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5/03 22:08:05
Name 마스터충달
Subject [일반] [리뷰] [스포] 역린 -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작품
오랜만에 토크가 아닌 리뷰로 영화얘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영화 <역린>의 리뷰를 시작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잘생겼다~♬. 잘생겼다~♬

일단 시작하기에 앞서 앞으로 깔게 무궁무진한 영화다 보니 그나마 괜찮았던 점을 우선적으로 언급하고자 합니다.
매를 먼저 맞는게 낫다지만 내가 맞는 놈도 아니고 때릴놈이기 때문에 일단 좀 보듬어 주면서 시작해 보도록 하죠.

영화가 참 잘생겼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우선 배우들이 정말 잘생겼죠. 현빈도 잘생겼고, 한지민이야 여배우 외모 탑을 두고 경합을 벌이는 분이고, 
김성령씨도 그 나이대에선 독보적 미모의 소유자이니까요.
조정석, 조재현, 박성웅, 정은채 등 조연들의 외모도 뛰어난 편입니다.
정말 잘생긴 캐스팅입니다. 정재영씨가 확실하게 못생겨 보일 정도니까요. 
확실히 이러한 원초적인 눈호강이 작품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진 못합니다. 하지만 이런걸 원하는 관객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영화가 이런 분들을 위해서 아주 충실하게 서비스 합니다.
영화 초반 현빈의 근육자랑은 매우 훌륭하죠. 마치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이 떠오를 정도로요.
한지민씨의 경우 등 노출도 훌륭했지만 제일 백미는 역시 발 노출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본인은 아닙니다만, 절대 아닙니다만, 그 장면은 전국의 발 페티시스트들의 숨을 멎게 만들만한 장면이었다 사료됩니다.

배우들 뿐만 아니라 영상도 꽤나 잘생겼습니다. 제작비 100억의 영화라는데 100억 알차게 잘 쓴것 같아요.
한동안 영화토크를 하면서 자린고비형 영화들만 봐와서 그런지 이렇게 호쾌하게 돈을 펑펑써댄 작품을 보니 기분이 상쾌하더군요.
그간 우리나라 영화들이 한정된 자원 안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 영상미를 구현하려 한 노력이 보였던 데 반해
<역린>은 감독이 원하고 예상했던 영상을 화끈하게 뽑아내는 데에 아낌없이 자원을 투자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궁궐을 오버뷰로 잡는 장면이나, 격투씬 등에서는 다모를 연출했던 감독의 역량이 여실히 드러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우리나라도 돈 좀 쓰면 이 정도 깔쌈하게 뽑아낼 수 있다는 걸 본거 같아서 나름 고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5월은 가정의 달! 산으로~ 산으로 가자~

출중한 외모의 배우들과 화끈한 자본력, 영상 잘 뽑아내는 연출력까지 겸비한.... 웰메이드 영화를 만들기 위해 갖출것을 다 갖췄습니다만,
<역린>이란 배는 바다가 아니라 산으로 가버렸습니다;;;

영화가 전반부엔 권력 암투를 다룬 첩보물 같은 인상을 풍깁니다. 그러더니 중반엔 조연들 과거사가 나오면서 우왕좌왕 합니다. 
결국 종반엔 무협영화가 되버리고 맙니다. 이게 왠 잡탕인가 싶을 정도죠. 
그러면서 영화의 주제로 뜬금없이 중용 23장을 들고 나옵니다. 도대체 무슨 영화일까요 이건?? 뭐하자는 걸까요??

