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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0/07 17:51:50
Name 제시카와치토
Subject [일반] 짧지만 길게 느껴졌던 3개월
약 3개월전
6월달이 막 끝나갈즈음에 저는 열심히 백수(?)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당시 하는 거라고는 어머니 가게 에서 카운터 보는거였고
운전면허 학원을 다니고 있었습니다. 기능시험은 합격한 상태였고 이제 도로주행만 합격하면
면허증을 딸수 있었죠. 그때 당시 제 머릿속엔 온통 "차,중고차,새차,외제차,내차,친구차"
차 생각 뿐이였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화장실 변기 물 내려가듯 흘러 보내고 있을때
서울로 상경해서 열심히(?) 돈을 벌고 있던 저의 제일 친한 B.F 한테서 연락이 옵니다.
"야 우리 회사에 사람 하나가 그만뒀는데 니가 와서 일해라 나 강남인데 여기 죽여줘 임마"
단순하고도 무지하게 단순한 저는 친한친구의 말에 일말의 의심도 없이 그 주에 등록했던 도로주행 시험도 제껴 버리고
서울로 상경하게 됩니다.(당시 제가 알고있던 친구가 하는일은 이름만 대도 아는 어느 유명한 대부업체의 직원이였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서울로 가면서 부푼꿈을 안고 갔습니다.

1.서울에서 돈 모아서 삐까뻔쩍한 차 한대 사자
2.어머니께 꼬박꼬박 용돈 드리고 동생 학비도 내주고 엄친아 소리 한번 들어보자
3.나도 이제 서울 강남인이다
결론:이제부터 내 봄날은 시작이다

터미널에 도착해서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친구가 어디어디 무슨역으로 와라 해서 친구를 만났습니다.
한 5분정도 걷다가 친구가 대뜸 이러더군요. "원래 니가 아는 그일이 아니다."
저는 아무렇지도 않게 되 묻습니다. "그럼 뭔데?"
친구가 웃으면서 말합니다 "너 혹시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아냐?"
저는 처음에 무슨 인터넷 가입하고 유치시키는 그런 회사인줄 알았습니다.
그러고 회사를 들어가니 아니 이게 왠걸 다단계 였습니다-_-
제가 아는 이 친구는 정말 똑똑하고 똑 부러지고 자기 주장도 강한 카리스마 있는 그런 친구였는데
그런놈이 이런곳에 다닐줄이야... 그래도 단순한 제 성격에 그렇게 거부감없이 그 안에서 사람들이 주절주절
대는 말을 열심히 들어줬습니다. 경험 해보신분들은 아시겠지만 우선 그 다단계 회사 안에 들어가게 되면
처음온 사람에게 끊임없이 세뇌를 시킵니다. 어느정도 경력도 있고 돈도 꽤 잘벌고 있는 일정 직급 이상되는
사람들이 로테이션을 짜놓고 돌아가면서 끊임없이 정말 지겹도록 세뇌를 시킵니다.
주된 요지는 "미국하고 일본도 하고 있다 곧있으면 한국도 하게 된다" "남들 인식이 안좋을때 해야 성공할수 있는거다"
"나 지금 돈 이만큼 벌고 있다 고향 내려가면 친구들이 부러워한다" "당신 친구가 당신을 위해서 부른거다"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수 있냐 정말 돈을 그렇게 벌수 있다면 한번 해보기라도 해야되지 않겠냐"
제 경험상 아마 아인슈타인이나 피타고라스를 저 자리에 앉혀놔도 3~4일만 있으면 다단계 시작할겁니다(-_-)
저는 이틀째 까지는 친구에게 같이 짐싸서 내려가자고 하다가 사흘째 되니까 지겹기도 하고 대체 이게 뭐길래
이 수백명의 사람들이 들락날락 거릴까 궁금하기도 하고 이왕 짐싸가지고 온거 한번 뭔지 해보기라도 하자
라는 단순무식한 생각으로 다단계 발을 담그게 되었습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현재는 정신차리고 집으로 돌아와 있습니다.
그 바보스럽던 3개월 동안 제가 얻은건 빚 300만원과 값진(?)경험 이 두가지 뿐입니다.
그 B.F 친구하고는 어떻게 지내냐구요? 그냥 예전하고 똑같이 지내고 있습니다.
그 친구를 원망 한적도 없고 욕 한적도 없습니다. 가끔씩은 원망 해볼까 라는 의문은 들지만
이내 접어버리고 맙니다. 그 친구도 결국은 세뇌당해서 그렇게 된걸요.
물론 선택도 제가 한거기 때문에 자업자득이라 생각하구요.
지금은 그냥 아무일도 없던것 처럼 뭔가 꿈을 꿨던 것처럼 머리와 마음속이 공허하고 허망하기만 합니다.
제가 일부러 그 기억을 지우려고 하는건지, 아니면 무의식중에 제 안에서 지워져가고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지금 이렇게 글 써서 제가 다단계 했다는걸 알리는것도 정말 피지알 분들에게 창피하기도 하고 수치스럽기도 하고요.

