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행사때문에 찾아간 해남.
낮부터 얼큰하게 취기는 올라 있었고 스탭들과 뒷풀이로 막걸리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죠.
원래 술이 들어가면 잘 웃고 즐거워지는 편인데 게다가 행사가 마무리가 된다는 기분에
그 자리는 참 편안하고 즐거웠습니다.
그러다가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죠.
앞으로 사회문제에 대응할 너의 입장은 뭐냐? 이런 류의 이야기들이 나왔는데
소신껏. 나는 시스템을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본다. 대안공동체의 활성화로
내 주위의 사람이라도 행복하게 사는게 목표다. 뭐... 이런 논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 딴에는 참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했고 뿌듯했습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폭풍같은 고함과 함께 "그"가 열변을 토하더군요.
"그런건 다 거짓말이라고. 다 뿌리채 뽑아버려야지 아무 소용 없어."
그의 말은 취기에 치기에.... 얼토당토 없는 말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참 예뻐보였습니다. 청순해 보였고 고와보였습니다.
사회정의를 이야기를 하지만 조금은 발을 빼고 있는 저같은 사람한테는 항상 마음의 빚이라는 것이
있는데 그것을 날것으로 드러내는 기분이 싫지만은 안더군요.
그치만 저도 지기를 싫어하는 성미라 같이 소리지르며 맞대응을 했고 진짜 싸움 직전까지 갔었죠.
그런데 그 싸움조차 싫지만은 안더라구요^^
대충 술자리가 마무리 되고 숙소로 돌아가면서 그와 저는 잠시 술을 깨기로 하고 숙소앞 평상에서
앉았습니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앉아서 이런 지런 이야기를 하는데 저쪽 끝에 있던 그가 어느새 제 옆까지 왔더라구요.
새까만 밤하늘... 버드나무인지 느티나무인지 모를 나무가 조심스럽게 살랑이고 별들은 흐릿하나마 빛을 내고...
이 나무는 뭐야? 아까 봤던 그건 뭐지? 이런 시답지 않는 이야기들이 오고가는 도중에 문득 새끼손가락 끝에
따스한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그의 새끼손가락이 제 새끼손가락에 살그머니 닿아있더군요. 그 어떤 스킨쉽보다도 더 두근거리고 설레였습니다.
그의 손가락과 제 손가락이 맞닿아있는 그 고작 일미리도 안될것만 같은 그 지점이 온 우주를 담은 것처럼
두근두근... 너무나 조심스럽게, 수줍게 움직이는 새끼손가락의 움직임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감미로웠답니다.
두근거림을 억누르면서.. 전 도도한 여자였으니깐요^^.
"너 내일 어떻게 일어나려고 그러니. 우리 5시에는 일어나서 나가야해"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던진 말에 그는
"누나. 나 정말 다른 사람이 깨우면 못일어나거든. 그런데 누나가 깨우면 일어날거야. 꼭 일어날거야.
그러니까 누나가 나 깨워줘야해."
써 놓고 보니 참 별 말 아닌데. 열의를 담아서 거의 손을 맞잡듯이 하고서는 제 무릎에 얼굴을 묻듯이 하는 자세로
말을 하는 그를 보니..
저도 모르게...
"키스해줘.."
손끝하나의 따스함이 입술로 온몸으로 퍼지는 순간이 되더라구요.
* 연애란 이런거 같습니다. 아주 사소하게 퍼지는 따스함, 우연히라도 스치는 손길이 마음을 열게 하고
그게 시작이 되어서 함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거 말이예요.
모두들 꽃들이 만개한 봄날... 아름다운 사랑을 하기를 바랍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시기라해도
그 따스한 손끝하나의 기억으로 다시한번 맘을 잡고 살아가게되더라구요.
그게 바로 사랑이 주는 힘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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