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특이한 점을 찾아보자면 이 문자를 보낸 주인공이 10년동안 알고지낸 여자사람이라는 점.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좋은 의남매로 지내다가 남자사람이 결국 감정의 선을 넘어버렸다는 점
남자사람이 400km를 찾아가서 이미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사람에게 결국 고백을 하면서 시원하게 차였다는 점
그리고 3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점일까요.
물론 고백한뒤로 처음 연락을 주고 받은것은 아닙니다.
여자사람의 헌신적인 배려와 약간의 불필요한 노력끝에 다시 좋은 의남매로 돌아가는데는 성공하였지만,
고백한뒤로 직접얼굴을 보는것은 3년만입니다.
3년이라는 시간 사이에 몇번의 볼 수 있는 기회가 분명 있었지만
남자사람의 상사병의 재발방지차원과 재활기간이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몇번의 만남의 기회는 매번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고 여자사람 역시 굳이 만남을 강요하진 않았습니다.
사실 서로 얼굴 못봐서 죽을정도로 애정과 사랑과 관심이 넘치는 그런 사이였으면 이미 만리장성을 쌓았어도 열두번을 더 쌓았겠습니다만...
남자사람은 3년간의 재활기간이 이제 끝났을거라는 자가진단을 내리고 오케이 사인을 내립니다.
기차가 도착하고 역내로 들어오자마자 수많은 인파속에서 남자사람을 단번에 찾아내며 손을 흔들며 다가옵니다.
세계 어느곳에서도 단번에 주목받을 수 있는 개성넘치는 외관을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려야 할 듯 싶습니다.
얼마전에도 용산역 한가운데서 서너번 얼굴 본 지인이 멀리서 단박에 저를 알아보고 엘리베이터 위쪽까지
쫓아와서 반갑게 인사를 한 적이 생각납니다.
양손엔 짐 한보따리와 한손에는 딸기우유를 들고 있습니다.
3년만에 만났는데 이거 포옹이라도 한번 하면서 이산가족의 기분을 느껴야 하나 잠시 설레였었던 바보같은 생각을 얼른 지웁니다.
10년전 교복입은 꼬맹이 모습을 보던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얼굴에 하얀 분가루도 묻히고 이제는 누가봐도 어엿한 아가씨입니다.
웃음을 보여주는것도 잠시 여자사람이 140이 왜 아니냐고 따집니다.
일단 위로를 보내구요.
별로 울렁증이 사라진 것 같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오랜만이라 사라진듯한 느낌일 뿐?
단지 "상대가 날 이성으로 봐줄 가능성이 없다" 고 인지하고서
그걸 맘속에 새기는 작업을 끝냈을 뿐...
가령 저 여성분이 지금 fd님을 갑자기 좋아졌다고 한다면
'난 이제 널보면 울렁임이 없어졌으니까 이젠 너랑 사귀긴 싫어' 라고 할리는 절대 없잖아요?
즉 상대가 안좋아하기 때문에,
가능성에 대한 단념이지 본인의 좋아하는 마음 자체는 3년간 그냥 묻어두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저같은 경우라면...
연인 가능성은 전혀 없는데 좋아하는 마음이 제어가 안된다면...
안보는 경우를 택하겠어요.
왜냐하면 가망성없는 상대를 혼자만 해바라기해서 하는 그 슬픔을 감당할 자신이 없거든요.
첨부터 좋아해지는 마음을 철저하게 눌러버리거나,
아니면 이미 수습할 길 없이 "좋아져"버렸다면, 저는 피하는 쪽을 택하렵니다.
그냥 냅두면 저같은 사람은 가슴이 문드러질거 같으니까요. 날 바라봐주지 않는 사람을 옆에 머무르며 지켜보는 건 너무 고통입니다.
아마 FD테란님이 그런 절교없이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신 건 아마
제 추측으론 서울과 대구라는 그 엄청난 거리가 한몫한다고 봅니다.
여튼간에...
노력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날 좋아하게끔 만들수 없는게 사랑이란 감정이니...
(즉 좋아하는 감정은 자연히 그렇게 되는 거지, 좋아하고 싶다고 해서 좋아지는게 아닌)
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p.s. 정말 담백하게 남녀관계 이전의 관계로 돌아갔다면
대화에 저런 주제들이 안나와야 합니다.
오히려 수시로 나오는 저런 뼈가 있는 대시성 농담들은
'여전히 나 너 좋아하는데' 라고 밖에 볼수가 없는 말과, 수다주제네요. ㅠㅠ
(페이지 넘어왔으니 친목질 살짝)
글쓴이 안보고 읽다가 이거 왠지 FD.....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종로에 산딸기맥주가 아주 맛있는, 하지만 음악소리는 조금 시끄러운 바가 하나 있는데 추천해주.. 기엔 이미 늦었나요 ^^;
엡디님이 쓰시는 이런 글 오랜만에 보니 반갑기도 하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