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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0/25 09:25:28
Name 괴수
Subject [일반] 스포츠.... 이 눈치 없을 정도로 작위적인 녀석.
2002년 월드컵 대한민국 대 폴란드전, 월드컵 첫승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첫골의 주인공은 황선홍이었습니다.
황선홍...... 참으로 흐믓하면서도 속이 타들어가는 기분을 주는 그 이름...... 10년의 세월동안 대한민국의 최전방 돌격대장이었지만 94년 미국 월드컵 볼리비아전에서 많은 찬스를 마무리 하지 못한 이후로 똥볼과 개발이라는 비아냥의 대상이 되었던 그 이름......
그리고 두번째 골을 넣은 유상철이라는 선수, 그는 또 누구였습니까. 유럽 선수들과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는 피지컬을 가졌으면서 안정적인 플레이로 공수 양면의 활기를 불어 넣어준 선수였고 골키퍼를 제외한 어떤 포지션도 가능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다재다능했던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몇몇 국가대표 경기에서 어이없이 볼을 공중으로 날리는 슛을 했기에 '대기권 돌파슛'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지요. 거의 황선홍 선수의 대를 잇는 그런 수준의 욕을 먹었습니다. 그런 그가 그 특유의 대기권을 돌파할 것 같은 강한 슛으로 폴란드 골키퍼 두덱의 손을 돌파하고 골을 넣었습니다.
저는 그날 경기에서 월드컵 첫승, 그 자체보다 수많은 안티들을 양산하고 다녔던 두 선수가 한풀이 하듯 골을 넣은 이 기가막힌 스토리에 더욱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2년 월드컵의 기막힌 스토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미국전 안정환 선수의 자신도 넣었는지 확신 못하는(?) 헤딩골을 어시스트 한 선수는 그날 최고의 찬스였던 페널티킥을 날렸던 이을룡 선수었습니다. 이탈리아전 기적같은 동점골로 연장을 이었던 선수는 월드컵 내내 출중한 경기력을 보였음에도 결정적 찬스 몇번을 놓쳤다는 이유로 황선홍,유상철의 뒤를 이을 뻔 했던 설기현 선수였습니다. 마지막 기적의 이탈리아전의 마침표를 찍었던 연장 골든볼의 주인공은 전반전 페널티킥을 성공시키지 못한 안정환 선수였지요.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이렇게 쓰면 너무 작위적이라고 욕 먹을 것 같은 상황,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이제는 2002년 한국시리즈로 갑니다. 2년 연속 정규시즌 1위를 하고 한국시리즈로 직행한 라이온즈는 85년의 한국시리즈를 없애버린;;; 통합우승을 제외하고는 번번히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2002년 전에 준우승만 7회를 달성한... 홍진호 선수 이전에 존재했던 진정한 2인자가 바로 콩성이었지요;;;;;; 상대는 시즌 말미에 기적적으로 4강에 들어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를 거치고 올라온 트윈스!!였습니다.
이미 체력적 고갈이 심각했던 트윈스와의 6차전 경기. 3승을 먼저 달성한 라이온즈의 승리를 점치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지만 시즌 내내 기적을 보여준 트윈스는 이날도 결국 6대3으로 앞서나가며 9회말을 맞이 합니다. 3점차는 9회라도 언제든 뒤집을 수 있는 스코어지만 9회를 마무리 하기 위해 나온 투수는 야생마 이상훈...... 많은 라이온즈 팬들이 이 경기는 이기기 힘들다고 낙담을 했었습니다. 2001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도 생각이 났었죠. '7차전 잠실로가면 어렵다.','김응룡 감독이 와도 우승은 힘든 것인가?' 등등, 라이온즈 팬들의 머리속에는 별별 생각들이 지나갔을 겁니다. 그때!! 큰경기에 강하다는 이유로 지금은 걸사마라 불리는, 올해로 은퇴를 선언한 김재걸 선수가 2루타를 날리고 브리또 선수가 볼넷으로 걸어나가서 1사 1-2루의 대찬스가 생깁니다..........만;;;; 타석에 들어선건 이승엽 선수였죠. 시리즈 1할의 타격. 게다가 이승엽 선수는 시즌 내내 왼손투수 이상훈에게 약했었습니다. 이런 사실을 통해 손쉽게 계산할 수 있는 경기 결과는 삼진, 플라이볼 혹은 병살이겠지요.
하지만 이상훈 선수는 하필 그 상황에 실투성의 밋밋한 변화구를 던졌고, 시리즈 내내 부진했던 1할의 이승엽 선수는 그 실투를 통타!! 동점 쓰리런을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바로 뒤에 이어진 마해영 선수의 한국시리즈 끝내기 백투백 홈런!!
여기서 잠깐!! 이 스토리 몇번 더 들어 본 것 같지 않나요? 부진한 이승엽의 결정적 순간이라는 스토리는 시드니 올림픽의 동메달 결정전과 베이징 올림픽의 준결승전에도 펼쳐집니다. 어쨌든 스포츠 부분에도 작가상이 주어진다면 이승엽 선수는 노벨상급이지요;;
어쨌든 이렇게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첫승이라는 기막힌 스토리는 완성되었습니다.
여기서 한가지 이야기를 더 첨부하자면 그당시 한국시리즈 끝내기 홈런으로 패장이 되었던 분은 바로 김성근 감독이었습니다. 비록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그쳤지만 김감독님은 시즌과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를 거쳐 기적적인 팀운영을 보여주었었죠. 이 경기를 마치고 10회 우승에 빛나는 김응룡 감독님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김성근은 야구의 신이다.' 야신이라는 별명의 시작이었지요. 그런데 7년의 세월을 거쳐 또다시 시리즈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을 상대에게 넘겨주는 경험을 겪게 된 야신...... 그의 기분이 어떠할지 범인인 저로서는 상상도 되지 않는군요.

