그의 3D 촬영에 충격받았고, 블록버스터 3D 시대를 개막한 장본인이 카메론이자 아바타라고 생각하지만, 그 서사는 간결한 걸 떠나서 꽤나 허접하죠. 터미네이터1, 2, 에일리언2, 타이타닉, 트루라이즈 등등 모두 훨씬 아바타에 비해 색다른 구석이 있으며(오히려 어비스가 진짜 색다른 구석이 적죠), 이야기가 더 복잡함에도 그 개연성에 의심할 여지들이 적습니다.

사실 아바타야말로 설정에서부터 쉣이죠. 우주 행성 간을 날라다니고 신경을 연결해서 아바타를 생각대로 뛰어놀게 만들 정도의 기술력을 가졌는데, 신경 손상으로 못쓰는 다리는 대체 왜 여지껏 못 쓰고 있을까요? 돈이 없어서인가?-_-;;;

그리고 고전적인 이야기라고는 하나 카메론의 다른 영화들은 중요한 순간 고전을 탈피하는 경우가 많았죠.

우선 여주들을 굉장히 잘 활용했고, 단순한 활용을 넘어 굉장히 진취적이고 현대적인 여주상을 획득했습니다. 가장 고전적으로 보이는 타이타닉의 경우에서도 고전시대에 머물던 주인공이 남주를 만나 변화하고, 배는 침몰했고 남주는 죽었지만 그 과정을 고치면서 진정으로 진취적이고 현대여성으로 거듭나는 캐릭터거든요. T2나 에일리언2는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그리고 T1은 설정부터 과정 마무리까지 가장 혁신적인 작품이 아닌가 싶고, T2는 슈왈제네거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사라지는 순간 역시 참신함을 획득하죠.

근데 아바타는 여주도 싸움 좀 하는 것 빼면 그냥 고전적인 여주입니다. 설정도 나비족이고, 요즘엔 싸움 좀 하는 여주가 특이할 것도 없죠. 남주를 꼬시고 남주에게 각성의 기회를 주며 줄리엣 느낌 좀 내다가 결국 남주의 힘에 의존하죠. 그 이후로 특별히 변하는 것도 없구요. 그리고 이야기 스토리 역시 그냥 너무나 뻔한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그 이야기가 그리 정교하지도 않구요. 일례로 너무나 매력적인 미셸 로드리게즈가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며 나비족의 편을 들 땐 욕이 나오죠. 왜 하필 로드리게즈 캐릭터를 망쳐놓냐고...

전 카메론이 이야기꾼으로써도 상당히 재주꾼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엄청나게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아닐지 언정, 우리의 가슴 깊은 곳을 쑤셔대는 감독은 아닐지 언정 상당한 이야기꾼이죠. 에일리언2의 재구성이나 T시리즈는 이야기만 봐도 상당히 흥미로워요. 근데, 아바타는 이전에 비해 명백하게 퇴보한 서사죠.

뭐... 그래도 촬영이 모든 걸 덮었다고 생각합니다... 제 생애 가장 충격적인 씨네마토그래피에 한 손의 손가락이 채 펴지기 전에 들어갈 겁니다.
다만, 카메론은 더 잘 할 수 있었어요. 그게 아쉽죠.

다만, 왕천군님의 의견에 대해 약간 카메론을 비호하자면....
사실 2D 영화로도 3D 질감은 다 나옵니다. 이미 CG가 보편적인 시대에 3D 테크놀러지로 새로운 이야기를 구현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죠.
다만, 3D는 체험의 느낌과 오락적 쾌감 면에서 2D를 뛰어넘는 것이고, 실사 영화에서 이런 장점이 얼마나 클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 게 아바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이질적인 세계를 선택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봐요. 마치 신세계를 경험하는 기분이었죠.
그 이후 블록버스터가 거의 3D로 만들어지는 이유일 겁니다. 쾌감이 다르니까요.
LingTone
14/05/04 21:30
수정 아이콘
음...이 글을 보니까 생각이 조금 바뀌긴 하네요. 고전적인 이야기를 따라가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고전을 탈피했다라는 문장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터미네이터나 에일리언2, 아바타 모두 여주가 싸움 좀 하는 캐릭터들이어서 크게 달라진 건 없구나...하고 느끼기만 했거든요.

다만 설정만 가지고 따지면 터미네이터나 아바타나 완벽하진 못하다고 봅니다. 아바타의 주인공 제이크가 다리를 고치지 못한 건 그러한 기술을 사용하는 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감당할 수 없었다...정도로 생각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그게 꼭 널리 보급된다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촬영에 대한 부분은 크게 공감합니다. 특히 후반부의 홈트리 넘어가는 장면은 예고편에서 볼 땐 흔한 나무 파괴씬이었는데 극장에서 3D로 보니까 완전이 느낌이 다르더군요. 와~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흐흐흐

어쨌든 아바타 후속작과 총몽 영화판을 기다려 봐야겠습니다. 아바타는 그렇다 쳐도 총몽은 잘만 만든다면 절대 퇴보적인 시나리오가 나올 수 없는 작품이기 때문에 매우 기대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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