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만으로 키보드를 꾸미는 단계입니다. 아직까지는 사용자가 '직접' 뭘 하지는 않습니다. 주로 키캡을 바꿔끼는 정도에서 그치는 편입니다. 사진은 필코사의 마제스터치2 이탈리안 레드 에디션에 키캡리퍼블릭 레드 이색사출 키캡을 혼합한 구성입니다.
1.2. 2단계
사용자가 직접 뭔가를 하기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부품을 직접 만들거나 키보드를 직접 조립하지는 않고 기존 부품을 가공하여 꾸미는데, 키캡 염색, 하우징 도색 등의 작업이 여기에 속합니다. 혹시 커스텀 키보드에 관심이 있다면 여기서 멈추는 것을 추천합니다. 윗 사진은 한성컴퓨터에서 판매하는 화이트PBT 닌자 키캡에 편집키 부분(modifier, 줄여서 모디라고 합니다)만 염색한 구성이고 아래 사진은 기성품 키보드의 하우징에 시트지를 붙여 다른 느낌을 준 모습입니다.
1.3. 3단계
사용자가 직접 조립을 하는 단계입니다. PCB에 스위치를 체결하는 납땜부터 보강판 체결, 하우징 결합 등 원하는대로 직접 키보드를 만들어쓰는 단계이며, 입맛에 따라 스위치 윤활, 스티커 작업 등의 튜닝이 추가되기도 합니다(아래에서 다시 설명합니다). 대부분의 커스텀 키보드 매니아가 이 단계에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요즘에는 커스텀 키보드 제작이 쉽도록 DIY 키트가 시판되고 있기도 하며 하우징은 캐드를 이용해 제작된 도면을 기반으로 아크릴이나 알루미늄 소재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윗 사진은 제가 현재 업무용으로 쓰고 이 글을 쓰는데도 사용하는 아크릴 소재 케이맥 키보드이며 아래 사진은 개인적으로 DIY 공제품 중에서 가장 이쁘다고 생각하는 더치트 키보드입니다.
1.4. 4단계
3단계에서는 사용자가 직접 만든다고는 하지만, 정해진 틀이 있어서 그 틀에서 벗어나는 키보드를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PCB나 하우징의 개인적인 수제작은 전문지식없이 힘들기 때문인데, 지식과 재능이 결합되면 틀을 벗어나서 만들고 싶은대로 만들 수 있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보통은 특수 목적이나 실험적인 이유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윗 사진은 키보드매니아 EQ님의 포맥스 소재 프리스타일 어고노믹 키보드이고 아래 사진은 키보드매니아 시범님의 나무 하우징을 이용한 키보드입니다.
1.5. 2.5단계
직접 만든 커스텀 키보드를 써보고 싶은데 제작 여건, 시간 등의 문제로 그러기 힘든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주문제작을 통해 커스텀 키보드이지만 사용자가 직접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대신 제작해주는 '공방'에 의뢰를 할 수 있습니다. 본업이 따로 있는 분들이기 때문에 의뢰 후 완성품을 받아보는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긴 편이지만 최고의 장비로 전문가가 조립하기 때문에 뛰어난 완성도를 보입니다. 물론 가격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2. 스위치 튜닝
아무리 예쁘고 화려한 키보드라고 해도 키감이 못 쓸 수준이라면 곤란합니다. 자신에게 꼭 맞는 키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지만, 몇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점점 근접해갈 수는 있겠죠. 스위치는 그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방향으로의 튜닝이 중요해집니다. 이 장에서는 스위치 튜닝에 사용되는 몇 가지 방법과 필요성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스위치 튜닝은 기본적으로 분해 후 원하는 작업을 한 후 재조립하는 순서로 이루어지며, 아래에 소개해드리는 방법 중 두 가지 이상을 혼합하여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1. 스프링
(사진 출처 : http://kbdmania.net/xe/1244255) 키압(키를 누를 때 인식되기 위해 요구되는 압력)은 스프링의 영향을 9할 이상 받습니다. 보통 g으로 스프링의 압력을 표현하는데, 40g 부터 80g 이상까지 다양한 압력의 스프링이 존재하며 자신에게 맞는 스프링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소에 키보드를 부술듯이 타이핑하는 분이라면 65g 이상의 고압 스프링이 좋을 것이고, 가벼운 키감을 좋아한다면 45~50g 스프링이 좋을 것입니다. 위 사진은 축 별로 결합된 스프링을 비교한 모습입니다.
