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바야흐로 지금으로부터 1시간 전이었어요.
저와 시덥잖은 제 친구 두명은 배터지게 식사를 하고, 시덥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도서관으로 복귀중이었죠.
시덥잖은 얘기하면 뭘까요.
제 시덥잖은 친구 두명은 유난히 똥얘기를 사랑했어요.
오늘의 주제는 똥을 사서 싸면 어떨까, 라는 그야말로 시덥잖은 주제였지요.
"쾌변은 오천원, 변은 삼천원, 설사는 이천원입니다."
"아 어제 쾌변 두번했더니 만원이나 써서 돈이 없어요... 지금 급한데..."
"그렇다면 3일된 숙변은 염가 50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아... 찢어지겠네... 그거라도 주세요...."
돈이 없어 맨날 숙변만 보면 얼마나 비참할까,
이것이 빈부격차로 이어져서 '인간의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복지로 국가는 쾌변을 보장하라.'라는 논쟁이 일지 않을까,
라는 아주 생산적인 대화를 하면서 도서관에 당도했지요.
똥얘기는 배변욕을 불러요. 오늘도 어김없었지요.
저는 친구들에게 급히 작별을 고하고 화장실로 향했어요.
평소 '넌 똥을 만들어 싸냐'며, 면박을 주던 친구들의 얼굴은 오늘도 '쯧쯧'이라는 뉘앙스를 담고 있었어요.
마침 화장실 끝 칸에 유일하게 비데가 설치된 변기가 비어있었어요.
'똥얘기를 하니 행운마저 따르는구나.'하며 그 발걸음도 가볍게 비데 위에 엉덩이를 안착시켰죠.
하지만 그 화장실 칸이 어떤 아비규환이 될지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어요.
마침 오늘은 5000원짜리 쾌변이 오는 날이었어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어떤 망설임도 없이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마치 예술과도 같은 작품이었지요.
'너라면 이만원이라도 지불하겠어.' 쾌변은 정말 그럴만한 가치가 있어요.
그렇지 않나요, 피지알 여러분들? 모두들 동의하리란 걸 이미 전 알고 있어요.
너무나 빨리 돌아온 저를 보고 놀랄 친구들에게, 쾌변한 자의 샤방한 미소를 쏴줄 생각으로 흐뭇해하며
내사랑 너의사랑 비데를 작동하려던 찰나였어요.
"꾸뤼..꾸뤼뤽...꾸룩"
순간 놀랐지만, 다행히도 제 배에서 난 소리는 아니었어요. 전 쾌변했거든요.
그것은 옆 칸에서 발생한 소리였어요. 이게 무슨 소리일까, 라는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어요.
그래요. 그것은 진도 7.0리히터의 진원지..... 역류.... 바로 그것이었어요.
소리의 정체를 알아채자마자 그것들은 제 자리를 침범하기 시작했어요.
마치 부드럽게 깔리는 황색 융단처럼, 제가 발 디딜 곳을 점령해가고 있었지요.
진격속도가 굉장한, 잘 정비된 정예 기마군단을 보는 듯 했어요.
급히 발을 들어올렸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제 신발마저 침략당할 위기였지요.
아아... 아비규환이었어요. 저는 속으로 울부짖을 수 밖에 없었어요. '아... 수박'
마치 분열하는 세포들처럼 확장하는 비단융단을 보며 전 잠시 정신을 놓쳤어요.
여긴 어디, 나는 누구.
2차 러쉬는 화생방이었어요. 시각에 이어 후각마저 유린당하고 말았어요.
덕분에 정신을 차린 저는 빠르게 도주할 필요가 있었어요.
급히 화장지 뭉터기로 포인트를 만들고, 단 한번의 도약으로 저는 탈출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환희에 찬 저를 맞이한 건 군중의 의심스러운 눈초리였어요.
'너냐'
순간 당황한 저는 저도 모르게 옆칸을 눈으로 지목했어요.
비겁한 저를 용서하세요, 옆칸의 이름모를 쾌남씨.
5분여가 지나도록 옆칸은 조용했어요. 그 분은 나오지 못하고 계셨죠.
아아, 그 심정. 이해할 수 있어요. 저라도 못나왔을거 같아요.
아마 머리속에 온갖 삼라만상이 돌아다니고 있을 거에요.
무신론자인 저도 저런 상황에 처했다면 부처님이라도 믿고 싶어지지 않았을까요.
시험을 앞둔 전 상황의 종결을 관람하지 못하고 화장실을 빠져나와야 했어요.
아쉬웠어요. 쾌남씨의 자태를 보고 싶었건만.
도서관으로 돌아오면서 시덥잖은 똥얘기 따위를 하는게 아니었어요. 저주받은 거 같아요.
그 황색 비단융단은 도저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네요.
이름모를 쾌(변)남 씨에게 심심한 애도를 전하며, 이 글을 바칩니다.
여러분, 오늘도 쾌변하세요.
5000원이에요.
* 라벤더님에 의해서 자유 게시판으로부터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14-01-17 13:08)
* 관리사유 :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