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nickyo입니다
예전부터 일본의 전통예능인 라쿠고(흔히 생각하는 만담)에 대해서 어릴적 아랫목에서 할머니가 들려주시던 옛날이야기 같은 담담한 재미를 느꼈었지요. 그래서 고전도 찾아보고, 드라마도 찾아보았지만 일본내에서도 전통예능이라 상당히 마이너한 위치에 서 있는 듯 싶더군요. 한국에서는 더욱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그래서 이참에, 제가 자주 반복해 보는 라쿠고 공부용 드라마 '타이거&드래곤'(각본 쿠도 칸쿠로 2005년작 주연 오카다 준이치 나가세 토모야 이토 미사키)에 나오는 대표적 라쿠고 고전을 한국에 조금 맞게 용어를 바꿔서 글로 써 볼까 합니다.
생각보다 짧고 재미있으니 쭉 읽어봐 주세요.
이 서울이 한성이라고 불렸을 무렵, 고물상이라는 직업이 있었습니다만..
요 고물상이라는 것이, 값어치 있는 물건을 싸게 구해서는 다른 사람한테는 비싸게 파는 그런 장사란 말이죠.
"허어.. 아무리 전쟁이 사라졌다곤 해도, 천하가 태평하다곤 해도 투구를 뒤집어선... 화분으로 쓰고 계시다니오.. 이래서야 심어져 있는 꽃이 가여울 지경이다... 가끔 제가 값비싼 화분을 갖고 다니니 이 화분과 그 낡아빠진 투구를 바꾸시지 않으시렵니까?"
이렇게 값비싼 투구랑 싸구려 화분을 묘한 말솜씨로 바꿔치기 해 버린다 이 말입니다. 헌데 후에 이 화분의 가치를 알아보면 유명한 갑옷 장인의 작품이었다거나 그렇죠. 그것 참 장난스런 이야기지요.
어느날은 이 고물상이 산마루에 자리잡은 주막집에 목이나 축일까 하여 들어가니 고양이가 있더이다.
"오, 주인양반 고양이를 기르는가..세마리나 있구먼.."
"그렇습죠, 헤헤 수컷 둘에 암컷 한 마리를 기르고 있습니다요."
"허허 거참 귀엽게 생긴 놈일세.. 이리 와 보렴 이리 와보렴"
-냐~ 냐~
"아이고 나리, 될 수 있으면 그 고양이는 건드리지 않으시는게 나을 것입니다요.. 애초에 들고양이라 버릇이 안들어서 할퀴고 도망가곤 한답니다.."
"허허 괜찮소.. 내 고양이를 무척이나 귀여워 한다네.. "
-냐~
"에이구 이녀석아 이리온, 나릿님의 술상이라도 더럽히려면 어쩌려느냐"
하며 주인장은 고물상의 품 안에서 고양이를 받아듭니다. 고물상은 약간은 아쉬워 하며 나온 술상에 술을 한잔 따르고는 주인장이 고양이 밥을 주려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지요. 그 순간, 고물상은 고양이 밥그릇을 보며 개구리마냥 눈이 휘둥그래 졌습니다.
'허...허어.. 저것은 청의 유명한 자기종지가 아닌가..!범상치 않은 물건이로다.. 300냥이라 해도 금세 팔려나가는 값비싼 물건이 아닌가..'
'저 비싸고 귀중한 그릇을 고양이 밥그릇으로 쓰다니.. 이 곳 주인장은 그 값어치를 모르는 모양이구만 흐흐..좋아..그렇다면..'
고물상은 음흉한 미소를 띄며 머리를 이리저리 굴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밥을 먹고있는 고양이에게 다가가 주인장에게 보란듯이 고양이를 귀여워 해주기 시작하지요.
"요 녀석 참으로 귀엽게 생겼구만.. 낯도 가리지 않고 정이 가는구나.."
-냐아~
"그 고양이 녀석도 나리가 자기를 좋아해 줘서 좋나봅니다."
"그렇구먼 허허 역시 고양이란 참으로 똑똑하고 귀엽구먼 허허.. 주인양반 그래서 말인데 내 이 고양이가 참으로 마음에 드니 이 고양이를 내게 주지 않겠나?"
"고양이를..말씀이십니까?"
주인장이 약간 망설이는 듯 하자, 고물상은 재빨리 눈치껏 조건을 던지기 시작하지요.
"물론 공짜로 달라는 것은 아니오. 어디보자.. 석냥을 쳐 드리겠소, 고양이 밥까지 함께 석냥을 쳐 드리지요."
금전 석냥이라는 말에 주인양반은 놀란듯한 얼굴로 대답합니다.
"나..나리 이런 더러운 고양이를 석냥이나.."
그러자 고물상은 속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며 주인양반에게 말합니다.
"주인양반, 사실 말이야 나는 가족이 없네.. 그래서 얼마전까지 고양이를 기르는 낙으로 살아왔네만, 그 고양이가 죽어버렸지 뭐요.. 그래서 상심하던차에 이 고양이를 만난것이오.. 꼭 좀 내게 주실 수 없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