(사진 출처 : http://kbdmania.net/xe/4428008) 스위치를 분해하면 위 그림처럼 크게 4개의 부품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스위치 덮개, 슬라이더, 스프링, 접점이며, 순정이 아닌 다른 압력의 스프링으로 개조를 한 스위치를 '변형 축'이라고 합니다. 또, 변형 청축은 '변청' 이런 식으로 줄여서 부르기도 하고, 앞에 스프링의 압력을 붙여 '45변갈', '55변백' 이런 식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아래 이어지는 글에서는 이런 식으로 표기하겠습니다. 키감은 스프링의 탄성과 이 스프링을 누르는 슬라이더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셔도 됩니다. "난 흑축이 정말 좋은데 키압이 너무 높아서 힘들어 ㅠ.ㅠ"하는 분들은 흑축의 형태는 유지하면서 내부의 스프링만 압력이 낮은 것으로 바꾸는 식의 튜닝이 필요합니다. 이런 식으로 축이 가지는 고유의 느낌은 살리면서 키압만 원하는대로 조절하고자 할 때 스프링을 교체합니다. 단, 클릭 방식의 스위치(청축, 녹축 등)의 경우 스위치를 분해하는 순간 슬라이더의 느낌이 달라지기 때문에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합니다.
2.2. 윤활
(사진 출처 : http://kbdmania.net/xe/7537266) 위에서 키감을 결정하는 것은 크게 스프링과 슬라이더의 두 가지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이전 글에서 스위치 구조를 간단하게 말씀드렸었는데, 그림을 자세히 보면 스프링을 누르는 역할을 하는 슬라이더가 받는 마찰이 가장 클 것을 쉽게 유추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마찰을 그대로 두면 키감 저하, 소음 등의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으므로 적당한 윤활을 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윤활은 주로 붓을 이용해 스프링과 슬라이더 두 군데에 해주는 편입니다. 스프링 윤활은 그냥 발라주기만 하면 끝이지만 슬라이더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사진은 여러 종류의 윤활제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크라이톡스입니다. 체리 스위치 외에 리얼포스 등의 키보드에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스테빌에도 윤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진 출처 : http://kbdmania.net/xe/7373843) 슬라이더에 윤활유를 너무 많이 바를 경우 스위치에 기름 때가 끼거나 먼지가 붙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때문에 꼭 필요한 부분에만 윤활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은 체리 스위치 슬라이더이며, 번호가 매겨진 부분이 주요 윤활 포인트입니다. 스위치 방식에 따라 윤활 포인트가 달라집니다. 윤활 정도에 따라 특유의 서걱임, 도각임 등이 많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3. 스티커
(사진 출처 : http://www.kbdmania.net/xe/3681762) 체리 스위치는 기본적으로 시끄럽습니다. 소음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조금이라도 줄이는 것이 아무래도 좋겠지요. 스티커 작업은 스위치의 상부 키캡과 하부 접점 하우징이 부딪히면서 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한 작업입니다. 스티커로 쓰이는 소재는 여러 가지가 있고, 어느 것이든 마찰을 줄여주기만 하면 소음 역시 줄어들기 때문에 마음에 드는 소재를 선택하면 되겠습니다. 사진에서는 키캡이 뽑힌 키를 자세히 보면 테이프 같은 것이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실 수 있는게 이게 스티커 작업입니다.
2.4. 왜 하는가?
키압을 높이기/낮추기 위해서, 더 부드러운 키감을 위해서, 소음 떄문에 등등등.. 다양한 이유가 있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데, 순정 체리 스위치는 이 취향을 동시에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기본적으로 1) 자신에게 맞는 방식의 슬라이더(축)를 찾고 2) 키압을 찾으면서 3) 소음, 부드러움 정도 등을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축이어도 튜닝에 따라 키감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커스텀 키보드의 매력이기도 합니다.
