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리 : 이 영화는 제작비가 공개가 안되어 있어. 수익은 6백만불. 별로 돈을 못 벌었어. 국내에선 17개관에서 밖에 개봉을 안했고,
누적관객 4만 3천명에, 3억 5천만원 정도 벌었어. 안타깝기 그지 없는 숫자다... 딱히 굵직한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도 없고
충달 : 일단 영화 규모가 작아, 돈이 많이 들어간 영화도 아니고, 돈을 쓸법한 장면에서도 돈 아끼기위한 연출로 처리한 부분도 있었고
존리 : 감독 자체가 아직은 펀딩을 많이 받을 만한 감독도 아니었던 것 같아. 이제서야 본인 지평을 열어가는 편이라...
소재 자체도 그렇고, 좀 마이너한 작품이라고 생각해.
‘사이코패스 아들을 키우는 엄마 이야기’ 라는 사전 정보를 모르고 봤다면, 좀더 궁금증이 유발되었을 텐데,
영화 보는 내내 결론하고 연결이 되니 영화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 기분이야.
사실 사이코패스 살인마의 아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듣고 모성애의 잔인한 속박같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처음엔 봉준호의 <마더>와 비슷할거라 생각했었는데.. 상당히 접근이 다르더라고.
충달 : 대중을 고려한 영화라기 보단 아트무비랄까?
존리 : 아트무비?? 나는 그냥 자기만족적인 영화 같아. 음.. 아니다. 자기만족이라기 보단
<26년>이라든가, <노리개>같은 화두를 던지고자 하는 뉘앙스가 있는 영화 같아.
영화를 보는 내내 우리가 ‘저런 자식을 낳으면 어떻게 하나’ 얘기한 것 처럼, 지금의 많은 부모세대들이 겪고 있는 문제라고 봐.
아이를 적게 낳으면서 한 아이에 대해 집중하게 되었지만, 그만큼 아이들이 삐뚤어진다는 소리가 많이 나오고,
선진국일수록 청소년 범죄가 문제가 되고 있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 가정교육이 문제냐고 한다면,
가정교육이 문제라면 부모들이 ‘내가 뭘 잘못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거든.
삐뚤어진 아이를 혼냈을 때 아이의 성격 형성이 어떻게 될지 알 수도 없고.
사회가 점점 좁아지는데 사회가 변하는 속도만큼 육아방식이 적응하지 못하는 극단적 사례를 보여줬다고 봐.
그리고 이런 극단적 상황에서 나의 모성이, 부성이 어디까지 존재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점에 대해서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해.
<마더>가 장르영화에 ‘모성’을 소재로 사용했다면, 이건 그 점을 화두로 던지는 것에서 시작한 거라 흥행하고는 거리감이 생긴거 같아.
충달 : 나도 대중적 흥행을 노렸다고는 생각하진 않아. 그치만 사회적 이슈를 목적으로 한 영화는 아니라고봐.
이게 2011년 작인데, 2010년 즈음부터 사이코패스를 다룬 작품들이 많았단 말이야. 그런 얘기들이 많이 피어오르고 있을 때,
‘사이코패스의 어린시절은 어땠을까?’ 라는 점을 가지고 재밌는 얘기를 만들어보려고 했던 것 같아.
‘사이코패스의 어린시절’이라는게 ‘슈퍼맨의 어린시절은 어땠을까?’와 비슷한 흥미를 유발한다고 보거든.
소재 자체도 스케일이 영화치고는 확실히 작아. ‘베이츠모텔’처럼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도 있고.
작은 규모로 현재의 트렌드를 살짝 비튼 작품이 아닌가 싶어.
존리 : 난 솔직히 사이코패스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확신이 들진 않아. 사이코패스는 상대방의 고통을 못느끼는 거잖아.
근데 얘는 상대방이 고통을 느낄 걸 알고 그걸 노려서 하는 거라서...
틸다 스윈튼이 내내 모성에 갇혀서 ‘내가 어디까지 엄마여야 하는 거야?’하는 도전을 받고 있거든.
부모라서 아이에게 계속 상냥하게 해야한다는 강박에서 고통을 받는 점에 초점을 맞춘 것 같아.
충달 : 뭐 구체적인 얘기는 나중에 해보도록 하고, 외적으로 보기에 사회적으로 화두를 던진 작품이란 말이지?
존리 : 사람들에게 ‘한번 생각해 봅시다.’라고 말하는 느낌이야. 연출에서 그런점을 느낀게 마지막에 제목이 올라오잖아.
