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하나 쓸까 말까 고민을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너무나 훌륭한 글을 써주시기도 했고, 관련글이 너무 많으면 댓글화 해야하기 때문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18년 동안 내 마음에 영웅이었던 사람이 떠나는데 그냥 가만히 있는 건 너무 마음이 아파서 이렇게 졸필을 올려봅니다. 공지사항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는 -다소 비겁한 행동이지만- 운영진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저는 야구 관련글을 쓸때 다른 팀은 그냥 편하게 기업명을 쓰지만, 제가 사랑하고 응원하는 팀은 항상 라이온즈라고 부릅니다. 일단은 그 이유를 적어 보겠습니다.
이번 올스타에서 라이온즈 포지션별 레전드 시구를 할때 누구보다 큰 환호를 받았던 헐크 이만수, 팀을 떠나 있을때도 관중들이 약간 취기가 오르면 '만수 나오라 캐라.'라는 소리를 들었던 그 전설적인 선수를 은퇴식도 제대로 치러주지 않고 도망치듯 미국으로 떠나게 만들었을때 저는 더 이상 이팀을 응원해야 하나 망설였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제 팬심을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 양신의 임창용과의 트레이드 였습니다. 심지어 그 트레이드는 일대일 트레이드도 아녔습니다. 양준혁,황두성,곽채진을 패키지로 묶은 삼각트레이드 였습니다. 결국 전 양신이 돌아올때 까지 라이온즈의 팬질을 그만두게 되었고, 그가 다시 라이온즈로 돌아온 이후 떠난 제 마음도 돌아오기는 했지만 구단이 이만수, 양준혁 두 레전드에게 해온 행태에 괘씸죄가 성립되어 그 뒤로 '난 구단을 응원하는게 아니다. 단지 사랑하는 선수들을 응원할 뿐이다.'는 신념에 삼성이라는 명칭은 지우고 굳이 라이온즈라고 불렀습니다.
사실 일대일 트레이드를 해도, 그리고 임창용 선수가 그렇게나 라이온즈에 필요한 선수라고 해도 양준혁 선수가 이런취급을 받는 것은 대구팬들에겐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습니다. -물론 임창용 선수는 트레이드 이후에 애니콜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라이온즈에 꼭 필요한 선수 역활을 했습니다.- 대구팬들이 그런 굴욕감을 느낀 것은 단순히 방망이를 거꾸로 들어도 3할은 친다는 양준혁 선수의 대단한 스탯 때문만은 아녔습니다. 커리어에 상관없이 대구 팬들이 가지는 양신이란 존재의 의미는 그의 입단 시절로 되돌아가 봐야 알 수 있습니다.
영남대에 재학하던 시절 부터 양준혁 선수는 꽤나 지명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본인은 고향팀인 라이온즈에 꼭 들어가겠다고 노래를 불렀을 정도로 입단의지를 불태웠습니다. 하지만 좌완 투수자원이 더 필요했던 당시 팀은 양준혁 선수가 아닌 동기생 좌완 김태한 선수를 일차지명하는 바람에 그는 다름팀에 지명당하게 될 뻔 했습니다. 그때 그의 선택은 대구팬들에게 크나 큰 놀라움을 주었는데 무려 군입대를 해서 지명년도를 늦추어 버린 것입니다. 결국 그의 의지대로 93년에 라이온즈에 1차지명을 받게 되었고 그런 사연이 팬들에게 전해지면서 양준혁은 대구팬들에게 신인시절부터 '파란피의 사나이', '의리의 남자'로 통하며 무한사랑을 받았습니다. 그정도의 사연만으로도 성적이 중상위권 정도 유지하면 그 사랑이 꾸준하게 이어질 텐데 입단 첫해에 MVP급 활약을 하면서 신잉왕을 덜컥 차지했고 그 뒤에도 라이온즈를 떠날 때 까지 매년 다른 선수들에겐 커리어 하이급의 스탯을 계속 찍어 댔습니다. 그런 선수를 삼대일 트레이드로 다른팀에 보내 버렸으니 팬들의 상심은 어떠했을 것이며, 선수 본인의 상처는 또 어떠했겠습니까. 이렇게 팬들은 영영 양준혁 선수를 잃는 줄 알았습니다.
