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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25 17:00:03
Name 이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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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영화리뷰] 셜리에 관한 모든 것_구스타프 모이치_2013 (스포일러X)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오늘 처음 본 여자이다.]




 예술이란 어렵다. 나에게 예술이라고 하는 것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름다움이나 감동을 느끼기 전에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에 불편함을 먼저 느낀다. 그럼에도 나는 예술을 사랑한다. 왜냐하면...


 회화작품을 그대로 스크린에 가져온 영화는 우리가 알던 세계가 아님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네모반듯한 가구와 익숙하지 않은 조명과 그림자, 정제된 색감과 소리가 이곳이 낯선 세계임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영화는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다. 마치 말없는 상대와 마주 앉아서 무의미한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는 소개팅 자리에 나온 것 같았다. 그럼에도 우리가 소개팅을 하는 이유는 낯선 상대와의 만남이 있기 때문이다.

 예술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상상하기에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렇지만 예술은 현실이 가지고 있지 않는 낯선 세계로 데려다 주기 때문에 우리는 낯선 세계를 찾아 예술을 탐닉한다. 그리고 때때로 우리는 이 낯선 세계를 정복하여 현실의 세계를 키워나가기도 한다. (20세기 초,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의 작품은 아비뇽의 처녀들을 여러 시점에서 바라본 작품으로 현대 미술의 시작을 열었으며, 거의 같은 시기에 발표된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은 관찰자에 따른 시간의 개념이 변화함을 통해 과학계에 큰 혁명을 가져왔다. 항상 그러하지는 않지만 철학-예술->과학->문화의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아직 특수 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여행을 하지 못하지만, 피카소의 작품을 통해 낯선 세계를 상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참고도서_Sparks of Genius: The Thirteen Thinking Tools of the World's Most Creative People_Michele Root-Bernstein_2001.08))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그림으로 만들어진 영화는 영화를 보러온 나를 낯설게 만들었다. 하지만 다른 세계를 접하기 위해 영화를 본다면, 이 영화는 충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네모반듯한 가구와 신비한 조명과 그림자가 현실과 달라 낯설지만 아름답게 느껴졌고, 나의 세계에 가져오고 싶어졌다. 영화감독은 표면적으로 회화작품을 그대로 스크린에 가져와 미술작가에게 존경을 표했지만, 사실 작가의 세계를 정복하여 아름다움을 훔쳐오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횡설수설, 딱딱한 어투로 글을 쓴 것이 마치,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바보가 된 것 같았다. 세련되게 내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내 경험상 그냥 솔직하게 고백하는 것이 양쪽 모두에게 이로운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고백하자면 사실 내가 본 것은 예술이 아닌 셜리였다. 셜리가 책을 보다 남자가 들어오자 돌아눕는 장면이나 남자가 사진을 찍어주자 목덜미를 보이며 뒤를 돌아보는 장면이 네모반듯한 의자나 비현실적인 그림자보다 더욱 난해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여자는 어렵다. 나에게 여자는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모의 아름다움이나 대화의 공감을 느끼기 전에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에 불편함을 먼저 느낀다. 그럼에도 나는 여자를 사랑한다. 왜냐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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王天君
14/04/25 17:24
수정 아이콘
에드워드 호퍼를 떼놓고서 이 영화를 논하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이수민
14/04/25 18:32
수정 아이콘
사실 저도 에드워드 호퍼와 관련한 내용을 넣지 못해 아쉽습니다. 영화자체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13점을 노골적으로 영화 미장센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에드워드 호퍼에 대해서 알고 있으신 분들이라면 영화 전체에 깔려있는 회화작가의 색깔[근대 미국사회의 삭막함,고독]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첨언하자면 13개의 미장센을 구분짓는 라디오 나레이션마저도 원 회화의 배경으로 만들어졌지요.

하지만 제가 여러분들과 대화하고 싶었던 부분은(논하는 것까지는 제가 많이 부족하고요 ㅜ) 영화 감독의 검은 속내를 상상해 보는 것이였습니다. 이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가 영화를 통해 미술이라는 예술장르를 표현한 것인데 영화는 하나부터 열까지 에드워드 호퍼 작품만을 위해서 작동합니다. 극단적으로 생각하면 영화속 회화가 아닌 움직이는 회화로 보일정도로 모든 영화적 욕심을 버리면서까지요.

이것이 마치 저희가 연애를 시작할 때에 모습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저는 마치 여자의 아름다움에 반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여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남자의 모습과 같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 헌신적인 남자가 가지고 있는 본능은 아름다움에 대한 정복이지요. 그래서 저는 영화감독의 본능을 저의 경우와 비교해서 상상해보고 싶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본문의 글처럼 예술과 여자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지요. 하지만 저의 본능은 낯설기 때문에 오히려 아름답게 느낍니다.)

- 나의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확장하는 것을 아비뇽의 작가 피카소를 예로 말씀드렸는데 이 점에서 피카소는 아주 새까만 놈이였죠. 자신의 예술 세계를 확장?발전시키기 위해서 많은 여자들을 뮤즈로 사용하고 버렸던 놈인지라... 다른 예로 설명드리면 앤디워홀이 생각납니다. 저는 영화 Factory girl_George Hickenlooper_2006을 보고 앤디워홀에 대해서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어요.
꽃보다할배
14/04/25 17:25
수정 아이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는 오늘 처음 본 여자이다.]

정말 동의합니다
영원한초보
14/04/25 17:37
수정 아이콘
이말을 김건모한테 처음 들었습니다.
무릎팍에서 재미없기로 손꼽히는 편이지만
이 말 듣고 무릎을 탁쳤습니다.
꽃보다할배
14/04/25 17:40
수정 아이콘
사실 클럽에서 나이트에서의 원나잇은 인간 본능에 가장 충실한 행위긴 하지요...
이수민
14/04/25 18:36
수정 아이콘
제가 지금 솔로인 이유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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