원제가 ‘we need to talk about kevin’ 이라고 케빈에 대해 이야기 해봐야 한다고 던지고 있거든.
마지막에 제목이 등장하면서 끝난 다음에 영화가 만들어 나갈 파문을 노린게 아닐까 싶어.
'내가, 또는 당신이 케빈 같은 아들을 가졌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거라고 생각해.
명불허전 틸다 스윈튼, 기대되는 이즈라 밀러.
충달 : 연기부터 얘기를 해 볼까?
존리 : 주연이 틸다 스윈튼이었고.. 물론 그녀의 연기도 여기서 상당히 뛰어났지만 사실 나는 이런 연기보다는 말을 많이 하는 연기가 좋아.
조니뎁이나 송강호처럼 강한 캐릭터를 바탕으로 위트있는 대사를 때리는 걸 좋아하거든.
그런데 이렇게 극도로 절제된 상황에서 나오는 연기들은, 물론 연기를 잘 해야만 가능한 연기이긴 하지만,
취향이 아니라 평가하기는 좀 애매한 것 같아.
이 영화에서 굳이 맘에 드는 배우를 꼽자면 케빈 역할을 맡았던 ‘이즈라 밀러’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
잘생긴걸 떠나서 눈빛이나 시선으로 보여지는 연기들이, 다소 틀에 박힌 느낌이 있긴 하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었고, ‘니콜라스 홀트’와 비슷한 느낌이야.
충달 : 내가 ‘니콜라스 홀트’를 스킨스에서, 아역말고, 어느정도 자란 모습을 처음 봤었는데,
그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어. 잘생긴 얼굴에서 오는 장점이 충분히 있어.
존리 : 니콜라스 홀트는 좀 따뜻한 느낌인데 이즈라 밀러는 좀 악랄한 분위기가 있어.
충달 : 잘생긴 류승범 같았어 크크크
존리 : 요즘 외화를 보면서, 잘생기고 멋있고 그러면서 악랄한 악역을 별로 못봤는데, 이 친구가 크면 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카리스마가 넘치는 악당! 그런걸 할 수 있을 것 같아.
충달 : 최근에 가장 인기 있었던 악당이 로키 였는데… 로키는 악랄하진 않고 측은했지 크크
존리 : 미래가 기대되는 배우가 등장했다는 점에서 흥미 있었어.
충달 : 난 그래도 틸다 스윈튼 원탑 영화라고 생각해.
존리 : 그렇지. 난 그래서 일부러 다른 배우를 언급하고 싶어서 이즈라 밀러를 꼽았으니깐.
충달 : 아까 대사가 적다고 했는데, 그런 정적인 분위기가 틸다 스윈튼하고 잘 어울렸던 것 같아.
존리 : 말하지 않고 많은 것을 설명하니깐, 뭐 더 이상 잘할 수 없을 정도로 잘했지
충달 : 특히 좋았던 게, 페인트 테러를 당한 집을 청소할 때 느껴지는 ‘절망감’.
그때의 행동이나 표정, 한숨 푹푹 쉬는 장면 등에서 절절하게 느껴지더라고.
청소라는 행위 자체가 절망감을 느끼는 것은 아닌데 그때의 손동작이나 시선처리에서 굉장히 섬세하게 감정이 전달되더라구.
그리고 어른 케빈의 섬뜩한 연기도 좋았지만, 아역 케빈의 패버리고 싶을 만큼 짜증스러운 모습도… 후…. 정말 좋은 연기였지.
아역들이 연기가 참 좋았어. 케빈 여동생도 연기 좋았고, 얼굴도 예쁘고. 앞으로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더라구.
그런데 그에 반해 아빠 역할을 했던 ‘존 C. 라일리’의 연기는 좀 아쉬웠어. 조연으로 할리우드에서 뼈가 굵으신 분이거든.
마지막엔 출연 장면도 적고, 무게감이 너무 없었어.
존리 : 백일섭씨 같은 분이네 크크
충달 : 그치. 딱히 연기를 못했다기 보다는 시나리오상 무게감이 너무 없었던 것 같아.
존리 : 그건 나도 동감. 영화자체가 아무래도 틸다 스윈튼이 그려내는 모성애 에 집중하고 있어.
아마 그래서 케릭터 자체가 상당히 흐릿해진 게 아닐까 싶어.
충달 : 그치만 충분히 캐릭터를 살릴수도 있었잖아. 역할이 너무 존재감이 없어서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워.
