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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2/20 20:46:26
Name [fOr]-FuRy
Subject [일반] 아버지의 퇴직..
안녕하세요. (__) 날씨가 추워질수록 PGR에 접속하는 횟수가 늘어나는 [fOr]-FuRy 입니다.

이제 슬슬 닉네임도 바꿀 때가 되지 않았나 싶네요. 지금 보니 딱히 눈에 띄는 것도 없고..

순 한글 닉네임으로 생각중인데 혹시 좋은 단어 아는 거 있으시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크크.

혹시 부산 정모 계획은 없는건가요? 평일에 하는 정모라면 참석이 가능한데 유통업 특성상 휴일을 쉴 수가 없어 참석할 수 없으니

그저 참담할 따름입니다..점장이 연말 매출 올리라고 난리여서 다음주는 일주일 중 하루만 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흐미...

거기다 제 직속 사수는 전형적인 양아치 스타일에 물어보면 잘 가르쳐주긴 하는데... 일을 너무 막 던져주는 스타일입니다.

사수가 쉬는 날이면 저 혼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일해야 하는데 미치겠습니다.. 전화를 해서 물어볼라 하면 안 받거나

바쁘니까 전화하지 말고 주변 선배들한테 물어보고 하라면서...(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것도 한계가 있잖아요!!!!! 이사람아!!)

그런 것 때문인지 주변의 시선이 한결같습니다. 제가 못 크고 있다고.. 사수 잘못 만나서 어중이떠중이가 되어버렸다는 둥...

욕은 이중으로 들어먹고... 센스도 없다고 하고... 앞으로의 시간이 더욱더 무섭고... 힘들고...

뭐... 어쩌겠습니까. 이게 저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거부하지 말고 받아들여야죠.. 신입의 서러움입니다. 흐흐.

참..생각해보니 PGR을 고등학교인지 대학굔진 모르겠지만 그 때부터 시작했으니 PGR을 시작한게 어연 5년 이상은 되가네요..

이상하게 다른 사이트완 달리 여기서는 개인적인 치부를 다 드러내놓고 이야기 하고 싶어집니다.

왠지는 모르겠습니다. 현실의 짐승같은 살벌함에 지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는 곳이 PGR이라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현실을 못 견뎌하고 산다는 걸 피곤하게 느끼는 나약함을 여기서는 드러낼 수 있을 것 같다는 혼자만의 착각과 이기심 때문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이게 옳은 생각일 수도 틀린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기대어 지고 싶어집니다.

다른 사이트에선 찾을 수 없는 냉정함과 따뜻함을 동시에 안겨주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고보니 얼마전에 아버지가 퇴직을 하셨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지인의 추천으로 인해 운좋게 기능직 공무원으로 들어가서

이런저런 소동도 몇번 있었지만 무사히 일하시다 퇴직하셨습니다. 저에게 아버지는 애정의 대상이자 증오의 대상이었기 때문에

더욱 감화가 남다른지도 모릅니다.

옛날부터 아버진 굉장히 외향적인 스타일이었습니다. 잘 노시고 리더쉽이 강하고 말도 잘하시고  사람을 좋아하지만

가족에 대한 배려가 없고 세심한 구석이 없는 분이었습니다. 굉장히 다혈질이시고 남의 입장에서 생각할 줄 모르시는 분이셨구요.

절제란 개념도 모르셔서 허구한 날 술에 취해 집에 오시면 난리를 부리시고 심할 땐 어머니를 때리시고 물건을 부셔버립니다.

그런 생활이 제가 태어나서부터 군대 제대한 이후 2년정도 더 계속 되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몇번 언급했지만 가뜩이나 학교생활도 힘들었는데 집에서도 위안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은 저를 병신 취급하시고 그럴수록 제 정신은 파괴되어 갔습니다. 더불어 사람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사랑만 갈구하는 철없는 소년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럴수록 이 모든게 제 잘못이라고 탓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보다 더 불행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버티고 일어나는 사람도 있는데

난 이게 뭐하는 거냐고 항상 보챘습니다. 더욱더 스스로를 가두었습니다. 제 스스로를 놔버렸습니다. 공부도 안하고 운동도 안하고..

더불어 다혈질인 사람들에 대한 증오심과 적개심도 갈수록 커져갔습니다.

지금도 사실 다혈질인 사람들을 인정은 하지만 이해는 못합니다.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가슴이 이해하질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혈질이거나 공부를 잘해야만 무시를 받지 않는 살벌한 남자세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제 자신이 더 이해가 안되고 미웠습니다.

더불어 제 자신이란 존재도 점점 지워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세월이 훌쩍 지나고 어느덧 아버지가 퇴직하셨습니다. 수많은 생각이 교차합니다. 아버지도 이런 짐승같은 세계를

외로이 헤쳐나가셨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려옵니다. 공무원을 하시기 전엔 한진중공업에 10년 가량 다니시다가 그만두시고

여러 일을 전전하면서 힘겹게 떠돌이 생활을 하셨습니다.

그런 생활을 하셨기 때문에 아버지는 술이 더 느셨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술밖에 의지할 대상이 없었는지도 모르죠.

저도 사회생활을 하며 아버지를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난 단 한번이라도 아버지를 이해할려고 시도한 적이 있었냐는 후회의 감정이 피어오릅니다.

더불어 저도 술이 조금씩 늘어가고 있습니다. 담배도 자주는 아니지만 조금씩 태우기 시작합니다.

그런 점에서 담배까지는 안하시는 아버지가 더 대단해 보입니다. 흐흐.

