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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3/05 15:01:16
Name 굿바이레이캬
Subject [일반] 문어와 낙지, 그리고 영호남
제사를 지낼 때 제사상에 놓는 음식을 보면 공통점도 있지만, 다른점도 있습니다. 가령, 충남지역은 사탕이나 과자류를 많이 올리는 반면 호남지역은 다양한 생선류가 제사상에 올라갑니다. 조기, 병어, 홍어(말린 것), 상어 등.

요새는 꼭 지켜야 할 음식 종류가 있는 건 아니지만 아직도 전통에 따라 지역별 제사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다른점들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지역마다 다른 음식이 존재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지역 환경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영남 지역에서 제사 음식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문어입니다. 보통 통째 삶아서 올려 놓는데, 다른 지역 사람이 보기에 굉장히 이색적인 광경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통 생선류를 놓지만 문어와 같은 두족류에 속하는 연체동물을 놓지는 않으니까요.

그럼 왜 영남지역에서만 제사상에 문어를 놓을까요?

우선 문어는 동해안에서 많이 잡힙니다. 주로 깊은 바다 속에 사는 문어는 다른 바다생물에 비해 지능이 높고, 뭔가 포스를 풍기는 것이 예사롭지 않은 놈입니다. 맛 또한 아주 좋구요. 반면에 호남지역에서는 문어를 놓고 싶어도 놓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거의 안 잡히니까요.

여기서 한가지 의문점이 생깁니다. 동해 하면 오징어도 있는데, 하필 문어일까? 여러 추측을 할 수 있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오징어는 문어의 포스와 비교할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잡히는 수부터 해서(희소성) 겉에서 나오는 외모, 행동은 비교 조차 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러나 문어를 제사상에 놓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아마 따로 있을 것입니다.

문어는 한자로 쓰면 ‘文魚’ 입니다. 제가 알기로 바다 생물 이름 중 한자에 ‘文’이 들어가는 놈은 이 놈뿐 입니다. 대충 감이 오시나요? 바닷속 깊은 곳에 사시는 용왕에겐 신하들이 있습니다. 문무 신하가 있는데, ‘文’에 해당하는 신하 중 가장 으뜸이 바로 문어입니다. (‘武’에 해당하는 신하 중 가장 으뜸은 ‘게’ 입니다. 왜 일까요?)

영남 지역은 예로부터 걸출한 학자를 많이 배출했습니다. ‘文’을 숭상하는 자세가 다른 지역과 상당한 차이가 있었고, 자부심 또한 강했습니다. 강직한 느낌과 학문을 이루기 위한 외골수 느낌이 강했다고 해야 할까요? 영남 지역 제사상에 가장 중요한 문어는 이런 의미가 있었던 것입니다.

자, 그럼 호남 지역은 어떨까요? 세계가 부러워하는 갯벌(지금은 상황이 악화되고 있지만)이 호남에는 널려있습니다. 그 갯벌은 풍성한 먹거리가 넘쳐났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낙지입니다. 그런데 이 놈은 맛도 좋음에도 영남 지역에서 문어처럼 제사상에 놓칠 않습니다. 주로 생선류를 놓고, 홍어는 말린 것을 놓는데, 호남 갯벌의 상징인 낙지는 찬밥 신세입니다. 왜 그럴까요?

단순하게 문어와 비교해 보면, 낙지는 많은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우선 포스가 별로입니다. 문어의 독고다이 풍체는 전혀 찾을 수 없고, 덩치도 작습니다. 또한 바닷속 깊은 곳에 홀로 떠도는 포스도 없습니다. 집 앞에 있는 갯벌에 가서 몇 번 휘저어보면 낙지는 즐비합니다. 흔한 것이지요. 거기에 문어는 용왕님을 보필하는 영의정급에 ‘文’ 이라는 훈장까지 있습니다. (아마도 호남 지역의 제사상에 문어급은 상어일 것입니다. 요즘 제사상에 상어 놓는 사람은 아주 극소수일 것입니다만….)

1980년대 중반 전남 무안의 한 가정집에서 제사상에 낙지를 삶아서 올려 놓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 집안의 며느리가 영남 출신인데, 첫 제사를 지내는 과정에 시어머니가 없어 홀로 제사 준비를 하는 과정에 문어를 당연히 놔야 하는데, 시장에 가 아무리 찾아도 문어가 없어, 결국 문어와 비슷한 낙지를 사다 제사상에 올려 놓은 것입니다.

물론 시아버지 되시는 양반이 노발대발하며 어찌 조상님께 드리는 음식에 저런 천한 것을 놓느냐며 며느리를 혼내셨고, 낙지는 게눈 감추듯 제사상에서 사라졌습니다. 이 시아버지는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너의 친정에서는 문어를 놓는다지? 어떻게 조상님께 그런 미물을 드리는가? 뼈도 없는 미물을 말이야?”