이러한 잡탕 생성에 결정적 역할을 하신 분으로 강월혜 역의 정은채 씨를 꼽고 싶습니다.
사실상 이 영화의 주제와 관련한 부분을 맡은 배역인데, 연기를 워낙 못하다 보니 집중이 안되더군요.
권력자들을 비난하고, 올바른 지도자란 무엇인가에 대해 일침을 놓아야 하지만
그 깨달음에는 접근도 못하고 영화 말미에 나가리 시켜버리는 시나리오적인 구멍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멜로전선까지 섞어버리는 연출까지....
연기, 시나리오, 연출 3박자가 합심해서 강월혜라는 캐릭터를 탑 오브 똥으로 만들어 버린 셈이죠. 
주제를 맡은 캐릭터가 똥이되니 주제의식이 사라져 버리고 영화는 우왕좌왕 잡탕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우왕좌왕하는 내용도 불만이지만, 어디선가 본듯한 장면들이 너무 많다는 점도 불만입니다.
정조의 팔굽혀 펴기는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떠오르게 하고,
정조와 구선복이 만나는 장면에선 <뿌리깊은 나무>에서 이방원과 이도가 마주한 장면을 떠오르게 하더군요. (칼을 꼭 그렇게 던져야 하나...)
배역들 포지션도 <뿌나>와 많이 겹칩니다. 강월혜는 소이, 홍국영은 무휼, 갑수는 강채윤, 을수는 윤평...
갑수, 을수 형제애는 <태극기 휘날리며> 같죠;;
저만의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마지막 액션씬에선 <헬보이2>의 누아다 왕자의 검무가 떠오르더군요.
이 정도 가지고 표절이라고 할수는 없을겁니다. 근데 독창성은 정말 개나 줘버린 셈인거죠;;

영화의 흐름을 끊는 불필요한 요소도 너무나 많죠. 
남녀주인공의 노출씬이야 좋게 말해서 서비스 컷이지 한지민의 발티쉬를 빼면 나머지들은 뜬금없다는 느낌이 강합니다. 
(한지민의 발티쉬는 정순왕후의 팜므파탈적인 면을 보여줬다는 면에서 확실히 좋았다고 봅니다.)
갑수, 을수 라인은 주제의식을 흐리게 만들고
을수, 월혜 러브라인은 정말 어후.. 한심함이 느껴집니다.
정조에 확실하게 집중했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왜 이런 산으로 가는 영화가 나왔을까요?
뭐 역시나 돈이 문제가 아닐까 싶네요.
100억 정도로 투자를 잘 받아서 쎄끈한 영상미를 뽑아 낼 수도 있지만
그 투자자들의 입김이 전부 작용했을 거라 생각하면 영화가 산으로 가는게 당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한때 유게에 올라왔던 이 영상이 펼쳐지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첫 회의에서)
"<광해>, <관상>같은 사극이 인기인데 정조 암살사건을 가지고 영화를 찍어볼까 합니다."
"오~ 좋은 생각이야. 근데 액션을 넣어야 흥행하지 않을까?"

(제작사 회의)
"회장님이 형제애를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셔서요. 그런 점을 아주 좋아하시니 꼭 좀 넣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멜로도 빠지면 안되죠. 우리나라 영화는 멜로가 없으면 안되요."

(소속사 회의)
"우리 현빈이 전역하고 첫 작품인데 매력 발산좀 제대로 부탁드려요. 몸도 잘 만들어 놨으니 꼭 좀 노출씬 부탁드립니다."



총 평
웰메이드 사극 열풍을 타고 펀딩도 잘 받고, 잘생기고 훌륭한 배우들에, 사극과 액션에 역량이 있는 감독까지
실제로 영상 뽑아낸 걸 보면 갖춘 자원을 잘 쓴 것 같습니다. 때깔은 좋은 편이에요.
근데... 이걸 가지고 이런 산으로 가는 작품이 나오다니...
그럼에도 이 영화의 흥행여부를 가늠할 수 없다는 점이 참 흥미롭긴 합니다.



한줄평
가정의 달에 충실한 작품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Arya Stark
14/05/03 22:25
수정 아이콘
역시 가정의 달에는 산으로 가야죠
14/05/03 22:26
수정 아이콘
마속을 주인공으로 하지 않은게 아쉽군요. 산으로 가도 상관없는 작품이 되었을텐데..
영원한초보
14/05/03 22:44
수정 아이콘
나카타 닮은 저 산으로 가는 광고는 드라마인가요?
저게 더 재미있어 보이는데
최종병기캐리어
14/05/03 22:48
수정 아이콘
정은채, 한지민 이 둘을 들어내고 정조/갑수/을수/조재현/구장군/납득이 로 극을 끌어갔으면 이만큼 산으로 가지 않았을까 합니다.