그랬던 그가 다시 라이온즈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큰 상처를 준 구단에게 돌아왔단 말입니다. 그때 양신의 본심은 무엇일지 타인이 알 수 없겠지만 그의 컴백은 마치 고향팬들을 위한 마음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돌아와서 첫해에 살짝 양신 답지 않은 성적을 보여주긴 했지만 언제나 부진한 -양준혁 시점에서- 시즌 다음에는 그것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양준혁이라는 그 이름은 라이온즈 팬들에겐 '아낌없이 주는 나무'와 다름없게 느껴집니다. 군입대를 마다하지 않은 고향팀 입단에서 부터, 해태시절 선수협 활동, 상처를 준 팀에 결국은 돌아와 팀의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함께 한 것, 그리고 돌아온 팀에서 이제는 자신보다 더 많이 커진 후배를 -이승엽 선수- 인정하고 본받으며 배우는 자세로 임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던, 그런 인간 양준혁의 모습이 있었기에 단순히 성적이 좋아 레전드로 불리는게 아니라 기꺼이 다른 팀의 팬들까지 뒤에 '神'을 붙이는 것을 허락하게 만든 선수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글이 좀 두서가 없네요. 감정을 좀 쏟아내느라 그런 것 같습니다.
가게에서 뉴스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서 기사를 읽고, pgr의 글들을 보면서 서서히 어떤 분노 같은 것이 치밀어 오르는데 최대한 자제를 하고 있습니다. 저도 라이온즈 팬인데 선감독과의 사이에 대한 소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부터 지켜 보았던 라이온즈의 야구입니다. 적어도 제가 사랑하는 팀에 대해서라면 자세하게 스탯까지 동원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20년이 넘어가는 세월동안 보고 또 본 팀이니까요. -중간에 버린적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많은 팬들이 느끼는 의문과 좋지 않은 감정 저도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최대한 흥분을 가라 앉히고 딱 세가지만 두고 보기로 결심 했습니다. 그것은 양신의 이름에 걸맛는 성대한 은퇴식, 그리고 영구결번, 마지막으로 팀의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성적입니다.
은퇴식과 영구결번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고 꼭 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라이온즈 팬들의 비난만 듣지는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 팀의 성적은 순전히 저의 개인적 기준입니다. 양신을 은퇴시키는 것이 진정 팀을 위한 행동이었다면 그에 걸맛는 성적은 보여 주어야 한다고 봅니다. 적어도 꼭 시즌을 2위로 마쳐야 하며, 한국시리즈로 진출해야 합니다. SK에게 이기는 것 까진 바라지 않습니다. 납득이 가는 훌륭한 플레이로 한국시리즈를 즐겁게 해주세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제 마음이 풀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지극히 제 개인적인 기준이기 때문에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해서 어떤 물리적인 실력행사를 할 수는 없겠지요. 그저 제 가슴속에 라이온즈라는 딱지마저 떼어 버리는 것 말고 별달리 할게 뭐 있겠습니까.
어쨌든 양신은 이제 그라운드를 떠납니다. 이제 야구하고 이혼했으니 -물론 지도자 생활은 하시겠지만;;- 모든 야구팬들이 바라는 여자사람하고 얼른 재혼 하시길......응?
그저 일개 팬인 저는 형님의 행복한 인생을 바랄 뿐입니다. 뭐 나중에 라이온즈 감독 맡으시면 더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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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도 그렇고 기아도 그렇고 하긴 엘지도 그랬죠. 레전드급 선수가 은퇴할때 왜이리 잡음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삼성의 경우 이만수 SK코치은퇴때도 거의 떠밀리다시피 은퇴하고 기아도 장성호선수문제도 그렇고 이재주선수문제도 그렇구요. 엘지는 김재현선수때문에 팬들한테 욕바가지로 얻어먹었죠. 노장선수들에게 대우를 제일 잘해주는 팀이 한화겠네요. 개인적인 생각은 아무리 양준혁선수가 은퇴하더라도 삼성의 현체제하에선 코칭스테프로 남아있기는 조금 힘든것 같습니다.
사실 양준혁선수에게 바랬던건 매년 2인자로 남아도 상관없으니 평생 1인자로 남아서 타자부분를 (도루제외) 전부 갱신하고 선수생활을 끝냈으면 했는데 너무나 아쉽네요.
저와 똑같은 행보를 걸어 오셨군요.
저도 골수 대구 출신의 모태 삼성이었지만..
이만수선수와 임창용사건이후 저는 삼성을 버리고 안티가 되어버리고 다른팀들을 응원하다가 최근 롯데로 자리를 잡았습니다만...
마음속에 남아있는 하나의 미련은 바로 양준혁선수였습니다...
저도 글쓴이와 똑같이 3가지를 볼껍니다..
만약 과거와 똑같이 이만수선수처럼 보낸다면 그때부터는 삼성을 안티이상의 야유를 부을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