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보면 ‘혼자 밥 먹기 레벨’이라는 것이 있는데, 제일 낮은 편의점에서 밥 먹기부터 어려운 단계에는 패밀리 레스토랑이나 고깃집, 술집까지 다양하게 있다. 나는 단계로 따지면 거의 끝판왕에 가까운데, 패밀리 레스토랑의 하나인 ‘애슐리’에 두 번이나 갔다. 더 갈 수도 있고 경험 삼아 빕스나 아웃백에도 가고 싶지만 돈이 없어서 못 가고 있다. 당연히 편의점이나 김밥천국 같은 곳에 혼자 가는 것은 아무 일도 아니다. 정말 끝판왕이라는 술집은 혼자 술 마시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필요성을 못 느껴서 가지 않고 있다. 애슐리에도 매장마다 등급(?)이 있는데 한 번은 애슐리 Classic 매장, 한 번은 우리나라에 딱 하나 있는 광주광역시 엔씨웨이브의 Young 매장에 갔다. 아쉽게도 나는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특히 밥 먹기 전에 사진을 찍는 것은 싫어해서 인증 사진은 없다. 무한리필 회전초밥 가게에도 갔다. 허나 1인분은 나오지 않는 식당도 많아서(거의 모든 고깃집) 나는 겉보기와 다르게 많이 먹지를 못해 그런 곳에는 갈 수가 없다. 문제는 그런 곳이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소셜커머스로 저렴하게 식당에 가보려고 해도 ‘2인 이상 주문 가능’이라고 되어있는 곳이 많다. 또한 장사가 잘되는 시간에 주로 4인 이상 앉는 테이블이 많은 식당에 혼자 들어가는 것도 망설여지는 일이다. 이미 나는 혼자라는 것이 떳떳하지 못하거나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의 시선은 거의 신경 쓰지 않는 수준이다. 다만, 내가 테이블을 혼자서 차지하는 것보다, 둘 이상 온 다른 손님이 앉는 것이 식당 입장에서는 당연하게도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손님이 왜 가게 입장을 생각하는지는 나 스스로도 모르겠으나 나도 그런 상황에서는 혼자라는 사실이 참으로 부담스럽다. 2인분을 시킬 수 있을 만큼 많이 먹지 못하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요새는 상황이 많이 나아졌지만 혼자 영화를 보러 갔다거나, 밥을 먹으러 갔다고 하면 불쌍하고 안쓰럽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지레 짐작해서 위로를 하는 일도 있다. 정말 그런 사람들이야말로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예전에는 혼자 다니는 것을 부담스럽게 느꼈기 때문에 사람들이 무슨 생각으로 말하는지를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래 전에 일본에서는 1인 전용 식당이 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는 솔직히 이유 모를 안쓰러움을 느꼈다. 대개 혼자 무언가를 못하는 이들이 혼자 하는 이들을 이상하게 쳐다본다. 그렇지만 걱정과는 달리 실제로 혼자 밥을 먹으면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이 속으로는 무슨 생각을 하건 내가 알 바는 아니다. 물론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도 가끔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혼자 다니면 외로운가? 혼자 다니면 쓸쓸한가? 혼자 다니는 것이 불쌍한 것인가? 결코 아니다. 혼자 어디에 갔다 왔다면서, 스스로를 외톨이나 아웃사이더로 깎아내리는 사람들은 왜 그러는지 이해하기가 힘들다. 그럴 것이라면 대체 왜 가는 것일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집에 있는 것이 마음도 편할 것이다. 반면에 혼자 다니는 것이 ‘나는 혼자서도 잘해!’ 같은 쓸데없는 자부심을 부릴 일도 아니다. 그냥 아무 일도 아니다. 혼자, 남자끼리, 여자끼리 어떻게 다니든 아무 상관이 없고 서로 별로 다를 것도 없다.

어떻게 보면 이것도 편견이다. 사회적으로 계속 무엇을 해도 ‘같이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즐거운 것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혼자 무언가를 하는 것은 외로운 것이고 가족이나 친구나 사귀는 사람과 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거나, 카페를 간다거나 할 때 혼자 하면 이상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남자들은 반드시 여자와 같이 다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여자들은 여자끼리 아무 곳이나 잘 가는데 말이다. 술이나 당구, PC방 같이 보통 남자들의 문화라고 간주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나는 남자(사람)친구들과 만날 때는 거의 카페에서 담배를 엄청나게 피우면서 대화를 한다. 파스타랑 스파게티의 차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별로 안 좋아하지만 특정 음식점을 가리켜 ‘여자와 분위기 낼 때 가는 곳’이라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겠다. 여성 취향의 예쁜 인테리어를 가진, 대개 여자들이 좋아하는 서양식의 음식이 나오는 식당을 가리키는 것이다. 어울리는 제품이 마땅히 없고 결정적으로 돈이 없어서 사지는 못해도 캐스키드슨의 무늬를 좋아하는 내가 보기에는 그냥 파스타와 스파게티가 좋다면 혼자서 또는 남자끼리 가면 되는 것이다. 괜히 이상한 편견에 사로잡혀서 피곤하게 살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을에는 옆구리가 시리다’ 같은 말도 사람들이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진정으로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외로움을 느끼도록 권하고 있다. 예컨대 대학교에 처음 들어왔을 때 하도 다들 연애 타령만 해서 나는 연애를 안 하면 사회적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생각한 적도 있을 정도였다. 계절만 바뀌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봄에는 꽃놀이’, ‘여름에는 물놀이’, ‘가을에는 단풍놀이’, ‘겨울에는 스키장’ 같은 타령들도 나로서는 이해 불가능이다. 사실 나는 사귀는 사람도 없었고 대학교 다니면서 계속 살기 위해서 돈을 버느라 단 한 번도 그런 일을 해보지 못했다. 여하튼 그렇게 외로움이나 연애 같은 것을 억지로 주입하고 조장해서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도 모르면서 남자랑 또는 여자랑 사귀고 싶어 하고, 연애도 하고 싶어 한다. 결국 이득을 보는 것은 고급스럽고 분위기 있는 것으로 포장했지만 속은 텅 빈 고가의 식당이나 선물 따위를 만들어 파는 기업, 한철장사를 하는 장사꾼 정도일 뿐이다.

그렇지만 나도 외로움을 느낄 때가 있다. 나의 외로움은 영화나 소설에서처럼 커피 한 잔과 가을의 풍경 따위를 배경으로 우아하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에서 ‘연애해야지!’라는 결심으로 도약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여자친구 사귀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솔직히 포기했다. 그건 그렇고 나는 언제 외로움을 느끼는가? 혼자 영화를 보고 밥을 먹고 동전노래방에서 노래도 하고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려 걸을 때면 조금 외롭다. 밥 먹는 내내 할 일이 없어서 내내 들여다봤던 스마트폰의 배터리는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할 때면 조금 외롭다. 자신은 ‘애정결핍’이라고, 요새 너무 외롭다고, 가을 탄다고 하는 사람들의 글을 보면서 한껏 비웃고 나면 조금 외롭다. 이제는 해보지도 못했는데 연애에 대한 관심도 성욕도 거의 없는 내 모습을 보면 조금 외롭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외로움을 조장한다느니, 그게 정말로 외로운 것인지 의심스럽다느니, 더 솔직해지라느니 분수에도 안 맞는 글을 멋대로 써대고 난 다음에는 조금 외롭다. 나조차 외로움을 느끼는 것을 보니 외로움 권하는 몹쓸 사회가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