연기보다는 시나리오에 대한 아쉬움이 되겠지만.
세련된 음악, 섬세하고 영리한 영상
충달 : 이 영화에서 꼭 언급해야 될게. 영상과 음악 부분이야.
존리 : 나같은 경우에는.. 사실 예전에는 이렇게 영상과 음악의 부조화가 세련되 보이고 좋았는데,
최근에는 그냥 상황에 맞는 음악이 나오는게 좋은 것 같아. 그런 부조화가 싫었다기 보다는 그냥 그렇구나 싶더라고.
뭐 그치만 이런 부조화가 주의를 환기시키긴 하는 면도 있으니 나쁘진 않아.
충달 : 그런데 멜로디는 부조화인데 가사 내용은 조화가 되었거든.
존리 : 의도된 부분도 있긴 한데, 내가 보기엔 좀 과한게 사용한 감이 있어보여.
충달 : 내가 보기엔 가사에 좀더 집중한 곡 선정이 아닌가 싶어.
존리 : 분위기를 환기시키면서 사람들이 생각을 하게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짙게 깔린 것 같아.
난 의도가 강하면 깔리면 우선 거부감부터 갖는 습성이 있어서..크크
충달 : 난 음악자체로 좋은 영화음악이 좋거든. 장면하고 시너지가 나오는 것도 중요하긴 한데, 음악 자체가 좋아서 맘에 들었어.
팝송이나 외국 음악들으면 부러운게 주구장창 사랑노래 하는 거 안하거든. 노래 가사들이 시적이고 좋았어.
그리고 그 가사들이 묘하게 매치가 되는게 재밌더라구.
존리 : 난 음악보다는 영상이 더 좋았어. 전체적인 색감이 좋았어. 빨간색이 강조 되었었는데, 굳이 강조하길래 나중엔 스플래터가 되는 줄 알았거든.
그런데 사람이 피를 흘리는 장면은 최대한 절제하는 데에 반해, 영화 중간중간에 잽처럼 빨간색이 들어오더라고.
막상 생물체가 흘린 피는 거의 보이지 않는편이야. 햄스터도 시체는 보여지지 않았고, 활에 맞았을 때도 피는 거의 안 나왔었고.
근데 그 대신에 초반에 극단적일 만큼 토마토를 활용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빨간색을 노출 시키면서 긴장감을 조성해서,
막상 피가 안나와도 피를 많이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그런 점은 굉장히 영리하더라구.
충달 : 하긴 피가 직접적으로 나오는 장면은 돈이 많이 들어가니깐
존리 : 돈도 많이 들어가고, 직접적이 되면 세련미가 떨어지기도 하고.
뭐 토마토 축제 씬도 그렇고, 집에 시뻘건 페인트 테러를 당한 것도 그렇고 사실 개연성은 좀 없어.
근데 그걸 통해서 붉은색, 피나 살의에 대한 각인을 관객들 뇌리에 심어서 피를 많이 본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해.
그리고 전체적으로 호흡을 느리게 가져가는 구도도 맘에 들더라고. 이런걸 보면 기본기를 잘 갖춘 감독이라고 생각해.
충달 : 나도 영상은 칭찬을 해주고 싶어. 굉장히 심리묘사가 좋은 구도가 많아.
이즈라 밀러의 경우 항상 얼굴에 명암이 두드러지게 표현해서 케빈의 악의가 흘러나오게 한 점도 좋았어.
그리고 틸다 스윈튼의 얼굴 선 등을 섬세하게 잡아서 배우의 매력과 엄마의 심리상태를 잘 부각시킨 것 같아.
솔질하는 손을 포커스 한다던가 하면서 캐릭터의 감성을 섬세하게 잡더라고.
충달 : 그래도 아쉬운 점은… 규모가 너무 작다는 점이 아쉽네
존리 : 그렇지. 돈을 써야 할 곳에는 썼으면 좋겠다 싶더라고.
충달 : 한 부분 쯤에선 돈을 확 들여가지고 과감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했어.
보통 영화들이 핵심이 되는 씬들이 있단 말이야.
돈이 안드는 멜로 영화 같은것도 그런 장면이
있어. <말할 수 없는 비밀>의 피아노 배틀 같은거. <숨바꼭질>에서 아파트 격투씬이라던가….
뭐 그건 결과적으로 실패였지만 암튼 감독들이 ‘이장면 만큼은 투자해야겠다.’
하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이 없어.
