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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1/29 02:02:40
Name workbee
Subject [일반] 대학학사행정으로 인해 졸업못한 이야기
지금 질문란에 "행정오류로 졸업못하게 생겼어요..어떡하죠?" 라는 글 보고 문득 떠오른 제 이야기입니다.
참고 -> https://ppt21.com../pb/pb.php?id=qna&no=24778&page=3
실제 제 얘기고 16년 전의 일이라 기억의 왜곡이 있을 수 있지만 큰 줄거리는 다르지 않습니다.  글보다 보면
제가 어느 대학교 출신인지 알 수 있겠지만, 그런 얘기는 알더라도 하지 말아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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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말고는 아무 것도 모르던 고등학교 시절을 졸업한 후 1996년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자유"롭게 생활합니다.

그러다 학사경고를 맞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1학기 휴학을 한 다음 역복학을 하게 됩니다. 96학번까지는 "부전공" 이라해서

타 과의 전공을 일부 인정해 주는 제도가 있었는데 97학번부터 모든 것이 바뀌어 버립니다. "복수전공"이라는 것이 생겨서

전공을 2개 인정해주는 제도가 생기고 모든 과목들이 이름이 바뀌거나 뭔가 체제가 확 바뀌게 되었죠.

군대갔다 온 것도 아닌 게 역복학이라 뭔가 좀 많이 꼬이는데 96과 97이 체제자체가 확 바뀌어 버리는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먼저 제가 2학년이 되었을 때 군대갔다 복학한 선배가  전공필수였던 "컴퓨터 개론" 수업을 재수강 하려고 했는데

이 과목이 없어져버렸습니다. 대체과목으로 교양 선택 "컴퓨터 활용" 이라는게 있네요. 웃긴건 수업과에서는 "저거 재수강 하려면

바뀐 컴퓨터활용을 들어야 된다." 학적과에서는 "아니다 컴퓨터 활용은 교양과목이라 재수강해도 인정 못해준다." 한 쪽에서는

들어라, 다른 쪽에서는 안된다. 웃기는 일이죠. 어떻게 할 수 없어서 그냥 일단 안듣고 넘어갔습니다.

이 선배는 복학해서 이런 문제가 생겼지만, 전 4년 내내 이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전 96학번이라 기존 체제에 따라 가는데

수업은 97과 들어야 됩니다. 그런데 매학기마다 제도가 바뀌고 클레임 걸 때 마다 제도가 바뀌네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수강신청기간도 끝나고 수업이 한 달 정도 진행됐는데, 갑자기 또 뭔가가 싹 바뀌었습니다. 바뀐 이유가 새롭게 정비된 97 교육과정을

따르게 되면 ROTC 하는 사람들 전부가 졸업 못하는 일이 생겨버린 거라 중간에 뭘 다 바꿨습니다. 이 일은 잘 기억이 안나네요.

제가 뭘 수강할 수도 없고, 모순되는 상황이 있어서 수업과에 찾아가면 "원래 제도가 바뀌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학생이 이해해라." 이런 말만 듣고 왔는데, 슬슬 군대에서 복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문제를 제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니 그럴 때

마다 말을 들어주긴 하더군요. 예를 들어 어떤 과목을 들어야 하는 데 없어졌습니다. 처음엔 말 안 들어주다, 그 과목을 들어야 하는

사람이 많이 생기다 보면 새로 만들어 주는 거죠. 그런데 저의 문제는 96학번이면서 1학기를 쉬고 바로 역복학해서 97 교육과정의

복수전공을 선택한 사람은 전교생 중에 저 단 한 명이었다는 거죠. 제가 들어야 하는 과목이 있는 데 없어졌습니다. 10명 모아오면

과목 개설해 준다네요. 그런데 그거 들어야 하는 사람이 저밖에 없습니다. 못 듣네요... 이거 필수과목이라 못 들으면 졸업 못 하는데요?

어쩔 수 없다네요.. 뭐 이런 그지같은......어쨌거나 군대에서 복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나서야 해결되긴 했습니다. 매번 수강신청

기간마다 학교행정 하는 사람 모두를 만나고 다녔던 것 같네요.

대학 5학년째, 대대적인 개편이 또 있었습니다. 96학번까지는 150학점을 들어야 졸업이고, 복수전공을 한다면 160을 들어야 합니다.

