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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03 21:17
보통 이런 글 잘 안읽는 편인데 많이 공감 가네요.
MB 당선과 동시에 입대했던 사람으로써 올 초 제대 직후에 느꼈던 "?? 도대체 이게 뭥미??" 하는 사회의 변화에 따른 괴리감의 정체를 조목조목 잘 설명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별개지만 오늘 뭐 자료 찾을 일이 있어서 역대 대선 선거 결과 목록을 쫙 보고 있었는데 1948~60 이승만 3선 반짝 윤보선 1963~78 박정희 독재 반짝 최규하 81~92 전두환 & 노태우 콤비 이후에야 겨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제가 커오면서 봤던 국가의 모습이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었기 때문에 (87년생입니다) 그저 당연히 주어진 권리라고 생각해왔던 자유민주주의 라는 꽃이 생각보다 너무나 시들하고 어린 녀석이었다는게 (지식으로 알고는 있었지만) 확 체감이 되더라구요. 솔직히 저번 대선 투표 안했습니다. 학교 기말고사였거든요. 김대중이던 노무현이던 지난 10년간 그게 그거였으니 뭐 나랑 상관 있나 싶었습니다. 학점이 훨씬 중요했죠. ...그랬었는데 이번 선거는 집에 배달온 유인물은 물론 뿌리고 다니는 명함 쪼가리에 써진 공약조차 한글자 한글자 다 읽어보게 되더군요. 가카요정설? 전 레알인것 같습니다.
10/06/03 21:30
정확하네요.
이 정권은 진보냐 보수냐 정치 성향을 논하기 이전에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없죠.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회-법원-정부의 3원체제를 택한 이상 삼권은 분립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서로 견제하여야 하죠. 사법부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그 권위는 존중하여야 합니다. 국민에게는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있습니다.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되지 아니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언론은 자유로운 보도를 하여야 하고, 누구든 정치적인 견해를 표출한 데 대해 불이익을 입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민주주의 사회라면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가치입니다. 정권의 정치적 성향이 진보이냐 보수이냐는 그 다음 문제지요. 진보라도 이것은 기본으로 지켜야 하는 것이고, 보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수는 보수이지 독재가 아니니까요. 과거 우리 나라는 이 기본적인 가치를 쟁취하기 위해 엄청난 고통을 겪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쳤어요. 그 후에 태어나고 자란 젊은 세대는 이것을 당연한 가치로 받아들입니다. 젊은 사람들에게 이것은 아주 기본적인 가치입니다. 절대로 훼손해서도 안 되고, 이것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지난 세대가 이 기본적인 민주주의의 가치를 쟁취하였으니, 젊은 세대는 이제 그에 걸맞는 책임과 시민의식을 배워야 할 차례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은 우리가 이미 얻어서 누리고 있는 이 기본적인 가치를 훼손하려고 했지요. 집회에 참석하면 잡아갑니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한 사람은 기소되었습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른 전 대통령의 노제 사회를 본 연예인은 방송에서 볼 수 없습니다. 여당 국회의원이라는 작자는 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무시했습니다. 지방선거는 그것에 대한 견제입니다. 보수에 대한 견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데 대한 견제요. 사실 저의 정치적 성향을 곰곰 분석해 보면 진보보다는 오히려 중도 보수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치적 성향은 언제든지 수정될 수 있고,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으며, 공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설령 저와 다른 정치적 성향을 가진 후보가 정당하게 당선되었다 하더라도 오케이입니다. 그것이 민주주의니까요. 언젠가 시간이 흐르고 시대적 필요성이 생기면 제가 지지하는 성향의 후보가 당선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진보든 보수든 정권과 반대되는 정치적 의견조차 마음대로 표현할 수 없다면, 그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민주당은 이것을 빨리 깨달아야 합니다. 너희가 이뻐서 뽑아 준 게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20대의 젊은 세대도 깨달아야 합니다. 우리가 당연한 것으로 알고 누리던 민주주의는 고스톱쳐서 따온 게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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