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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3/04 00:16:19
Name nickyo
Subject [일반] 세상에 무너져도, 우리 가슴에 남은 노래는 잊지말게.


본 글은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산재 논란과,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에 대한 주관적 판단,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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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보았다. 이 영화로 처음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산재논란을 알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영화로 본 것과 '알던 것'과는 역시 차이가 있었다. 나는 개강 첫 날의 수업을 빠지고 이 영화를 보아야 했다. 적은 개봉관, 그리고 그보다 적은 상영시간. 뭐 첫날 강의라는게 대체로 책 사와라 정도의 이야기니까.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드디어 봤다. 드디어.


독립영화를 주로 틀어주는 아트나인은 참 작다. 좌석수는 일반 영화관의 1/3~1/4정도일까. 그 곳에는 나를 포함한 세 사람만이 스크린 앞에 앉아있었다. 월요일 점심에 셋이라니, 묘하게 많다는 느낌도 들었다. 다행히, 우리는 서로를 방해하지 않고 온전히 그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서로를 방해하지 않아도 이 영화는 앉아있는 내내 나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영화의 재미나 구성은 투박했지만, 그것에는 긴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 훌륭한 영화리뷰어들이 훨씬 더 좋은 분석을 내놓을 게 분명하니까. 나는 그저, 그것이 '극화'되었다고 하기에는 너무나 사실에 가깝다는 것을 이 문제를 알아갈 수록 느꼈을 뿐이고 그래서 그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나는 70-80년대를 지나 이룩한 민주화의 시대를 이렇게 정의한다. '없던 경기장을 만들었다.' 우리는 틀뿐인 자유주의와, 껍데기뿐인 민주주의를 가졌었으나 산업화를 통한 작은 삶의 여유와 지식, 의식의 공유를 통해 껍데기 뿐이던 민주주의가 피를 힘차게 뿜어낼 수 있도록 하였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는 더 이상 직선제를 걱정하지 않는다. 삼청교육대와 대공분실을 과거로 만들었다. 누구든 불만이 있다면 민원을 제기 할 수 있고, 그 절차동안 명목상의 불이익이나 위협도 없다. 행정소송도, 항소도 가능하다. 우리의 이전 세대들은 그렇게 격동의 한국 현대사에서 겨우, 우리가 싸울 수 있는 경기장을 세웠다. 일방적 왕정아래 수그릴 수 밖에 없었던 시대를, 빈곤만큼이나 삶의 선택에 자유가 없었던, 탁치니 억하고 죽어야 했던 그 시대를 있는 힘껏 끝냈다.



그러나 우리는 이 경기장이 이제는 땅 위에 평행으로 세워져 있지 않음을 안다. 없던 경기장을 세웠더니, 이제는 이 경기장이 많이 기울어있음을 느낀다. 그래서 난 지금의 과도기적 시대- 민주주의 위에서 만능으로 신봉했던 자유주의의 경기장에 의심을 품는-를 지나면 이 경기장의 기울기를 움직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움직일거라 믿는다. 그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우린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자유시장경제를 통한 발달된 자본주의를 얻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별천지'시대를 만들었다. 그러니 이제는 예정된 순서대로 그러한 자본가와 노동자들 사이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지는 셈이다. 이 시대는 빈곤으로 희생하여 한 축을 세웠다. 폭발적인 인구증가와 경제성장과 산업화는 이제 없다. 우리는 어딘가에서 과거보다 더 높은 이윤을 창출해야만 했다. 결국 시장의 가장 큰 축을 이루는 또 하나의 계층인 노동자는 이 과정속에서 제도권이 만든 보호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한 채 시장을 위한 희생을 강요당하고, 이는 곧 갈등으로 번져진다. 허나 그 갈등은 기울어진 경기장 위의 갈등이다. 지금 이 시대를 지배하는 믿음은, 자본가가 곧 세상의 부와 풍요를 유지해준다는, 그들을 잠재의식속에서 일종의 선지자로 여기는 믿음이다. 노동자는 그 믿음에서 뒤돌아 선 순간 상당히 기울고, 척박한 땅 위에 홀로 서있게 된다. 그리고 그 싸움터는, 자본가가 아닌 모두에게 언제든 불시에 찾아오곤 한다. 어떠한 대책도 세울 수 없게.