이 며느리 친정 가서 친정 아버지께 고스란히 이 말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친정 아버지께서,

“알지도 못하는 소릴. 감히 문어를 낙지와 비교해? 홍어나 놓는 주제에”

뭐 이런 에피소드는 웃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지역의 생활 행태 등은 자연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점은 사실입니다. 단순히 제사상 음식 하나만 봐도 그 지역색은 충분히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무지로 인한 무시와 능멸하는 태도는 충분히 비판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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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손을 잡
10/03/05 15:07
수정 아이콘
제사는 지역 뿐 아니라 집안마다 다르죠.
만일 제 친가쪽에서 처가쪽 제사 지내는 걸 봤다면 어디서 이런~하셨을 지도..
세월이 흘러도 제 부모님은 제가 모시겠지만, 우리 자식들이 제건 지내줄까요? 기대 안합니다. 허허~
forangel
10/03/05 15:09
수정 아이콘
오징어는 말린걸로 제사상에 놓죠.. 북어랑,오징어 셋트로.
그리고 탕에 들어가는 고기가 상어아닌가요? 고래인가?....
10/03/05 15:10
수정 아이콘
제경우는..여렸을적부터 큰집 차례상에 바나나가 꼭 올라왔었습니다. 한..20여년전부터..할아버지가 바나나를 좋아하신건지..
가만히 손을 잡
10/03/05 15:13
수정 아이콘
그런게 있습니다. 어르신들 생전에 좋아하시던거 상에 특별히 올려드리는 거죠.
저희 할아버지 할머님 산소에 갈때는 꼭 담배와 커피를 챙겨가죠.
제 제사상에는 아마 마우스와 키보드가 올라올 지도..
10/03/05 16:52
수정 아이콘
가만히 손을 잡으면..님// 멋져요. 한참 웃었습니다.
Noam Chomsky
10/03/05 15:16
수정 아이콘
참고 삼아 말씀드립니다만, 경북 북부 지역(안동, 영주 등)에서 소비되는 문어량은 전국 어획량의 절반 이상에 이를 정도라고 합니다.
제 고향이 이쪽인데 제사상 뿐만 아니라 잔치 등 각종 경조사에 문어가 빠지지 않습니다. 어르신들은 상차림에 문어가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문어의 상태가 어떠 했는지에 따라 상차림에 대한 평가가 나뉘기도 하구요.
10/03/05 15:18
수정 아이콘
"남의 집 젯상에 감놔라 배놔라 한다"는 속담이 생길 정도로,
다른 제사 방식에 참견하는 짓은 무척 삼가해야 할 일입니다.

제사상에 과일은 무조건 홀수로 놓는 것이 정석화되어 있지만,
안동의 어느 유서깊은 종가에서는,
상관없이 반씩 뚝뚝 잘라서 올린다고 어느 잡지에서 읽은 바 있습니다.

적어도 제사상에 관해서는 누가 옳다고 말할 수가 없어요....
10/03/05 15:26
수정 아이콘
요즘 돔배기(상어고기)에 유해물질 많다고 뉴스가 뜨더군요.
대구/경북 쪽에는 많이 올린다고 하던데.. 저희집은 올리지 않습니다. 부산에서는 안 올린다나 뭐라나.

제사상은 진짜 집마다 다 다른 것 같습니다.
forangel
10/03/05 15:31
수정 아이콘
사실 제사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너무나 많이 변했습니다.
단적인예로 요새 제사상에 올라가는 사과와 배만 보더라도,20년전에는 생산되지 않던 품종이랍니다.
80년대 초반까지만하더라도 제사에 주로 놓던 사과는 붉은색이 아닌 , 초록색 인도라 불리우는 사과였답니다.
홍옥은 이유는 모르지만 제사상에 안올렸고,부사랑 비슷했던 품종은 저장성이 나빠서 지하창고에 보관해도 ,
설날(구정)이 한계였습니다. 엄청 빨리 썩었죠.
또한 배는 돌배라고, 주렁박처럼 생긴 진한똥색에 단단하고 과즙도 얼마없고 당도도 낮은 배였구요.

혹시 인도라는 사과 최근에 보신분이 있으신가요?
멸종해버렸는지.... 도통 볼수가 없네요. 맛이 참 없던거였긴 합니다만..
고등어3마리
10/03/05 15:53
수정 아이콘
forangel님// 귀신은 붉은 색을 싫어한다고 해서 그런것 아닐까요?
저도 가끔씩 제사상에 올려진 붉은 사과를 보면, 조상님들이 좋아할지 싫어할지 궁금하더군요.
이적집단초전
10/03/05 16:20
수정 아이콘
홍동백서라고 하고 붉은 감 같은 경우에는 기본음식이니 붉은 색을 꺼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10/03/05 15:59
수정 아이콘
우리큰집은 (경남) 삶은 닭을 제사상에 꼭 올립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저랑 동생이랑은 치킨치킨~을 노래 부르며 제일 먼저 먹었는데..
얼마전에 경기도로 시집간 동생이 설날 며칠 뒤 전화 와서 하는 말이
" 언니야↗!!!!!!! 여기는 닭이 없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내일은
10/03/05 17:33
수정 아이콘
삶은 닭이 안 올라가는 제사상이 있단 말입니까?
10/03/05 19:11
수정 아이콘
삶은 닭이 올라가는 제사상도 있었군요...
마루가람
10/03/05 19:25
수정 아이콘
삶은 닭이 안 올라가는 제사상이 있단 말입니까? (2) (저는 강원도)
민첩이
10/03/06 01:03
수정 아이콘
삶은 닭이 올라가는 제사상도 있군요...(2) (부산식)
켈로그김
10/03/05 16:16
수정 아이콘
제목과 본문, 윗 문단과 아래 문단 사이에 미싱링크가 존재하는 것만 같습니다.