존리 : 내가 보기엔 첫 토마토 축제 씬 같은데
충달 : 아?! 그런가? 에이
근데 그런건 다큐멘터리 같은데서도 볼 수 있는 장면을 굳이 그래야 하나…
영상 같은 부분에서 확실히 임팩트가 있는 부분이 없는 것 같아. ‘와~ 쩐다’싶은 건 없어도, ‘올~크’ 하는 정도는 있어야 될 것 같은데 아쉬워
사이코패스일까? 아닐까?
존리 : 이런 영화를 만들기에 최적의 연출을 했다고 생각해. 느리고 일정한 호흡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을 한 것 같아.
영상에서 긴장감을 주고, 소재가 파격적이라 계속 긴장감을 유지시키면 너무 피곤해 질 수가 있는데, 호흡에서 안정감을 줘서 단점을 상쇄한다고 봐,
이러한 일정한 호흡 덕분에 말하고자 하는 것을 마음대로 넣었다 뺏다 할 수 있어서 연출하기에 효과적이라고 볼 수 있지.
특히 플래시백을 사용한 연출이 이런 호흡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기도 하고, 또한 이러한 호흡 덕분에 산만하지 않게 사용되기도 했고.
굉장히 유기적으로 잘 사용되었다고 생각해.
충달 : 나도 플래시백의 사용이 좋았어. 너는 사이코패스 엄마이야기라는 걸 알아서 영화를 못즐긴 것 같다고 했지만
사실 일단 이 영화는 사이코패스를 다룬다는 점을 미리 홍보를 해야만 해. 왜냐면 그 당시 트렌드였으니깐.
사이코패스라는 소재를 살짝 비틀었다는게 이 영화의 전부거든.
근데 이 영화를 서사순으로 진행했으면 결말을 뻔히 아는 얘기를 봐야해서 지루해 질수가 있거든.
근데 플래시백을 사용해서 마지막 순간까지 궁금증을 유발시키는데 성공했어.
홍보할 때 영화의 결말을 다 말해버리는 격이지만, 그러한 홍보를 자신있게 할 수 있었던건,
이런 도치를 이용한 궁금증 유발로 관객들의 흥미를 계속 잡아둘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던 것 같아.
존리 : 내가 결론을 알고 있음에도 이 영화를 그런대로 재밌게 볼 수 있었던 부분이 바로 그점이야. 영화가 사전에 사이코패스 이야기라는 걸 홍보했어야 한다고 말한 거에 상당히 공감하는데,
사이코패스에 대한 내용을 홍보할 때 얘기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그 부분을 언급함으로써, 관객들의 피로도를 덜어줄 수 있었다고 봐.
이걸 모르고 본다면 너무 집중해야 되서 피곤했을 것 같아. 그 부분을 몰랐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긴해.
답을 알고 있어도 풀이를 해나가서 그 답에 도달하는 쾌감도 엄청나거든.
10명 중에 어려운 문제를 풀 수 있는 2명만 노리기 보단, 답을 알려주고 6명을 따라오게 만드는 게 더 이득이니깐.
충달 : 하긴 애가 사이코패스라는 걸 모른다면, 어렸을 때 케빈이 했던 짜증났던 행동들 때문에 너무 피곤했을 것 같아.
존리 : 사이코패스라는 답을 안가지고 있으면, 케빈도 ‘나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하는데 그 부분에서 멘붕이 올지도 모르거든.
충달 : 요 근래에 플래시백 연출을 쓰면 괜한 사용이라고 비난 받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영화에선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오랜만에 재밌게 봤어.
특히 중간중간 사고소식을 듣고 찾아가는 장면이 짧게 짧게 나온 부분이 정말 좋았어.
과거 얘기가 나오는 것과는 별개로, 영화의 결말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잘게 썰어서 영화 전반에 흩뿌려 놓았는데
그게 굉장히 궁금증을 유발하더라고.
충달 : 우리 의견이 갈리는 부분에 대해 본격적으로 얘길 해보자. 아까 이 영화가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라고 했는데,
어떤 부분에서 화두를 던진다고 많이 느낀거야?
존리 : 아까도 얘기했지만 최근 청소년 범죄가 좀 도를 넘고 있다고 생각해.
그런 일이 있을 때 사람들이 ‘도대체 부모는 뭐 한거야?’ 라고 너무 쉽게 이야기 한다고.
근데 막상 ‘내 아이가 저렇게 됐을 때, 나는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점을 감독이 생각해 본 것 같아.
더불어 ‘나의 아이가 이렇게 행동할 때 나는 어디까지 모성을 유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점도 고민하는 것 같아.
