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쇼핑을 나갈 일이 생겼다. 별것은 아니고 실험실 기계를 돌리는 자동차 밧데리 새것이 필요하여 그것을 사러 갔다. 아니 사러 가야하는데 차가 마땅치가 않다.
회사에 우리가 쓸 수 있는 차가 두대가 있는데 한대는 오토매틱이고 다른 한대는 매뉴얼이다. 한국에서는 운전대가 오른쪽에 있던 왼쪽에 있던 오토매틱이건 매뉴얼이건 그리고 자동차 길이 우측통행이건 좌측통행이건 전혀 지장없이 다녔는데 여기 온지 꽤 오래 되고 매뉴얼차 특히 왼손으로 기어를 바꾸어야하는 매뉴얼차를 몰아본지도 오래되고 해서 함부로 회사차를 몰고 나가기 싫어 나갈 일이 있으면 늘 오토매틱 차를 선택하였다.
그런데 이번주는 누가 오토매틱차를 타고 일주일간 출장을 갔다. 그래서 차를 쓰려면 반트럭인 매뉴얼 차를 타야했다.
다른 서비스사원 차 오토로 된 차가 있기는 한데 내가 이야기하니 선뜻 내주지도 않고 잠시 기다려보라더니 하루를 넘겼다. 그래서 서비스 사원한테 아쉬운 소리를 할 것이 아니고 사무실의 다른 사람이 나갈 일이 있으면 같이 따라 나가 밧데리를 사올 생각을 했다.
다음날 아침에 출근해서 차량 배차 확인을 해보니 어떤 엔지니어가 두시간 동안 볼일이 있다고 되어있다. 찾아가서 물어보니 일이 시간이 꽤 오래걸리게 생겼을 뿐아니라 그차에 운전자를 포함하여 딱 자리가 두개뿐인데 두자리가 모두 찰 것이란다.
그사람이 돌아올 때쯤 배차를 다시 보니 산업디자인쪽에 있는 30대의 여직원이 차를 예약했다. 그래서 가서 물어봤다. 내가 이런이런일로 나가야하는데 같이 갈 수 있겠냐니까 그러자고 한다.
자동차회사 실험 출신 아저씨는 운전을 하기 싫어 조수석에 앉고 미술전공한 보통 아줌마가 운전하기로 했다. 혼자 생각해보면 좀 웃기고 창피하기는 하지만 안전하게 하기로 생각했다.
같이 나가기로한 분은 Dutch (네덜란드) 분으로 키크고 아주 발랄한 약간 장난꾸러기다. 하는 것도 말하는 것도 편안하여 내가 자주 농담도 하고 하는 아주 부담이 없는 분이다.
지금은 아줌마지만 체격으로보나 생김새로 보나 지금은 애도 낳고 나이도 좀들어 몸매가 많이 망가졌지만 약 10여년전쯤으로 짐작되는 20살 혹은 20대 초반 경에는 키크고 늘씬한 엄청난 미인이었을 것으로 짐작이 되기도 하는 분이다.
11시가 되니 그분이 내 책상에 찾아왔고 같이 나가 내가 필요한 밧데리를 먼저 샀다. 그리고는 자기가 필요한 버블랩을 사러갔다. 버블랩은 포장재료로 물건이 상하지 않도록 쌓아주는 것인데 roll로 파는데 roll 지름이 한 70-80cm 정도이고 높이는 약 1.2m정도 되었다.
이것을 트럭뒤에 싣고 회사로 돌아오는 동안 날아가지 않도록 끈으로 묶어야한다.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이부분이다.
회사 트럭 뒤에 보면 물건이나 기계를 싣고 운행중 떨어지거나 날아가지 않도록하는 트럭용 끈이 있다. 이 끈의 한쪽끝은 갈고리로 화물칸 옆에 걸게 되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딸깍딸깍하면서 끈을 조여주어 잡아주는 손잡이에 연결하여 팽팽하게 연결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런데 매번 써보면 이 딸깍딸깍하면서 잡아주는 것이 사용법도 애매하고 잘 작동도 되질 않아 애를 먹는다.
그래도 내가 남자이고 몇번 써봤다고 아는 척하고 나서서 버블랩 roll을 차뒤에 싣고 끈의 한쪽 끝은 트럭에 걸고 다른쪽을 딸깍이에 연결한 다음 딸깍딸깍 조이기 시작했는데 뭔가 좀 이상하다. 그런데 같이 간 분이 옆에서 자기는 이게 사용하기 힘들어 안쓰고 그냥 다른쪽 끝을 딸깍이 대신 신발끈 묶듯이 트럭에다 묶는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시작한 것보더니 아무말도 안하고 쳐다본다. 그리고 그게 약간 엉켰다. 옆에서 처음에는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해 하더니 잠시후 다른 줄을 하나 더꺼내더니 버블랩 롤을 신발끈 묶듯이 묶어 차에 고정 시켰다. 팽팽하진 않지만 회사로 돌아오다 날아가게 생기지는 않았다.
됐네 하고는 둘이 차에 올라타서 나한테, “너 결혼 했지?” 하면서 “이런말 있쟎아 ‘부인/마누라 말은 들어라’ 너 내말 들어야지” 하면서 막 웃는다. 나도 막 웃으면서 그래 부인/마누라 말을 들어야지 했다.
이런말이 서양에도 있나 아니면 서양에서 들어왔나.
돌아오는 차안에서 계속 엉킨 끈을 풀었고 그 여직원 아줌마 덕분에 재미있게 쇼핑 잘 하고 왔다.
부인/마누라 말을 들어야 집안이 편안하고, 회사 여직원/아줌마 말 들어야 회사일도 쉽다라는 교훈아닌 사실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항상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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