교양과목이 대폭 줄어들고 대신 복수전공과목을 많이 들으면 되는 거죠. 그런데 전 이미 1학년 때 교양과목을 많이 들어 놓긴 했습니다.

그런데 교양은 아무리 많아야 다 쓸데없는 점수입니다. 그래서 새로 들어야 할 과목 다시 들으려 하다 보니 180학점을 들어야겠더군요.

어쨌든 96은 160을 들어야 하는데 97교육과정은 전공만 하든 복수전공을 하든 140만 채우면 된다네요. 아니 이 무슨.........

예를 들어 제가 2학점 모자란 158학점을 들었다 칩시다. 전 96학번이라 160에 모자라 졸업 못 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음 학기 다녀요.

그런데 학기가 바뀌면 97교육과정을 따라갈 수 있기에 140만 들으면 된답니다. 학점이 모자라 졸업을 못 했는데 새 학기 시작하자마자

아무 수업도 안 들어도 졸업이 된대요. 이 무슨 멍멍이 소리랍니까. 이것도 저 혼자 떠들었을 때 말 안 통하더니만 뭐라 하는 사람이

많아지자 고쳐졌습니다. 다행히 96학번이라도 1년 늦게 졸업하는 사람은 97교육과정처럼 140만 들어도 된다는군요. 난 벌써 그거보다

훨씬 많이 들었지만 일단 안도를 합니다.

  마지막 학기 또 어떻게 바뀐 지 모르니 모든 공문을 일일이 확인하고 직접 발로 뛰면서 내가 들어야 할 과목 알아봤습니다. 수강신청을

하는데 과사 조교가 전공필수과목 1개를 안 들어도 된다네요. 못 믿겠다고 하니까, 오늘 아침 회의를 한 결과라고 알려줍니다. 보니까

말 되긴 하더라구요. 그래도 몰라 재차 확인했습니다. 확실하다고, 장담을 한답니다. 지금 막 회의 끝나고 오는 길이라고 그렇게 했죠.

졸업학기 끝나기 전부터 전 이미 대학원 시험에 합격한 상태였고, 교수님 연구실에 2명의 대학원생이 보조로있는데, 학부생이었던 제가

벌써부터 그 자리 차지해서 교수님 바로 옆에서 프로젝트 하나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교수님 대신해 채점도 제가 다 하고 오히려 다른

대학원생들이 저한테 인사하고 다닐 정도였죠.

그런데!!!! 그런데!!! 졸업식 1주일 전에 새로 바뀐 조교가 저한테 전화해서 저 졸업 못 한다는 것입니다. 이 조교는 아까 말한 조교가 아닌

졸업식 2주 전쯤 바뀐 조교입니다. 이미 졸업산정 다 끝나서 아무 문제 없이 졸업날짜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 이 조교가 마지막으로 검토

하다가 제가 학점이 모자라는 것을 발견했다고 연락한거죠. 제가 그럴 리가 없다 잠시 기다려봐라 하고 전 조교한테 전화했습니다. 그 조교도

아니라고 자기가 맞다고 하더니 잠시 있어보라고 하더니 1시간쯤인가 후에 전화와서 미안하다, 내가 잘못알았다 라고 사과하더군요...

당시는 참 원망 많이 했습니다. 미칠 거 같더군요. 모든 문제는 확인 안한 나한테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확인 안하긴 개뿔 매 학기마다

이리 뛰고 저리 뛰어다니면서 확인해봐도 수업과, 학적과 서로 서로 말도 안되는 소리 해 가며 어쩔 수 없다. 난리치고 정말 말 그대로

난리치는 사람이  많아져야 겨우 바뀌고 매년 매학기 단 한 번도 중간에 제도가 안 바뀐 적이 없었는데, 졸업할 때도 마찬가지로 그 문제로

졸업못하는 사람이 나하나니 어떻게 할 수도 없고,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졸업못했으니 대학원 입학도 취소되고, 교수님께서 상관없으니 그냥 자신의 연구실에서 1년 있으면서 공부하는 셈치라고

군대도 방위산업체 알아봐주신다고 했는데, 미래는 또 어덯게 될지 몰라서 그냥 군대 먼저 가겠습니다. 하고 군대 가 버렸습니다. 제대하고

복학해서 모자란 한 과목 마저 듣고 졸업을 하게 됐죠. 그래도 졸업앨범은 동기들과 같이 찍었습니다. 아직도 집에 그 앨범이 있지요.

