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01/27 14:15:50
Name 소금인형
Subject [일반] PGRer에게 유용한 정보
이사님 집 컴퓨터가 고장이 났단다. 어쩌라구 궁시렁 거리면서 흘려들었는데 뜬금없이 이번주에 시간 괜찮으니 고치러 오랍신다.
아니 이건 또 무슨 시츄에이션인가. 모라? 내가 술 먹다가 고쳐준다 했다고?? 정말?리얼리??

하아..한숨을 쉬면서 지하철2호선에 몸을 실었다. 내가 왜 정신못차리고 그랬을까.
자취방에서 이사님 집까지 지하철로 한시간거린데 대체 내가왜!
어쩌겠냐 그래도 입으로 뱉은 말인데 지켜야지 그나저나 대한민국의 등산 열풍은 참 대단하구나 날도 춰 죽겠는데 산에 가는 사람은 왜케 많은겨.






느낌이 싸하다. 이거 좀 불길한데 어제 마신 술 때문인가...
사당역에서 지나가던 산악인 원투쓰리에 치이는 와중에 백회혈에서 회음혈까지 전기가 스쳐 지나간다.
이 느낌...그래 이 느낌은  이천원짜리다.

도착지까지는 아직 십여 개가 넘는 역이 남았다. 이 신호는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수준인가?
YES 다! 그래 이정도 신호면 가능해. 한순간 안도감이 흐른다.
서울에서 광주 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지옥을 경험한 나로서는 이 정도는 애교에 불과한 수준이다.



대림역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려고 승강장에 서 있는데 신호가 점점 빨라진다. 지하철은 2분 후면 도착.
가산디지털역까지는 길어야 십분. 십분 버틸 수 있는 수준인가? YES?? No?? 이건 애매하다.
고민하는 와중에 도착한 지하철에 조건 반사적으로 타버렸다. 그래 이왕 탄 거 가산역까지 버텨보자.

경험자는 알겠지만 이 신호의 강도라는 게 측정 불가하다.
이 정도면 삼십 분 버틸 수 있다 생각한 신호가 오 분으로 바뀔 수도 아니면 몇 시간이 가능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무릇 사람이란 조금이라도 깨끗하고 익숙한 곳에서 욕구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바
나 역시 경험치 못한 미지의 대림역보다는 신축건물이 많은 가산역을 무의식적으로 선택하였고
이 선택이 얼마나 큰 잘못인가는 남구로역에 도착해 깨닫게 되었다.

지하철이 남구로역에 도착했을 때 쯤엔 하나님,예수님,부처님,알라신을 애타게 부르고 있었으며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인 이사를 씹고 맛보고 되새김질 하고 있었다.
남구로역에서 문이 열리자마자 총알 같은 속도로 튀어나와....는 초보자들이 흔히 하는 실수! 나 같은 숙련자는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급하다고 서두르다가는 지하철 7호선 X싼男으로 인터넷에 떠돌기에 딱 좋다.

초보자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가 99%의 강도에서 제어하지 못하고 풀려버리는 것이다.
그때 즈음의 강도는 이미 99%를 초과하였지만 나는 극한의 정신력으로 .1의 영역에 들어선 상태였다.

좌측인가 우측인가 어느 쪽이 화장실에 더 가까운 곳일까? 아니다 어차피 모든 지하철역에는 화장실이 있으니 최단거리로 가자.
천천히 그러나 최고의 속도로 계단을 올라와 표지판을 찾는다. 어라?어라??어라라??

없다!..화장실이 없어!! 그때 나는 이미 99.5%에 도달한 상태.
머릿속이 텅 빈 상태로 다음 선택지인 지하철 밖 상가 화장실을 택해 이동하고 있었다.

어?어???어???? 아니 여기는 무슨 다 주택가냐??
지하철 입구에서 나와 본 남구로역1번 출구 주위는 상가건물도 없는 주택가였다.
그나마 식당은 토요일 오전이라 문도 닫혀있었고 .1의 영역은 그 한계에 도달해 가고 있었다.

반대편 출입구로 이동을 시작하며 주위의 건물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아.. 이 느낌은 99.8%다.
그때부터 건물 외에 주변 골목을 시야에 담는다. 저 위치면 괜찮을까? 그냥 해결하고 나오는 데까지 얼굴만 가리고 있으면 되지 않을까?....
길다 이런 젠장 이넘의 역은 출입구가 왜 이렇게 먼 거지?? 이거 설계 어느 넘이 한 거야??  

휴지가 없다! 없어!! 평소에 꼭 가방에 넣고 다녔는데 왜 오늘은 없는 거지? 아 이 목도리로 해결하고 버리면 될까.
이미 한계치까지 0.2% 남은 내 머릿속에서는 화장실을 찾아본다는 선택지는 없어진 지 오래였다.



