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겐 잊을 수 없는 학창시절의 흑역사가 있습니다.
홀로 추억을 되뇌다 이곳에 글을 쓰게 되네요.
따지고 보면 추억도 아니지만요.
일단 그나마 최근이었던 8년 전 17살 때로 가보겠습니다.
1.
중학교 3년 내내 다니던 종합학원을 그만두고, 고등학생이 되면서 단과 학원에 다녔습니다.
당시 수학으로 유명했던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학원에 다녔죠.
하루는 선생님이 일요일에 모르는 문제를 들고 학원으로 오라고 하셨죠.
그래서 일요일 오전, 버스를 타고 학원을 갔습니다.
일요일 오전이라서 길거리며 버스 안이며 사람이 별로 없네요?
버스는 쾌속질주를 하며 매우 빨리 학원으로 저를 데려다 줬습니다.
그것 때문일까요? 너무 빨리 오는 바람에 학원 문은 잠겨 있었습니다.
심지어 학원생은 저밖에 없더군요. 할 수 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하필 이럴 때 장에서 신호가 옵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게 웬걸! 녀석은 생각보다 강력했습니다.
녀석에게 지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딱히 앉을 곳도 없이 서 있던 저는 결국, 패배했습니다!
녀석이 세상 밖으로 탈출을 한 것이지요.
일은 저질렀고 빨리 뒤처리를 해야 한다! 집에 가야 한다! 는 생각에 건물 밖을 나섰습니다.
버스정류장으로 가던 그 길에, D'oh! 선생님의 차와 딱 마주쳐 버렸습니다.
선생님이 어디 가느냐고 물으셨고, 두고 온 게 있다고 둘러대며 버스 정류장으로 갔습니다.
그렇게 버스를 탔습니다. 여기서 기적을 봤습니다.
버스 안에 사람이 한두 명밖에 없더군요. 사람이 많았으면 민망할 뻔했는데 말이죠.
버스에 타자마자 창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버스는 쾌속질주를 했기 때문에 버스 안으로 바람이 불면서 냄새도 나지 않았죠.
그렇게 앉아서 겉으론 쿨한척했지만 집까지 네다섯 정거장을 가야 했기 때문에 속으로 심호흡을 하며 눈치를 봤습니다.
집과 가까워지면서 불안함은 절정에 다다랐습니다.
집 가까이에 교차로가 있어서 신호에 걸리면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없어질 것이며
냄새가 바로 발각이 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었습니다. 상상만 해도 아찔했습니다.
오 신이시여! 버스는 신호에 걸리지 않고 그대로 집 앞까지 무사히 저를 데려다 줬습니다. 이건 정말 저에겐 큰 기적이었습니다.
이제 버스에도 내렸겠다! 집은 코앞이었고 저는 머릿속으론 빨리빨리 걸었고! 실제론 어기적어기적 걸었습니다.
근데 뭔가 느낌이 이상합니다. 응? 혹시나 해서 바지를 슬쩍 올려봅니다. 이런 젠장! 녀석이 조그맣게 내려와 양말을 위협하네요!
그 비주얼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사람 없는 일요일 오전이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듭니다.
그리고는 에라 모르겠다! 그냥 빨리 걸어 어떻게든 집으로 무사히(?) 왔습니다.
2.
시간을 더 거슬러 초등학생 때로 갑니다.
당시에 누나가 교회에 간다길래 저도 누나 따라서 교회에 다닌 적이 있었죠.
교회 가기 전 마셨던 그게, 그게 문제였던 거죠...
엄마는 저를 교회에 보내기 전 바나나와 우유를 갈아서 먹게 했습니다.
먹고 갈 때마다 장이 요동치긴 했지만 마칠 때여서 집에 가서 볼일을 봤죠.
그런데 그 날은, 그날만큼은! 장이 영 못 견뎌 하는 겁니다.
마치고 집에 가는 마지막 오르막길에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이번엔 너무 급해서 그냥 싸기로 했습니다.
지금이야 길 주변은 다 건물이었지만 그때 당시 길가는 하수구 길과 풀 나무로 둘러싸인 자연 친화적인 길이었죠.
어차피 하수구 구멍 안으로 싸면 되겠지란 생각에 망설임 없이 길 구석 풀과 나무가 무성한 곳에 제 몸을 숩기고 해방감을 느꼈습니다.
마치 하늘이 도와주신듯한 안개 낀 흐린 날씨에 일요일 오전이라 사람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볼일을 보고 나니, 녀석은 구멍주위에 모여 있네요.. 구멍 안으로 조준하는 건 실패였습니다.
그래서, 도망치듯 집으로 왔습니다.
3.
이번엔 초등학교 시절 친구와 있었던 일입니다.
당시 친구 집이 학교 앞이어서 학교 마치면 매일 친구 집에 가서 놀았습니다.
어느 날, 친구가 그러더군요. 오늘은 일이 있어서 못 놀겠다고요.
저는 알겠다고 말을 하고 속으로 예쓰! 를 외쳤습니다.
이미 바지에 싼 상태였으니까요! 하하하(?!)
앞뒤 일은 기억이 안 나는데 그렇게 헤어진 일이 있었다는 거만 기억이 나네요.
4.
이번에도 초등학교 시절 친구와 있었던 일입니다.
친구 집에서 친구의 친척 동생과 놀고 있었습니다.
집 안에서 놀다가 집 밖으로 장소를 옮겨 공을 차며 놀고 있었죠.
그러다가 녀석이 신호를 보냅니다. 하여간 이 녀석은 신호 보내는 타이밍이 참 뜬금없습니다.
참다 참다 못 참고 얼른 친구 집 화장실로 갑니다.
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을 못 견딘 녀석은 생각보다 조금 일찍 세상을 맞이합니다. 아, 왜 변기로 가질 못하니~
어쩌지, 어쩌지 하다가 여기가 우리 집이 아니라서 뭐 어떻게 처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은 친구가 있는 곳으로 갑니다.
그리고 애써 밝은 척을 하며 힘차게 공을 찼죠.
친구랑 친구의 친척 동생은 다행히 끝까지 모르더라구요. 정말 다행이죠.
여기서 의문점이 들 수도 있습니다. 아니 싼 상태로 어떻게 공을 차며 놀 수 있지? 라구요.
여기서 또 한가지 다행인 점이 당시에 저는 삼각팬티를 입고 있었고 저 나름 조절을 하며 그 이상 지리지 않을 만큼(!) 공을 차며 놀았습니다.
이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일까요? 흐흐흐
이렇게 저에겐 굵직한 흑역사가 있습니다.
절대 추억까진 아니고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면서도 더 최악으로 안 가서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그렇네요.
그리고 장이 남들보다 많이 짧은 것 같단 생각도 들어요. 배가 아프고 나면 바로 신호가 오거든요.
최근 1년 전 대학생활 때도 위기가 몇 번 온 적이 있었지만(!) 무사히 잘 넘겨서 마지막 흑역사는 17살 때가 마지막이네요.
혹시 불쾌하신 분 있으시다면 죄송하고요. 그냥 재미로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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