삼성 반도체와 백혈병 산재 투쟁은 내가 본 이러한 시대의 본격적인 개막처럼 느껴졌다. 과거 평화시장 미싱공들이 폐결핵을 토해가며 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듯이. 우린 또 한번 노동3권과 노동자의 인간적 권리에 대해 주목한다. 그래서 난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했다. 나는 그들에게 어떠한 죄책감을, 부채가 있음을 느꼈다. 삼성 램을 컴퓨터에 꽂고,삼성 노트북 센스를 사고,  삼성 갤럭시를 쓰고, 삼성 냉장고를 쓰며. 캬- 세계적 클라스 삼성! 하며 지냈던 모든 시간들이 죄스럽게 느껴졌다. 그 상품의 품질을, 생산성을, 가격을 위해 누군가는 저런 식으로 교묘히 희생당해야 했는가. 자율경쟁이라는 은유적 강압아래 생산성을 높이고자 화학약품을 다루는 반도체 공정에서 안전장치를 꺼야만 했던, 그리고 그것을 방치하고 심지어 자본력으로 긍정하고 권유했던 그 곳에서 쏟아진 상품을 나는 내가 몇 만원, 혹은 몇 십만원에 모든 댓가를 치뤘다며 당당해했다. 그래서는, 그래서는 안되는게 아닐까.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질문은 나를 괴롭혔다.



나는 막연히 삼성 반도체 산재는 삼성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과연 그 과학적인 공정이 이들을 병들게 한게 맞을까 싶기도 했다. 그러나 그 안전해 보였던 방호복이 곧 유해물질로부터의 방호보다 내부 및 외부의 분진, 체액, 이물질 등의 방지 등,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것을 막는 위주로 이뤄진 옷이며 500가지가 넘는 화학물질이 상호적으로 어떤 영향을 끼치며 생산라인의 직원들이 어떤식으로 대응하고 어떤것이 안전하며 위험한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더군다나 과학적인 '유해기준'또한 시대에 따라 바뀌어 감을 알고 나서는 삼성이라는 대 기업의 이미지와 안전에 대한 신화는 깨지기 쉬운 유리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이 산재는 대부분 '구형라인'에서 일어난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물론, 삼성이 '일부러' 그들을 병에 걸리게 만든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높은 생산성을 위해, 이윤을 위해 무엇인가를 조용히 방치했다는 것은 피해갈 수 없는 논란이다.



아아, 삼성 반도체 백혈병 산재투쟁은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롭고 절망적이었을까. 그 거대한, 어쩌면 대한민국 그 자체보다도 무서운 기업을 상대로 그들은 싸웠다. 나는 이 싸움에 대한 이야기를 찾으면 찾을수록 절망과 존경이 교차했다. 그들은 대체 어떻게 이렇게 싸울 수 있었을까, 나는 내 싸움이 아님에도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때마다 그들은 역시, 그들이 가진 가장 강력하고 실질적인 무기인 자본으로 많은 이들을 돌려세웠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들은 그 돈으로 죄를 없는 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누가 이 투쟁에서 그들과의 합의를 통해 경기장을 내려간다 한들 욕할 수 있을까! 그 모든 절망과 공포보다 생활은 더 가까이에서 숨쉰다. 당장 병원의 원무과에서, 온갖 대부업체에서. 그리고 일하던 작은 직장에마저 걸려오는 돈, 돈, 돈 내놔라는 그 말들은 무엇보다도 무섭다. 그건 백혈병만큼이나 무서웠을 것이다. 정말 화가나고 웃기는 절차인데, 노동자는 그 싸움에서 모든 입증책임과 그에대한 부담을 지게 되어있었다. 그들은 마치 대북첩보요원만큼이나 높은 정보침투력으로 삼성반도체의 유해정보와 그 증거와 증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치료와, 생활과, 그리고 너무나 어려운 절차를 진행하는 그 모든과정은 험난하고 괴롭고 충분히 포기하고 싶을 만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여전히 싸우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그냥 돈 받고 생활을 돌려받는게 실리적으로 낫지 않냐?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이다. 이겨도 상처밖에 남지 않는다. 옳은걸 증명하느니, 타협해서 더 나은 삶을 영위하는게 낫다. 그래. 맞다. 그게 개인의 최선일테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나는 이번에 이 영화를 보고, 이 이야기를 찾으며 알게 된 게 있다. 이들의 싸움에 패배가 예정되어있다 한들, 지금의 작은 승리가 나중에 또 뒤집어 질 수 있다 한들. 자본과 권력 앞에서 스러진다 한들.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위해 싸운 이 역사가 잊혀지지 않는다면 이 기울어진 경기장은 아주 조금, 아주 조금이나마 수평에 가까워 진 것이라고. 그들은 자신들이 가진 노동자의 존엄을 위해, 먼저 떠난 이들의 억울함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앞으로 생길지 모를 억울한 이들을 막기 위해 포기하지 않았다. 그 모든 위협과 공포를 함께 손잡아 또 하나의 가족이 되어 이겨내고있다.



