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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4/25 08:09:12
Name 노름꾼
Subject [일반] 최적의 선택이 대중의 저항에 부딪힌다면 차선이 옳을까
지난주부터 가슴아픈 사건으로 온나라가 난리입니다.
울기도 하고 화도 나기도 하고 또 지치기도 하네요.

그 와중에 정부의 대책발표와 이에 대한 반론 이런 저런 얘기도 들립니다.

이 글은 그와 크게 관련이 없는 주제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관련이 없다고는 볼 수 없는 주제입니다.
바로 어떠한 정책 혹은 목표와 이에 대한 설득비용의 관계에 대해서 개인적인 생각을 말해 볼까 합니다.

어떤 문제 혹은 상황이 주어져 있다고 합시다.
이를 해결 혹은 개선시켜 나가기 위한 대책으로 4가지 방도가 있습니다.

A : 효율이 가장 좋고 결과도 최선이지만 그 방법에 있어 일반인들의 상식과 약간의 괴리가 있는, 다시 말해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할 방안.
B : 효율은 최선이 아니지만 목표가 분명하고 대다수의 사람들도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방안.
C : 효율은 거의 없지만 실행이 간편하고 빠르며 반대가 없는 방안
D : 불명확한 방안. 대박 혹은 쪽박

(수정: 이 방안은 어디까지나 정책 입안자의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 더 좋은 결과라는 건 어디까지나 입안자의 생각입니다. 하지만 신념적으로 그리고 데이터나 과거의 다른 사례가 거의 확실하게 우열을 가려낼 수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이 당국자라면 어떤 정책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위험 선호자가 아니라면 D는 가장 먼저 제외될 겁니다.
현실안주자라면 C를 선택하겠지만 그렇다면 방안이라는 의미가 없겠죠.
물론 그대로 놔두어서 악화되는 것 보다는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표를 의식한다면 적어도 C를 하겠다고 천명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겁니다.

대부분의 결정자는 A 혹은 B를 선택할 겁니다.
우리는 A를 가리켜 이상주의자 혹은 급진주의자 혹은 리더 혹은 집권화 혹은 하향식 정책 등등으로 이름을 붙입니다.
반대로 B를 가리켜 타협주의자 혹은 절충주의자 혹은 점증주의라고도 부르죠.
상향식과는 조금 다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정책의 결정은 위에서 이뤄지고 아래를 설득하는 과정은 모두 동일하니까요.

결국 둘의 차이는 정책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과정에 발생하는 비용의 차이입니다.
A는 결과는 가장 좋지만 과정이 복잡하고 어리석은(?) 대중을 설득하는데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합니다.
설득한다고 해도 조금만 결과가 좋지 않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 혹은 예상한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좋지 않은 징후일 땐 많은 반발을 받게 됩니다.

반대로 B는 설득이 매우 쉽고 과정도 순탄하며 국민의 여론을 모으기도 쉽습니다. 반대가 있다고 해도 쉽게 회유할 수 있죠.
문제는 그 결과입니다.
어느 정도 좋다고는 하지만 결국 A만큼은 아닐테니까요.

사실 저 자신은 이미 답을 내려놓았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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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구조
14/04/25 08:20
수정 아이콘
최선을 알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가 잘 없어요
노름꾼
14/04/25 09:00
수정 아이콘
본인이 정책자일 때에서 말이죠. 적어도 확신이라는 이름에서는 A와 B 중에 결과는 스스로 예측하고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게 이 글에서 가정입니다.
자신의 신념 속에 A가 B보다 좋다 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 과정은 분명히 A가 B보다 어렵다 라는 걸 안다는 게 전제죠.
그렇다면 정책결정자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것인가.
라는 게 제가 올린 글의 요지입니다.
지바고
14/04/25 08:39
수정 아이콘
실제 세상에 최적화 문제처럼 간단히 최적화 되는 문제만 가득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글에서 "A : 효율이 가장 좋고 결과도 최선이지만 그 방법에 있어 일반인들의 상식과 약간의 괴리가 있는, 다시 말해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할 방안."
효율이 가장 좋고 결과도 최선이면, 이걸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만약 있다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

문제는, 세상에는 하나의 값을 목표로 최적화하게 되는 문제는 없다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A를 최대화 하고 싶어하고, 다른 사람은 B를 최대화 하고 싶어하고, 또 어떤 사람은 C를 최대화하고 싶어하죠. 자원은 한정적인데요.

자원이 무한대가 아닌만큼, 최대화 하고 싶어 하는 것들 사이의 trade-off를 잘 조정해야하고, 그 조정에 있어서 정부나 정치가들의 가치관이 드러나는거죠. 수학에서야 파레토(pareto) 최적을 찾으려고야 하겠지만, 그 Pareto optimal 조차도 대부분의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간단하게 이야기해서, 윗분 말씀대로 "그게 최적인지 어떻게 아나요"가 되는거던가, 아니면
A: 내가 최적을 구했어. 이렇게 하면 돼.
B: 그게 너한테나 최적이지, 나한테도 최적이냐?.. 이렇게 되는거죠.

