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 대학생이라 과외 외에는 돈을 벌어본 적은 없지만 주변에 취직한 친구들을 보면 돈 버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란 걸 느낍니다.
그렇기에 저는 제 여자친구가 정말정말정말x99999999999999999999999999999... 존경스럽고 대견합니다.
수원에서 서울까지 먼 거리를 통학하기 때문에 한 달에 차비가 20만원이 넘게 나오는데도, 부모님께 돈 한 푼 받지 않고 생활하거든요.
지금 이 시간에도 제 여자친구는 돈을 벌기 위해 집에서 멀리 떨어진 잠실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습니다-_-;
그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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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들과 함께요!!!!
시작은 이렇습니다.
어제 밤에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알바가 하나 들어왔는데 해도 될지 모르겠다고 물었습니다.
곧 있으면 방영시작할 드라마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에서 오브리 엑스트라로 섭외를 받았다길래,
저는 당연히 돈 좀 벌어서 맛있는거 사주라고~ 사주라고~ 꼭 해야 된다고 설득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단 하루 일하고서 돈을 20만원이나 받는다는데,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음대생은 알바를 할 방법이 무궁무진합니다. 레슨하기,
객원뛰기(아마 오케 혹은 프로 오케), 결혼식 오브리, 축가 연주, 방송국 (주로 가요프로그램) 알바,
연주 세션, 공연, 반주 등등 제가 아는 것만 해도 상당히 종류가 많습니다~>
위에 열거한 파트타임 중에서도 일당 20만원은 정말 파격적인 대우라고 생각됩니다.
자연히 돈독이 오른 저는 살살 꼬드겨서 여자친구를 하게 만들었습니다-_-a
'어차피 연주하러 가서 연주하는 시간은 짧을 것이고 기다리는 동안 책을 보면서 허세를 부리던가,
핸드폰 게임을 하면서 시간을 때우면 된다. 니가 실제로 일한 시간이 짧아질수록 너의 시급은 무한대로 치솟을 것이다.' 라는 논리로 무장한
저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같이 하게 될 친구가 있어서 심심하지 않을 거 같다며 OK를 내렸습니다.
섭외를 하신 담당자분이 밤을 샐 수도 있다는 말은 애써 외면한채...
그리고 오늘이 되었습니다. 아 어제인가요? 개강했지만 수업 하나를 띵구고 아침 10시까지 잠실 어느 호텔에 간 제 여자친구가
메이크업도 해주고 머리도 만져준다고 햄볶는다는 문자를 보내더군요. 이건 일하러 간게 아니라 놀러간 느낌입니다. 허허
아무튼 저는 나름대로 바쁜 일상을 보내며 간간히 연락을 했었죠. 점심때까진 여유를 즐기더군요.
같이 일하는 언니 오빠랑 친해졌다고도 하고, 호텔을 삥 둘러보면서 구경하고, 커피 마시면서 수다를 즐기고,
연주하는 곡도 쉬운데 왜 이렇게 일찍 오게 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점점 시간이 지나가고 있는데, 도무지 촬영할 기미가 안보인다는 거죠. 웃긴게 막 아우성을 치다가도
점심때 한X도X락을 주니까 맛있다고 잠잠해지고 또 저녁때까지 무한 대기타다가-_-;; 배고파서 쓰러질 기색을 보이니
다시 한 번 X솥X시X으로 강제로 힐을 주면서 무마시켰다는군요;; 그리고 대망의 12시가 되어서 드디어
연주하는 엑스트라들을 포함한 씬의 촬영이 시작됩니다. 장장 14시간동안 하릴없이 대기만 탔군요--;
새벽 1시를 넘긴 지금은 비타민음료 하나 준 거에 무한 감사를 드리는 상황입니다.
촬영이 시작된 후에는 계속 큐싸인이 나고 잠깐 찍고 모니터하고 다시 찍고 하기 때문에 드문드문 1분씩 통화를 했습니다.