어설픈 멜로와 내궁의 암투는 싹 걷어내고 충신과 역신 / 의형제의 비극적인 운명 두가지 축으로만 끌고 갔었어야 한다고 봅니다.

역린은 명품 아웃렛 입니다. 명품 브랜드가 죄다 입점은 해있는데 전시되어 있는건 죄다 쭉쩡이뿐이죠. 그래서 살것도 없고...
마스터충달
14/05/03 22:57
수정 아이콘
저는 정은채/을수를 들어내서 형제애와 러브라인을 깔끔하게 정리한 뒤
정조/한지민/갑수/조재현/구장군으로 암투 중심으로 가야 했다고 봅니다.
자칫 정치얘기만 하면 지루할 수 있으나
여기에 갑수가 끼면서 정조-갑수의 우정과 증오사이를 찍으면서
정조의 내적갈등으로 주제의식을 강화하고
갑수의 내적갈등으로 감동모드 살짝 넣어주는 거죠.(여기서 조재현 등장)

한지민이 갈등을 전개시키고
구장군이 위기를 만든뒤
절정을 갑수와 치르고(응?)
결말로 이어지는 이런 전개가 좋지 않았나 싶어요.
최종병기캐리어
14/05/03 23:02
수정 아이콘
정순황후(한지민)가 암투의 핵이자 노론의 최종보스라기보다는 히스테리 부리는 발정난 암캐로밖에 보이질 않으니....

구장군은 중3병 말기환자이고....

하긴 어설픈 의형제의 비극보다는 을수는 빼버리고 조재현이 암살자 역을 하면서 차라리 비극적인 갑수의 운명으로 가는게 더 깔끔하고 명쾌해 보이긴 하네요...
마스터충달
14/05/03 23:09
수정 아이콘
네 전 그놈의 형제애가 너무 거슬리더라구요.

그리고 정순왕후는 좀 남아서 팜므파탈 매력좀 계속 해주십사 싶어서 크크
최종병기캐리어
14/05/03 23:13
수정 아이콘
솔직히...

정순왕후는 목욕신에서 가운을 벗었어야 했습니다....

그랬으면 30만은 더 들어왔을겁....
Eternity
14/05/03 23:14
수정 아이콘
리뷰 잘 읽었습니다. 대체로 공감하구요.
영상이 화려하게 잘 뽑혔고 말씀하신대로 돈 팍팍 쓴 티가 나지만 전 오히려 이 점이 괘씸하더라구요.
개연성이나 이야기의 흐름에 대한 치열한 고민없이 내용은 대충 그럴듯하게 적당히 비벼넣고
앙상블에 대한 고민없이 일단 화려한 멀티캐스팅 배우진으로 기 좀 죽이고
김수현이나 원빈처럼, 주인공 현빈 몸매 자랑 좀 시키고
비장하고 스타일리쉬한 액션씬 좀 간지나게 끼워 넣어주면
"오오, 역시 웰메이드 사극!" 이러면서 관객들이 감탄할 줄 알았나 봅니다.
대한민국 관객들 수준을 뭘로 보는 건지.
이런 안일하고 고민없는 제작진 및 제작사의 행태가 눈에 보이는듯 하여 더 열받더라구요.
웰메이드 사극 열풍의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마스터충달
14/05/03 23:36
수정 아이콘
근데 본문에도 적었지만....
이런 괘씸한 작품이 흥행을 할까요 못할까요?
전 흥행실패를 장담하진 못하겠습니다 크크
Eternity
14/05/04 00:04
수정 아이콘
그에 대한 제 견해는,
'이 영화는 흥행을 실패할 것이다.' 라기 보다는
'이런 영화는 흥행에 실패해야 한다.' 라는 입장입니다.