2번 출구로 내려가면서 목도리를 풀러 가방에 넣었다.
화장실 표지판이다. 화장실 표지판이야!!! 화장실 표지판이라구!!!!!!!!!!











내일부터 지하철 요금을 백 원 인상하겠습니다.
괜찮다...지금의 나는 누구보다 관대하다.
그리고 지하철 화장실 생각하면 올려도 괜찮음.



PGRer에게 유용한 정보
: 지하철7호선 남구로역 1,6번출구 쪽에는 화장실이 없사옵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4/01/27 14:25
수정 아이콘
똥글이군요.
선추천 후똥글읽습니다.
14/01/27 14:25
수정 아이콘
영국 다녀온 뒤로 우리나라 지하철 화장실의 고마움을 알게되었습니다. 크크
내려올
14/01/27 14:25
수정 아이콘
세상에... 그런 무시무시한 역이 있다니!
인권위에 신고해야하는 거 아닙니까?크크
14/01/27 14:27
수정 아이콘
역시 '느낌이 싸하다'부터 선추천 후 정독하였습니다.
네덜란드를 가보니 0.5 유로에 화장실 사용료를 받더군요! 악독한 놈들!
일보면서 내내 롤러코스터 타이쿤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니 문득 생각이 나네요.
14/01/27 14:34
수정 아이콘
외국 나가보니 한국 지하철 짱짱맨인걸 알겠더라구요.. 파리있는동안은 급할땐 근처 박물관 가서 일만 보고 나오기는 등 뮤지엄 패스를 똥패스로 사용했었더랬죠..
회전목마
14/01/27 14:38
수정 아이콘
크크크 남구로역은 사실 모든출구가 주택가나 다름없죠
근데 또 하필 그쪽으로....크크
(남구로역은 1.6 번과 2~5번 출구가 분리 되어있어서 개찰구를 통과해야만 지나갈수 있어요)
소금인형
14/01/27 15:02
수정 아이콘
그렇더라구요 역이 U 자로 생겨서 앞쪽하고 뒤쪽이 승강장으로 지나가던가 출입구 밖으로 나와서 가야 하는데
그럼 화장실을 인간적으로 앞, 뒤 다 만들어야 되는거 아닙니까!!!
켈로그김
14/01/27 14:38
수정 아이콘
제목부터 느낌이 충만했습니다;;
본격 똥글 랭킹싸이트..;;
띠꺼비
14/01/27 14:42
수정 아이콘
아이고... 남구로역 1,6번 출구는 나머지랑 거리도 엄청 먼데.... 고생하셨슴다..
14/01/27 14:44
수정 아이콘
피지똥...
은하관제
14/01/27 14:47
수정 아이콘
고생하셨습니다 ㅜㅜ
한걸음
14/01/27 14:48
수정 아이콘
닥추했습니다. 이 글 읽고 테마도 오랜만에 똥테마(?)로 다시 바꿨습니다.
광개토태왕
14/01/27 14:48
수정 아이콘
PGRer에게 유용한 정보
: 지하철4호선 금정역 개찰구 안과 사당역 개찰구 안에도 화장실이 있사옵니다.
14/01/27 15:36
수정 아이콘
제 기억에 금정역은 무려 플랫폼 안에 구석탱이에 화장실이 있어서 볼 일 보고 바로 타면 된다는.. 흐흐
물론 첨엔 못찾고 헤멘적이 몇 번 있습니다 ^^;;
패닉상태
14/01/27 15:53
수정 아이콘
4호선 한대앞역도 개찰구 안에 있습니다~~
14/01/27 14:48
수정 아이콘
아 읽고 나니 몰려 오는군요
다녀와야겠슺니다
아이유
14/01/27 14:49
수정 아이콘
이사님에게 "혹시 제가 만취였나요?" 하시고 안 가셨어야죠...


