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글을 시작하며
오랜만에 예능이야기를 써봅니다. 월드컵 보는 재미에 빠져살다가, 어제 한국이 지면서 이제 월드컵을 유로 2008보는 것 처럼 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기도 합니다. 이번 이야기는 케이블에 있는 예능프로그램 하나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사실 지금까지 많은분들께서 보시는 고시청률 공중파 프로그램에 대해 썼는데, 앞으로 이어질 3개의 글은 케이블에서 하는 예능프로그램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케이블도 은근히 재미있는 예능프로그램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공중파보다 더 재미있고 특색있는 프로그램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 모자란 글 하나로 케이블 예능프로그램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나오실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번 케이블 예능에 대한 세개의 글은 그런 목적을 담고 쓰겠습니다.
#1.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PGR의 많은 연애고수님들이 No.1 으로 꼽으실만한 책이 있습니다. 존 그레이(John Gray)가 쓴 책인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책은 남자와 여자는 완전히 다른 생명체다 라는 관점 하에 쓰여진 내용입니다. 같은 사람이지만 남자와 여자라는 명확히 다른 두 계층을 화성인과 금성인이라는 재미있는 표현으로 써낸거죠. 이 책을 읽으면 결국 남자와 여자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을 존중하고 이해할때 아름다운 사랑이 가능하다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결국 나에게 긍정적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죠. 이러한 관점에서 만들어진 예능프로그램이 바로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 입니다.
#2. 가치관의 다름을 다룬다. 화성인 바이러스
tvN의 화성인 바이러스 공식 홈페이지에는 프로그램 소개 란에 이렇게 쓰여있습니다.
우리와는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화성인이라 부른다. 화성인! 그들은 과연 누구이며, 어디서 왔는가. 그리고 왜! 어떻게! 그들은 화성인의 삶을 살게 된 것일까! 대한민국 곳곳에 숨어있는 화성인들을 찾아 그들만의 특별한 인생철학을 들어보는 변종 지구인 감별 프로젝트.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인이라는 평범한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 정해놓은 보편성 인간상을 뛰어넘는 사람들을 화성인이라 정해놓고, 그 화성인들과 지구인들과의 차이는 어떤 것이며 그 차이는 어디에서 부터 왔을까라는 보편적 궁금증에서 이 프로그램은 시작합니다. 지구인들은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와 함께 식사를 하는 오타쿠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우동을 먹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일 일본여행을 결심하는 '압구정 패리스힐튼'을 이해하지 못하고, 술값으로만 7억을 쓴 '화류계의 VIP'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것은 소위 평범한 지구인들의 개념에서 완전히 벗어난 행동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실제 우리 사회에서는 지구인과 화성인의 사회생활이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지구인과 화성인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남자와 여자 관계에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함을 풀어놨던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내용과 비슷합니다.
화성인 바이러스의 3MC, 좌측부터 이경규, 김성주, 김구라
#3. 화성인 바이러스의 3MC의 역할
화성인 바이러스는 김성주, 이경규, 김구라 3MC와 화성인으로 정해진 일반인 출연자로 방송이 이루어집니다. 지구인을 대표하는 3MC는 화성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처음에는 공감하지 못하면서도 굳이 자신들과의 공통점을 찾으려 애를 씁니다. 단순히 사파리에서 처음보는 사자나 호랑이를 쳐다보듯이 웃으면서 즐기지 않고 말이죠. 그것은 왜 화성인이 이러한 행동을 했을까에 대한 근본적 원인을 찾기 위한 방법입니다. 자신의 가치관에서는 불가능한 행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 사람과 나의 공통점을 찾아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끊임없이 MC들은 질문을 하고, 거기에 마음이 열린 일반인 출연자는 MC들의 질문에 대답을 하고, 더 나아가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기도 합니다. 그때 MC들은 자신이 절대적으로 옳고 일반인 출연자가 틀렸다는 생각에서, 틀린것이 아니라 달랐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화성인과 지구인은 서로 틀린게 아니라 다르다는 것을 느끼는 것이죠.
