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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2/14 18:32:06
Name 헥스밤
Subject [일반] 쓰리섬에 대하여. 마지막 4중주

영화 '마지막 4중주'의 리뷰이며, 스포가 당연히 엄청납니다.






3이란 숫자는 얼마나 위대한가. 태초에 사회학은 맑스 베버 뒤르켐의 세 아버지로 이루어졌으며-이는 탈콧 파슨스를 위시한 미국 사회학자들의 계보학적 업적이지만-기독교의 근본 철학도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삼위일체이며, 동양의 어느 국가에는 ‘인생은 삼세판’이라는 위대한 가르침이 대대로 전해 내려온다. 대학원 시절 나를 괴롭히던 네트워크 사회학자 론 버트는 사회 연결망의 기본 단위를 세 명의 행위자로 설정했다. 아쉽게도 맑스 베버 뒤르켐의 고전 사회학자 3인방에 끼지 못한 게오르그 짐멜도 3, 이라는 숫자의 사회학적 의미에 대해서 뭐라고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그녀의 명곡 <3>에서 피터, 폴, 메리를 제시한다. 그리고 내가 본 굉장히 흥미로운 영화, 마지막 4중주도 3에 대해 이야기한다. 베토벤을 연주하는 현악 4중주를 다루는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쓰리섬에 대한 영화이며, 위대한 영화이다.

영화는 잘 나가는, 그리고 25년간 잘 나가왔던 현악 4중주 그룹 ‘푸가’의 늙은 첼리스트 피터가 파킨슨씨병을 진단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손가락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움직임이 작아지며, 모든 세계가 축소된다. 예술가로서도, 한 인간으로서도 그는 사형 선고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3명, 완벽주의적 예술가이자 쿼텟의 결성자이자 실질적인 리더인 제1바이올린 다니엘과, 자신의 삶에 그런대로 만족하지만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는 제2바이올린 로버트, 그리고 로버트의 부인인 비올라 줄리엣은 천천히 찾아오는 피터의 죽음을 준비한다.

4중주는 말 그대로 네 명의 연주자로 구성된다. 로버트의 대사를 빌리면, ‘퍼스트 바이올린은 선율을 만들고, 비올라는 그것에 질감과 화려함을 입히며, 첼로는 음악의 토대를 형성하고, 세컨드 바이올린인 나는 그것들을 조율한다’. 하지만 네 명이 있어야 완결되는 4중주의 세계에서, 언제나 안타깝게도 ‘나’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이 나의 외부에서 완결적 세계를 형성해낸다. 나를 뺀 나머지가 맑스 베버 뒤르켐이며, 나를 뺀 나머지가 피터 폴 메리가 되는 것이다. 4중주는 그 안에 존재하는 인간에게 4명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언제나 3+1로 존재하는 것이다. 인간이란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이다.

혼자 늙었으며, 이제는 쿼텟에서 탈퇴하고 죽음을 기다리는 피터에게 나머지 세 명은 자신의 외부에 존재하는 완결된 세계다. 세 명은 피터가 음대 교수를 맡고 있던 시절 그의 학생들이었으며, 그들 세 명의 ‘굳건한 기반’으로 존재한다. 로버트는 나머지 세 명이 선율을 만들고 질감을 만들고 토대를 만들어내며 완성된 세계를 구성해내며, 자신은 그것을 ‘조율해내는’ 일종의 외부자로 스스로를 규정한다. 다니엘에게 나머지 세 명은 ‘자신의’ 예술을 완성시키기 위한 도구이다. 그리고 줄리엣. 로버트와 줄리엣의 딸 알렉스의 대사를 빌어 표현하면, 저 세 명은 ‘그녀의 파트너와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와 그녀가 욕망하는 남자’로 구성되어 있다. 결국 4중주라는 하나의 세계 안에서, 네 명 모두에게 완결성을 가지고 존재하는 것은 4중주가 아닌, 나를 뺀 나머지 세 명이 이루는 삼위일체인 것이다. 인간이란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이다. 그리고 그 고독하고 외로운 세계는, 무너짐을 준비한다. 첼리스트 피터의 파킨슨병 진단과 함께. 새 첼리스트를 찾거나, 푸가를 해체해야 하는 위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일단은 친분이 있는 기디언의 트리오에서 첼리스트를 빌리려 한다. 그렇다. 트리오다. 음악적으로, 그리고 영화의 대사에서는 ‘트리오에서 요구되는 첼리스트의 기량은 그렇게 높지 않으니, 연주를 잘 하는 자네 트리오의 첼리스트 니나를 빌려주고, 자네가 새 첼리스트를 찾게’로 표현되지만, 기디언의 트리오는 피터의 쿼텟이 갖지 못한 ‘삼위일체의 완결성’이다.

