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형무소를 들어가면서 나는 젊었을 때부터 1950년대 말부터 영어보다 프랑스어가 나아서 불어소설 읽는 것으로 소일했다.
레미제라블 같은 것들. 그전에도 읽었고 다음에 들어갔을 때도 차입을 해서 읽었는데 두 번째인가 세번째 읽는데 이런 대목이 있었다.
장발장이 코제트라는 소녀와 함께 자베의 추격에 쫓기고 있었다.
장발장을 체포하려고 한 자베르는 그 오랜기간 동안에서 철저하게 체제적, 우익적인 인간이었다.
나름으로 우익적 인텔리전트가 있는 사람이다. 부패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고 열심히 하려고 하는 엄격한 법률숭배자.
인간의 눈물이라는 것은 일체 용납할 수 없는, 자기도 자신과 절대 타협하지 않는 우익적인 인간이다.
사실 우익은 비인간적인 철학이고 사상이다.
이 자를 체포하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고 숨어다니고 어느날 포위망이 좁혀오니까 수녀원에서 코제트의 손을 잡고
수녀원의 높은 담을 넘어서 도망하려고 했다.
도망치다가 파리의 어느 다리 한 중간쯤 오니까 벌써 자베르가 미리 알고서
부하들을 다리 저쪽 끝과 이쪽 끝 양쪽 끝에 배치해놓고 있었다. 장발장과 코제트는 다리에서 갈 곳이 없었다.
강으로 떨어지지 않는 한. 오도가도 못하게 된 상태에서 그대로 끌려가게 된 상태다. 진퇴양난인데. 결국은 눈 앞에서 닥친 것이다.
그리고 심문이 시작됐다. 너 장발장이지. 그러자 장발장은 묵비권 행사하고 아무 말도 안 했다.
부하들은 시간 끌 거 있냐며 체포합시다 라고 자베르에게 말했다.
끌고 가면 우리는 1계급 승진하고 공 세우고 얼마나 좋습니까. 끌고 가려고 하니까 한참 자베르가 생각하더니 가만있으라고 했다.
부하들이 “10여년 온갖 고생을 해서 추격하고 겨우 주머니 속의 쥐 마냥 덜미를 잡았는데 왜 손을 놓으라고 하느냐”고 했다.
자베르를 원망했다. 이제 놓치면 또 얼마나 쫓아다녀야 하나.
자베르는 현대적으로 보면 우익적 철학, 사상, 사회관을 가진 국가에 충실한 인물인데, 인간적 눈물이 없는 사람인데,
사실 좌익도 극단으로 가면 같아지는 것이지만...
그 엄격한 자베르가 쥐를 발톱에 물고 있는 형국인데 놔 주라고 했다.
자베르가 하는 말이.. 거기서 놀랐다.
한국이란 나라. 그 장면이 1830년대 프랑스 현실을 쓴 것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180년 전이 되는 것인데, 내가 그때 읽을 때는 한 160년 전이었다.
자베르가 부하들에게 손을 놓으라, 할 수 없다고 했다. 내가 실수했다며 체포영장을 떼어 오지 않았다고 했다.
체포영장을 받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만약에 체포영장 없이 장발장을 체포해 가면 반드시 파리의 신문들이 굉장히 장발장의 사건 컸으니까 국가범이었으니까
자베르 경시가 10년만에 체포했다고 대서특필할 것이다.
그러면 동시에 영장없이 끌고 왔다, 폭력으로 끌고 왔다고 하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다.
신문기자들이 결국 그 사실을 알게 되면 내가 합법적인 범죄인 체포의 법적 필요수단인 체포영장을 끊지 않고
폭력으로 끌고왔다고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무장관이 의회에서 그 문제가 되어 불신임안을 당할 것이다.
그래서 결국은 내무장관직을 관둬야 할 것이다. 내각이 붕괴할 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해.
그러면서 돌아가자고. 오늘은 돌아가고 내일 영장을 청구해서 받아서 다시 나오자고 했다.
물론 다시 나오면 장발장이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하여튼 그런 대목이 12줄에 걸쳐 나왔다.
그때 내가 느낀 감동, 쇼크가 말할 수 없었다.
1830년에 불란서에서는 그 국가범, 국가사범과 같은 대사건의 범인 장발장을 10여년 추격끝에 잡았는데
그것을 연행 안 하고 영장 안 가져왔다고 가슴이 터질듯한 생각에도 방면하고 돌아가서 영장을 다시 가져오려고 했다.