나도 그 때 졸업하는줄 알았으니까요. 하하....

지금은 동기들 다 제 전공 살려서 잘 살고 있는데, 2년만 지나면 40살이 되는 전 아직도 안정된 직장도 없고, 그냥 저냥 결혼도 못하고

살고 있네요. 뭐 다 제가 미련하고 못난 탓이죠. 그 당시에 정말 말 그대로 죽자사자 지랄했으면 졸업했겠죠. 졸업식 2주일전에 조교

안 바뀌었으면 그냥 모르고 넘어갔을 수도 있겠죠. 남들은 군대 갔다 와서 다시 입대하는 꿈 꾼다는데 전 10년 넘게 대학 졸업 못하는

꿈 꿨습니다. 지금은 괜찮습니다. 질문글 보다 갑자기 떠 올라서 술 마시고 써 보는 글입니다. 술김이라 뭘 제대로 말했는지 모르겠네요..

그냥 그렇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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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령이
14/01/29 02:16
수정 아이콘
참 안타깝네요 힘내십쇼 화이팅!
황금사과
14/01/29 02:21
수정 아이콘
남일 같지 않네요. 2학점 부족하다고 학기 끝난 지 한 달 지난 후에 행정실에서 전화와서 학점등록 하게 생겼는지라ㅠㅠ
14/01/29 03:05
수정 아이콘
제 군대후임이 박사과정이수과정에서 전산오류로2학점부족으로 학위이수가 안됐다고 하더군요
연구쪽으로 가려고 했는데안되서 현역공병으로..
나이도 32살에 와이프도 있던.. 저보다 8살이나 많아서 책많이빌려읽었었네요. 전 병장, 그 후임은 이병.. 지금 생각하면 한참 형님인데 한참 고생했겠어요..
낭만토스
14/01/29 03:43
수정 아이콘
와 진짜 뭐 저래...저 같았으면 진짜 난리 부르스를 췄을 것 같습니다.
여기똥포장되나요
14/01/29 03:46
수정 아이콘
저같으면 법 위반했을 것 같네요.
14/01/29 04:01
수정 아이콘
딱 저 시기에 학부제 도입등으로 학과단위가 매년바뀌면서 관련 규정및 학사행정도 드라마틱하게 변하던 시기였죠. 그런데 그렇게 몇년 난리치고나서 다시 대학에서 학부제 철회하고 거의 모든 학과 단위들는 이전 모습으로 다시 되돌아갔습니다. 몇 년의 기간동안 선후배관계가 단절되어 복원이 불가능해진 학생회조직만 빼고.

아마 IMF등으로 대학사회 또한 격변의 시기였고 군사정권이 물러나고 민주정부가 들어서면서 학생운동이 동력을 잃어가던 시기이긴 했습니다만 학과제도가 계속 유지되었더라면 학생회들이 그렇게 쉽게 무너져 나갔을까 싶은 생각이 들곤 합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고 결국 음모론입니다만 그 과정들을 한발짝 떨어져서 지켜보면서 만일 빅브라더란게 있어서 숨겨진 의도가 있었다면 이거야말로 조직와해의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긴 했습니다.

아무튼 그 격변의 시기에 학부생시기를 거쳤던 많은 이들이 대학생활에서 유무형의 피해를 많이 받았고 저도 졸업관련해서 꽤 곤욕을 치루었던 기억이납니다.
14/01/29 06:12
수정 아이콘
저는 특정 필수 과목을 계절학기로(여름+겨울) 이수할 계획으로 마지막 년도의 수강 계획을 짰는데, 여름 방학이 다 되어서야 그 과목의 계절학기를 폐지해버렸더군요.

그래서 부득이하게 학교를 1년 더 다녔는데 문제는 저 졸업하고나서 그 과목의 계절학기가 부활...

그러니까 딱 2년만 계절학기 없앴는데 하필이면 거기에 제가 걸린거죠.

진짜 xx같은 짓거리였어요.
김망아지
14/01/29 11:58
수정 아이콘
본문에 링크된 글 제 글이네요 진짜 망할 대학행정 예나 지금이나 개판인건 변함없는건가 보네요 화난다
광개토태왕
14/01/29 19:34
수정 아이콘
어이구...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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