비교를 위해 제가 가지고 있는 커스텀 키보드 중 갈축을 사용한 두 가지를 촬영해보았습니다. 윗 동영상은 덕미니라고 불리는 기판으로 조립한 아크릴 소재 키보드이고, 62g 키압을 가지는 순정 갈축을 사용하였습니다. 아래 동영상은 MX-mini라고 불리는 기판으로 조립한 아크릴 소재 키보드이며, 45g 키압을 가지는 변형 갈축을 사용하였습니다. 두 키보드 모두 윤활을 해놓은 상태이며, 동영상만으로는 소리의 차이 정도밖에 느껴지지 않지만 실제로 타건해보면 손끝에 걸리는 느낌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게 참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3. 소재
기성품 키보드는 금속이나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당연히 이에 불만이 있는 사람도 있겠죠. 커스텀 키보드의 제작에 쓰이는 소재는 이런 소재 뿐만 아니라 아크릴, 나무 등 다양한 소재를 이용합니다. 하우징, 보강판 등의 소재가 달라지게 되며, 소재에 따라 소음이나 키감이 변하기도 합니다. 다 소개하면 너무 많아서 몇 가지만 간단하게 소개하겠습니다. 커스텀 키보드 부품의 가공은 캐드를 이용해 제작된 도면을 가공업체에 맡기는 식의 주문제작이 일반적입니다.
3.1. 아크릴
문구점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아크릴 맞습니다. 도면에 맞게 깎아내야 하는데, 이 작업은 사람이 하기 힘든 작업이기 때문에 도면을 전문가공업체에 맡기는 형태로 제작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아크릴 소재는 가공이 쉽고, 저렴하며, 본드 뿐만 아니라 볼트 등을 이용한 조립도 가능하기 때문에 매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흔히 보는 투명한 형태를 '아크릴'이라 하고 이 아크릴의 표면에 엠보싱 효과를 줘서 불투명하게 처리하면서 안정감을 주는 '아스텔'이 있습니다. 아스텔로 할 지, 아크릴로 할 지는 제작자의 취향이지만, 눈에 가장 많이 띄는 하우징 상판은 아스텔 소재로 하고 나머지를 아크릴로 하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제가 가진 아크릴 하우징을 분해한 사진입니다. 위에서부터 하판, 상판, 보강판1,2입니다. 상판과 하판은 아스텔 소재로 만들었고, 사진에선 잘 안 보이지만 상판 아래에 본드로 아크릴 소재 중판을 덧대어 놓았습니다. 아크릴 소재 보강판은 PCB 와 스위치 사이에 체결되며, PCB 와 사용자의 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합니다.
조립하면 이런 모습입니다. 아크릴 하우징의 경우 커스텀 키보드 매니아들에게 널리 사랑받는 소재이기 때문에 도면 역시 다양하게 공개되어 있으며 도면 제작자의 취향이 반영되어 있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도면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3.2. 알루미늄
아크릴보다는 드물지만, 알루미늄으로 제작되는 키보드도 종종 있습니다. 알루미늄 역시 좋은 소재긴 하지만 널리 쓰이진 않는데, 비싼 가격대(하우징 가격만으로 리얼포스를 사고 남습니다)와 이로 인해 새 도면의 테스트가 어렵다는 문제가 작용하는 탓입니다. 때문에 개인제작보다는 테스트를 마치고 시판되는 DIY 키트에 주로 쓰이며, 소재의 특성상 무겁고 단단한 느낌을 줍니다. '아노다이징'이라는 금속 표면 처리 방법이 있는데, 이를 이용해 자신만의 색상으로 꾸미기도 합니다.
시트지 아닙니다. 진짜 나무 맞습니다. 목공예의 범주에 들어가기 때문에 흔한 소재는 아닙니다. 나무로 만든 필기구나 필통 정도는 써봤는데 나무로 된 하우징의 키보드는 써본적이 없어서 어떤 느낌일지 개인적으로도 매우 궁금합니다..-_-;;
3.4. 그 외..