그걸 했다면 신문기자가 쓰고 내무장관이 모가지 날아가고, 그럼 의회가 해산할 것이다.
그런, 민주사회에 있어서의 제반절차, 중요한 한 사람의 범인을 체포하는 일,
사실 영장 없이 잡아도 장발장 정도면 눈 감을 수 있을 텐데도 법 절차를 고려해 놓아준 그 대목을 읽으면서
이것이 프랑스 혁명을 거친 프랑스의 법률이고 경찰이고 사회이고 인간존중이고 이 모든 가치관이 거기에 포함되어서 표시되더라 이거다.
그래서 정말 나는 그때 계산하니까 광주형무소에 들어간 것이 영장 없이 끌려간 것이었다.
2년 동안을 형무소 살이를 했다.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0907020130142&code=940100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 인권연대 특강 중에서 내용발췌
“법과 제도에 의해 인간의 사회적 자유가 규정되고, 인간을 고통스럽게 하는 가난과 배고픔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사회가 권리를 되찾기 위한 인간들의 노력을 계속해서 통제하는 한, 난 계속해서 글을 쓸 수밖에 없다.” <레미제라블> 서문
레미제라블은 읽은적이 없다.
어린시절 닥치는대로 계림문고,계몽사등에서 나온 소년소녀문고중에 하나인 장발장을 읽었을뿐이다.
위의 기사를 보면 참 어려운책을 쉽게 읽었다는 생각이든다. 180년전 프랑스의 시대상을 반영한 거대한 담론이 담김 서사책인데
단지 나쁜형사에게 쫓기는 범죄자이야기가 아닌것이다.
나쁜형사 자베르 그 조차도 법과 원칙을 자기의 신념에 따라 우직스럽게도 지키는 사람이 아니었든가.
장발장의 인생은 단지 불쌍한 사람이 아니라 새롭게 인생을 눈을떠서 철저하게 주위사람을 위해 희생하고 사랑한
구도자의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원판 번역소설은 6권짜리라는 말에..
읽고 싶은 맘은 가득하지만 쉽지 않을거 같다.
다만 어렸을때 그나마 요약본이긴하지만 읽었봤다는게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어린시절 책으로 읽었던 플란다스의 개는 단순한 만화가 아니었다.
마지막 성당에서 추위로 죽어가며 루벤스의 그림을 보기위해 전 재산이나 다름없든 금화한닙을 주고나서야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림을 보며 그렇게 죽었던 이야기는 숭고하기까지 하다.
암굴왕(몬테크리스 백작),삼총사,철가면,15소년 표류기,소공자,소공녀,이름도 기억안나는 sf단편들,
해저2만리. 화성침공(이전에 읽었든 책제목이 기억이 안남;), 루팡과 셜록홈즈에 열광하고 아가사 크리스티책들을
또 아버지 책장에 있든 채털리부인의 사랑, 보봐리부인 등의 금서(?)의 세계문학전집도
중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다 읽었다는 사실이 사회생활 시작하면서 책한권 거의 못읽는 실정과 비교해보면
정말 다행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보너스 링크 추억의 계림문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280&aid=0000000401
근데 요즘 어린이들이 읽는 책?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32&aid=0001945625
이번 교보문고 아동 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에는 ‘어린이를 위한 시크릿’ ‘어린이를 위한 경제습관’ ‘어린이를 위한 마시멜로 이야기’
‘어린이를 위한 자율’ ‘리더:성공한 위인들의 리더 방법’ 등 자기계발서가 7종이나 올랐다.(기사중)
제대로 가고 있는게 맞을까?
논설을 대비한 세계문학전집 이란것도 씁쓸한 뒷맛이 남는다.
수능을 치고난 고등학생들에게 원판 번역본 레미제라블 6권을 읽게하고 졸업시키는건 어떨까..
최소한 지켜야 할 가치는 어떤것인가라는 생각을 주지 않을까?
이전엔 대학에 입학하면 그시절 광주항쟁의 처참한 흑백사진을보고 이 사회에 최소한 눈떴는데..
요즘은 그럴거 같지도 않고 옛날 방법이고
프랑스라는 나라 가본적도 없고 그저 머리에 떠오르는건 더러운 하천,쓰레기,개똥 이거 밖에 간접적으로
체험못해봤지만 레미제라블의 서문에 쓰여있다는 저 글귀 하나만으로도 조금은 존경해야 되는 나라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