영화가 끝나고 난 이 노래가 계속 머리속에 떠올랐다.

우리가 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 그때엔 보다 더 먼 곳을 바라보며 함께 했지
인간이 인간으로 더 아름다울 수 있는 그런 세상을 향해 함께 했지
허나 젊음만으로 어쩔 수 없는 분노하는 것만으론 어쩔 수 없는
생각했던 것보단 더 단단하고 복잡한 세상 앞에서 우린 무너졌지
이리로 저리로 불안한 미래를 향해 떠나갔고 손에 잡힐 것 같던 그 모든 꿈들도 음~떠나갔지
허나 친구여 서러워 말아라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아직 많으니
후회도 말아라 친구여 다시 돌아간대도 우린 그 자리에서 만날 것을
젊음은 흘러가도 우리 점점 늙어간다 해도
우리 가슴 속 깊이 서려있는 노랜 잊지 말게 노랜 잊지 말게

정윤경[꽃다지]-당부


그들에게도 많은 이들이 무너졌을것이다. 어쩔 수 없어서. 서럽더라도. 끈질기게 살아남기 위해서. 그렇게 떠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흐르고 늙어갔을 것이다. 환희로 가득해도 아쉬울 그 오랜 몇년의 시간동은 처절하게 싸우며
그렇게 떠나갔을지도 모르겠다. 그 사이 많은 이들이 죽었다. 아파하던 많은 이들은, 그렇게 먼저 눈을 감았다.
그들의 가족과 친지만이, 서로를 부둥켜 안고 조금씩 싸워왔다. 그래, 또 하나의 약속은 그 싸움의 기록이다.



시대는 더 높은 곳을 원한다. 우린 언젠가부터 당연스럽게 사업성이 지켜야 할 것들을 조금씩 밀어내고 있다. 잔인한 말일지도 모르나,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지 못하는 사업은 사업성이 존재하지 않는 사업이다. 우리가 수험공부를 할때 종종 하는 말이 있는데, 공부를 쉽게만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주어진대로만 공부하다가는 시험에서 뒤통수를 맞기가 좋다고. 마찬가지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지 않아야만 성립하는 경쟁력은 사실 경쟁력이 아니다. 그건 '허상'이며, 우리의 윤택을 위해 누군가의 삶을 갈고리로 할퀴어내는 것에 대한 긍정이다. 사람은 자유롭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하늘에서 부여받았다는 그 말을 지켜야 한다면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 아닌가. 그러나 시대는 때로는 노골적으로 그것을 요구하고 사람들에게 그 사실을 현실로서 내재화하길 강요한다. 그러나 나는 의심한다. 과연 그것은 실존할 수 밖에 없는 당위의 현실인가, 아니면 내가 그저 당사자가 되지 않았기에 원할 수 있는 현실인가. 비겁하고 뻔뻔한 합리없이, 나는 그 많은 권리 바깥에 소외된 이들의 고통으로부터 얻어낸 경쟁력을 이 시스템의 긍정적이고 놀라운 효과라며 기뻐할 수 있을까.




