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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12 00:09:34
Name 자이체프
Subject [일반] 오늘 계약하고 왔습니다.
계약서를 썼으니까 출판사 이름을 공개해도 되겠죠? 더난 출판사와 내년 초까지 원고를 넘겨주는 것으로 계약했습니다. 점심 먹고 차 마시면서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다행히 편집팀장님이 저와 나이도 비슷하고 생각도 얼추 맞아서 얘기는 잘 된 편입니다. 이제 열심히 쓰는 일만 남았네요. 미팅을 끝나고 집으로 돌아와서 읽던 책을 마저 보다가 불현듯 생각나서 책의 서문을 써 봤습니다. 감사의 뜻으로 일부를 올려드립니다. 다음번에는 책의 발간소식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Pgr 21은 계속 들어오고 간간히 글도 남길 겁니다. 여길 들여다보지 않으면 글이 안 써지거든요. ^^

...역사는 권력을 가진 자의 것이기도 하지만 이름 없는 백성들의 것이기도 하다. 역사가 소수의 권력자들에 의해 독점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별다른 흔적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간 민초들의 삶의 흔적 역시 역사를 이루는 중요한 구성 요소라는 점은 우리가 역사를 바라볼 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다. 이런 사실은 역사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 청소년들에게 특히 중요하다.

역사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아무도 확언할 수 없다. 확실한 건 지금 내가 글을 쓰는 이 순간, 글이 책으로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독자들이 종이나 화면에서 이 글을 읽는 시간 모두 역사가 된다는 것이다. 단, 그것을 기억하고 의미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지만 말이다. 우리가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 흔히 ‘과거에서 현재를 배운다’나 ‘과거를 통해 미래를 준비한다’라는 거창한 구호가 따라붙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역사는 학교 교양과목에 불과하고, 졸업과 함께 벌어지는 존재에 불과하다. 내가 역사에 관심을 가진 건 과거와 현재가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그것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 우리의 언어습관, 몸에 배인 관습과 선입견들의 뿌리는 대부분 유구한 전통 속에서 차곡차곡 쌓여져 온 결과물이다. 단번에 만들어진 것도 없고, 단숨에 사라진 것도 없다. 내가 역사를 바라보면서 배운 것은 현재나 미래에 대한 대비책이 아니라 오랜 세월동안 이어져 온 결과물들이 바로 ‘현재’라는 사실이다. 뭐든지 단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니까 세상 살기가 좀 더 수월해졌다. 남들이 보기에는 답답할지 모르겠지만...

조선시대에 비해 살기 좋아진 세상이긴 하다. 하지만 학생들의 장래희망이 공무원이고, 취업준비생들의 꿈이 정규직이 된 세상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성공을 갈망하고 안정을 찾는다. 그러기 위해서 편법은 물론 반칙도 용인된다. 아니 권장된다. 삶은 그러한 것들 사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장엄함 속에 있어야만 한다. 물론 그것이 역사 기록들을 줄줄 외우고 옛날에는 그러지 않았다 라는 고리타분하고 무의미한 타령처럼 비춰질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전제조건이 대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이나 정규직이라는 안도감이 전부일리는 없다는 것 또한 명백한 사실이다. 역사가 현재를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해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어떤 삶이 나에게 맞는지에 대한 갈증을 안겨줄 수 는 있다. 인생은 물음표로 시작해서 물음표로 끝나야만 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특별하지 않은 사람과 평범한 순간들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낸 장엄한 시간의 흔적이다. 실록에 나와 있는 이름 없는 백성들의 삶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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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티아
12/09/12 00:28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출판이 되고 제목 써 주시면 꼭 사서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침 장르도 제가 좋아하는 장르고요.
bachistar
12/09/12 00:35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一切唯心造
12/09/12 00:40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
스티브잡스
12/09/12 00:49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12/09/12 00:52
수정 아이콘
좋은 책은 역시 사서 봐야죠. 제목 남겨주시면 꼭 사서보겠습니다. 축하드립니다
tannenbaum
12/09/12 02:08
수정 아이콘
좋은 책 한권이 제 손에 들어올 날을 기대합니다
날씬해질뻔한아빠곰
12/09/12 09:41
수정 아이콘
축하드립니다!!!
글 잘 쓰는 사람들 보면 항상 부러울 따름입니다... 흐흐

다만 서문의 내용 중에서...
"조선시대에 비해 살기 좋아진 세상이긴 하다. 하지만 학생들의 장래희망이 공무원이고..." 가
조선시대에도 학생들(서당에서 공부하는 유학생이 지금의 학생이겠죠?)도 장래희망은 공무원이었을 거 같은데요? ^^;
자이체프
12/09/12 13:17
수정 아이콘
설명이 많이 부족했군요. 조선시대 양반들은 과거에 합격해서 관직에 나아가거나 산림처사가 되서 명성을 떨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었습니다. 오늘날처럼 다양한 직업들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이 최우선 목표가 된 것과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언젠가 조선시대 과거 시험 과정과 합격자 수를 보면 한숨이 나옵니다. 그런데 그 어려운 과정을 밥 먹듯이 통과하신 분이 있으니 바로 구도장원공...
눈시BBver.2
12/09/12 13:19
수정 아이콘
그 분은 신과 용의 가호를 받으셨으니 빼죠 -.-;
눈시BBver.2
12/09/12 13:19
수정 아이콘
내년 초라... 기대하고 또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건필을 기원합니다!
자이체프
12/09/12 19:13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 눈시 님 글 기다리고 있는거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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