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
오늘은 귀국하는 날 다녀 온 테를지 국립공원 여행기와 전체적인 후기를 적어보겠습니다.
이 글 다음에는 마지막으로 몽골 여행에 도움될 만한 팁을 올려보겠습니다.
=====================================================================
2009년 8월 29일..
몽골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이 밝았다.
오랜만에 푹신한 침대와 따뜻한 실내에서 잠을 잤더니 몸이 아주 개운했다.
어제 저녁에 사 온 빵과 라면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테를지로 갈 준비를 했다.
나같은 경우는 테를지를 들렀다가 바로 공항으로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짐을 미리 다 꾸리고 밤에 공항으로 나갈때 택시비가 부족할 것
같아서 은행에 환전을 하기 위해 혼자 시내로 나갔다.
그런데 어떤 몽골인이 나에게 몽골어로 길을 물어보는 것이 아닌가 -_-;;
난 한국에서도 지방에 놀러가면 다 현지 사람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몽골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테를지는 울란바타르 근처에 있는 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이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었다.
이 때쯤 되니 말도 안되는 그 오프로드 길이 그립기도 했다. 크크
<테를지 입구에 있는 여행객용 캠프들 - H양>
테를지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들린 곳은 거북바위였다.
이 곳은 바위 안쪽에 굴이 깊고 넓어서 과거 피신을 하는 용도로도 쓰이기도 했다고 한다.
<거북바위의 모습 - L군>
<거북바위에서 내려오는 팀원들 - Y양>
거북바위도 올라가보고 근처에도 돌아다녀 본 우리는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 곳은 게르와 말을 대여해주는 곳이었다.
말이 무섭다던 Y양과 이미 몇번 타봤다는 H군을 제외한 4명은 간단히 설명을 듣고 말을 빌렸다.
예전에 홍고르 엘스에서 낙타를 탔을 때와 동일한 방법으로 말을 몰 수 있었고 채찍같은 줄을 하나 더 주었는데 그 것으로 말의 엉덩이를
때려가며 달리는 방식이었다.
<말에 올라타고 있는 팀원들 - H군>
<자!! 출발해보자 ~ !! - H군>
처음엔 좀 무서웠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익숙해졌다.
예전에 제주도에서 처음 말을 탔을 때는 사람이 앞에 서서 끌어줬는데 여기서는 내 맘대로 탈 수 있어서 좋았다.
단지 따각따각 걸어가는 것 뿐만 아니라 사극에서 보던 것처럼 막 달리기도 했다.
이 날 우리 일행 중에는 C양이 단연 돋보였다.
서부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막 채찍을 돌려가며 말을 몰아가는데 정말 대단했다.
우리가 이렇게 말을 달리는 사이에 H군과 Y양은 그 근처를 돌아보면서 사진을 찍었다.
<고비여행중에 보던 초원 만큼은 아니지만 탁 트인 초원과 산 - H군>
<침엽수림이 나름 울창했다. - H군>
<푸르다 못해 시퍼런 하늘 - H군>
이 곳에서 꽤 오래 쉬다가 다시 바깥으로 나왔다.
가는 길에 물줄기가 제법 거센 톨 강을 만날 수 있었다.
우린 이 곳에 차를 세우고 돗자리를 피고 잠시 쉬었다.
물가에 돌 팅기기 놀이를 하기도 하고 물에 발도 담가봤는데 물이 너무나 깨끗하고 차가워서 너무 좋았다.
<물줄기가 넓진 않지만 유속이 빠르고 물이 깨끗했던 톨강 - L군>
<팀원들이 돌 팅기기 놀이를 하고 있다. - Y양>
<물에 발을 담가보는 L군 - H양>
한참을 쉬다가 우리는 오유나와 안카에게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을 가르쳐주면서 놀았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 L군>
우린 오유나와 안카에게 저녁을 사주기로 하고 시내에 있는 수우바타르 광장 옆에 있는 오르락 이란 이름의 북한 음식점으로 향했다.
그 곳에서 평양온반, 순대국, 냉면, 김치만두국 등등 다양하게 시켜서 먹었는데 손님들이 대부분 한국 사람으로 보였다.
그리고 식당 내부에는 온통 북한 체제와 김정일에 대한 찬양으로 가득한 티비를 틀고 있었다.
저녁식사를 맛있게 마치고 C양이 우체국으로 전화카드를 사러 간 사이 잠깐 한 5분간 수우바타르 광장을 돌아봤다.
꽤 넓은 광장이었으며 정면에 커다란 징기스칸 좌상이 인상적이었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서 난 홀로 공항으로 떠날 준비를 했다.
짐을 다 꾸리고 나서 택시비가 궁금해서 앞에 서 있는 택시기사에게 요금을 물어봤다.
처음에는 영어로 물어봤는데 전혀 알아듣지 못해서 손짓 발짓 다 해가며 물어본 뒤 메모지를 내밀어 얼만지 적어달라고 했다.