어느 누군가가 갑자기 하던일 그만두고 자기랑 같이 일하자며 귀찮게 연락하시나요?
뜬금없이 오랜만에 연락한 사람이 저녁도 아니고 점심이나 한끼 하자며 자꾸 연락하시나요?
자기가 급한일 있는데 3~4일만 시간내달라고 끊임없이 연락이 오나요?

저건 100프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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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07 18:37
수정 아이콘
후덜덜... 안타깝습니다... 다단계 역시 무섭네요...
GutsGundam
09/10/07 18:49
수정 아이콘
그래도 탈출하셔서 다행입니다.
거기에 빠져있는 사람들은 정말 불쌍하기도 하고, 안습이기도 하죠.
소위 사이비라고 불리는 집단에 빠진 사람들은 의외로 순진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빠져나오지 못하고, 맹신하면서 살게 되는게 있더군요.
09/10/07 19:01
수정 아이콘
제 초등학교 동창넘도 저것에 빠졌더군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사실 일부 간접 경험도 한지라 남일 같지가 않네요
Hell[fOu]
09/10/07 19:29
수정 아이콘
거여동에 많더군요.
제 가장 친한 친구놈 두명이 차례차례 같은 다단계 회사에 올해 초 입사했었습니다.
근데 저한텐 삼성동 오크우드 호텔에서 일한다고 해놓고 최근까지도 일 했는데,
안보곤 못 살던 놈들을 몇개월동안 딱 한번 봤는데,
못 먹어서 살이 쭉쭉 빠지고, 돈 번다는 놈들이 여기저기 돈빌리고 있는데다가, 수상한 구석이 한두군데가 아니더라구요.
결국 협박+설득으로 불러내서 역시나 협박+설득으로 흔들리게 한 뒤, 일거에 거여동 회사까지 찾아가서 짐 싸서 데리고 나왔습니다.
그게 아직 10일이 채 되지도 않았네요. ^^ 치토스님은 제 친구들처럼 (상대적으로) 오래 계시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09/10/07 19:39
수정 아이콘
계속되는 정보 주입 -> 현재의식 오버로딩현상(지겹고 멍해졌을 때) -> 잘못된 정보의 주입 프로세스가 일어나셨네요
제시카와치토스님이 부끄러워하실건 없습니다 다단계회사 세뇌프로그램이 얼마나 치밀하게 만들어지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차사고 싶을 때 다단계회사 세뇌프로그램에 걸리면 왠만하면 다 넘어갑니다 -_-;
이제라도 발을 끊으신게 다행이시라 생각돼네요 다단계 경험으로 300만원은 작은돈으로 막으신 것 같네요
09/10/07 20:37
수정 아이콘
저도 저런데 가본 적 있습니다. 말도 안된다는것이 피부로 느껴지는데 거기에 호응하는 2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남녀들... 전 무섭더군요.
저를 그리로 데려간 (제가 살던 시골마을의 어떤 할아버지의 아들되는) 아저씨가 참 원망스러웠습니다. 제가 간 곳은 휴대폰관련해서 무슨 다단계마케팅을 하는 곳이었는데 지금은 이름도 가물가물하군요. 어떤 강사가 나와서 계속 주절대는데 아저씨 얼굴봐서 쉬는 시간에 나왔습니다. 그 아저씨가 좀 더 들어보라고 잡는데 확 뿌리치고 나왔던 기억이....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드럽네요.
내일은
09/10/07 21:22
수정 아이콘
96년에 끌려가본 곳에서 듣던 이야기가 미국, 일본도 하고 있고 우리도 곧 한다는 이야기였는데... 레파토리는 변하지 않았나보네요.
헤르젠
09/10/07 21:53
수정 아이콘
참생활인터내셔날