(사진 출처 : http://kbdmania.net/xe/7071960) '포맥스'라는 소재가 있습니다. 열에 약하지만 가공성이 좋아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한데, 이 소재를 이용해 키보드를 만드는 분도 있습니다. 몇 가지 공구만 있으면 쉽게 가공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형화된 형태 외의 키보드를 만들 때 활용하면 좋은 소재입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소재가 있으며, 하우징이 없는 극단적인 형태의 커스텀 키보드도 있습니다.
3.5. 소재에 따른 차이
비교를 위해 제가 가진 키보드 중 같은 축, 다른 소재의 두 키보드를 촬영해보았습니다. 윗 동영상은 케이맥 미니로 불리는 DIY 키트를 이용해 조립한 알루미늄 소재 키보드이며, 아래 동영상은 역시 DIY 키트인 케이맥의 기판만 살리고 하우징 및 보강판은 아크릴로 제작한 키보드입니다. 둘 다 같은 변형 백축이고 스위치 튜닝 정도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동영상으로는 키감까지 확인이 어렵지만, 같은 축이어도 하우징, 보강판의 소재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4. 배열
대부분의 커스텀 키보드는 커스텀 용도로 나오는 기판에 맞춰 제작되고 있습니다. 취향, 기능성 등의 이유로 다양한 기판이 나오고 있으며, 여러 개의 기판을 자르고 이어붙인 형태의 새로운 배열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이 장에서는 이전 글에서 소개한 것 외의 배열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4.1. 텐키리스
이전 글에서 텐키리스는 풀배열에서 키패드가 빠진 형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여기서 다시 키의 갯수에 따라 87키, 86키, 84키 등으로 나뉘며 최하단열의 모양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이 중 84키는 윈도우키가 없기 때문에 '윈키리스'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펑션열과 방향키 등의 편집키가 빠진 형태지만, 크기만 비슷할 뿐 키 배열은 조금씩 다릅니다. 크게 우측 쉬프트키 옆에 펑션키가 있는 형태와 없는 형태로 구분해볼 수 있으며, 전자의 경우 해피해킹 시리즈와 비슷하며 후자는 포커 등의 기성품 미니 키보드와 비슷합니다. 텐키리스와 마찬가지로 윈도우 키가 있거나 없는 배열도 있습니다.
(사진 출처 : http://kbdmania.net/xe/7121325) 이런 식으로 편집키만 없애고 키패드를 붙인 형태의 배열도 만들 수 있습니다. 체리사의 1800 시리즈로 출시되었던 배열이어서 '1800 배열'로 불리기도 하고, 이 배열을 커스텀으로 그대로 가져와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숫자 입력이 잦은 분들에게 좋은 배열입니다.
(사진 출처 : http://kbdmania.net/xe/7215326) 여러 개의 기판을 자르고 이어붙여 자신만의 배열을 만들기도 합니다. 기판을 이어붙인 경우 원활한 타이핑을 위해 두 기판을 하나의 컨트롤러로 제어할 수 있게 연결해주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를 '와이어링'이라고 합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배열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자주 행해지는 작업입니다.
5. 키캡
이전 글에서 크게 ABS, PBT 방식이 있다고 말씀드렸었습니다. ABS는 키캡이 얇고 경쾌한 키감을 제공하며, PBT는 키캡이 두껍고 단단한 키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본문에는 따로 작성하지 않지만 각인이 키캡 상부에 있으면 '유각', 측면에 있으면 '닌자', 없으면 '무각'으로 부릅니다.
5.1. 인쇄방식
각인 인쇄 방식에 따라 이색사출, 레이저, 실크, 승화로 나뉩니다.
1) 이색사출 다른 방식과 달리 잉크로 각인을 인쇄하지 않고 서로 다른 플라스틱로 성형하는 방식입니다. 이 때문에 '이색'사출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국내외 커뮤니티에서 공제되는 키캡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방식입니다. 2) 레이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키캡을 레이저로 태워 각인하는 방식입니다. 방식의 특성상 다양한 색의 표현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3) 실크 잉크로 각인을 인쇄하는 방식이며, 마모방지를 위해 각인 위에 코팅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방식 특성상 텍스트의 경계선이 깔끔하게 인쇄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마모가 진행될수록 보기 안 좋아지며, 타건시 손가락에 인쇄된 각인이 느껴지지도 합니다. 4) 승화 고열, 고압으로 키캡 표면에 잉크가 스며들게 하는 방식입니다. 실크 인쇄와 달리 각인이 손 끝에 느껴지지 않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방식이어서 소량 주문생산이 어렵습니다. 고열, 고압이라는 방식의 특성상 ABS보다는 PBT에 많이 적용되는 편입니다.