푸가 쿼텟의 재구성 과정에서, 로버트는 제1바이올린 역을 욕망한다. 영화 내에서 수 많은 인물들이 수 많은 대사를 통해 ‘제2바이올린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하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그것이 그만큼 중요하지 않음을 이야기한다. 세계는 언제나 제2바이올린과 로버트의 연주를 칭찬하지만, 로버트가 제1바이올린을 직접적으로 욕망할 때 그가 직면하게 되는 대사는 줄리엣의 ‘다니엘은 당신을 반주하려 하지 않을 거에요’와 다니엘의 ‘자네는 가장 훌륭한 제2바이올린이지만, 제1바이올린을 맡기에는 역량도 동기도 부족해’가 된다. 줄리엣의 ‘다니엘은 당신을 반주하려 하지 않을 거에요’ 라고 말하는 장면은 영화의 최고의 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줄리엣은 로버트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저 이야기를 하고 황급히 사과한다. 로버트는 기분이 상한 채로 차를 운전한다. 깜빡이가 켜지고, 코너를 돈다. 나는 지금껏 어떤 매체에서도 깜빡이와 코너를 도는 장치가 이렇게 아름답게 쓰이는 것을 보지 못했다. 깜빡이의 소리는 로버트의 분노로 뛰는 심장 박동을 청각화한 것이며 동시에 영화 안에서 몇 번 등장하는 쿼르텟의 박자를 관장하는 차분한 메트로늄 소리의 복제일 것이다. 동료의 죽음을 앞두고 피어난 욕망은 심장 소리처럼 동적이며, 메트로늄처럼 정적이다.

하지만 푸가 쿼텟의 위기는 단지 죽음만으로 촉발되지 않는다. 죽음의 대극으로 존재하는 삶, 보다 명확하게는 섹스도 쿼텟의 위기를 훌륭하게 거든다. 좌절된 욕망을 품은 로버트는 보통의 평범한 남자들이 그러하듯 하룻밤 바람으로 좌절된 욕망을 극복하다가, 보통의 평범한 남자가 그러하듯 부인에게 쳐걸리고 만다. 상대는 조깅 파트너이자 클럽의 댄서. 줄리엣은 분노하고, 로버트는 가장 평범한-그리고 보통은 가장 최악의-방식으로 사과한다. 딸을 위한 바이올린을 장만하려는 경매장에서, 경매 물품인 바이올린을 앞에 두고 로버트는 이야기한다. ‘미안해. 하지만 우리의 25년이 이 사건 하나로 버려져야 할 만큼 가벼운 건 아니었잖아. 나는 쿼텟을 위해 내 꿈인 작곡도 포기하고 당신과 살아왔는데. 당신은 나를 사랑하기는 해? 그냥 나는 좋은 남편, 좋은 아버지, 좋은 제2바이올린에 불과한 거 아냐?’ 그리고 저 대사 뒤에 바로 등장하는 단역 경매인의 ‘어때요, 그거(바이올린) 좋지 않나요?’ 라는 대사가 이어진다. 와. 소름돋는 장면이었다. 아무튼 로버트는 한 번의 섹스로 모든 것을 망친다. 그리고 다니엘은 ‘한 번의 섹스로 쿼텟을 망치다니’ 하고 분노하지만, 그도 결국 사고를 치고 만다. 로버트와 줄리엣의 딸이자, 다니엘의 제자인 견습 바이올린 연주자 알렉스와 자버리고 마는 것이다. 죽음과 섹스는 피할 수 없는 파멸이다. 아아, 인간이란 외롭고 고독한 존재다. 이 와중에 피터의 파킨슨병 증상은 어느 정도 완화되어, 쿼텟은 새 콘서트를 계획하려 한다. 사형 선고를 받은 피터가 죽음을 잠시 극복하고 삶의 수면으로 올라오자, 삶은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로버트와 줄리엣과 다니엘은 (그리고 알렉스는) 서로에게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가 된다. 죽음과 섹스가 가져온 대파국.

이 파국은 알렉스가 다니엘에게 헤어짐을 선포하며 정리된다. 쿼텟 초기에 녹화한 비디오를 보며, 알렉스는 자신의 어머니 줄리엣도 어머니 없이 살며 피터 부부 아래서 자라났다는 이야기를 보며 눈물짓는다. 알렉스는 줄리엣에게 ‘일년에 7개월 콘서트를 하는 음악가 부모 아래서 사는 것은 부모 없이 사는 것과 다를 게 없다. 엄마는 그런 내 삶을 아느냐’ 며 어머니와 선을 그었지만, 실은 그 어머니도 부모 없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피터-미리엄(피터의 부인이며, 영화의 시점에선 1년 전에 죽었다)-줄리엣의 삼인 가족은 로버트-줄리엣-알렉스의 3인 가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알렉스가 느낀 ‘근원 없는 삶’은 사실 굳건한 근원 위에 서 있었다. 그것이 푸가 쿼텟이었고, 그녀는 ‘쿼텟이 우리의 사랑보다 소중하다’는 이유로 다니엘에게 이별을 선포한다. 그리고 마지막 4중주, 그 콘서트가 열린다.