예전 글부터 보아왔지만, 어떤 소재를 선정해서 소개하는 부분까지는 술술 읽히는데,
"XX동 김모씨의 아들 모모씨" 이런 식으로 특정 사례를 들면서
얘기하고자 하는 "본론" 을 꺼내는 부분에서 거부감이 듭니다.

비약이 심하다고 해야할까요.. 뜬금없다고 해야할까요..
글을 업으로 삼을 것도 아니고, 특별히 많이 허술하다고 말할 건덕지는 아니지만,
서술이나 묘사에 쓰이는 단어나 문체가 주는 느낌과 대비가 되어 내용상의 흠이 도드라져 보입니다.

그리고, "1980년대 중반 전남 무안의 한 가정집에서 제사상에 낙지를 삶아서 올려 놓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 집안의 블라블라"
이 부분만큼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예전에 님이 쓰신 이문열 글에서도 다른 분이 지적하신적이 있는데, 이건 전형적인 선동성 기사의 전개방식이에요.

그럴듯하게 글을 꾸미는건 글을 쓰는 사람의 자유지만,
님이 글로써 말하고자 하는 주제는 개인의 특색으로 이해하기에는 다분히 사회적입니다.
이적집단초전
10/03/05 16:19
수정 아이콘
헐... 문어는 경상도만의 제물이었군요. 파인애플 나무와 비슷한 충격입니다.
저는 당연히 제사음식이라 생각했거든요.
眞綾Ma-aya
10/03/05 16:31
수정 아이콘
제 제삿상에는 피자와 치킨과 햄버거와 감자튀김과 떡볶이/순대/튀김과 고기고기고기가 올라오겠군요.
술은 맥주로 해주렴....
10/03/05 16:59
수정 아이콘
흠 난 제사상에 문어, 홍어 올려 놓는다는건 오늘 첨 알았네요. 여기 PGR와서 첨 아는게 너무 많은듯...야빠, 축빠, 세상은 역시 오래 살아봐야 하나봅니다.
zephyrus
10/03/05 17:08
수정 아이콘
문어는 정말 비싸더군요. 이번 설엔 그 가격이 거의 7~80%가 올라서
명절 제사상에 올라갈만한 큰 녀석은 12~14만원에 거래가 되었습니다. 포항의 죽도시장(해변가의 어시장)에서 말이죠.
태바리
10/03/05 17:19
수정 아이콘
예전 할머니가 제사음식 준비할때는 문어가 꼭 올라왔는데 언젠가부터 문어포로 변하더군요. 가격때문이겠죠.

조금 벗어나서, 경북 포항에는 잔칫상에 고래고기 안올라오면 잔치한걸로 처주지도 않았습니다.
사상의 지평선
10/03/05 17:25
수정 아이콘
생선머리는 동쪽으로 놓는것이 맞나요? 저희 집안은 생선머리를 서쪽으로 놓아야 한다더군요
서인집안이라 그런거라 하더군요
공업셔틀
10/03/05 17:52
수정 아이콘
아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덕분에 좋은걸 알고 가네요. 감사합니다.
바알키리
10/03/05 18:25
수정 아이콘
제사상은 집안마다 다르죠. 큰집 다르고 우리집 다르고 뭐 놓는 사람 마음이죠.. 30년 넘게 제사상을 봐 왔지만 아직도 과일을 어디 놓는지
전은 어디에 놓는지 모르고 있습니다.
부기나이트
10/03/05 18:44
수정 아이콘
아, 얼린 문어다리를 그냥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썰어서 초장에 소주와 함께 찍어먹으면 최고죠.
10/03/06 13:52
수정 아이콘
'문어가 낙지에 비해 고급이다. 여러문헌을 살펴보거나 희소성을 따지도라도..'
문어는 영롱하고 고귀한 분이시라 용왕님의 첫번재 가는 신분임이 그를 증명한다.
낙지는 갯벌에 깔리고 깔렸다. 흔해 빠졌고 풍채도 비실비실한게 별루다.

끝으로 영남에서 시집온 며느리를 면박주는 호남 아버님 이야기까지 곁들이니 그럴싸 한데요.
은연중에 뭔가가 끔틀거리고 있음을 느껴지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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