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 가운데 갑은 뭐니뭐니 해도 제우스입니다. 올림포스에서 제우스에 맞설 신은 없지요. (그나마 제우스와 형제 관계인 포세이돈이 좀 뻗대볼 만 하지만 역시 안 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아무튼 이 제우스는 성격도 별로라서 지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을 하는 통해 인간들은 물론이고 신들 조차도 학을 떼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제우스도 하마터면 골로 갈 뻔한 적이 있었지요. 그것도 불 좀 훔쳐다가 인간에게 주었다고 본인이 그렇게 벌을 주었던 프로메테우스가 아니었다면 말입니다.
프로메테우스하고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는 올림포스 신들과 티탄족 사이에서 전쟁이 벌어졌을 때 올림포스의 신들을 도왔기 때문에 전쟁이 끝난 후 제우스의 총애를 받고 신을 공경할 인간과 동물들을 창조하고 그들에게 좋은 선물을 내리도록 하는 임무를 부여 받습니다. 그런데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는 뒷일은 생각을 안하고 프로메테우스가 동물들을 만드는 족족 그들에게 좋은 특징들을 하나씩 선물해 주는 바람에 정작 프로메테우스가 정성을 다해서 인간을 만들어냈을 때에는 인간에게 줄 선물이 없게 되고 말았습니다.
에피메테우스: 형! 있잖아 내가 형이 만드는 동물들한테 막 좋은 것들을 아무 생각 없이 나눠줬거든?...근데 막상 인간에게는 줄게 없네...어떡하냐?
프로메테우스: 이런 XXX야! 내가 신중하게 나눠주라고 했지?...하여튼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시키라니까...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이 만든 피조물들 가운데 인간을 가장 아꼈기 때문에 인간들을 빈손으로 세상에 내보내는 것은 그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동생이 좋은 것들을 동물들에게 이미 다 나누어줘 버렸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올림포스로 올라가서 제우스 몰래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줍니다. 불 만큼은 제우스가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의 손에 들어가게 하지 말라고 엄중 경고를 했음에도 말이지요.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제우스는 당연히 노발대발 합니다.
제우스: 야, 프로메테우스...내가 전에 뭐라 그랬어...인간들에게 불 주지 말라고 했지...니가 겁 대가리를 바겐세일 했구나...이쁘다 이쁘다 해주니까 이게 완전 머리 꼭대기로 기어올라?...넌 이제 뒤졌어...XX야!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잡아들여서 신들의 대장장이 헤파이토스가 만든 쇠사슬로 꽁꽁 묶은 후 코카서스의 바위에다 붙들어 매고 날마다 독수리가 날아와서는 간을 쪼아먹게 하는 형벌을 내리지요. 물론 간은 하룻밤이면 다시 새로 돋아나서 다시 독수리가 간을 쪼아먹는 고통이 영원히 계속되게 됩니다. 이 형벌은 나중에 제우스의 아들 헤라클레스가 와서 독수리를 죽임으로써 끝이 나게 됩니다. 무려 3,000년 동안이나 고통스러운 형벌이 계속되었다고 하네요.
그런데 이 자리에서 프로메테우스는 헤라클레스에게 중요한 정보를 하나 전달하지요. 제우스는 늘 이쁜 여자만 보면 사족을 쓰지 못했는데 헤라클레스가 프로메테우스를 구할 때쯤 해서는 바다의 여신 테티스에게 푹 빠져서 온통 어떻게 하면 들배지기로 그녀를 자빠뜨려볼까 하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런데 프로메테우스는 헤라클레스에게 "테티스의 몸에서 나오는 아들은 그 아비를 능가하게 될 것이다"라는 말을 전하게 되지요. 헤라클레스는 지체 없이 이 말을 제우스에게 전하고요.
그 말을 들은 제우스는 어쩔 수 없이 테티스를 포기합니다. 그 뿐만 아니라 테티스가 다른 신들과도 결혼하지 못하게 하고 오직 인간인 펠레우스에게 시집을 보내지요. 그리고 이 바다의 여신 테티스와 인간 펠레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이 바로 트로이 전쟁의 영웅,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를 골로 보내버린, 발 뒤꿈치만 빼고는 약점이 없다던 아킬레우스였습니다.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던 프로메테우스가 자신을 오랜 고통으로 몰아넣은 제우스에게 앙심을 품고 위와 같은 말을 전하지 않았더라면 제우스는 테티스와 붕가붕가 했을 것이고 그와 테티스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제우스를 몰아내고 새로운 신들의 왕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었습니다. 보잘 것 없는 인간 사이에서 태어난 인물이 아킬레우스 정도였으니 제우스의 정기를 받고 태어났으면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