#4. 글쓴이가 화성인 바이러스를 통해 느꼈던 점
20대 여성이 보양식을 너무나도 즐겨먹는데, 이것을 본 지구인들의 관점에서는 젊은 여성이 왜저러느냐 라고 느낄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여성은 어릴때부터 이러한 음식을 먹어왔기 때문에 다른사람들이 다른 음식을 먹듯이 자신은 보양식을 먹는다고 얘기 합니다. 자동차를 바꾸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그날 바로 1억짜리 차를 현금으로 산 화성인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 화성인의 입장을 고려하면 자신의 보유재산과 비교하였을때 그의 1억과 나의 1억이 같을 수 없다는것을 깨닫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화성인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고 느낄 수 있던 기회를 접하지 않았다면, 난 그들이 다른게 아닌 틀렸다는 오해를 가지고 평생 살았을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나 뿐만 아니라 지구인으로 대표되는 다수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적용이 됩니다.
화성인 바이러스에 출연한 화성인들. 사실 화성인의 기준은 절대적인게 아니라 일반인들이 임의로 정해놓은 기준에 지나지 않는다.
#5. 적절한 MC들의 역할 배분
MC들을 살펴보면 김성주 아나운서, 이경규, 김구라 이렇게 3MC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프로그램 내적으로 보면 김성주 아나운서는 전체적인 진행을 맡고 있고, 이경규와 김구라는 약간 뒤에 빠져서 화성인에 대비되는 '지구인'의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진행을 하면서 이끈다기 보다는 일반적인 시청자의 시점에서 생길 수 있는 궁금증을 화성인으로 나온 일반인 출연자에게 던지면서 프로그램을 이끄는 역할이죠.
일반인 출연자와 김성주 아나운서의 모습
이경규와 김구라 라는 대비되는 2명의 MC의 캐스팅은 아주 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일반적인 중년남성인 이경규는 보양음식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20대 여대생과 비슷하게 이것저것 보양음식을 먹어봤지만, 애니메이션에 빠져있는 20대 청년은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스스로 방안에 갇혀 나오지 못하던 히키코모리가 화성인 바이러스에 나와 스스로 이겨내려는 모습을 보일땐, 자신의 휴대전화번호를 적어주면서 힘들때 연락해라는 아버지와 같은 모습도 보입니다.
반면 자신의 줏대가 확실하고 냉철한 캐릭터인 김구라는 이경규와 다르게 화성인의 행동이 어떤 이유에서 왔고, 자신들의 행동과 어떤 유사점이 있는지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김구라의 입에서 나오는 끊임없는 질문과 공감을 통해 시청자들 역시 마찬가지의 감정을 느낍니다. 그런 면에서 두명의 MC 캐스팅은 아주 적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명은 감성을, 한명은 이성을 표현하는 모습을 보이니까요. 아마 두명의 MC가 보여주는 모습중 한쪽의 모습만 보여졌어도 지나치게 감성적인 프로그램이거나 지나치게 무거운 프로그램이 되었을겁니다. 예능프로그램이 가져야할 본질을 지키면서 적절히 중도의 길을 걷기도 하는, 흔히 말하는 외줄타기를 잘 하고 있지요.
#6. 글을 마무리 하며
어떤 면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너무 자극적이고 시청률에 목을 매다는 컨텐츠가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합니다. 허나 이 프로그램이 비난과 조롱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그 다름에 대한 기준을 단순히 이용하는데 급급하는게 아니라, 다름을 인정하고 어떻게 하면 우리가 이해할 수 있을까에 대한 끊임없는 의문을 던져주기 때문입니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계층과 계층간의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은 누그러지고 따뜻해 지지 않을까요. 단순히 웃음을 다루는 예능프로그램 치고 많은것을 느끼게 해주는 프로그램이기도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공중파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컨텐츠를 가지고, 케이블이라는 마당에서 적절히 활용한게 시청률과 내용적인 측면 모두를 잡았다 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면에서 앞으로도 기대가 되는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한번쯤 볼만한 프로그램이라 생각이 되기에 이렇게 글을 써봤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프로그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