콘서트의 시작에서 피터는 이야기한다. ‘제 아내 미리엄도 저기쯤 앉아있는 것 같군요.’ 무대는 삶의 공간이며, 관객석은 죽음의 공간이다. 넷은 서로에게 눈빛을 보내며 베토벤을 연주하고, 그러다 피터의 증세가 심해지자 피터는 자리를 떠나며, 쿼텟의 새 첼리스트 니나를 소개한다. 새로운 쿼텟은 이전의 메모가 담긴 악보를 닫아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연주를 시작한다. 관객석, 죽음의 공간에 앉아 있는, 아직 연주자로 태어나지 않은 알렉스와 이제는 삶의 연주를 끝낸 피터를 비추며, 영화는 끝난다. 세 명의 세계는 결국 하나의 쿼텟으로 완성된다. 아, 알렉스 역을 한 여배우가 정말 예쁘다. 여담으로, 이 감독. 남자를 너무 잘 안다. 줄리엣이 로버트에게 제2바이올린으로 남아달라고 했을 때 로버트는 말한다. '다니엘이 시켰나.' 알렉스가 다니엘에게 이별을 통보할 때, 다니엘은 말한다. '로버트가 시켰나.' 그리고 경매장 장면에서 로버트가 줄리엣에게 용서를 구하는 장면은 와, 연서복 저리가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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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카스
14/02/14 18:33
수정 아이콘
아아 이 망할 음란마귀...
14/02/14 18:34
수정 아이콘
저도 제목 보고 화들짝 했네요...
최종병기캐리어
14/02/14 18:36
수정 아이콘
난 썩었어....
인규Roy문
14/02/14 18:41
수정 아이콘
난 썩었어....(2)
그리움 그 뒤
14/02/14 18:42
수정 아이콘
뭔가 약간은 의도된....제목이 아닌가....마 그리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니..본문을 안 읽었.....
14/02/14 18:47
수정 아이콘
후우.. 왜인지 뒤도 안보고 클릭하게되네요.
음악세계
14/02/14 18:48
수정 아이콘
마지막 사중주 저에게 작년 최고의 영화였습니다. 물론 영화를 많이 못 봤다는건 함정...
王天君
14/02/14 18:48
수정 아이콘
제목을 다르게 지으셨으면 영화와 느낀 바가 더 잘 전달될 것 같네요.
이때는 영화를 그리 깊게 보지 못했는데도 마지막 파국에서 모두가 조화를 이루는 장면이 참으로 절절하더라구요.
그렇게 인생은 멈추지 않고 선율이든 소음이든 무언가를 계속 연주해 나가며 흘러가는 것이겠지요
캡슐유산균
14/02/14 18:58
수정 아이콘
아아 이 망할 음란마귀... *(2)
14/02/14 19:35
수정 아이콘
음악이란 높고 낮음 길고 짧음 강하고 약함이죠.

사회학이란 교회론이 아닌 것을 말합니다. 교회론은 종말론과 흔히 합쳐져 한학기 강좌를 이루는 종말론적 공동체론입니다. 그러나 사회학은 개선을 상상하죠.

제목이 내용의 기대를 배반했으니 헥스밤님의 글은 세번 쉬겠습니다.

쳇.
endogeneity
14/02/14 20:24
수정 아이콘
본문 내용이 기대(?)에 못미쳤는데 이 댓글 꽤 좋네요
헥스밤
14/02/14 20:35
수정 아이콘
저두요 흐흐
一切唯心造
14/02/14 20:03
수정 아이콘
가끔 욕설이 난무하는 글을 쓰지만 그래도 쓰리섬에 대한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쓰지 않을거라 생각했기에 제목을 통해 본문을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음란마귀가 가득하더라도 순수한 누군가는 있어야겠죠

글 잘 읽었습니다 영화를 봤으면 할 얘기가 더 있겠지만 아쉽게도 못봤네요
기아트윈스
14/02/14 21:45
수정 아이콘
나무아미타불, 모든 것은 내 마음이 지은 것이니...
폭주유모차
14/02/14 21:59
수정 아이콘
아.....난 썩었어.....
내려올
14/02/14 22:03
수정 아이콘
알렉스 예쁩니다. 크크
이 영화 정말 막장드라마 한편 보는 기분이었죠. 그리고 얼마 전 고인이 된 그 배우를 마지막으로 본게 이 영화라 더 기억이 납니다.
휴잭맨
14/02/15 01:15
수정 아이콘
후.. 나란 놈이란...
하지만 덕분에 좋은 글 읽었습니다.
14/02/15 01:16
수정 아이콘
제목을 보는순간 헥스밤님이란걸 알았어요
지구사랑
14/02/15 07:16
수정 아이콘
영화 보고 싶네요. 하지만 가슴이 아플 것 같아 정말 볼지는...
14/02/15 16:08
수정 아이콘
옛날에 사업 아이템으로 쓰리섬플레이스 라는 것을 구상한 적이 있지요... 테이블당 의자 세개만 두는 컨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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