그 때 했던 내 바디랭기지는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
비행기가 날라가는 모양과 소리를 흉내내며 "징기스칸 쉬우우우우웅~~~~" 이라고 하니 알아들었다. 크크크크
(공항이름이 징기스칸 국제 공항이다.)
그가 적어낸 택시비가 너무 비싸서 다시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서 얘기를 해보니 이미 H군이 안카와 협상을 끝내둔 뒤였다.
안카는 10000 투그릭에 공항까지 태워주기로 했고 팀원들과 한국에서 다시 보자는 인사를 나누고 그레이스에 올라탔다.
게스트하우스에서 공항으로 가는 길 .. 정말 슬플 정도로 아쉬웠다.
어두운 바깥 창문을 보는데 처음 도착해서 떠날려는 그 순간까지의 멋진 기억들, 힘들었던 기억들이 하나하나 모두 생각나기 시작했고
그 아쉬움이 커서 살짝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나 혼자 가장 먼저 귀국하려니 더더욱 아쉬웠다. 울란바타르를 더 돌아보고 싶었고 시간적 여유만 있으면 홉스골 호수도 다녀오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게 슬펐다.
안카와는 간단한 영어로 너무 아쉽고 2010년에 다시 와서 홉스골을 갈거라고.. 그 때도 너와 함께 가고 싶다는 얘기를 나눴다.
(결국, 난 이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안카와 마지막으로 포옹을 하고 탑승 수속을 마치고 면세점으로 가서 간단히 쇼핑을 마치고 대기실의 의자에 앉아있는데
문득 팀원들은 뭐하고 있을까 생각이 나기도 했고 팀원들에게 고마웠단 말 한마디 못 하고 나온게 마음에 걸려서 L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마침 팀원들은 모여서 맥주를 마시면서 내가 떠나고 난 후 실감이 안난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난 조금 오글거리는 감사멘트를 날렸고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팀원들의 답변 멘트들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오는 와중에 좌석 앞쪽에는 KBS 뉴스가 나오고 있었는데 귀국하는 것이 실감났다.
새벽에 도착해서 공항버스를 타고 집에 있는 내 침대에 누워서 참 힘들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너무 멋있고 즐거운 여행이었다며
잘 견뎌낸 스스로를 칭찬하며 여행을 마무리 지었다.
=====================================================================
에필로그...
여행기 중에도 언급했지만 난 처음에 정말 고비사막은 커녕 몽골 자체가 탐탁치 않았다.
하지만 몽골을 떠날때는 반대로 아쉬움에 눈물을 뚝뚝 흘리며 귀국을 했다.
이유가 뭘까??
1. 단순한 관광이 아닌 모험에 가까운 여행이었기 때문이다.
몽골 고비사막 여행은 얻는 것이 굉장히 많다.
가장 먼저 한국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진귀한 풍경들과 마음마저 평온하게 해주는 드넓은 초원과 사막 ..
지금껏 살면서 최고의 장관으로 꼽았던 밤 하늘의 별잔치까지..
그런데.. 이것들을 그냥 도심 관광하듯 편하게 봤다면 그렇게까지 아쉽고 기억에 오래 남아 있을까??
난 전혀 아니라고 본다.
고비사막 여행은 불편하고 힘든 점이 너무나 많아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것들이 더더욱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
2. 마음에 맞는 팀원들
난 원래 사람을 한명 사귀게 되면 정이 오래가는 사람이라 그럴지 몰라도 우리 팀원들 한명한명이 너무 소중했고 너무 좋았다.
그래서인지 우리 팀원들 중 가장 먼저 혼자 들어와야 했다는 점은 그 당시에는 슬프도록 아쉬웠고
나도 계속 팀원들과 몽골에 있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지금도 그 때의 팀원중에 헤어진 H양과 대구에 사는 C양을 제외하고는 연락을 자주 주고 받는 편이며 가끔 만나서 술도 한잔 하기도 한다.
3. 다신 못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난 이 때에 휴가를 연속 6일을 내어 앞뒤 주말을 껴서 8박 10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일반적인 직장인이라면 사실상 내기 힘든 휴가일정이다.
당시에는 회사 일이 너무나 한가했고 어차피 사실상 당시 재직중인 회사에 마음이 떠나 있었기 때문에 그냥 질러버린 것이지
정상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저렇게 휴가를 쓰지 않는다. 아니 못 쓴다.
또, 결정적으로 내가 시간을 낸 8박 10일이란 일정도 몽골여행을 하기에는 완전 빠듯한 일정이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말로는 다시 온다 간다 하지만 속으로는 다신 못 오겠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더욱더 아쉽고 슬플 수 밖에...
이렇듯 마지막에 슬플 정도의 강한 아쉬움을 준 몽골 고비사막 여행은 나에게 여행의 참 맛을 알게 해주었고
좋은 동생들을 만들어 준 고마운 여행이었다.
이제 언제쯤 다시 가볼 수 있을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