이렇긴한데, 혹시나 이 글을 세월호를 염두에 두고 쓰신거라면, 완전 경우가 다른 것 같아요. 최적은 커녕, 최적의 반대길로만 걸었던 무능한 정부와, 속속 터져나오는 비리들. 최적이고 나발이고, 여기선 그런게 없는듯해요. 방안(혹은 대책)이라는게 있긴 있었던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에요.
노름꾼
14/04/25 08:53
수정 아이콘
세월호와는 관련없는 글입니다.
최근에 조직의 통합과 관련해서 혼자서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나온 파생글이에요.
하심군
14/04/25 08:43
수정 아이콘
이 사고의 가장 큰 문제는 상황에 대한 명확한 솔루션이 없다는 거였죠. 그렇다면 솔루션의 양이라도 많아야하는데 적어도 밖에서 볼 때는 그런것도 없어보였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UDT동우회에서 바닷속 상황이라도 보게 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김성수
14/04/25 08:44
수정 아이콘
이상주의자인데, 저 같으면 C가 베이스 입니다. 다수의 횡포가 발생하지 않는 지점이라면 말이죠. 그리고 신뢰 관계를 쌓고 설득을 해서 B, A로 시도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할것 같네요. 더군다나 실행이 간편하다면 부담이 없죠.

조직의 시작은 공감으로 부터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런 공감을 얻지 않고 내 계획대로 추진 할 수 있다면 이라는 생각을 많이했지만, 그런 결단으로만 이뤄진 조직은 광신도가 모여있지 않는 이상 생존의 가능성도 떨어지고 조직의 의미도 없다고 봅니다. 차라리 혼자 국민하고 혼자 나라 차리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짜 리더는 A의 공감을 얻을수 있는 사람이지 A를 독단적으로 실행하는 사람이라고는 보지 않는 다는 것이죠.
노름꾼
14/04/25 09:02
수정 아이콘
마지막 줄 멋지네요.
저도 리더는 설득력을 갖춘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설득의 힘 안에서 최선의 방안을 찾는 자가 진짜 리더겠죠.
김성수
14/04/25 09:14
수정 아이콘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현실적인 얘기를 조금더 해보자면, Yes맨만 존재하는 조직또한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몇천만명이나 되는 조직에 모든 사람이 방법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을 뿐더러, 리더가 제시한 실행방안이 꼭 옳으리란 법은 없으니깐요. 물론 거기까지 생각하시고 나셔서 쓰신 글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단지 공감과 설득의 언어는 그 조직에 대한 신뢰의 파이가 더 큰 것이지, 모두 같은 생각을 강요하는것은 현실에서는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을 전달해드리고 싶네요.

반대하는 생각들 모두 하나하나 소중한것이고, 거기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야겠죠. 기업에서 조직을 지키면서 진상 손님에게서 빛을 보는 차원과 일맥상통 하지 않을까 싶네요. 현실적으로는 그래야 성장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무차별적으로 조직을 분열시키면서, 반대를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이 중요하겠죠. 쓰다보니 점점 이상론자 같아 보이기는 하네요. 킁^^; 그래도 이 이야기가 현실적이고 맞는 것이라 생각하니 제가 이상론자를 자처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방향의 성공 정부들과 기업들도 분명히 존재하는 시대가 됐기도 하구요.
14/04/25 08:46
수정 아이콘
그나마 B라도 있다면 문제가 적을텐데, 개인적으로는 A-C만 있다는 게(있다고 보이는 게) 문제라고 봅니다.
anic4685
14/04/25 08:54
수정 아이콘
아마...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있는 최적선택자체가 일단 불가능이고 차선이 과연 진짜로 차선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거죠...
노름꾼
14/04/25 08:57
수정 아이콘
맞는 말씀입니다. 때문에 모든 선택지는 어쩌면 A일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과정에 있어서 조금은 설득이 쉬운 방안이 있을 텐데 그 쉬운 방안이 있다면 그 방안을 선택하는 게 나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해서요.
켈로그김
14/04/25 09:11
수정 아이콘
민주국가에서 최선은 다수의 안전, 이익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나타나는 선택지에서 A-B는 말 그대로 효율의 차이만이 있을 뿐이니..
골라먹는 재미가 있겠죠.
소독용 에탄올
14/04/25 14:45
수정 아이콘
비용엔 공동체구성원을 '설득'하는 일에 사용되는 자원과, '반대'로 인해 사용되는 자원도 포함됩니다.
공동체 구성원의 반대가 심하다는것은 정책비용이 높아진단 말이죠.
王天君
14/04/25 17:36
수정 아이콘
이런 가정이 그렇게 의미가 있을 것 같진 않아요. 왜냐하면 역사를 봐도 그렇고, 정부는 언제나 항상 최선의 정책을 발표하는 양 가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오히려 A를 지지하고 촉구하는 시민이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D도 안되는 E나 F를 A라 가장하고 혹세무민의 정치를 펼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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