이 싸움을 해온 이들에게도 제도는 있었다. 산업재해 관리공단이 그들을 위해 존재했다. 그러나 산재를 위한 인과관계와 입증책임을 지는 과정은 너무나 험난하고 어려웠다. 법으로는 제제할 수 없는 법망 바깥에서의 무기가 끝도없이 많았던 그들과, 양 손과 서로만이 있었던 사람들의 싸움. '이건 아니잖아요' 라고 외치는 변호인의 송강호는 경기장을 만들어야 하는 시대를 살았고, 경기장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여전히 그들은 '이건 아니잖아요'라고 싸운 것이다.




나는 영화가 차라리 많은 거짓이었으면 하고도 생각했다. 그러나 이 일을 맡은 반올림과 민주노총 법률원의 기록에서 발췌한 당사자의 말은 차라리 영화가 착했다고 느끼게 했다.

[김시녀 씨와 한혜경 씨가 반올림의 도움을 받아 산업재해 신청에 들어가자 삼성에서 전화가 왔다. 10억 원을 줄테니 신청을 포기하고 합의를 보자고. 반올림과 관계만 끊으면 된다고 했다. 그동안 병원을 전전하느라 지친 엄마는 딸에게 "우리 여기서 합의하자. 너무 힘들다."고 했다. 딸은 죽어도 반올림을 배신할 수 없다고 버텼다.]


"그런데 삼성에서 또 전화가 와서 10억 원을 주긴 주는데 한꺼번엔 못 주고 일부는 일시불로 주고 나머지는 매년 나눠주겠다고 해요. 좀 지나서는 5억 원을 주곘다고 하고. 그렇게 시간을 끌어요. 산재 신청 불승인 나고 행정소송 들어가는데 기한이 있거든요. 그 기한이 지나면 소송을 못 걸어요. 결국 우리가 소송에 들어갔더니 전화가 와서 이제는 합의를 해줄 수 없다는 거에요. 그래서 내가 '너희 합의 하려던 거 아니잖아, 이 기한만 넘기게 하려던 거잖아.' 했더니 노골적으로 맞다는 거에요. 내가 정말 욕이란 욕은 다 했어요."



그들은 산업재해 신청 절차와 산업재해 인정 기준의 완화, 그리고 책임입증에 기업과 노동자, 국가가 공통으로 짊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근로복지공단은 매년 1조가 넘는 흑자를 내면서도 산재보험 재정을 감당할수 없다고 반발한다. "재정 부담이 문제라면 재정 확충 계획을 세워야죠. 노동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빼앗을 게 아니라." 노동자가 적은 부담으로 건강히 치료받고 다시 시장경제와 산업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만든 기관은, 왜 산재 불승인 다단계 조직이 되어버리는가. 최근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산업재해 보상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업무상 질병의 입증 책임을 피해자만이 아니라 기업과 공단도 나눠서 증명하게 하자는 권고안이었고, 2012년 11월 14일 노동부의 입장은 '수용할 수 없다'였다.



모든 노동쟁의에 있어서 노동자가 정의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싸움은 현재 진행형이며, 오랜 싸움끝에 아주 작은 승리이자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반도체 산업 첫 산재'라는 판결을 일궈내었다. 노동자의 건강권에 대해 아주 작지만 큰 한 걸음을 내딛은 셈이다. 적어도 이 싸움에 있어서, 나는 내가 읽고 본 것들을 통해 그들에게 당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이 싸움은, 피해자들과 노동자들과 근로복지공단과 삼성반도체 모두를 더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출연진과 제작두레와 실제 인물들의 이름을 보며 난 그들이 끝까지 승리하길 빌었다.