5.2. 스텝스컬쳐
키캡의 높이가 모두 일정하다면 타이핑이 상당히 불편할 것입니다.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 손바닥과 손목을 이용해 손을 지탱하고 타이핑을 하게 되는데, 키의 위치에 따라 손가락이 이동하는 정도와 가해지는 힘이 다릅니다. 상단열의 키일수록 이동을 많이 하고, 하단열일수록 손목이 꺾이게 되는데, 이러한 인체 특성을 고려해 상단열의 키는 키캡을 높게 하고, 하단열로 올수록 키캡을 낮게 하면서 경사에 변화를 줘 편안한 타이핑을 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 스텝스컬쳐입니다. 요즘 나오는 대부분의 키캡은 사진에 표현되어 있는 스텝스컬쳐2 방식을 사용합니다.
앞서 소개해드렸듯이 키캡이 얇으며(두꺼운 경우도 있습니다), 마모, 변색 등의 변형이 빠르게 진행되지만 경쾌한 키감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공제되는 ABS키캡은 주문생산이기 때문에 주로 이색사출 방식으로 생산되며, 만져보면 표면이 매끈합니다. 이 표면의 감촉으로 ABS와 PBT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매니아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크림치즈'와 '발렌타인' 키캡이며 둘 다 이색사출 방식입니다.
5.4. PBT
(사진 출처 : http://kbdmania.net/xe/7107127) ABS와 달리 키캡이 두꺼우며, 표면이 거친 것이 특징입니다. 소재가 내열성 수지이기 때문에 열에 강해 고열, 고압으로 생산되는 승화 방식으로 주로 생산됩니다. 최근 출시되는 기성품의 경우 PBT 키캡을 채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이는 PBT 키캡의 내구성과 특유의 단단하고 중후한 키감에 기인합니다.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대체로 ABS보다 PBT 키캡이 낫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5.5. POM
(사진 출처 : http://www.kbdmania.net/xe/5262093) 체리사에서 직접 만드는 키보드는 POM 키캡을 채용합니다. PBT처럼 단단한 느낌을 주지만 동시에 보송보송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생산 자체가 많이 되는 편은 아니지만 특유의 느낌 때문에 일부러 찾는 매니아들도 많은 편입니다.
6. 악세사리
취향, 기능성, 눈요기(^^;;)등의 이유로 키보드에 여러 악세사리를 곁들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팜레스트, 키루프 등이 대표적인 악세사리이며, 이 외에도 휴대성을 위한 파우치 등도 있습니다. 범폰, 케이블 등도 악세사리에 속하지만 다 소개하면 너무 많아서 생략하겠습니다.
키보드를 쓰다보면 책상과 키보드의 높이에 차이가 있어 장시간 사용할 경우 손목에 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고 손목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는 악세사리입니다. 하우징 못지 않게 다양한 소재로 제작되지만 보통 많이 쓰는 소재는 아스텔, 나무, 대리석 정도입니다. 가죽 소재는 부드럽고 쿠션감이 좋지만 장기간 사용시 땀이 차고 변색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대나무, 대리석, 아스텔 소재 팜레스트입니다.
6.2. 키루프
(사진 출처 : http://www.kbdmania.net/xe/4400504) 키보드를 쓰지 않을 때 먼지 등의 외부 이물질로부터 키보드를 보호하도록 씌우는 덮개입니다. 커스텀 키보드는 크기가 다양하기 때문에 사이즈를 재단하고 주문제작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사진은 아크릴 소재 루프입니다.
키보드를 들고 다니면서 써야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키보드를 그대로 들고 다니면 위험요소가 많기 때문에 휴대를 위한 파우치나 주머니도 나오고 있습니다.
