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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9/10/05 14:03:52
Name The xian
Subject [일반] [쓴소리] 정신교육이란 소리. 이런 데에 쓰지 마소.
[경향] 청년인턴에 '80년대식 정신교육'

정치에 관심이 있는 저마저도 절망적인 소식(위장전입을 비롯해 각종 비리 백화점격인 내정자들이 인사청문회를 무시하고 임명장 수여되는 일) 때문에 참 맥이 빠진 터라 오늘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어도 '그러든지 말든지'라는 태도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겪었던 일을 연상시키는 기사 하나 때문에 또 키보드에 손을 얹게 되는군요.


내용인 즉슨, 국무총리실로부터 제출받은 국감자료에 따르면 행정 및 공공기관의 '청년 인턴'들에게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 '4대강 살리기 사업 등의 정부 시책'과 같은 교육을 실시하게 하고, 그 실시 정도를 평가했다고 합니다. 뭐, 취업하는 데에 있어 일종의 수습기간이라고도 볼 수 있는 '인턴'들에게 교육을 하는 것 자체를 누가 뭐라고 하겠습니까만, 문제는 그게 과연 직무와 연관성이 있는 교육이냐, 아니냐 하는 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공기관에서 일을 하니 '국정지표'를 이해해야 하는 것은 억지로 끼워맞추든 어떻든 직무와 연관성이 있다고 친다 해도, '녹색성장의 이해'라거나, 국정시책 홍보동영상인 '4대강 살리기 다큐멘터리' 같은 것이 과연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요? 혹시 모르겠습니다. 만에 하나, 국토해양부에서 일을 하는 인턴들에게는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겠죠. 그러나 1만명이 넘는 청년인턴들이 그런 과제에 모두 투입되어 있는지도 의문이고, 설령 그런 과제에 투입되어 있다 해도 보도되는 기사들 보면 적잖은 청년인턴들이 전문성 없는 잡무에 투입되는데다가 경력인정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사례를 하도 많이 봐서, 그런 식으로 운영될 청년인턴이라면 저는 이런 교육이 실제 취업과는 대단히 동떨어진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게다가 그렇게 직무와 연관성이 적은 그런 교육을 하는 것도 모자라, 취업지원교육보다 국정철학(?)과 관련된 정신교육을 하는 기관이 더 많았고, 심지어는 각 기관별 교육실시 결과를 점검하여 미흡기관에 대해서는 별도조치를 검토하겠다고까지 명시한 것을 보니, 이쯤 되면 과연 청년인턴을 육성하는 것이 사회에서 열심히 일할 인턴을 육성하는 것인지. 아니면 예전 제3제국 시절의 유겐트나 저기 북쪽 어느 나라의 '대'자 붙은 집단을 육성하고 싶어하는 것인지 쪼까 아리까리해집니다.


하지만 태클을 하나 걸어야 하겠습니다. 위 기사에 따르면 이 국감자료를 건네받은 박선숙 의원은 이런 행동을 "과거 80년대 예비군 대상의 국정철학 교육을 21세기 행정인턴 교육에 적용시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하는데, 그런 국정철학 교육은 지금의 예비군 훈련장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는 현실을 전혀 모르시고 그런 말을 하신 듯 합니다.

얼마 전 예비군 훈련장에서 정신교육을 받던 도중 저는 매우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강연의 주제는 분명 안보교육이었고, 처음에는 천하수안 망전필위 등의 익히 들어온 격언과 최근 많이 나오는 이야기인,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북침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하는 식의 안보불감증 사례로 시작하던 교육이었는데, 교육 중간부터 갑자기 대한민국의 헌정을 파괴한 이승만씨를 '박사'라느니, '그 당시에 대학 나온 지식인이었습니다. 훌륭하신 분이죠'. '초대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반을 세우신 분입니다'라느니 하는 식으로 어이없게 추어올리는 추임새를 하면서 안보교육이 삼천포로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평소때에는 밀린 잠을 보충하던 예비군들이 자다가 갑자기 '이건 뭥미?'하는 식으로 강사를 쳐다보기 시작하다가 너나할 것 없이 실소를 짓는데 누가 야유라도 할 듯한 분위기더군요.

아니, 자신을 소개하기를 전직 예비역 장성이라는 자가 대한민국의 헌정을 파괴해서 안보를 포함한 국가의 기반을 뿌리째 흔들리게 만든 자를 안보교육을 하면서 추어올리다니 이건 대체 뭔 일이랍니까. 이눔의 나라 안보가 대체 어찌 될려나 모르겠고, 이 나라의 국정 철학이 과연 정상적인 것인지 상상조차 가지 않아서 안보교육 내내 잠도 오지 않고 머리만 띵 하더군요. 이걸 안보교육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대단히 혼란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안보를 파괴한 자를 추어올리는 교육에 안보교육이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교육에 정신교육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교육이라는 말에 대한 모독이 아닐까 합니다.


- The xi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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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0/05 14:07
수정 아이콘
무시하고 살렵니다.. 그게 차라리 속 편하고 좋더라구요..
아직 어려서 정치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주위 어른들이나 회사에서 어른들 말씀하시는거 보면 x판이라는건 알 수 있겠더라구요..
에휴..
생떼쥐바기
09/10/05 14:16
수정 아이콘
caroboo님// 무시하고 살다가, "정치는 X판이야. 난 관심끌래!"하다가 나라가 이 지경까지 온겁니다.
소인배
09/10/05 14:21
수정 아이콘
caroboo님// 당장 속이 편할진 몰라도 나중에 시궁창이 된 나라를 보며 속이 더 답답해질 날이 옵니다. 반드시.
박카스500
09/10/05 14:25
수정 아이콘
에구...진짜 미치겠네요, 찬 한나라당-반사회주의는 진리이고 국교로 받아들여지는데 반해, 그 반대는 대역죄인것처럼 수용되니까..
지난 10년간 이런 행동을 보였다면 대역적 노무현 김대중 외칠 사람들이, 단지 자신들의 포지션과 같은 방향의 사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리더십, 국민통합, 국론단합이란 그럴듯한 칭송을 보내고 있다는게,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인사들에 대해 "좌파정권이 앉혀놓은 좌파인사"들이라고 하는것이, 정말 무섭습니다.
정녕 민주시민으로서의 자격이 없는 행정부와 지지자들인 모양입니다.
슬픈눈물
09/10/05 14:28
수정 아이콘
적어도 이번 정권은 답이 안나옵니다....저희들이 잘못 선택한 대가를 치르는 거라 생각하고