현재 <또 하나의 약속>은 50만을 겨우 넘겼다고 한다. 개봉관이 적고, 상영시간이 적다. 안다. 생활에 치이는 우리들에게 불편함이란 때때로 극복할 수 없는 장애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난 민주주의 시대를 이룩하고, 기울어진 경기장이라도 만든 시대를 살며 적어도 이렇게 세련되로 평화로우며 정당한 투쟁의 방법은 적극 환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노동자로 살아가는 이상 원치 않는 그 언젠가에 똑같은 자리에 서서 싸움을 강요받을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보고, 이 사건을 알고. 잊지 않고. 그리고 그들에게 당신들의 싸움을 아는 이들이 이만큼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시대의 더 나은 노동자의 경기장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들이 우리에게 실망하지 않기를 빈다. 나는 그들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른 많은 이들도 떠먹여 주는 편리함이 없더라도 기꺼이 그들의 싸움과 억울함과 옳음과 기본에 대한 당위에 공감하여 함께 응원하고 행동해 주리라 믿는다. 그것이 내가갖는 인간에 대한, 이 사회에 대한. 세계에서 누구보다도 빠르게 우리 손으로 어설프게나마 민주주의를 이룩하고 이제 또 새로운 시대의 공존을 위해 싸워나가야 할, 이 땅의 역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 대한 믿음이자 신뢰이다. 이 영화가 더욱, 더욱 많은 이들에게 보여지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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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4 00:26
수정 아이콘
불행중 다행으로 bp는 넘겼나보네요. 안타깝습니다.
드라고나
14/03/04 00:29
수정 아이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영화가 극장에 상영된다는 사실은 그래도 세상이 조금은 나아진 모습입니다. 파업전야 같은 영화가 나올 때에 비하면.
14/03/04 07:42
수정 아이콘
저도 그런 변화들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케미
14/03/04 00:58
수정 아이콘
영화를 보러 가지 못하고 있어 몹시 죄스러운 심정입니다.
벌써 3년 전 일이 됐는데, 남대문시장 근처 L손해보험 빌딩에서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투쟁이 있었습니다. 사측이 악질이었죠. 투쟁가를 흥얼거리며 일하시던 아주머니께 갈아버리니 어쩌니 하는 저열한 막말을 내뱉었던 현장관리자. 노조 탈퇴를 시키기 위해 집까지 쫓아가고 가족을 이용해 협박하고 끝내는 몇 푼 안 되는 상품권을 쥐어주려 했던... 더 쓰기도 싫군요. 그리하여 1월에 24명으로 시작했던 노조는 7월에 7명밖에 남지 않았고, 결국 8월 말인가 9월 초에 투쟁을 접었습니다. 계속 싸우는 건 확실히 무리였어요. 하지만 퇴직과 함께 던져진 알량한 '위로금'에 분통이 안 터질 수는 없었죠.
삼성 노동자들과 반올림의 투쟁을 지지하며, 그 끈기에 경의를 표합니다. 언젠가 패배하더라도, 아니 그냥 너무 지쳐서 그만두더라도, 이 싸움이 의미 없었다는 말은 아무도 못 할 겁니다. 물론 이기면(일단 산재 인정!) 최고겠지만요.

그리고 지금 투쟁 중인 삼성 노동자들이 또 있는데, 삼성전자서비스노조입니다. 천신만고 끝에 노조가 만들어졌고, 지금은 투쟁의 초기 단계라고 해야 할까요. 관심 있으신 분은 아래 링크 참조 부탁드려요.
http://cafe.naver.com/voice2008/3952