그리고 데스매치 없이 바로 탈락....
감전주의
14/01/27 14:52
수정 아이콘
지하철에서 내려서 1,6출구와 반대쪽 출구는 올라가면 완전 반대쪽으로 나오지요.
화장실도 갈려면 3층을 올라갑니다.. 2번은 짧게 1번은 길~게
14/01/27 15:29
수정 아이콘
합정역 은 개찰구 밖에 신도림역도 개찰구 밖에 있습니다
꿀호떡a
14/01/27 16:27
수정 아이콘
신도림역은 개찰구 안쪽에도 있고 바깥쪽에도 있답니다.
바깥쪽 화장실의 경우 조금 더 걸어서 디큐브 화장실 쓰는것도 괜찮구요!
믹스커피
14/01/27 16:05
수정 아이콘
아.. 똥고에 힘 꽉주고 조마조마 읽어내려갔습니다..
어휴.. 어휴..;;
14/01/27 17:04
수정 아이콘
예전 경험담이지만..
저도 비슷한 상황에서 95%이상의 신호를 마지막남은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얼마나 버틸수있는가가 중요한게 아니라 여기서 사고가 터지느냐의 수준이였던 순간...
지하철문이 열리고 빛의 속도로 화장실로 달려갔지만..
화장실 공사중-_- 이라는 표지판이 있더군요..
정신이 아득해질무렵 지하철에서 근무하시는분이 제 안색을 보시더니 근처 가장 가깝고 청결한 화장실을 알려주셔서 거사를 해결한 일이 있었습니다.
그분께 커피라도 사드리고 싶었지만 거사를 치르고 오니 안계시더라구요.
감사했습니다.
바람모리
14/01/27 17:30
수정 아이콘
진정 깨달은자는 화장실입구에 도착했을때 다시한번 마음을 추스리는 법이죠.
저는 예전에 갖은 고난과 역경을 뚫고 화장실에 도착했지만 빈칸이 없음에 절망하여 모든것을 내려놓은 후..
변기에 앉는 그순간까지 절대로 긴장을 풀지 않는답니다.
특히 지하철로 장시간 이동할때는 신호를 느끼는 순간, 화장실이 밖에 있어서 교통카드를 한번더 찍는한이 있어도 바로 다음역에서 내려서 해결하곤 하죠.
단약선인
14/01/28 10:28
수정 아이콘
으헉... '모든것을 내려 놓은 후' 이 말씀이
혹시 제가 상상하는 바로 그런 상황이 맞나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49529 [일반] SM이라는 회사의 간략한 역사 [42] 카랑카9213 14/01/28 9213 9
49528 [일반] 이러니까 우리가 아직까지, 민주주의에 대한 의심을 품고 때로는 회의하고 답답해하는 겁니다. [84] 당근매니아8942 14/01/28 8942 107
49525 [일반] [해축] 월요일의 bbc 가쉽 [45] 낭만토스4328 14/01/28 4328 0
49524 [일반] 2013 무한도전 사진전에 다녀왔습니다 (스압, 사진 많음) [22] 효연광팬세우실5162 14/01/28 5162 8
49522 댓글잠금 [일반]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가 보는 박근혜 정권의 1년 [559] 중서한교초천18738 14/01/28 18738 46
49521 [일반] 대한민국 소셜댄스의 고질적 병폐, 그것의 제도화 : 국민대 소셜댄스스포츠학부 개설 [31] 바밥밥바6825 14/01/28 6825 0
49519 [일반] 겨울왕국 보고 왔습니다. (스포일러 있습니다) [34] 王天君5865 14/01/28 5865 0
49517 [일반] 배드민턴 국가대표 사태 관련해서... [188] 자전거도둑15036 14/01/28 15036 0
49516 [일반] 디즈니 프린세스 [34] Duvet9919 14/01/28 9919 0
49515 [일반] 삼성 공화국. 총장 추천제 유보 [163] Leeka8861 14/01/28 8861 2
49514 [일반] 타국에 비치는 한국의 모습은 무엇일까? [38] 끙끙6493 14/01/28 6493 0
49513 [일반] '겨울왕국'을 비롯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3편을 보고(약간 스포?) [56] 비연회상6499 14/01/28 6499 1
49512 [일반] 2014.01.18 가온차트 누적/조정 Top 100 [5] 홍승식5440 14/01/27 5440 1
49511 [일반] 보령 여중생 실종사건의 진실.jpg [37] Manchester United14308 14/01/27 14308 2
49510 [일반] 배구 예찬... [37] Neandertal5835 14/01/27 5835 2
49509 [일반] 스피카와 리듬파워의 뮤직비디오가 공개되었습니다. [13] 효연광팬세우실4484 14/01/27 4484 0
49508 [일반] [KBL] 서울 삼성 김동광 감독 자진사퇴…김상식 대행체제. [19] G.G4455 14/01/27 4455 0
49507 [일반] 요즘 빠져사는 조지 마이클.avi [11] 리콜한방4139 14/01/27 4139 0
49506 [일반] 우리 집 도둑맞은 이야기. [3] GrabTheHip4067 14/01/27 4067 0
49505 [일반] PGRer에게 유용한 정보II [18] 불량공돌이5917 14/01/27 5917 13
49504 [일반] 56회 그래미 시상식이 끝났습니다. [21] 삭제됨5015 14/01/27 5015 1
49503 [일반] 하마터면 집에 도둑이 들어올뻔 했네요 [42] 루베트7669 14/01/27 7669 1
49502 [일반] 월요일부터 어이없는 일을 당했습니다 [37] 레알로얄7385 14/01/27 7385 2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