앞으로의 투표로 심판을 해주는걸로 마음먹고 사는게 가장 좋은 것 같네요...
사실좀괜찮은
09/10/05 14:45
수정 아이콘
그런데 정말 안보교육에서 안보에 도움이 되는 소리를 한 적이 없지 말입니다. 이승만 뷁사가 안보에 도움이 된 사람이라면

센터에 저글링 모이자마자 커맨드란 커맨드는 모두 띄우는 게 안보에 도움이 되는 짓이고
퀸 나오면 먹을지도 모르는 커맨드센터, 다크아칸 나오면 먹을지도 모르는 SCV는 해당 유닛 나오자마자 없애버리는 게 안보에 도움이 되고
또 뭐가 있을까요...
앙앙앙
09/10/05 14:51
수정 아이콘
저는 07년도 (노무현 대통령 현직 임기 당시) 예비군 훈련에서, 모 부대 대령이라는 분이, 군 통수권자라는 현직 대통령을 상대로, 친북 좌파라는 둥 운운하면서 모욕적인 언사를 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손을 들고 따지고 싶은 걸 참았습니다. 그 대령의 속마음이야 어찌되었든, 공식적인 예비군 안보교육장에서 어찌보면 자신의 최고 직속상관일수도 있는 사람을 철없는 생양아치 취급을 하는데서야, 아무리 예비군 교육시간이 수면 취침시간이라 해도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그렇다면 롯데라는 기업 살려주느라고 군부대 이전 하고, 국방 예산 깎아서 땅파는 데 사용하고, (이런 소리는 안하고 싶지만) 군생활조차 해본 적 없는 현직 각하에 대해서는 현재 뭐라고 교육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09/10/05 15:02
수정 아이콘
하하하...우리나란 어떻게보면 참 웃기는 나라야.
카이레스
09/10/05 15:16
수정 아이콘
얼마 전에 전역했는데
제가 현역일때도 '국부 이승만!' 이런 내용의 정신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제가 군인이라는 게 정말 싫었던 순간이었죠.

약간 다른 얘기지만 국방일보 칼럼란에도 전 노무현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국방일보에서 역대 정권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하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전 정부의 잘못이라면서 이것 저것을 거론하며 논지를 전개했죠. 그 중 하나가
복지예산이 지나치게 많았다는 내용이었는데 웃기거는 그 칼럼이 나온 일자의 다른 면에는
'선진자주국방강국'을 건설하기 위해 '사회복지기반'을 더욱 확고히 다져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는거죠.

전 정권은 지나치게 복지에 치중하였다고 해놓고
불과 한두 페이지 뒤에서는 복지정책을 더욱 확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서
현 정부과 권력자, 그리고 그에 동조하는 세력들에게 이전 정부는 대체 무슨 존재였을까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냥 쟤는 너무 싫어... 안돼...' 이런거였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무척 답답했었습니다.
TheInferno [FAS]
09/10/05 15:18
수정 아이콘
caroboo님//
무시하시는 거야 개인의 자유입니다만
이 상황을 바꾸는 데는 투표 이상으로 강한 것이 없습니다
투표는 반드시 하세요

아시다시피 투표는 "누군가를 지지하겠다"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지지하지 않겠다"라는 뜻도 됩니다
우리나라는 기권표를 무시해버리니까요
09/10/05 15:21
수정 아이콘
저에게 댓글 달아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한번쯤은 관심 같고 한번 봐야 겠네요.. 관심 끄다가 정말 나라가 이지경으로 간 것같아서요..
TheInferno [FAS]님//대통령 선거때 처음으로 투표한번 해봤습니다. 그때는 군인이라서 억지로 한 경향이 있지만서도 말이죠.. 앞으로 꼭 해야겠습니다..
내일은
09/10/05 17:43
수정 아이콘
4대강 살리기 다큐라... 그냥 NGC나 Discovery에 팔던지... Korean Funniest Video 뭐 이런거 없나요.
멀면 벙커링
09/10/05 23:35
수정 아이콘
카이레스님// 그 칼럼 쓴 인간은 국방개혁 2020은 들어보지도 못했나 보네요. 국민이 있고 난 다음에 군대가 있지...군대가 있고 국민이 있는 게 아닐지언데...헛소리 하는 인간들이 세상에 너무 많습니다. ㅡㅡ;;
09/10/06 00:08
수정 아이콘
결국 MB정부 들어와서 국방개혁 2020은 8:45로... 역대 최고의 국방력 신장이 이루어진때가 노무현정부라는것을 망각했었으니.. 자업자득이라고 해야할까요.
권보아
09/10/06 01:31
수정 아이콘
무시가 살길
담배피는씨
09/10/06 02:40
수정 아이콘
인턴 몇 달 시켜주고 생색은..
몇달 전 후배 녀석이 인턴으로라도 뽑혔다고, 좋아라 했는데..
결과는..
09/10/07 16:08
수정 아이콘
저게 무슨 OME인지...
차라리 똥개한테 심부름훈련시키는게 낫겠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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