덧붙여, 본문에 인용된 글이 익숙한데 혹시 <노동자의 변호사들>이라는 책에서 따오셨나요? 그렇든 아니든, 참 좋은 책입니다.
14/03/04 07:37
수정 아이콘
네 그 책이 맞습니다. 저도 얼마전에 산 책인데 참 맘에 들더군요. 그나저나 삼성서비스는 아마 도급으로 해서 사용자가 삼성인 상태일텐데 과거 이 부분에 대해 사용자와 도급업체간의 계약에 있어서 도급사원들이 노조를 만들때 사용자와의 협상에 상당히 불이익을 얻는 경우가 많았는데(자기 회사 사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금은 좀 개선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사용자에게 교섭책임이 있다는 판례는 좀 나왔다고 하던데.
가장자리
14/03/04 01:04
수정 아이콘
하나의 괴물을 물리치면 더 무서운 괴물이 나타나서 상대해야 하는 현실.
참, 드래곤 볼도 아니고, 현실은 참 힘듭니다. 머 어쩌겠어요, 계속 싸울 수 밖에...
소독용 에탄올
14/03/04 01:30
수정 아이콘
소년만화식 파워인플레와의 결정적 차이는 저쪽만 인플레가...... ㅠㅠ

그래서 더욱 힘들게 변해가죠.....

산재관련해서는 기업살인죄나, 포괄적인 인정같은 조항을 법제화했으면 하는데, 로비력이 밀려서 지난한 과정에 있지요.
가을바람
14/03/04 02:39
수정 아이콘
본문과는 별개로 아트나인 갈때마다 차분하게 감상할수 있어서 좋더라구요. 아직 50만이군요. 주변사람들 알려주구 보러가야겠습니다
14/03/04 02:41
수정 아이콘
저는 이 내용을 영화가 아닌 어떤 극단의 연극에서 처음 보았는데... 뭔가 실제 이야기 같아서 알아봤더니 이 사건이더군요.
연극은 몇 가지 다른 사건도 같이 묶어서 풀어갔지만...
당시에 썼던 감상문의 시작 부분입니다.

-어렸을 때 본 만화영화에선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라고 말하며 언제나 정의가 승리했다. 그리고 나도 사랑과 정의의 이름으로 살아가면 항상 이길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현실에 뛰어들면 다시 깨닫게 된다. ‘역시 만화는 만화일 뿐이다.’ 그리고 현실에 적응한다는 이름으로 점점 만화 속 악당에 가깝게 변해간다.-

그리고 악당은 승리하겠죠... 만화같은 삶이 현실이 되는 날은 올 것 인지...
14/03/04 07:41
수정 아이콘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만화처럼 짠 하고 이기는 인과응보의 삶은 세상에서 찾기 힘들지라고, 조금씩 저항의 과정을 통해 '완전한 승리'를 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더 나아지게 될 거라는거죠. 무의미해 보이는 싸움과 저항의 역사라 할 지라도, 언젠가는 그 조금의 저항들이 쌓이고 쌓여 변화로 찾아오리라 생각합니다. 굴복하지 않는 다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사람은 세대를 통해 시대를 넘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기도 하고.
인생은혼자다
14/03/04 08:17
수정 아이콘
퍼가요~
YoungDuck
14/03/04 09:36
수정 아이콘
금요일에 시간이 나서 또하나의 약속을 보러 갈려고 했더니 하는 곳이 거의 없더라구요.
평소에 롯데시네마를 많이 이용하는데, 다행히 주변에 있어서 예매하고 극장에 갔더니 뭔가 느낌이 이상해요.
표를 보니깐 토요일 표더군요.
금요일 낮 12시 이후로 영화 볼려고 했는데 금요일은 전국 롯데시네마에서 또하나의 약속을 하는 곳이 없던거죠.....
하여튼 그래서 엔젤리너스에서 커피하나 먹고 집에 왔어요.
제가 정말 보고 싶었으면 토요일에 가서 봤을 것이고 이미 예전에 봤겠죠. 잘 읽었습니다.
SuiteMan
14/03/04 10:55
수정 아이콘
장모님하고 봤습니다.;;; 감수성 터지시는 분이라 많이 우시더라고요. 내가, 소위 말하는 이 시대의 열사가 될 수는 없을 지언정 항상 응원하고 지지할렵니다..
14/03/04 14:32
수정 아이콘
잘 읽었습니다.

잠자고 있는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드는 글이네요.

삶에 치여서, 바빠서 잠시 잊고 살았던 제가 부끄러워 집니다.

항상 생각하고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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