이 두 이야기 외에도 또 많은 이야기 들이 있습니다.
94월드컵 지역예선의 도하의 기적, 나가노 올림픽에서 전이경선수의 스케이트 발 내밀기, 베이징 올림픽 내내 보여주었던 한국야구 대표팀의 전승우승, 전경기 똥줄야구;;; 등등등......






그리고, 어제,
어제 경기는 너무나 많은 분들이 좋은 리뷰를 쓰셨기에 그냥 넘어 가겠습니다. 그저 기막힌 이야기라는 말밖에 할게 없네요.



만약에 이런 이야기들을 드라마나 영화로 만든다면?...... 그것을 보는 시청자들이나 관객들은 너무 작위적이라고 비판하겠죠. 평론가들도 좋은 평점을 주기 힘들겁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또 일어날 겁니다.

그게 스포츠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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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25 09:30
수정 아이콘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모 사이트 운영자의 단순한 발언이 놀림감에서 희대의 경구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 참 묘한 기분입니다.

꽤나 의미심장한 문구긴 하죠-_
09/10/25 10:02
수정 아이콘
그깟 몸놀이 공놀이에 우루루 화면 앞에 모여앉고 발품 팔아 경기장을 찾는 이유 중 하나이죠.
용의나라
09/10/25 10:23
수정 아이콘
안전환 -> 안정환
오타네요...

그래서 스포츠를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는가 보죠
가끔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지만...
Into the Milky Way
09/10/25 11:12
수정 아이콘
한국 스포츠에 길이 남을 2002년 3대 대박경기

1. 2002 한일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 : 이탈리아 (설기현 - 안정환 콤보 그리고 모레노)
2.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 삼성 : LG (김재현의 1루타, 이승엽-마해영의 환호 그리고 이상훈-최원호의 눈물 그리고 삼성팬의 한풀이)
3.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 한국 : 중국 (슬램덩크 산왕전을 그대로 옮겨놓은 말도 안되는 역전승 그 뒤 이기지 못한다.응?)

이 2002년 3단 콤보를 이길자가 있을까 싶네요.
09/10/25 11:47
수정 아이콘
용의나라님// 수정했습니다.
Into the Milky Way님// 아... 아시안게임을 잠시 잊었네요. 2002년은 뭔가 남다른 기운을 가졌던 년도인가 봅니다.
09/10/25 12:21
수정 아이콘
대구시민에게 2002년은 정말 특별한 해죠.
삼성라이온즈 우승 (이건 더 말하면 입만 아프죠.)
대구오리온스 우승
98~99시즌 10위 (32연패), 99~00시즌 8위 , 00~01시즌 10위
이런 팀이 01~02시즌에 우승을 합니다. -_-
스웨트
09/10/25 12:38
수정 아이콘
그래서 스포츠를 보나 봅니다.
ps. 발내밀기 하면 김동성 선수를 빼놓을 수 없죠.
zephyrus
09/10/25 12:54
수정 아이콘
괴수님 6차전 스코어는 9회초까지 6대3이 아니라 9대6이요 ^^;
09/10/25 15:04
수정 아이콘
zephyrus님//아 그런가요? 요즘 기억력에 문제가 많군요;;;;;;
09/10/25 18:10
수정 아이콘
Into the Milky Way님//
2002 부산 아시안게임 남자농구는 준결승도 덜덜덜이었죠 아마?
2점차로 뒤지고있다가 이상민 선수의 버저비터 3점슛이 꽂혀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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