6.4. 주옥션
악세사리에 넣어야 하나 챕터를 따로 빼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실사용보다는 스위치 및 키캡 추출 용으로 해부되는 것이 주된 존재 가치인 키보드여서 악세사리로 분류하였습니다. 사용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사과 말씀 드리겠습니다. 90년대~2000년대 초반에 은행권에서 널리 쓰였던 키보드입니다. 체리 스위치 중 구갈축을 채용했는데, 이 구갈축의 키감이 매우 좋은 것으로 매니아들 사이에서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은행권 시스템이 교체되면서 이 키보드들 역시 창고에 봉인되었었는데, 그런 키보드들이 옥x 에 매물로 자주 등장하고 거래되서 주옥션이라는 별칭이 붙었습니다. 주 거래 가격이 2~3만원대인데, 신품 체리 스위치 100개들이 세트가 4만원대인 것을 생각하면 재료용으로는 훌륭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7. 참고 사이트
알아두면 좋을만한 커스텀 키보드 관련 사이트를 몇 군데 소개합니다.
7.1. http://kbdmania.net '키보드매니아'입니다. 국내 최대 키보드 커뮤니티이며, 외국에서도 구글 번역기 돌려가며 찾아오기도 하는 등 해외에서도 손꼽히는 곳입니다. 제가 이전 글과 이 글에서 참고한 대부분의 자료의 출처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 소개해드린 내용 외에도 정말 많은 전문 지식과 좋은 자료들을 찾아볼 수 있는 사이트입니다.
7.2. http://www.otd.kr 'On The Desk', 줄여서 otd 입니다. 키보드매니아와 쌍벽을 이루는 커뮤니티이며, 몇몇 사정으로 공제가 끊긴 키보드매니아와 달리 요즘도 활발한 공제가 진행되는 커뮤니티입니다. 키보드가 주된 이슈지만 그외의 다양한 입력장치를 다루는 곳입니다.
7.3. http://geekhack.org 제가 아는 해외 키보드 커뮤니티 중 최대규모입니다. 키보드에 관련된 모든 이슈를 다룬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영어이기 때문에 영어울렁증이 있는 분들은 지인들의 도움을 받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DIY 키트 중 케이맥이라는 제품군이 있습니다. 알루미늄 하우징에, 스위치만 체결하면 되서 조립이 간편해 인기가 많죠. 이 케이맥 및 기타 악세사리를 판매하는 사이트입니다. 인두기 등의 납땜 도구가 있으신 분들은 이 사이트를 통해 기계식 키보드를 접해보실 수 있습니다.
8. 마치며
커스텀 키보드의 세계는 무궁무진합니다. 관련된 이슈가 정말 많은데다 저도 초보자 단계인지라 다 소개해드린 못 하고 가장 중요하다 생각되는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공돌이라 글솜씨가 영 꽝이어서 제대로 전달이 되었을까 싶네요. 제가 체리 스위치를 좋아해서 체리 스위치에 관련된 내용만 썼습니다. 알프스 등의 다른 스위치는 추후에 다뤄볼 생각입니다.
키보드에 관련된 것이라면 상상하는 어떤것이든 다 만들 수 있습니다. 그게 커스텀 키보드의 매력이기도 하고, 많은 능력자들이 시도하고 있기도 합니다. 나에게 꼭 맞는 키보드, 실험적인 측면, 재미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매력있는 취미인 것만은 확실합니다.
이 글에 미처 소개해드리지 못한 내용이 정말 많습니다. 하드웨어레벨에서의 키매핑을 통한 배열 변화 등 전문적인 내용이 많은데, 이 글의 내용은 빙산의 일각이기 때문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7장에 소개해드린 사이트를 둘러보시는 것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글에서는 체리 스위치 외의 키보드들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한번쯤은 들어보셨을 리얼포스, 해피해킹 등 뿐만 아니라 지금은 구하기 힘든 알프스 등의 키보드도 다뤄볼 생각입니다.
본문에 관련된 내용 중 궁금하신 점에 있다면 쪽지, 댓글 확인 즉시 답변드리겠습니다. 잘못된 부분에 대한 지적 역시 환영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 기계식 키보드를 직접 만져보고 싶은 분들은 인천으로 오실 수 있는 분에 한해(제가 인천에 삽니다) 원하시는 방식의 키보드를 타건해보실 수 있게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각있으시면 쪽지 주세요.
