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인PC에 '백신 설치 의무화' 추진?

들어보니 지난 번 DDoS 공격 이후 이런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하는데, 북한의 공격이라고 보기 갈수록 어려운 증거들이 계속 나오는 DDoS 사태를 가지고 이런 행동을 추진하는 것도 어이없지만 더 어이없는 것은 대체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들은 Windows 외의 다른 운영체제를 사용할 수 있고, 설령 Windows를 사용한다 해도 PC의 보안 수준은 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 합니다.

뭐 저는 Windows 사용자이고, 회사에서는 카스퍼스키 회사 라이선스 쓰고 집에서는 제가 구매한 V3 정품 쓰고 있는 백신사용자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모두 Windows 쓰는 것도 아니고 아무리 포털사이트에서 공짜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고 해도 '강제적으로' 백신을 탑재해야 한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봐 주려 해도 대체 어떤 개념 구조로 나온 논리인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도대체 이 자들은 PC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알기나 하는지 의문이군요. 다 아시다시피 PC는 'Personal Computer'입니다. 국가에 통제 권리가 있는 컴퓨터가 아니라 '근본적으로' 개인에게 통제 권리와 사용 권리가 있는 컴퓨터 시스템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아무리 백신을 까는 것이 좋다고 해도 프로그램을 깔라 말라 난리 부르스를 '국가에서' 규정화하려는 행동은 대체 뭔지 모르겠습니다.

백신? 깔면 좋죠. 안전하죠. 저도 쓰니까 알죠. 그런데 왜 반대하냐고요? 간단합니다. "자유를 국가 권력으로 규제하는 시도"이기 때문입니다.

불법복제 소프트웨어가 왕창 깔려있어서 저작권법에 저촉된다든지, 제가 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컴퓨터를 자의적으로 악용했든지 하면 모를까, 그렇지 않는 한 개인용 컴퓨터에는 개인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게 정상이고, '범죄 구성의 예비조건'따위의 시각에 제약을 받아야 하는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고, 당위성도 없는 것이 법규상의, 그리고 상식상의 순리가 아닐까요? 그런데 방송통신위원회의 논리를 오프라인에 그대로 적용해 보면 모든 집은 도둑이 들지 않게 세X, 캡X 등의 전문경비업체 등에 가입해야 하고 이것에 가입되지 않으면 사회 활동에 제약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도 성립될 정도입니다. 방통위의 삽질과 제가 든 비유, 저는 대체 뭐가 다른지 모르겠습니다.

요 근래 방송통신위원회라는 곳에서 하는 언행을 보면, 방송통신위원회가 아니라 북한의 '5호 담당제' 추진위 같다는 오해가 듭니다.(자꾸 왜 북한과 연관지어 오해하냐고 항변할 수도 있겠는데, 그런 독재 체제의 행동을 답습하는 쪽으로만 행보를 보이니 어쩌란 말인가요. 저도 그런 오해는 하고 싶지 않은데 말이죠.) 왜냐하면, 말로는 자율성과 선택권을 보장하고 하라는 대로 하면 일자리가 생긴다 뭐다 하지만 실제로는 국민들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게 아니라 자유를 규제하고 어떻게든 묶어놓으려고 하는데...... 그렇게 콘크리트같이 굳어버린 머리와 통계를 조작하는 음험한 술수 속에 자율성이나 선택권 보장 같은 게 될 리 만무한데, 일자리가 생긴다고요? 퍽이나. 줄지나 않으면 다행입니다.

정 의무 탑재 운운하고 싶다면, 백신 의무 탑재를 말하기 전에 정부 관계자들 머리에 개념부터 의무적으로 탑재하시든지요.


- The xi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