마지막으로 제가 부끄럼을 많이 타서 실제론 언제 표현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평소에 아버지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남기고 싶습니다.

아버지!!! 수고하셨습니다!!! 짐승의 비천함을 감수하며 성인의 고귀함을 이뤄야 하는 인생이란 전쟁을 완수하시고 한 발짝 물러나셨습니다.

전 저에게 처해진 문제만 사로잡혀서 가족과 타인을 보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그런 이기적인 저와 착하디 착한 형을 안고

인생이란 바다를 헤쳐나가신 아버지! 얼마나 힘드셨습니까!!

저는 그렇게 이기적으로 살았기 때문에 지금 그 댓가를 받고 있습니다!!! 사실 정말 힘듭니다. 저는 다혈질도 아니고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아이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남자라고 하기도 힘든 그런 부류일 수도 있겠네요!

나약하고, 비겁하고, 딱 부러지게 할 말 못하고, 내성적이고 게으르고.. 뭐 하나 남자같은 점이 없는 저입니다!!

그래도 전 제 마지막 죽기전의 모습이 궁금하기 때문에 인생이란 바다를 헤쳐나가고 싶습니다!!

다른 악한 사람들에게 이용만 당하다 비참한 최후로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겠죠! 그래도 전 후회는 없습니다!

그게 제 운명이라면 기꺼이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고보니 어느덧 황혼이 보이는 나이로 질주하고 계시네요. 아버지!!! 언젠가는 황혼이 저물고 영원의 어둠이 찾아오겠지만 어둠 속으로

완전히 빨려들어가기 전까지 그 옆에서 길잡이를 해주는 등대의 역할을 해드리겠습니다!!!

이젠 아버지의 옆자리를 묵묵히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이제야 말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전 아버지의 자식으로 태어난걸 정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사랑합니다.

P.S : 당장엔 안되겠지만 돈을 조금씩 모아 어머니, 아버지 2분을 내년쯤에 해외 여행 보내드리기로 형이랑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때까지 부모님에게 제대로 된 선물 해드린 적이 없었는데 반드시 모아서 꼭!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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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레드
13/12/20 20:49
수정 아이콘
저도 부산사는데 뭔가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힘냅시다 좋은날 있겠죠~ 하하하
강가의 물안개
13/12/20 21:24
수정 아이콘
다혈질이시고 술많이 자셨던 아버님을 이해하실 만큼 철이드셨군요.
아버님도 fOr-Fury님 처럼 그런 초보시절을 견디며 정년 퇴임까지 오셨을겁니다.
지금 부족하다고 주눅들거나 낙심하지 마세요.
그런시기를 지나다보면 일도 익숙해지고 능숙하게 처리하는 그런 때가 온답니다.

가깝게는 부모님 해외여행 보내드리는 단기계획을 꼭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13/12/20 22:27
수정 아이콘
하늘같던 아버지가 어느덧 노인으로 보이기 시작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되더군요...
저 모습이 나의 미래의 모습일거라고....
처음 그모습을 보았을때는 나는 다를 거라고 생각한적도 있지만
나름 자식들 키우면서 중년의 나이에 접어들게 되니
아무리 부인해도 그모습이 나의 미래의 모습일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지난달 평일 시간내어 5박6일동안 경상도-전라도쪽 국립자연휴양림을 숙소로 삼아 부모님을 모시고 여행 했었는데
아주 좋더라고요...
칠보산 휴양림에서 멋진 일출
거가대교에서 고즈넉한 일몰
남해편백의 어느산 정상에서의 풍경
천관산에서 한박눈
덕유산에서의 눈꽃을.....
여기저기 맛집 검색해서 돌아다녔는데 우리나라도 갈만한 곳은 많은것 같습니다.
2막3장
13/12/20 22:43
수정 아이콘
꽤나 보기드문 훌륭한 자기고백인 것 같습니다.
부정적이고 힘겨운 환경에서 이만큼 좋은 반응과 마음가짐을 나타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심지가 굳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도 무리는 없지 싶습니다.
흔들리지 말고 꿋꿋이 이겨나가시길 빌어봅니다.
아! 신입이라 하셨나요? 신입은 어디서나 그렇습니다. 아무리 좋다는 직장도 신입은 고달픕니다.(힘들다기 보다는) 더 많이 발로 뛰어야 하고, 더 많이 들어야 하고, 시중 들고, 잔심부름하고, 뺑뺑이 돌고, 뭐 그런게 신입입니다.
그래도 한가지 좋은 점은 욕은 위에서 먹어주죠... 만일 신입에게 책임지우는 직장이 있다면,, 사장또는 상사를 욕해도 좋은 직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승하세요.
13/12/20 23:35
수정 아이콘
좋아요.

저는 님 시점보다 15 년 정도 더 지났는데, 부모님께는 잘해드리는 것이 좋습니다
유니꽃
13/12/21 00:14
수정 아이콘
이 글을 아버님에게 보여드리세요!!
부끄러운건 잠시뿐 아버지가 느끼는 감정은 그보다 훨씬 더 클것입니다^^
레이미드
13/12/21 02:38
수정 아이콘
진심이 담겨있는 글이네요. 추천 100만개, 1000만개 드리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어떠한 수사와 전개력과 필력을 갖춘 글이라도 진심을 담은 글보다는 덜하다는 걸 오늘 이 글에서 또 느끼네요.
고맙습니다. 글쓴님께도.. 그리고 이런 글을 쓰게 만들어준 글쓴님의 아버님께도..

새벽에 감성이 충만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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