전 집에서는 필코 이탈리안 레드에 중간에 나오는 크림치즈 키캡 껴서 쓰고 있습니다. 커스텀도 써봤는데 오히려 저에겐 안맞아서 다시 기성품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요즘 긱핵등지에서 공구받아 제작되는 ABS 키캡들은 표면을 PBT마냥 까끌하게 만들어서 찍어내더군요. 뭐 물론 키감이야 PBT에는 비할바가 못되지만요.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타이핑을 자주 하다보니 편하고 좋은게 리얼포스라고 해서 구입하고 한 2년째 쓰고 있는데
이렇게 소개해주신 여러종류의 키보드를 보니 당시에 좀 더 여유를 갖고 찾아볼걸 하는 생각이 드네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훗날에 키보드를 다시 구입하게 된다면 그땐 가장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차분히 잘 골라보고 구입해야겠네요.
게임할 때는 트래커노휠 씁니다. 버튼은 옴론 재팬으로 튜닝하고 스프링과 기판 일부 튜닝해서 쓰네요. 업무용으로는 미니휠이나 데스애더 돌려쓰고, 미니휠은 트래커와 같은 튜닝을 해두었습니다. 저도 마우스에 관심이 많아서 예전엔 다음에 있는 모 마우스 카페 스텝도 하고 그랬었습니다.
좋네요. 전 예전에 키보드 틈새에 먼지가 많이 껴서 청소한다고 분해했다가
결국 키보드 하나 다시 샀습니다....
그냥 일반 자판들은 조심해서 뺏다 끼면 큰 문제는 없는데 스페이스나, 쉬프트 같이 긴 자판들은 부러지거나 부러지지 않아도 다시 끼우고 나니 이상해지더라구요... 키보드 분해 조립시에 특별한 팁이 있는건가요?
긴 키의 경우에는 키감 보장 및 안정성을 목적으로 스테빌라이저라는 철심이 들어가게 됩니다. 고정을 위해서 보조 축이 들어가구요. 이 때문에 일반 키를 뽑듯이 빼면 키가 망가질 수 있습니다. 팁이라면, 기계식 키보드의 경우 키캡 리무버라는 전용 키캡 제거 도구가 있습니다. 이를 이용해서 빼려는 키 주변의 일반 키(알트 등)를 먼저 빼고 빼는 것이 좋습니다. 스페이스 바와 나머지 키를 빼는 방식이 약간 다른데, 스페이스 바는 주변의 알트키를 제거한 후 양 끝을 손으로 잡고 수직으로 빼는 것이 좋습니다. 중간에 철컹하는 소리가 들리거나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면 잠시 내려놓으신 후 반복하시면 됩니다. 쉬프트나 엔터같은 키는 키캡 리무버마다 다르지만 리무버로 고정하고 뺄 수 있기 때문에 리무버를 이용해서 빼는 편이 좋겠네요. 마찬가지로 수직으로 빼는 것이 중요하며 이상한 느낌이 들면 잠시 내려놓은 후에 다시 반복하시면 됩니다.
제 아이디로 검색하시면 기성품 키보드에 대해 소개한 글이 있는데, 그 글이 청축 키보드 타건 영상이 있습니다. 그 영상에서 어떤 느낌인지 대략 알 수 있으실 것 같고, 소음은 정말 심한 편입니다. 옆에 안방이 있다면 타건 습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심하면 옆방에서도 들릴 정도이니 문을 닫고 사용하시거나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사이버 클리너는 멤브레인 키보드 청소할 때 한 번 써보았는데, 젤?이 광고처럼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아서 애먹었습니다. 어느정도 깨끗해지긴 하는데 기판까지 닿지 않아서 깊숙한 곳은 청소가 잘 안 되더라구요.
기계식 키보드는 분해/조립이 쉬워서 저 같은 경우에는 완전 분해 후 붓이나 안경천 등으로 먼지와 이물질을 제거하는 식으로 청소하는 편입니다.