덕분에 소소한 정보를 몇 가지 알 수 있었는데요,
1. 같은 장면을 정면, 측면, 후면 등등 총 5가지의 앵글로 찍는다.
저는 동시에 카메라가 여러대 돌아가는 걸로 상상했었는데, 실상은 편집을 한 것이군요.
대사도 영상과 함께 짤라서 쓰는건지 아니면 하나만 통으로 쓰는건지는 잘 모르겠군요.
2. 30초도 안되는 씬 하나를 찍기 위해 1시간이 넘게 소비된다.
뭐 이런 건 예상은 하고 있었습니다만 정확한 수치로 들으니까 얼마나 방송일이 힘든건지 와닿더라구요.
제가 좋아하는 무릎팍도사 같은 것도 저녁에 시작해서 다음날 새벽까지 넘겨서 촬영하는 일이 많은거 같던데,
3. 연예인도 힘든 직업이다.
송일국씨를 제외한 여자 3분은 늦게 오셨지만 송일국씨는 14시간 대기탄 제 여자친구랑 비슷하게 촬영장에 쭈~욱 있었다는군요.
그것도 쉬지않고 춤추는 것 말고 다른 씬 촬영을 계속 했다는데, 지금 시각 새벽3시까지 촬영이 계속 되고 있으니 정말 대단합니다.
게다가 제 여자친구는 오늘 하루만 밤새지만 이 분들은 몇 개월씩 이렇게 밤샘 촬영을 한다고 하네요 ㅡ.ㅡ;;;
스텝들의 노고도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ㅠ_ㅠ
4. 송일국은 별로, 유인영은 이쁘다.
이건 뭐 여자친구의 개인적인 평이라....
송일국씨 팬에겐 죄송하지만 아저씨같다는 말만 남겼습니다.
제 여자친구는 박보영, 신세경을 좋아라하는데 유인영씨와의 공통점은 전혀 모르겠네요.
5. 한채영, 유인영, 한고은 세 명다 몸매가 환상적이다.
화면상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팔 다리가 가늘고 말랐답니다. 제 여자친구도 몸매가 빠지는 편은 아닌데
한고은씨 허벅지가 자기보다 더 얇다고 하니~ 허허허. 사진상으로는 그렇게 안보이는데 말이죠.
이정현씨나 그 포켓걸 이현지씨, 구하라양 같은 연예인을 직접 보면 아주 그냥 다리가 젓가락이겠군요;;
게다가 당연하겠지만 세 분 모두 얼굴도 조막만하고 정말 이쁘다는군요......... 저는 왜 음악 전공을 안 했을까요?
아무튼 저녁 10시쯤 막차 끊기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던 여자친구가 결국 첫차 타고 집에 가게 생겼네요.
개강과 함께 폭풍 2일 결석!! 하지만 돈을 벌어오니까 이쁩니다. 20시간 가까이 일을 '할' 제 여자친구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첫차 탈 때 까지 함께하고 싶지만 못난 남자친구는 먼저 자야겠습니다. ( )
결국 제 이론과는 달리 시급이 무한대로 발산하진 않았네요.
역시 겉으로 보기엔 쉽고 돈 많이 주는 날로먹는 알바 같아도 남의 돈을 버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P.S. 방송 엑스트라 알바는 왜 저렇게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걸까요? 방송 스케쥴이 쭉 잡혀있다면 딱 필요한 시간에 여유를
두고 오라고 하면 될텐데 아침 10시에 메이크업 해주고 다음날 새벽에 촬영에 들어가다니-_-;; 제 친구도 사극에서 포졸 엑스트라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하루를 거의 버리더라구요. 돈 주기가 아까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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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고 겸사겸사 구경할 겸 해서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한 적 있는데 정말 힘들더라구요.
그 뒤로 방송이나 영화쪽은 얼씬도 안합니다.
그쪽 분야에서 종사하시는 분들의 체력과 정신력이 정말 대단하시더라구요.
새벽 세시까지 촬영하고 집에 들어가서 잠깐 눈붙이고 여섯시에 다시 나오시더라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