예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리뷰에서도 적었지만
이런 알맹이 없는 영화들이 흥행할수록 충무로의 자본은 또 그쪽으로 몰리고..
과거의 조폭코미디 신드롬처럼 악순환의 고리가 재현될 수 있으니까요.
이러한 고리를 끊기 위해서라도 폭망해줘야할텐데..
하지만 뭐 사실 작품 수준이 낮아도 흥행에 성공하는 예는 비일비재하니까요.
충달님 말씀처럼 흥행은 며느리도 모르는 거죠뭐.
지나가던행인27
14/05/03 23:15
수정 아이콘
별것도 아닌 형제애를 강조하려고 시간을 너무 할애했어요 ..
기억에 남는건 한지민 한지민 한지민..
MoveCrowd
14/05/04 04:05
수정 아이콘
중심플롯이 될만한걸 3개나 합쳤으니 영화가 산으로 갈 수 밖에 없죠.
후반부에는 현빈이나 한지민의 연기에 적응했긴한데
초반 30분은 뭐랄까 안보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충분히 액션의 재미는 있지않았나 싶습니다.
마스터충달
14/05/04 19:06
수정 아이콘
때깔은 충분히 좋아요. 때깔만....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51543 [일반] 교육부의 수학여행 폐지에 따른 위약금 보상에 관해 [23] Leeroy_Jenkins6465 14/05/04 6465 5
51542 [일반] 무한도전 탐정특집 폐기 [58] 솔로9년차12441 14/05/04 12441 1
51541 [일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영화들. [27] LingTone5998 14/05/04 5998 1
51540 [일반] 너무 쉬운 다이어트 [68] 소나비가9161 14/05/04 9161 2
51539 [일반] 지금 (우승컵) 만나러 갑니다 - 맨시티 [39] Neandertal6237 14/05/04 6237 2
51538 [일반] 표현의 자유와 허위사실의 유포 [97] 烏鳳6164 14/05/04 6164 7
51537 [일반] 유모차 시위가 돌아왔습니다. (수정 및 복원) [291] 돈두댓12184 14/05/02 12184 4
51536 [일반] 사람의 차이. [60] Bergy108524 14/05/04 8524 17
51535 [일반] 왜 구원은 꼭 백인의 손에 의해서만 이루어지는가? [46] Neandertal8018 14/05/03 8018 4
51534 [일반] [우주] 지구에서 가장 멀리 있는 인위적 개체, 보이저 1-2호 (2/3) [38] AraTa_Higgs10633 14/05/03 10633 72
51533 [일반] 전우애.txt [90] 삭제됨7084 14/05/03 7084 1
51532 [일반] [리뷰] [스포] 역린 -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작품 [14] 마스터충달5318 14/05/03 5318 1
51531 [일반] 외신기자의 노란리본 [11] 어강됴리6543 14/05/03 6543 29
51530 [일반] [KBO] 3~4월 각 구단별 주 라인업 [12] Ayew5415 14/05/03 5415 0
51529 [일반] [스포주의] WWE 익스트림룰즈 2014 최종 확정 대진표 [16] 갓영호7215 14/05/03 7215 0
51528 [일반] 문재인의 '사람이 먼저다' [95] 마빠이9400 14/05/03 9400 26
51527 [일반] [리뷰] 역린(2014) - 팩션과 판타지 사이에서 길을 잃다 (스포있음) [42] Eternity8081 14/05/03 8081 12
51526 [일반] 일곱송이 꽃집 그리고 유복 [2] 은수저3182 14/05/03 3182 3
51525 [일반] 소금 똥이거나 똥 소금이거나 [9] 삭제됨4906 14/05/03 4906 42
51524 [일반] 예산 아끼는건 좋은데.. [81] 영원이란7132 14/05/03 7132 5
51523 [일반] 1885년 영국의 수단 침략- 어설픈 근대화 군대 [4] 요정 칼괴기7579 14/05/03 7579 2
51521 [일반] [영화토크] 케빈에 대하여 - 섬세하고 살벌한 자식과의 전쟁. [17] 마스터충달4912 14/05/03 4912 4
51520 [일반] 류현진 선수가 부상자 명단에 올랐습니다. [9] 삭제됨7384 14/05/03 7384 0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