제가 들어갔던 다단계 회사 아니 네트워크 마케팅 회사 이름입니다

2005년 회사를 그만두고 잠시 쉬는중 서울에 있는 여자친구(그냥친굽니다)에게서 자기회사에 사람 구한다고

올라오라는 전화를 받게됩니다..그 친구에게 맘이 있던 저는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상경하는데

역시나 그곳은 다단계더군요..일주일동안 업라인이라는 사람이 제 주위에 항상 붙어 다닙니다 제 친구랑은 말도 할 시간조차

안주네요. 교육을 받는동안 와...정말 무섭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교육을 받고 안넘어 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나 전 산전수전 다 겪은 25살..(어린시절 정말 어렵게 자랐지만 개념은 있는 놈이었습니다)안넘어갔죠

일주일째 되는날 그 친구와 30분간의 대화시간을 주더군요 그 친구도 집이 정말 어려웠고 이미 넘어가있었죠

도저히 그 친구를 놔두고 나올수가 없어서 생활한다고 했고 일요일 외출을 신청했습니다 그친구도 고향에 결혼식이 있어서

외출을 하다군요

외출을 한후 게임방에 가서 미친듯이 참생활 인터내셔날이란곳을 검색하기 시작했고 그곳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만든

까페 발견. 사장이 사기혐의로 구속되서 재판 대기중인걸 알아냈습니다

그날 저녁 그친구에게 무조건 나 만나서 들어가자는 얘기를 했고 만나자마자 게임방에 가서 그까페를 보여줬죠

그친구는 이미 울고불고 난리시작..이미 물건은 120만원어치 사버린상태.

돈은 어디사 냤냐고 물어보니 업라인이라는 사람이 엄마에게 이리저리해서 돈을 얻어내라는 멘트 하나하나까지

다 알려줬다는군요..치를 떨었습니다

다음날 가서 짐을 싹 정리해 나오는데 거기 있는사람들이 절 벌레쳐다보듯이 보더군요..피식..웃음이 났습니다

다들 열심히 사업하셔서 부자되세요 한마디 던져주고는 나왔습니다. 공제조합에 가서 그친구 물건산거 70% 환불받고

이리저리해서 마무리를 했죠..아..물론 그친구와는 1년6개월가량 연애를 했지만 지금은 남이구요..

정말 무서운 곳입니다 행여나 절대 발 담그지 마시를 바랄께요

글을 읽다보니 불현듯 생각난 옛날일이네요
타우τ
09/10/08 01:14
수정 아이콘
에... 제가 그 거여동에 살아서 거의 하루에 한번 꼴로 보게되는데
(집 바로 옆 건물에서 단체생활하더군요 -_-;;)
볼 때마다 좀 안쓰럽습니다.
권유리
09/10/08 01:51
수정 아이콘
제친구도 얼마전에 쇼핑몰이라면서 한회사에 들어갔는데 알고보니 다단계였다고 하더라구요 .
물론 3일만에 빠져나오긴했지만요 .
정말 다단계라는거 정말 무섭더군요
6시단체기상에 10시단체취침 핸드폰압수 단체식사 단체운동등등..
행여라도 절대 다른분들도 그런거에 넘어가지 마세요 !!!
09/10/08 11:02
수정 아이콘
안타까운 현상이죠
헛된 꿈에 부풀어서 진입하지만
현실은...
휴.. 저도 한번 가서 설명을 들어보고 날 불러낸 친구와 그간의 정을 떼내었지만
씁쓸한 사회란걸 다시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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