그래서 마지막에 ‘케빈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라고 제목을 했던 것 같아. 이 영화를 보고 집에 가는 길에 생각할게 많은 영화라고 봐.
충달 : 케빈에 대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고도 했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을 해?
존리 : 왜냐면 케빈이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닌 것 같아. 상대방이 고통스러워 하는 걸 너무 잘 알고 있거든.
그리고 범죄의 대상이 무차별적인게 아니라 목적이 뚜렷하게 엄마를 엿먹이기 위해 저런 행동을 하고 있거든.
그래서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 같아.
충달 : 난 케빈이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라고 봐. 케빈이 거짓으로 친절하게 대하는 게 아빠 밖에 없거든.
아빠라는 자기를 능가하는 대상에게만 잘하고, 엄마나 여동생 같이 자기가 능가하는 대상에겐 막대하고, 동물을 험하게 다루기도 하고.
그리고 엄마에게 잘 했을 때는 아팠을 때 뿐이기도 하고.
그래서 케빈이 사이코패스라고 생각이 드는 순간, 이게 사회적 담론하고 연결은 안되더라고.
왜냐면 애는 사이코패스라는 특이 케이스니깐. 이걸 요즘 상황과 연결한다면 요즘 애들을 너무 나쁘게만 보는 게 되는 것 같아.
존리 : 근데 틸다 스윈튼이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하는게 ‘내가 얘한테 뭘 잘못했을까?’ 하는 점이거든.
캐빈이 처음에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이렇게 했다고 쉽게 해석할 수도 있지만, 사이코패스가 아닌데도 이렇게 되었다고 볼 수도 있거든.
특히 틸다 스윈튼이 아기가 태어났을 때 별로 많이 안 좋아했거든.
특히, 이 장면 나는 정말 좋았던 장면인데, 아기가 우는 소리보다 공사장 소음을 편안하게 느꼈던 장면이 있었거든.
그 정도로 케빈에 대한 안좋은 감정이 있었어. 그러한 것 때문에 케빈이 적대적으로 행동했을 수도 있었거든.
충달 : 케빈이 저렇게 된 건 어느정도 엄마탓도 있다는 점이군.
캐릭터에 대한 해석이 갈리니깐. 주제에 대한 해석도 갈리는 것 같아.
나 같은 경우는 ‘우리 애가 사이코패스라면 어떻게 될까?’ 하는 흥미 정도였거든.
내가 보기엔 출산 후 엄마의 반응이 아이가 사이코패스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이었다고 봐.
그런식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거지. 마치 로만 폴란스키의 <악마의 씨> 처럼.
충달 : 나 같이 사이코패스라고 보게 되면 틸다 스윈튼에 굉장히 감정이입이 돼.
그런 일이 벌어졌음에도 아들이 교도소에 있어서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지옥 같은 곳에서 살고 있거든.
이런 걸 보면 정말 엄마가 너무 불쌍한거야. 그나마 마지막에 ‘지금은 잘 모르겠어요.’ 하는 부분에서 울컥하고 많이 위로가 되더라구.
존리 : 근데 거기서 그렇게 위로를 하는 걸 보면 사이코패스라고만 볼 수는 없기도 하지.
총평
충달 : 규모는 작았지만 소재와 어울리는 사이즈 였다고 생각해.
영화 전체적으로 연기와 연출이 유기적으로 잘 호응해서 섬세한 감정을 잘 표현한 작품이라고 봐.
이게 좀더 영상미나 규모를 업그레이드 했다면 <릴리슈슈의 모든 것> 급이 될 수 있었을 것 같기도 해.
가지고 있는 얘기를 활용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은 했다고 봐.
존리 : 하나의 텐션을 잡고 그걸 잘 유지해서 간다고 봐. 정해진 박자와 속도감 안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걸 다 하고,
그 와중에 관객의 시선을 잘 끌기도 하고.
재즈클럽에서 잼(즉흥연주)이 너무 길어지면 아무리 연주를 잘해도 지루해 지는 뮤지션도 많잖아.
근데 10분 20분이 되도 지루하지 않는 연주자들도 있는데, 이 영화가 그런 기분이야.
탄탄한 기본기 안에서 하고 싶은 얘기를 잘 풀어냈다고 생각해. 탄탄한 기본기로 쌓아올린 착실한 연출이라고 생각해.
한줄평
충달 : 캐릭터의 섬세함이 돋보인 영화 ★★★☆
존리 : 엄마와 아들의 승자없는 살벌한 전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